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I-2의 보충 척도 중 Do는 지배성을 측정합니다. 평균 수준이라면 '자기 삶에 대한 지배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너무 낮으면 자신의 삶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상태, 그러니까 통제력을 잃어버린 상태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너무 높으면(대략 60T가 넘어가면) 타인의 삶까지 지배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기 때문에 너무 높아도 좋은 건 아닙니다. 물론 높은 수검자보다는 낮은 수검자가 훨씬 더 많이 보입니다.
LSE2 내용 소척도는 과도한 수동성향을 측정합니다. 그래서 척도의 이름도 순종성이죠. Graham 등(1999)에 의하면 LSE2 소척도가 상승한 수검자의 공통 특징은 대인관계 민감성이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LSE2 소척도가 상승하는 경우는 의존, 복종할 누군가를 간절히 찾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TCI 성격 유형도 LML, LHL, LHM, LHH 등 연대감을 높여 누군가에게 의지함으로써 낮은 자율성을 보완하려는 수검자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Do 척도와 LSE2 척도가 동시에 높다는 건 타인을 지배하려는 성향을 드러낼 정도로 지배성이 강하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의존하려는 순종성을 보인다는 말이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얼핏 보면 의미 상으로는 반대되는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양상을 보이는 수검자가 꽤 있습니다. 그럼 이 수검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동-공격성(HHH) 기질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HH? 기질 계열의 특징은 자극추구와 위험회피 기질이 모두 동시에 높아서 접근-회피 갈등이 심하다는 겁니다. HH? 기질에는 HHH, HHM, HHL 기질 유형이 있는데 HHM, HHL 기질은 사람과 관련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Do, LSE2 척도의 대상은 거의 사람이므로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강한 HHH 기질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특히 HHH 기질이면서 LML, LHL, LHM, LHH 성격 유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이런 유형의 수검자는 대인 관계 역동이 상담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그 역동이 상담에서 재현되는 것에도 주의해야 하고요. 보통 상담 초반에는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어느 정도 상담에 익숙해지고 안면을 익히고 나면 수동-공격성 기질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때문에 상담자는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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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Ego Strength) 척도는 Barron이 신경증 환자들의 심리치료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1953년에 개발한 52문항으로 구성된 척도입니다. 보통 전반적인 심리적 적응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기 때문에 Es가 낮다면 현재 심리적 부적응 상태에 있거나 심리적 자원(스트레스 대응 능력)이 부족한 걸로 해석할 수 있죠. 실제 상담실에 내방하는 내담자의 상당수가 Es가 낮습니다.
Do(Dominance) 척도는 Gough, McClosky & Meehl이 1951년에 개발한 25문항으로 구성된 척도입니다. Do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들은 면대 면 대인 관계를 더 잘하고, 쉽사리 기죽지 않으며,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Re(Social Responsibility) 척도는 Do처럼 Gough, McClosky & Meehl이 1951년에 개발한 30문항으로 구성된 척도로 Re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들은 법과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경우가 적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Es, Do, Re 척도의 구성 개념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 그럼 이제 상담 장면에서 이들 척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Es 척도는 적당히 상승할 때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긍정적 자원 지표입니다. 보통은 점수가 낮은 수검자가 많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Es 척도를 높이는 걸 상담 목표로 설정할 수도 있고 때로는 상담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하기도 하죠. 하지만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Es 척도는 resiliency 뿐만 아니라 control 측정치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는 통제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60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는 오히려 권위에 저항하는 상대방(자녀, 아랫사람 등)에 대한 완고함, 고집, 공격적 태도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남성 수검자에게서 GM 척도가 함께 상승하면 흔히 말하는 꼰대 성향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해석집에는 65T 이상 상승한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하지만 그건 미국 문화에서나 그렇고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65T 이상은 굉장히 높은 겁니다. 대략 50~60T 범위에 속하는 게 가장 건강한 것 같습니다.
Do 척도 역시 60T 미만으로 적당히 상승했을 때는 자신의 삶에 대한 지배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가는 능력(self-direction)의 지표가 됩니다. 하지만 Es 척도와 마찬가지로 60T 이상 상승하게 되면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 화합이나 연대감, 배려 등 다른 심리적 자원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 갈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Do 척도는 GM 척도의 상승보다는 GF 척도의 동반 상승이 해석에 더 중요한데 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어머니가 Do-GF 동반 상승 패턴을 보이는 경우 고집스런 대갓댁 안방 마님 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자녀들이 답답하고 숨막힌다고 보고할 수 있죠.
Re 척도 또한 60T 미만으로 적당히 상승할 때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도 뛰어나고 질서도 잘 지키며 민주시민의 생활 자세를 보이기 때문에 신뢰롭고 건실한 생활인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60T 이상 상승했을 때에는duty-bound 상황에 대한 집착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무감만 중요하게 됩니다. 즉, 기존의 시스템(예를 들어 가부장제)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특히 'ought & should'가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에는 제가 자주 비유하는 '효녀 심청 신드롬'의 피해자가 될 수 있죠.
따라서 Es, Do, Re 척도가 60T 이상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고 특히 성역할 관련 척도도 상승했다면 GM-Es, GF-Do, Re 조합에 초점을 맞춰 해석해보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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