★★★☆☆
이미지 출처 :
YES24
예전에
'내가 NOW를 살게 된 계기'라는 포스팅에서 제 인생을 바꾸어 놓은 두 개의 키워드로 '죽음'과 '여행'을 든 적이 있습니다. 여행이 살아있기를 잘했다는 걸 체감하게 하는 생생한 삶의 경험이라면 그 대척점에는 죽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그 무엇도 피할 수 없으며 언제 어떻게 올 지 알 수 없기에 그만큼 두려운 것이 죽음이죠.
모든 존재의 숙명이고 때로는 너무나도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는 죽음이라는 꺼림칙한 대상을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버리려고만 합니다. 그래서 더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팀이 기획한 'Death'라는 프로그램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겁니다.
죽음에 대해 심리학, 철학, 과학, 예술 분야의 저명 인사들의 견해와 다양한 죽음 관련 실험 결과를 실었습니다. 근사체험까지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우리에게 죽음과 사후세계를 알려주지 못합니다.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죠. 그래서 매혹적이면서도 두려운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 1부. 메멘토 모리
: 죽음이란 무엇이고 죽음을 직면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심리 상태와 행동에 대한 다양한 실험 결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2부. 비탐 애테르남
: 사후세계의 존재, 근사체험, 의식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 3부. 아르스 모르엔디
: 죽음을 멀리하지 않고 함께 이야기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방법, 즉 죽음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산만하게 느껴지고 읽으면서도 흐름이 자꾸 끊기는 것이 흠이지만 아무도 피할 수 없지만 누구나 피하고 싶은 죽음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 방면으로 생각을 해 볼 수 있어서 저는 유익했습니다.
이 책을 읽은 김에 그동안 미루던 연명치료 거부 서약서 작성을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이참에 죽음을 맞는 방법에 대해서도 반려인과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해보고 싶고요.
제가 지금 죽음에 대해 하고 있는 생각을 10년 전에 미리 했다면 제 인생이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 의미로 젊은 분들이 더 많이 읽으셨으면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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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셸리 케이건 교수는 죽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죽음의 필연성-반드시 죽는다”, “죽음의 가변성-얼마나 살지 모른다”, “죽음의 예측불가능성-언제 죽을지 모른다”, “죽음의 편재성-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로 보았다. 이중에서 그는 특별히,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 사람들이 죽음에 관한 이미지에 노출되었을 때 훨씬 더 극단적인 판단을 내리게 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죽음 현저성(Mortality Salience)’이라 부른다. 즉, 죽음을 인지하면 평소와는 다른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되는 현상이다.
* 죽음에 노출되었을 때,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나 높은 애착 안정성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반응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그들은 지위를 갈구하려고 하지 않고, 굳이 승자가 되려고도 하지 않으며, 사치품을 소비하려 들지도 않는다.
*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인식하게 될 때, 성적 충동이 감소되고, 사치품 소비 등을 통해 자신의 문화에서 높은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무의식적으로 따랐다. 그런데 실은 죽음 현저성의 상황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특성이 하나 있다. 즉 내집단 편향성이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속해 있는 그룹이 무조건 옳다”는 신념이다.
* 사람들은 죽음 현저성 상태에 놓일 때 공격적 행동이나 극단적인 행동 및 조치에 대해 지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죽음 현저성 상태를 만든 후 긴급법안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직접적으로 죽음을 언급하는 것이 어린아이들에게 좋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발달 수준과 나이에 맞추어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주어야 한다. 어린아이에게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너무 이른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린아이일지라도 가족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눈치를 채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질문을 하면 반드시 답을 원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정직할수록 더 바람직한 답이 된다.
* 필립 아리에스는 20세기를 기점으로 죽음 역사의 판도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20세기 이전에는 인간의 욕망과 본능으로 대표되는 섹스가 금기의 대상이었는 데 반해, 20세기에 들어서는 죽음이 섹스 대신 금기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렇게 금기의 대상이 된 죽음은 우리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다.
*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는거죠. 언젠게 제게 남은 시간은 어쩔 수 없이 멈추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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