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ayed PTSD - 해당되는 글 13건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MMPI-2/A의 2번 척도 상승이 우울보다 Delayed PTSD를 의미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위의 포스팅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D1+D4+D5 소척도 조합만 상승하면 편할텐데 사실 D2, D3 소척도를 포함한 모든 소척도가 상승한 경우도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이 경우, 저는 Delayed PTSD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 기간이 경과하면서 우울 장애로 이환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Delayed PTSD는 항상 우울 장애로 이환되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울 뿐 아니라 공황 장애나 각종 중독, 강박 장애 등 다양한 장애로 이환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우울 장애로 이환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면 왜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는 우울 장애로 이환되는 경우가 그렇게나 많은 걸까요? 이는
'불안과 우울의 관계 : 상담자용'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불안과 우울이 spectrum 상의 어느 한 지점에 속하는 것처럼 불안에서 시작해서 우울로 이동하는 경로를 따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애착 외상의 가해자는 주 양육자인 부모가 대부분인데 자신을 사랑해서 낳은 부모가 자신을 학대, 방임하게 되는 상황이 애착 외상입니다. 애착 외상의 피해자인 내담자는 이 딜레마를 어떻게든 설명해야 합니다. 부모가 나를 학대하려고 일부러 낳은 것은 아닐테니 결국 결론은 자신이 뭔가 학대 당할 만한 짓을 했구나 내지는 학대를 당해도 싼 인간이다라며 내부 귀인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많은 가해 부모들이 "니가 맞을 만한 짓을 하니 맞는거다", "오죽했으면 내가 이렇게 하겠냐", "다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거다"라며 이러한 내부 귀인을 강화하는 자기 합리화를 시전하곤 합니다.
아시다시피 내부 귀인을 통한 자기 비난은 우울을 악화시키는 인지 삼제(cognitive triad) 중 하나입니다. 거기에 가장 강력한 정서적 지지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부모가 가해자이고, 또한 부모는 핏줄이라 쉽게 끊을 수도 없는 것이니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이처럼 애착 외상 자체가 강력한 인지 삼제에 의해 유지되므로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가 우울 장애로 이환될 가능성이 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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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애착 외상 관련 미니 강의'에서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를 의심할 수 있는 검사 sign으로 거론한 것 중 하나가 임상 소척도 중에 '소외'라는 명칭이 들어간 척도들의 유의미 상승입니다.
임상 소척도에는 '소외'라는 이름이 들어간 척도가 4번 척도에 2개, 8번 척도에 2개, 0번 척도에 1개, 총 5개가 있습니다.
각 소척도의 의미와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Pd4(사회적 소외: Social Alienation)
: 총 13개의 문항 중 6개를 6번 척도와 공유하고, 특히 Pa1과 전체 문항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편집증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타인이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간다고 여기는 전반적인 불신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속감에 대한 부재와 소외감을 느낍니다. Nichols(2011)는 아동기에 경험한 심한 박탈과 방치로 인해 타인이 애정, 지지, 격려 등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을 반영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착 외상을 입은 수검자에게서 Pd4 소척도가 상승하는 겁니다.
Pd4 소척도 점수가 낮은 사람은 자신이 이해받고, 잘 대우받는다고 느끼며 사회적 환경에서 소속감을 느낀다고 보고합니다.
* Pd5(내적 소외: Self-Alienation)
: 총 12개의 문항 중 DEP 내용 척도와 6개 문항이 중복되기 때문에 4번 척도와 어울리지 않는 구성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이 소척도에 속하는 문항들은 죄책감과 자책을 평가하는데 Pd5 소척도가 상승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불만족감의 이유를 자신으로부터 찾음으로써 소외감을 경험하며 이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자책의 강도는 자기 학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애착 외상을 입은 수검자에서 관찰되기 쉽습니다.
Si3 소척도와 유사한 명칭인데 둘 다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흥미가 저하된 기분 부전 상태를 나타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Si3가 통제감 상실이 원인인데 비해 Pd5는 원인이 죄책감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Pd5 소척도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삶에서 즐거움을 경험하며 외로워서 불행하다는 느낌을 보고하지 않습니다.
* Sc1(사회적 소외: Social Alienation)
: Pd4와 동일한 척도명을 갖고 있으며 총 21개의 문항 중 Pd4 척도와 3개의 문항을 공유합니다. Sc1 소척도가 타인과 애착을 맺는 것을 싫어하는 것에 가깝다면 Pd4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슬픔이 강조(믿지 못하기 때문)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문항의 내용이 주로 '모욕당하고 불공평하게 벌을 받음', '가족이나 남들이 음모를 꾸미거나 그들로부터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기 때문에 애착 외상, 그 중에서도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경험한 수검자에게서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Sc1 소척도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좋아하고 애착을 느끼며 자신이 이해와 존중을 받는다고 보고합니다.
* Sc2(정서적 소외: Emotional Alienation)
: 총 11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흥미나 관심, 열망의 부족을 평가하는데 이는 다른 사람들과 라포를 맺지 못하는 느낌과 자기 자신을 이방인으로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이 소척도가 상승하는 사람들은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인 방임을 경험함으로서 흥미를 일으키거나 긍정적인 기대를 주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삶 그 자체에 애착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Sc2 소척도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인생을 가치 있다고 느끼며, 우울감이나 절망감을 부인합니다.
* Si3(내적/외적 소외: Alienatioin-Self and Others)
: Si3 소척도는 Si1, Si2 소척도와 달리 사회적 내향성을 설명하지 않으며 이 척도의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고 활동에 흥미가 없으며 이는 자신이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소외감을 경험합니다. 통제감 상실을 경험할 정도의 외상을 경험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애착 외상 경험을 확인해야 합니다.
Si3 소척도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자신이 삶을 통제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정리해 보자면,
* Pd4(사회적 소외) : 박탈과 방치로 야기된 불신으로 소속감 부재와 소외감을 느낌
* Sc1(사회적 소외) : 신체적, 정신적 학대로 인해 애착을 증오함으로써 소외됨
* Pd5(내적 소외) : 기분 부전 상태를 경험하나 이는 자기 학대 수준에 가까운 죄책감과 자책에 기인
* Si3(내적/외적 소외) : 기분 부전 상태를 경험하나 통제감 상실을 야기할 정도의 외상에 기인
* Sc2(정서적 소외) : 지속적인 방임에 의해 기대감이 상실되어 삶 자체에 애착을 느끼지 못해 소외감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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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 주요우울장애 진단을 위해 MMPI 결과에서 주로 확인하는 건 2-7-0 code pattern의 유무입니다.
사실 2-7-0 또는 2-7 code pattern이 우울 장애인 경우보다는 PTSD(그 중에서도 Delayed PTSD)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저는 2-7-0, 2-7 code pattern이 의심되면 PTSD를 먼저 변별하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실제로
'우울을 호소하나 Delayed PTSD를 의심해야 하는 수검자의 MMPI-2/A 양상' 포스팅에서처럼 알고 봤더니 Delayed PTSD로 진단해야 하는 사례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단할 수 있는 전형적인 MMPI-2 검사 sign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MMPI-2로 국한해 설명하는 이유는 MMPI-A를 적용해야 하는 건 17세 이하 청소년인데 청소년을 주요우울장애로 진단하는 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 상 약물 치료가 동반되어야 하는 주요우울장애의 전형적인 검사 sign은 다음과 같습니다.
* 타당도 척도 : 정상 수준
: F 척도군도 전혀 상승하지 않는, 그야말로 normal profile이 나옵니다. F, F(B)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건 수검자가 적극적으로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한다는 의미인데 주요우울장애에 속하는 수검자들은 그런 호소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 때가 많습니다.
* 임상 척도 : 2번 척도 단독 상승(Spike 2)
: 0번 척도가 함께 상승해서 2-0 code pattern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0번 척도의 상승은 기질/성격 때문인 경우가 많고 이는 대부분 TCI 결과로 설명이 됩니다. 또한 2번 척도의 상승폭만큼 9번 척도의 하강폭도 중요합니다. 주요우울장애의 경우 9번 척도가 낮을수록, 정확하게는 2번 척도와 9번 척도의 차이가 클수록 우울 정도가 심한 것이고 9번 척도가 30T에 근접할수록 약물 치료를 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재구성 임상 척도 : RC2 척도 단독 상승
: 2, 9 임상 척도의 관계처럼 RC9 척도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또한 간혹 RC2 척도는 유의미하지 않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2번 척도가 depressed mood(-요인의 상승)를 측정하는 것에 비해 RC2는 low positive emotion(+요인의 하강)을 측정하기 때문에 항상 2번 척도와 함께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성격 병리 척도 : INTR 척도 단독 상승
: 2, 9 임상 척도의 차이처럼 AGGR 척도 점수가 30T에 근접하고 INTR척도와 차이가 커질수록 증상이 심한 겁니다.
'INTR, SOD(A-sod), Si 척도를 통한 내향성 이해'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INTR 성격 병리 척도는 우울 취약성을 드러내는 성격 병리 척도이기 때문에 INTR 척도가 상승하면 우울 장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내용 척도 : 신경증 척도군에서 ANX, DEP 척도만 상승
: 이 경우에도 ANX 척도보다 DEP 척도 점수가 더 높습니다. 신경증 관련 내용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 대개는 ANX 점수가 가장 높기 때문에 DEP 척도가 더 높은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후반부의 척도 중에서는 LSE 척도가 매우 높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우울 정도가 심해집니다. LSE 내용 척도가 인지 삼제(cognitive triad)에 해당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그렇죠. 나머지 내용 척도는 유의미한 척도가 드뭅니다.
* 보충 척도 : R 척도의 상승
* 임상 소척도 : D1, D2, D3 척도 조합의 상승
: D4, D5 소척도까지 모두 65T 이상으로 상승했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도 쉽게 구분이 될 정도로 D1, D2, D3 점수가 D4, D5 점수보다 높은 양상을 보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임상 소척도는 대부분 유의미하지 않은 경향을 보입니다.
* 내용 소척도 : DEP 척도 내 소척도들의 상승
: 특히 DEP1(동기 결여), DEP2(기분 부전) 소척도의 상승이 두드러집니다. 임상 척도에서 0번 척도가 동반 상승한 경우는 SOD 척도 내 소척도들도 함께 상승합니다. LSE 척도에서는 LSE1(자기 회의) 소척도가 유의미합니다. 나머지 내용 소척도들은 대부분 유의미하지 않은 경향을 보입니다.
노파심에서 당부드리자면 위에 소개한 조합은 주요우울장애로 의심할 만한 지극히 전형적인 검사 sign들을 제시한 것이니 이 조합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주요우울장애가 절대로 아닌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조건들을 모두 만족한다면 주요우울장애가 아닐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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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MMPI-2 척도(임상, 내용, 보충)의 직관적 이해' 포스팅을 통해 메뉴얼의 해석 기준대로 유의미한 척도만 골라내서 조합하는 것보다 수검자의 심리 구조를 집에 비유하여 임상, 내용, 보충 척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formulation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임상 척도와 내용 척도만 콕 집어서 의미 차이를 통해 수검자를 이해하는 법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임상 척도 : 수검자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 사용
내용 척도 : 수검자가 문제를 주관적으로 호소하는데 사용
그러니까 임상 척도는 수검자의 문제가 객관적인 기준에서 정말로 문제가 되는 수준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며 내용 척도는 수검자가 주관적으로 호소하는 문제 영역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겁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답을 말씀드리면 RC2 재구성 임상 척도와 DEP2 기분 부전 소척도가 동시에 유의미한, 드문 경우(이 때 기분 부전 장애 진단 고려)를 제외하고는 우울 장애로 진단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2번 임상 척도는 객관적인 기준에서 우울 장애로 진단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데 데 비해 DEP 내용 척도는 수검자가 우울과 관련하여 호소하는 내용들만 반영하기 때문에 진단을 위해 사용하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2번 척도가 유의미하고 DEP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을 때는 우울 장애 진단이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거의(앞에서 말씀드린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우울 장애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0번 척도는 임상 척도군에 포함되어 있지만 사실상 성격 척도라고 할 수 있는데 0번 척도의 Si2 소척도(사회적 회피)가 상승할 경우 내향적인 성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와 비교할 수 있는 척도가 SOD1 내용 소척도(내향성)입니다. 이 척도는 수검자가 자신을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측정합니다. 그래서 Si2 소척도가 유의미하지 않고 SOD1 소척도만 유의미하다면 사실은 내향적인 성격이 아닌데 수검자가 자신을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착각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와 반대로 Si2 소척도가 유의미하고 SOD1 소척도가 유의미하지 않다면 수검자는 자신이 사실은 굉장히 내향적인 성격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좀 더 쉬운 용어로 다시 정리해보자면,
임상 척도 : 수검자에게 진단이 필요한 병리적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때 사용
내용 척도 :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 영역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며 진단과는 (거의) 상관없음
내용 척도가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 영역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며 진단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거의'라는 단서를 달았냐하면 예외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ANX 내용 척도인데 이 척도는 신체화를 동반한 상태 불안을 측정합니다. 문제는 이와 비교할 수 있는 불안 관련 임상 척도가 7(Pt)번 척도인데 이건 상태가 아닌 특성 불안(일종의 기질 불안)을 측정하기 때문에 7번 척도 상승만으로 불안 장애 진단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내용 척도임에도 불구하고 불안 장애 진단을 위해서는 ANX 척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MMPI-2/A가 불안 장애 척도군이 부실하기 때문에 생긴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런 특이 경우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임상 척도 : 진단을 위한 객관적인 기준
내용 척도 : 수검자의 주관적 고통 호소
정도로 이해하시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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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이라도 제게 supervision을 받으셨거나 관련 강의를 들으셨다면 제가 애착 외상 가능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실 겁니다. 저는 애착 외상을 부모-자녀 관계 문제의 확장으로까지 간주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가 오면 가장 먼저 애착 외상 가능성을 변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동안 정말 무수히 많은 심리평가 사례를 봤지만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를 본 적이 없는 제 경험에 근거합니다. 뭐 있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아주 드물고 그런 분들 대부분은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일단은 애착 외상부터 확인하는 것이 안전한 접근법입니다.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 대부분이 부모 자녀 관계 갈등이 있고 이러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 결국은 상담에서 이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데 문제는 그게 언제여야 하냐입니다.
많은 상담자들이 심리평가를 상담 초기에(때로는 접수 면접 이후로 바로) 실시하고 그 결과 애착 외상이 있다는 걸 찾아내면 옳다구나 하고 그 부분을 초기 상담에서 곧장 다루려고 합니다. 예전에 제가 그랬듯이요. 심하게는 해석 상담부터 직진하는 상담자도 있습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내담자들이 정작 부모에 대해 살펴보려고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얼버무리거나 아예 대화를 피하는 걸 보고 많은 supervisee 선생님들이 의아해하시더군요.
하지만 애착 외상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 중에 Delayed PTSD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trauma를 경험했지만 곧바로 나타나지 않고 심하게 억압을 했기 때문에 delay가 되어 나중에 여러가지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만큼 내담자 본인에게도 애착 외상은 다루기 힘든 큰 상처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격 미발달 문제가 있는 내담자들이 많은 만큼 이런 큰 상처를 다루기 위해서는 더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라포가 굳건히 형성되기 전까지는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다루지 말 것'
제가
'성격에서 자율성 차원이 핵심이라면 기질에서는 위험회피 차원이 핵심' 포스팅에서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기질의 내담자가 방문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위험회피기질이 높은데다 이러한 기질을 미발달된 성격이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설사 부모로부터 애착 외상을 입은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들에게 부모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확실한 대안이 생기거나 이를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힘이 강해지기 전까지는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입 밖에 내는 것 조차도 버겁습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가
'독이 되는 부모'라는 걸 인정하고 나면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니 차라리 그런 일이 없었다고 기억을 왜곡하거나 자신을 부정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예 일반적인 대인 관계에 대한 탐색부터 시작하거나 저처럼 우회적으로 부모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이것마저도 가능하지 않은 내담자들이 많으니 최대한 조심해야 합니다).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의 경우 부모에 대해 다루는 건(특히 부정적인 내용을 탐색하는 건) 시한 폭탄을 해체하는 것과 같은 주의를 요한다는 걸 꼭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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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3일 광운대학교 강의에서 사용한 PPT 자료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의 사례를 무수히 접하면서 한번쯤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광운대학교 학생상담센터에서 기회를 주셔서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심리적 문제가 그렇지만 애착 외상은 단순한 틀로 보면 부모-자녀 관계 문제에서부터 근친 성폭력에 의한 복합 외상 문제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문제 영역이라서 짧은 시간에 모두 정리하는게 불가능하더군요.
욕심을 너무 부렸는지 EMDR 부분은 3시간 강의 중에 다루지도 못했습니다. EMDR은 제 전문 분야도 아니고 필요성은 확실하지만 저로서도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알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전문 워크샵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애착의 이해
2. 애착 외상의 이해
3. 애착 외상의 치유
4. 애착 외상의 심리검사 sign
이 강의안에 포함된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애착의 개념과 특성
* 안정 애착에 필요한 정서적 기술
* 애착 유형
* 불안정 애착 유형과 대표 기질
* 불안정 애착 내담자의 특징
* 애착과 기질의 관계
* 애착의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
* 애착 외상의 의심 sign(상담 장면)
* 애착 외상의 양육자 유형
* Delayed PTSD
- 진단 준거
- Delay되는 이유
-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유
* 애착 외상의 치유
- 치유의 핵심 요인
- 치유의 3단계
- 단계 별 유의사항
- 상담의 point
* 애착 외상의 치유 : 두뇌 기반
* 애착 외상의 치유 : 용서
* 애착 외상의 치유 : EMDR
- EMDR 사용을 위한 점검 포인트
- EMDR의 목표
- EMDR의 기본 이론
- EMDR 사용 시 주의사항
- 복합 트라우마 내담자의 경우
- 자아상태치유의 ACT-AS-IF 단계
- EMDR의 효과 확인
* 애착 외상의 심리검사 sign
- MMPI-2/A
- TCI/JTCI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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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에는 한글로 번역했을 때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원어 이름을 보면 다른 뜻을 가진 척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원문 용어로 기억하는 게 더 유용하죠.
하지만 가끔은 원 이름도 비슷한 뜻인 것 같은데 서로 다른 카테고리에 속한 척도들도 꽤 많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Pd5와 Si3 소척도가 바로 그렇습니다.
Pd5는 임상 척도인 4번 척도에 속한 5개의 소척도 중 하나이고 Si3은 성격 척도인 0번 척도에 속한 3개의 소척도 중 하나입니다. 임상 척도와 성격 척도라는 어마어마한 차이 뿐 아니라 모척도의 구성 개념 또한 전혀 비슷할 것 같지 않은데 두 척도 모두 내적 소외라는 이름으로 번역되고 원문 이름도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꽤 헷갈립니다. 그래서 두 척도의 공통점과 차이가 무엇인지 정리해 봤습니다.
우선 두 소척도 각각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Pd5(내적 소외, Self-alienation) :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이나 보람을 찾지 못하며 과거의 행동에 대한 후회, 회한을 나타냄. 죄책감으로 인해 삶의 즐거움이 상실되었음을 의미함(Nichols & Greene, 1995).
* Si3(내적/외적 소외, Alienation-Self and Others) :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여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지 못할 것처럼 느끼며 일상 생활의 흥미 저하를 의미함(Sieber & Meyers, 1992)
보시는 것처럼 두 척도의 공통점은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흥미가 저하된 상태를 나타낸다는 겁니다. 그래서 DEP2(기분 부전) 내용 소척도가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이는 그러한 상태가 된 원인인데 Pd5는 그 원인이 죄책감인데 비해 Si3는 통제감 상실이 원인입니다. 재미있는 건 그 차이 역시 하나의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는 거지요. Delayed PTSD의 원인으로 애착 외상을 의심할 수 있는 수검자의 profile을 보면 임상 소척도 중 '소외'로 해석되는 5개의 소척도(Pd4, Pd5, Sc1, Sc2, Si3)가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내담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증상이 죄책감, 통제감 상실이라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래서 Pd5, Si3 소척도의 의미 차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두 척도가 동시에 상승했을 때 애착 외상을 의심하고 원 가족의 부모-자녀 관계 역동을 탐색해 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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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울 장애라고 판단하는 MMPI-2/A 결과는 2-7-0 code pattern이지만 이런 단순한 접근은 수많은 다른 문제를 간과하게 만듭니다. 대표적인 것이 Delayed PTSD(특히 애착 외상에 의한)이죠.
그렇다면 우울 장애, 특히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주요 우울 장애를 알아볼 수 있는 MMPI-2/A 검사 sign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아래의 기준 중 겹치는 부분이 많을수록 우울 장애일 가능성이 큽니다.
* D 임상 소척도 : D1, D2(+D3) 척도의 동반 상승
: D 척도에는 5개의 소척도가 있습니다. 그 중 우울 장애 진단 기준에 대한 부합도가 높은 소척도는 D2와 D3입니다. 이들 척도가 65T가 넘으면, 특히 D2 척도가 65T가 넘으면 약물 치료가 필요한 우울 장애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사실 D2와 D3(Hy4가 낮은데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면 다른 모든 소척도도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 자체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D2 소척도가 약물 치료 병행 여부를 주관하는 주요 소척도라고 해도 D1(주관적인 우울감) 소척도가 동반 상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서 상승하는 경우는 대개 우울 장애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치료가 필요한 신체 질환이 있거나 TCI의 위험회피기질 중 '쉽게 지침' 하위 차원이 상승하여 스태미너가 부족한 저질 체력이라서 상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해야 합니다.
* INTR 성격 병리 척도의 상승
: INTR 척도는
'INTR, SOD(A-sod), Si 척도를 통한 내향성 이해' 포스팅에서 우울에 취약한 성격 병리를 나타내는 척도라는 설명을 이미 드린 바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INTR 성격 병리 척도는 내향성과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이 척도가 상승하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우울 장애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는 게 좋습니다. 일종의 타고난 취약성에 가까운데요. 물론 TCI/JTCI에서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반화 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INTR 척도가 65T 이상 상승했다면 우울 장애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는 등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특히 INTR이 높은 만큼 AGGR이 낮을수록 위험성이 더 증가합니다. 그러니까 INTR 척도만 상승한 경우보다는 AGGR이 낮을 때 더 우울에 취약합니다. 원래 AGGR 척도의 낮은 점수는 해석하지 않기 때문에 왜 AGGR이 낮을 때 우울 장애에 더 취약한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제 경험으로는 그냥 INTR 척도만 상승한 수검자보다는 AGGR이 낮을 때 우울 장애가 더 심각한 상태일 때가 더 많았습니다.
* R 보충 척도의 상승
: R 보충 척도는 Welsh가 일찌기 1956년에 개발한 척도이며 척도의 명칭 상 심리적 불편감을 무의식적으로 억압(Repression)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척도에 포함된 문항 내용이 '내재화 경향', '처리 속도가 느림', '내향성', '신체적 호소' 등이기 때문에 우울 장애의 구성 개념과 일치도가 높습니다. 물론 R 보충 척도가 상승하면 곧바로 우울 장애를 시사하지는 않으며 제 경험 상 INTR 성격 병리 척도와 함께 상승하였을 때 우울 장애였던 적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MMPI-A의 결과지에는 성격 병리 척도와 보충 척도가 함께 제시되기 때문에 INTR와 R척도가 두 개의 봉우리처럼 솟아올랐을 때에는 우울 장애 가능성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면,
* D1, D2(+D3)가 65T 이상으로 동반 상승할수록,
* INTR(AGGR이 낮고)과 R이 동반 상승할수록,
우울 장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셔야 하며 겹치는 부분이 많을수록 약물 치료가 필요한 우울 장애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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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울을 호소하나 Delayed PTSD를 의심해야 하는 수검자의 MMPI-2/A 양상'이라는 포스팅에서 Delayed PTSD의 원인이 되는 trauma 중 애착 외상을 꼽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해바라기 센터와 같은 성폭력 전문 기관이 아닌 일반 상담센터에서는 성폭력 외상보다 애착 외상으로 인한 Delayed PTSD 내담자를 만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래서 앞서 포스팅에서도 애착 치료와 관련하여 읽어보셨으면 하는 서적을 일부러 추천드린 것이고요.
저는 애착 외상이 의심되는 내담자를 만나면 가능한 한 주 양육자인 부모(대개는 어머니)를 대상으로 선별심리평가(TCI, MMPI-2, SCT)를 꼭 실시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도 원 가정에서 입은 애착 외상으로 인한 Delayed PTSD로 고통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대체 이 불쌍한 내담자를 이렇게 학대, 방임하다니 어머니가 psychopathy가 틀림없구만'이라고 단정짓는 건 섣부릅니다. 어머니도 Delayed PTSD인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원 가정에서 애착 외상을 입고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까닭에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아이는 낳았지만 그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게다가 어릴 때 받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계속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애착 외상이 대물림되는 겁니다.
심하게는 내면 아이의 발달 지연으로 인해 가정을 꾸린 뒤에도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관심을 남편의 애정으로 대치하여 갈구한 나머지 자신의 딸을 무의식 속에서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질투하고 학대하는 불쌍한 어머니도 꽤 많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 협조가 되는 경우(대개 주 내담자가 청소년일 때) Delayd PTSD가 의심되는 내담자의 어머니도 꼭 평가 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놀라실겁니다.
제 경험으로는 어머니도 자녀와 별개로 애착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덧. 그래서 저는 아무나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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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을 방문하는 내담자 중에 주로 호소하는 문제가 우울인데 상담을 하다보면 우울치고는 에너지 수준도 높고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불안정하고 초조해 보이는데다 때로는 분노 폭발을 하기도 해서 도무지 우울 같지 않은 느낌인데 그나마 청소년이라면 청소년 우울은 그럴수도 있겠지 하고 우겨 보겠지만 내담자가 성인인 경우도 이도 저도 아니고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병원을 방문하면 여지없이 우울 장애로 진단받고 약물 처방을 받게 되고 그나마 경험이 많고 예민한 의사에게 걸리면 Mixed Anxiety and Depressive Disorder 진단 하에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함께 먹게 되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문제는 대체 무엇일까요? 우울 장애가 맞는데 비전형적인 우울 장애라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걸까요 아님 우울이 아닌 다른 문제일까요?
저는 이 경우 Delayed PTSD를 변별 가설로 검증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Delayed PTSD는 trauma가 생긴 시점이 기본적으로 아주 오랜 과거이고 보통 부모-자녀 관계에서 애착 외상을 입었거나 심하게는 유아/아동 성폭력의 생존자일 수 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에 입은 trauma이기 때문에 강하게 억압하여 의식 수준에서 기억하지 못하다가 청소년 또는 성인이 되면 특정 경험 등에 의해 trigger되어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것인데 우울, 강박, 중독, 환청 등 일반적인 acute PTSD와는 다른 매우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지만 가장 많은 경우가 우울입니다.
우울하다며 상담 센터를 방문하는 내담자 중 상당 수가 바로 이 Delayed PTSD입니다.
그렇다면 이 Delayed PTSD를 어떻게 변별하는지 MMPI-2/A D척도의 소척도 연결 분석 결과를 갖고 설명드리겠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대부분의 수검자는 당연히 D척도가 70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 소척도인 D1, D2, D3, D4, D5가 모두 70T 이상으로 상승했다면(그리고 다른 임상 척도의 상승이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 별로 고민할 필요 없이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를 의심하면 됩니다. 아마 진단 기준도 무리없이 충족할 것이고 약물 치료에도 잘 반응할 겁니다.
하지만 Delayed PTSD가 의심되는 수검자의 D 소척도들이 보이는 대표적 양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D척도 : 70T 이상
- D1 소척도 : 70T 이상
- D2 소척도 : 65T 이하(대부분 60T 이하)
- D3 소척도 : 65T 이하 또는 70T 이상(신체화 기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짐)
- D4 소척도 : 70T 이상(많은 경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며 D1보다도 높은 경우가 많음)
- D5 소척도 : 70T 이상(많은 경우 D4 척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상승)
D1(주관적 우울감) 척도는 당연히 우울하다는 수검자의 보고에 따라 상승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D1 척도는 우울 정서보다는 우울 사고를 측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D1 척도가 상승했어도 로르샤하와 같은 투사법 검사 결과를 보면 내면에 우울이 없는 수검자가 많습니다. 어쨌거나 D1 척도가 높게 상승했다고 섣불리 우울 정서로 확신하지 말고 신중하게 다른 검사 결과 등도 살펴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D2(정신운동지체) 척도는 우울 장애일 때 약물 치료가 효과적일 것인가를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즉 D2 척도가 70T 이상으로 상승했다면 우울 장애이면서 약물 치료를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셔야 합니다. 반대로 D2 척도가 65T 이하 수준이라면 약물 치료를 추가하는데 있어 신중하셔야 합니다. 제 경험 상 D2 척도가 상승하지 않았는데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는 내담자가 별로 없었습니다.
D3(신체적 기능 장애) 척도는 우울과 관련된 신체화 증상을 얼마나 호소하느냐를 측정하는데 Hy4(신체증상 호소) 척도가 70T 이상으로 동반 상승한 경우 이차적 이득을 위한 미성숙한 신체화 방어 기제를 의심해봐야 하고 거기에 HEA2/A-hea2(신경학적 증상) 척도까지 상승한 경우는 기질적 취약성과 함께 강력한 관심 끌기 행동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Delayed PTSD인 경우 그나마 신체 증상 호소를 통해 관심을 끄는 것에 성공한 수검자라면 상승, 그마저 효과가 없었다면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D4(둔감성) 척도가 70T 이상으로 상승하는 수검자는 일상 생활에서 자주 멍때리거나 정신을 놓고 있어서 주의 집중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심하게는 PTSD의 해리(dissociation)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D4 척도가 D 소척도 중 가장 높게 상승하는 이유는 수검자가 trigger되어 재경험하고 있는 과거 trauma 때문일 수 있는 것이죠.
D5(깊은 근심) 척도까지 70T 이상으로 상승하는 수검자는 근심 걱정이 많고 뭔가(대개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를 반추하고 이러한 사고 과정에 통제력을 잃은 것처럼 느낍니다(침투적 사고).
D4, D5는 우울 척도이면서 일정 부분 불안 관련 증상, 특히 PTSD 관련 증상들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상승하기 때문에 예민한 임상가는 내담자가 입으로는 우울하다고 말하지만 보이는 행동은 불안한 사람같기 때문에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거지요.
위에서 설명드린
D 관련 소척도의 양상과 일치하는데다 거기에 Hy2(애정 욕구) 소척도까지 40T 이하로 낮은 상태(애정 결핍 또는 고갈)로 측정된다면 부모-자녀 관계 역동과 함께 성장기의 애착, 욕구 좌절 상황에 대한 추가 탐색을 해 보셔야 합니다.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 가능성이 있습니다. Delayed PTSD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상담에서 다루어야 할 정도의 부모-자녀 관계 갈등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에 대한 치료적 접근을 위해서는 다음의 참고 서적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도움이 되실 겁니다.
*
트라우마의 치유(Coping with Trauma : Hope through Understanding, 2005)
*
애착과 심리치료(Attachment in Psychotherapy,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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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9일 충북청소년종합지원센터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상담 현장, 그 중에서도 아동 및 청소년 상담을 할 때 흔히 접할 수 있는 정신병리문제를 모아서 3시간 분량으로 만든 자료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ADHD* 소아/청소년 우울증* Delayed PTSD(성폭력 생존자)* 학교 부적응 문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ADHD
* 주 호소 문제의 변별
* ADHD 신화 : 허위 긍정의 오류
* 주의할 점 : 주의력 문제의 구분
* 진단
* 평가
* 평가도구
* 치료
2. 소아/청소년 우울증
* 증상
* 우울증의 구분
* 우울 사고 vs. 우울 정서
* 연령에 따른 차이
* 자살 위험성 평가
* 분노 폭발 : 열등감 내재 확인
3. Delayed PTSD(성폭력 생존자)
* PTSD의 진단 준거
* 왜 Delay되는가
* 변별 진단
* 여아의 자해
* 왜 말하지 못하는가
* 근친 성폭력
* 치유에 중요한 요인들
* 심리평가
* 치유의 3단계
* 치유 단계 별 주의할 점
* 상담의 point
* 성폭력에 대한 통념
4. 학교 부적응 문제
* 1단계 : MR, BIF, BA 배제
* 2단계 : Adjustment Disorder 배제
* 3단계 : 스트레스 요인이 집(PCRP 고려)
* 4단계 : 스트레스 요인이 학교(왕따 고려)
이전에 심리평가자가 아닌 상담자의 입장에서 정신병리적 문제를 다룰 때 고려해야 하는 실질적인 내용을 다룬 자료인
‘상담에서 만나는 정신병리문제’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면 이 자료는 아동, 청소년 상담을 하는 상담자가 자주 만나는 네 가지 정신병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필요한 분들은 얼마든지 내려 받아 사용하셔도 됩니다. 출처만 분명하게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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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장애(Adjustment Disorder)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DSM에서도 전혀 다른 범주에 속하는 장애입니다. 게다가 PTSD가 워낙 드라마틱하면서도 뚜렷한 증상을 드러내기 때문에 두 진단을 변별하는 것은 어렵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Acute PTSD가 아닌 Delayed PTSD의 경우는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잠복되어 있는 기간 동안 PTSD가 우울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장애로 이환할 수 있는데다 Acute PTSD처럼 재경험이나 flashback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얼핏 보면 적응 장애처럼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가족 폭력, 성 폭력, 만성 장애 환자군처럼 onset 당시에 적절히 manage하지 못하고 방치되어 Delayed PTSD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심리평가 시 2차 가설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질문을 해 보는 것이 두 장애를 구분하는데 어느 정도(완벽하지는 않고 rough한 수준이지만) 도움이 됩니다.
하나는
'객관적 스트레서'와 '주관적 트라우마'의 차이입니다. 적응 장애는 진단 기준에서조차 확인 가능한 스트레스 요인이 존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Delayed PTSD의 경우에는 환자가 이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때로는 강하게 억압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약간은 윤색되거나 과장된 주관적 트라우마 에피소드를 주로 보고하기 때문에 적응 장애의 주관적 불편감 호소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음은
'역기능적 부적응 상태'의 유무입니다. 증상만 갖고 Adjustment Disorder와 Delayed PTSD를 구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재경험이나 flashback 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적응 장애에서도 자주 보고되는 우울감, 불안감, 초조, 짜증 등을 Delayted PTSD환자도 똑같이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역기능적 부적응 상태'의 유무라는 기준으로 살펴보는 것이 좀 더 낫습니다. 적응 장애의 경우 Delayed PTSD에 비해 부적응 상태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학생이라면 성적이 떨어지거나 등교를 거부하고 전업 주부라면 살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직장인이라면 일에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식으로 말이죠.
Adjustment Disorder와 Delayed PTSD의 구분이 어려운 분들은 위의 두 가지 질문을 한번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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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덴 3에서도 몇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 검사가 끝난 뒤 원자료를 늘어놓고 뒤적거리면서 퍼즐 맞추듯이 case formulation하는 것만큼 비효과적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임상가들이 여전히 이런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한 5년 쯤 전에 의뢰 사유를 확인하고 가설을 설정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을 드린 적(
'심리검사 전 필수 점검 사항 - 의뢰 사유 확인과 가설 설정' 참조)이 있었죠.
그런데도 여전히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를 바탕으로 진단 가설을 세우는 데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생님들이 많더군요.
제가 볼 때 이 문제는
증상을 바탕으로 세운 '1차 가설'과 심리평가를 통해 검증해야 하는 '2차 가설(진단 가설)'을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든 상태이며 어릴 때부터 그런 증상이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누군가 내 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하는 20대 여성을 평가한다고 해보죠
증상을 바탕으로 한 1차 가설(증상을 보았을 때 평가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가설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Social Phobia :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면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고 피하게 된다(당황스럽다, 불안하다?).* Avoidant PD :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람들을 피해 왔다(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는 것 같다)* SPR, prodromal stage : 밖에 나가지 않고 최근에 누군가 내 욕을 하는 느낌이 든다(social withdrawal, idea of reference or auditory hallucination).* Adjustment Disorder, chronic state : 어릴 때부터 그런 증상이 시작되었다(identifiable stressor?). * Delayed PTSD : 시선 공포가 있다(비난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guilty feeling?)
등등
1차 가설은 수검자의 주 호소(chief complaint)를 통해 세우는 것으로 숫자가 많아도 상관 없고 틀려도 상관 없습니다. 오히려 가설을 많이 세울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어차피 가설 검증 과정에서 배제될테니까요. 1차 가설 설정에서는 정확성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가설이 포함되는 것에 치중하세요.
그런데 심리검사 결과를 갖고 이 많은 1차 가설을 몽땅 검증하려고 하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뿐더러 검증 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해서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을 내리기 위한 2차 가설로 추려낼 필요가 있습니다.
즉, 변별 진단을 위한 추가 정보를 수집하는 겁니다.
위의 보기로 다시 돌아가서
* Social Phobia의 경우 모든 사람에게 그런지 낯선 사람들에게만 그런지(대상의 일반화 가능성 확인)* Avoidant PD의 경우 창피나 거절을 당한 과거 경험과 그런 경험의 반복 여부(지속성)* SPR, prodramal stage의 경우 persecutory ideation, auditory hallucination 여부(사고 장애 유무 확인)* Adjustment Disorder, chronic state의 경우 가정 및 학교 생활에서의 부적응 유무(malfunctioning)* Delayed PTSD의 경우 sexual history 및 eating problem 확인
등을 추가 면담, chart 및 clinical history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1차 가설 중 몇 개가 탈락하게 되고 좀 더 가능성이 큰 소수의 진단 가설(2차 가설)로 추려지게 되죠.
이제 추려진 몇 개의 진단 가설을 드디어 심리검사 결과를 통해 검증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1차 가설을 검증하지 말고 일단 2차 가설로 한번 더 추려낸 뒤 심리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2차 가설만을 검증하시면 좀 더 효과적인 case formulation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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