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책을 번역자인 권정옥 선생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게 2011년 6월 10일이니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참 세월이 빠릅니다(눈물 닦고~). 그동안은 바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EMDR에 관심이 없기도 했고 하드커버에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보니 마음 잡고 읽어야 하는데 그럴 겨를이 없어서 지금까지 미루었던 이유도 있습니다.
EMDR을 공부하려면 무엇보다 창시자인 Francine Shapiro가 쓴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요.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북 디자인 신경 안 쓰기로 학지사를 능가하는 시그마프레스에서 나온 책인만큼 정말 독서의욕을 떨어지게 만드는 비쥬얼인데다 제목도 Shapiro의 원전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여 '안구운동 둔감화 재처리법'으로 붙여 놨기 때문에 독서를 결정하기까지 진입 장벽이 아주 높은 책입니다.
하지만 일단 내용을 보면 반전인게 전혀 딱딱하지 않고 쉽게 술술 읽히는데다 단순히 EMDR 이론을 소개한 딱딱한 전공서가 아닙니다. 이는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는데,
1장. 배경
2장. 정보처리 조정과정
3장. EMDR 치료의 구성요소와 기본효과
4장. 단계1(내담자 개인사)
5장. 단계2와 3(준비와 진단)
6장. 단계4에서 7까지(둔감화, 심기, 신체 스캔, 마무리)
7장. 재경험 반응과 차단된 진행 다루기
8장. 단계8 : 재평가와 EMDR 표준 세 갈래 프로토콜의 사용
9장. 특별상황 프로토콜과 진행절차과정
10장. 인지 짜 넣기(진행이 어려운 내담자를 위한 적극개입전략)
11장. 특정 인구
12장. 이론, 연구, 임상적 의의
이 책 한 권만 읽고 그 다음에는 수련을 위한 본격적인 과정에 들어가도 좋을 정도로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제가 우려했던 이론적 논쟁, 연구 결과들과 같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내용은 맨 마지막 장인 12장에 몰아두었기 때문에 관심이 없으면 12장만 skip하면 됩니다.
EMDR은 그냥 치료자의 손가락 지시에 따라 내담자가 눈을 좌우, 위아래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억압된 기억과 정서를 재처리하는 기술이라고만 단순히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EMDR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오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술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과정과 절차, 주의 사항은 그 어떤 치료기법보다 내담자를 보호하려는 의지 면에서 철저하더군요. 그 철저함에 살짝 감명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EMDR을 배울 생각이 없는 분들도 한번쯤 읽어두면 좋은 책이고 EMDR에 본격적으로 입문하시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만약 제가 EMDR을 배운다면 저는 다른 책은 그만 읽고 이 책을 읽은 뒤 곧바로 전문가 워크샵을 들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습니다.
처음에는 '월든지기가 흥미롭게 읽은 구절들'도 정리하려고 했는데 밑줄 친 부분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정리를 다 못하겠더라고요. 어쨌든 임상, 상담 전공자들은 한번 쯤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만큼 좋습니다.
덧. 이 책은 소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예정이라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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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ra Paulsen 박사가 2009년에 쓴 책의 번역서입니다. Sandra Paulsen은 1992년부터 트라우마와 해리의 치료에 EMDR 치료와 자아상태치료(Ego State Therapy)를 접목한 치료를 해 온 것으로 유명한 전문가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복합 트라우마와 해리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선택한 책인데 역자가 트라우마 치료와 EMDR 분야에서는 나름 권위자로 알려진 김준기, 배재현 선생님이라 어느 정도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EMDR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EMDR을 본격적으로 배울까 싶은 기대도 했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꽤나 실망스러운 독서였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건진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건 해리가 있는 복합 트라우마를 가진 내담자에게 단순하게 EMDR을 실시하는 건 위험할 수 있고 자아상태치료를 실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은 일반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담자들이 아닙니다. 예전이라면 중다성격장애, 지금이라면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진단을 고려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수준의 내담자들입니다. 그래서 제가 원했던 자료는 아니었기에 초점이 맞지 않는 독서가 되었고요.
그렇다면 자아상태치료에 대한 내용은 충실한가 하면, 개념은 나름 꽤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예쁘지는 않지만)도 적절한 편이어서 기본적인 개념을 잡는데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답니다. 정작 'EMDR과 자아상태치료를 활용한 접근법 : 치료자와 내담자를 위한 임상가이드북'이라는 부제가 무색하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각 장에 나오는 치료 사례를 보면 마무리에서 저자가 '우리가 만나는 내담자들은, 자신의 내면이 분리되어 있다는 착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여러 파트들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자신의 몸 안에 분리된 다른 사람이 있다는 내담자의 생각을 부추기거나, 치료자 자신이 그렇게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과 달리 치료자가 내담자 안의 다른 사람에게 직접 말하는 것처럼 묘사된 내용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일반인에게는 흥미로운 내용일지 몰라도 상담자 입장에서는 변별 진단을 엄정하게 하지 않으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례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자아상태치료에 관심있는 입문자들을 제외하면 어떤 임상가에게도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300페이지도 안 되는 책에 28,000원의 정가를 매긴 걸 보면 출판사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이 출판사에서 나온 심리학 관련 서적으로는 이 책이 유일한 걸 보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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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EMDR 훈련에서는 EMDR를 시행하기 전에 모든 내담자에게 해리의 유무를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많은 임상가는 해리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EMDR이 해리를 발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 자아상태치료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내담자가 자신의 경험에 그냥 빠져있는 대신, 자신의 경험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 자아상태치료는 한 개인의 자기(self)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자아상태'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집단치료와 가족치료에서 사용하는 기법을 개인에게 적용하는 정신역동적 접근으로 복합 트라우마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다.
* 치료의 ACT-AS-IF 단계
- Assessment : 평가
- Containment and Stabilization : 컨테인먼트와 안정화
- Trauma accessing : 트라우마 기억에 접근하기
- Abreactive synthesis : 제반응에 의한 연결
- Skills strengthening : 대처기술의 강화
- Integration : 통합
- Follow-up : 추후관리
* 적응적 정보처리 이론(Adaptive information processing theory)은 EMDR의 근본이 되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EMDR을 통해 정보의 적응적인 해결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신경 네트워크는 처리되지 않은 트라우마 경험을 그대로 분리하여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논리적으로 보자면, 신경 네트워크를 계속해서 분리해 놓으려는 필요성에 의해 자기(self)의 구조가 결정된다. 자기의 구조는 해리를 유지하는 수단인 셈이다.
* 혼란스러운 가정 내에서 성장한 아이는 발달 상의 중요한 과제들을 성취해내는 것보다 오로지 괴로운 현실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급선무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발달 과정 상의 중요한 과제와 정상적인 자기 통제감을 성취해내기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는 부모나 다른 가해자의 행동이나 신념, 가치체계를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의 내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를 병리적인 내사(pathological introjection)라고 한다.
* 나는 내담자가 감당할 수 있다면 먼저 구조화된 초기 면담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평가 과정이 끝나면 보통 이야기하듯이 상담을 진행할 것입니다"라고 미리 말해준다. 그러나 만약 내담자가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면담 과정에서 불안해지는 경우에는, 첫 치료회기부터 천천히 부드럽게 접근하면서 라포를 형성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긍정 샌드위치(positivity sandwich) : 치료회기의 시작과 마무리에는 자원 강화를 해야 한다.
* 긍정적인 자원을 찾아내어 강화하는 것은, 트라우마 치료의 준비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 그라운딩(grounding)은 치료 초기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 방바닥을 발꿈치로 누르기, 주위에 있는 가구를 만지고 그 재질을 느껴보기, 손으로 나무줄기, 흙, 작은 돌 등을 느껴보기, 방안에 있는 붉은색 물건의 숫자 세어보기, 소금 맛보기, 동물 쓰다듬어주기 등의 기법이 있다.
* 어린 자아상태들의 일차적인 목적은 대부분 트라우마 기억을 담아두는 것으로, 소위 말하는 '컨테이너 키드(container kid)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 BASK 요소(Braun, 1988)란, 치료 작업을 하기 위해 일단 꺼냈지만, 아직 다 처리가 되지 않은 트라우마 요소들로, 행동(Behavior). 감정(Affect), 감각(Sensation), 지식(Knowledge)을 말한다. 치료회기의 마지막에 반드시 '밀어넣거나(tuck in)', '담아두어야(contain) 할' BASK 요소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머리를 옆으로 돌리는 행동. 이것은 얼굴을 얻어맞았을 떄 기억의 일부로 생각된다. 만약 내담자가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옆으로 돌린다면, 아직 트라우마 경험과 관련된 정보 채널이 담아진 것이 아니다.
- 트라우마 기억의 일부인 슬픈 감정이나 정서, 또는 그 밖의 다른 감정
- 통증이나 마비 같은 신체감각
- 트라우마 사건과 관련된 지식이나 인지는 적당한 시기가 될 때까지 가능하면 '치워두는' 편이 좋다.
* BASK 요소들을 담아둘 때는 특정 냄새나 신체 통증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 이 두 가지 감각을 직접 언급하면 트라우마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촉발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감정에 접근하고 담아두기를 반복하면 정서조절능력이 향상된다.
* 가장 권위있는 파트(대개는 내재화된 가해자상)와 먼저 작업을 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상처 입은 어린 아이 파트로 움직여 가면 된다.
* EMDR 치료의 과제는 해리된 정보의 각 채널을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강렬한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연결을 통한 해소(releasing)와 통합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EMDR이나 다른 제반응 절차를 활용하여 트라우마 기억을 처리해 나갈 때, 치료자가 내담자의 정서적 각성 상태를 최적의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각성 수준이 너무 낮으면, 내담자는 무감각해지거나 해리될 수 있다. 반대로 정서적 각성 수준이 너무 높으면, 내담자는 정서적 고통이나 감정의 홍수로 압도될 수 있다.
* 많은 해리성정체성 장애 내담자의 경우, 치료과정 전반에 걸쳐서 최적의 각성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트라우마가 조금씩 해결되어갈 때까지 전면에 나와 있는 파트가 트라우마 작업의 상당 부분을 자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전면에 나와 있는 파트는 때때로 '표면상 정상으로 보이는 인격'이라고도 한다. 전면에 나와 있는 파트가 다른 파트가 경험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은 내담자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기능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준다.
* 보통 맴돌기(looping)는 트라우마가 일어났을 당시에 아이가 갖고 있던 애착을 유지하고자 하는 역동이 내담자의 자기 시스템(self system)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또한 트라우마 작업을 할 때, 자기 시스템이 충분히 협력하는 상태에 있지 않기 때문에도 맴돌기가 자주 나타난다.
* EMDR 치료 도중 맴돌기가 일어나면, 이는 양측성 자극의 방향을 바꾸거나 처리 과정의 속도를 바꾸라는 신호이다. EMDR 치료 도중 생겨난 두통은 내담자의 의식 혹은 전의식에 내적 갈등이 존재한다는 분명한 신호이다.
* 내담자가 트라우마 경험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현재형 대신 과거형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시작하고, 트라우마의 의미가 이전처럼 단절되어 있지 않고 더욱 더 적응적인 해결 방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면, 고통이 완화되고 통합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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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3일 광운대학교 강의에서 사용한 PPT 자료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애착 외상을 입은 내담자의 사례를 무수히 접하면서 한번쯤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광운대학교 학생상담센터에서 기회를 주셔서 만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심리적 문제가 그렇지만 애착 외상은 단순한 틀로 보면 부모-자녀 관계 문제에서부터 근친 성폭력에 의한 복합 외상 문제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문제 영역이라서 짧은 시간에 모두 정리하는게 불가능하더군요.
욕심을 너무 부렸는지 EMDR 부분은 3시간 강의 중에 다루지도 못했습니다. EMDR은 제 전문 분야도 아니고 필요성은 확실하지만 저로서도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알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전문 워크샵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애착의 이해
2. 애착 외상의 이해
3. 애착 외상의 치유
4. 애착 외상의 심리검사 sign
이 강의안에 포함된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애착의 개념과 특성
* 안정 애착에 필요한 정서적 기술
* 애착 유형
* 불안정 애착 유형과 대표 기질
* 불안정 애착 내담자의 특징
* 애착과 기질의 관계
* 애착의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
* 애착 외상의 의심 sign(상담 장면)
* 애착 외상의 양육자 유형
* Delayed PTSD
- 진단 준거
- Delay되는 이유
-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이유
* 애착 외상의 치유
- 치유의 핵심 요인
- 치유의 3단계
- 단계 별 유의사항
- 상담의 point
* 애착 외상의 치유 : 두뇌 기반
* 애착 외상의 치유 : 용서
* 애착 외상의 치유 : EMDR
- EMDR 사용을 위한 점검 포인트
- EMDR의 목표
- EMDR의 기본 이론
- EMDR 사용 시 주의사항
- 복합 트라우마 내담자의 경우
- 자아상태치유의 ACT-AS-IF 단계
- EMDR의 효과 확인
* 애착 외상의 심리검사 sign
- MMPI-2/A
- TCI/JTCI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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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치유,
양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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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 나이만 먹고 있을 뿐 심리평가에서도, 심리치료 분야에서도 전혀 고수랄 수 없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남사스럽기는 한데 그래도 전문가 타이틀을 단 뒤로 15년 째 이 바닥에 몸 담고 있으면서 느낀 바를 임상전공 후배님들을 위해 좀 풀어볼까 합니다.
상담을 전공한 임상가들이야 수련 과정에서 최소한이라도 상담/심리치료에 대해 배우고 익힐 기회가 있지만 임상심리학을 전공하는 임상가들은 여전히 requirement를 위한 형식적인 경험만 하기 때문에(사실 그걸 지도하는 supervisor 대부분이 제대로 된 상담/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니까요) 주로 심리평가 업무만 해도 되는 안전한 병원에 남지 않고 상담을 해야 하는 field로 나가게 되면 당장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데도 당장 내담자를 만나 뭔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15년 전에 제가 당면한 현실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전문가 자격만 취득했을 뿐 심리치료/상담에는 완전히 초짜라고 할 수 있는 임상전공 임상가들은 어떻게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에 제가 했던 방법을 소개합니다.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건 병원에서 수련받을 때 수검자를 분석해야 할 하나의 케이스나 과제 취급하던 버릇입니다. 내담자는 원자료와 심리평가보고서, chart로 구성된 파일이 아닙니다. 피가 돌며 심장이 뛰고 온갖 심리적 문제와 고통을 안고 도움을 청하러 온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시각을 다시 장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심리평가를 해왔듯이 내담자가 갖고 온 문제를 내담자와 분리하여 분석하고 분해한 뒤 가장 체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수단을 찾기 마련입니다. 이 잘못 때문에 저는 일을 시작한 초반에 그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도박중독의 인지행동적 접근만 기계적으로 따른 나머지 상당수의 내담자를 잃었습니다.
두 번째로 버려야 할 건 시한을 정하고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조바심입니다. 심리평가의 경우 의뢰를 받을 당시부터 due date가 정해져 있고 그 기간 안에 수검자에게 orientation을 실시하고, 설득하고, 검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기한을 어기면 치료가 늦춰지거나 함께 일하는 다른 전문가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러니 의뢰를 받자마자 최대한 빨리 상황을 구조화하고 일정을 체크해서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죠. 하지만 심리치료/상담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심리평가와 달리 심리치료/상담은 치료적 관계를 맺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때로는 그게 상담의 전부일 때도 있습니다) 그 치료적 관계라는 것이 보기보다 간단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내담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그러니 좀 더 넓은 시야로 보면서,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버려야 할 것은 누군가에게 의지하겠다는 의존심입니다. 병원에서 수련받을 때야 본인의 마음에 들든 말든, 자질이 있든 말든 어쨌거나 상의하고 의지할 supervisor와 수련 윗년차가 있지만 전문가가 되고 나서는 본인이 온전히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해 본 적도 없는 심리치료/상담을 하게 되면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도 없고 책임지는 것도 두렵기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서 누군가 의지할 대상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수련 병원, 자신의 출신 대학원 등등의 연줄로 연결된 각종 community(연구회, 협회 등)에 가입해서 의존 욕구를 충족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들로부터 심리적 위안과 객관적 정보를 얻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자신이 매일 만나는 내담자를 어떻게 심리치료/상담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는 거의 얻을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뛰어난 상담자라도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면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것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외롭고 힘들더라도 초반에는 더욱 혼자 서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악물고요.
지금까지 초반에 버려야 할 것 세 가지를 말씀드렸고 이제는 해야 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back to basics'하는 겁니다. 그 basics라는 게 대학원 때 들었던 상담이론 수업일 수도 있고 더 뒤로 돌아가 학부 때 활동했던 심리학 동아리의 발제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상담을 처음 익히는 사람의 자세로 돌아가 상담을 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이 담긴 책, 논문, 발표자료를 찾아서 다시 정독하는 겁니다. 그 당시는 현장 경험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닥치는 대로 지식을 익힌거라면 이제는 실제로 내담자를 만나서 한 올 한 올 옷감을 다시 짜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때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읽게 될 겁니다.
여기에 더해서 제가 상담을 시작하던 당시에 다시 읽은 책 중 큰 도움을 받았던 몇 권을 소개드리면,
*
상담의 기술(Helping Skills)
: Clara E. Hill과 Karen M. O'Brien의 책으로 탐색-통찰-실행의 3단계 통합 모델에 따라 각 심리치료적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실습까지 해 볼 수 있는, 상담 입문자를 대상으로 한 최고의 자기 교습서입니다.
*
상담 면접의 기초(Introduction to Psychological Counseling Interview)
: 김환 선생님과 이장호 선생님이 함께 쓰신 한국형 상담 실전서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나라 상담 현장에서 내담자를 만날 때 주의해야 할 세밀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아서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죠. 초보 상담자라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
정신분석적 심리치료
: 그 유명한 Nancy McWillams의 3부작 시리즈 중 마지막 책으로 번역판 제목과 달리 정신분석에 대해서만 다룬 책이 아닙니다. 상담자가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저자 본인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어떻게 manage하는지 익힐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사실 Nancy McWillims의 3부작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장 필독 도서들이죠.
*
상담의 디딤돌(The Elements of Counseling)
: Scott T. Meier와 Susan R. Davis가 함께 쓴 상담 초보자용 지침서입니다. 난도가 높지 않고 상담자가 꼭 알아야 할 핵심 내용만 뽑아서 정리한 가이드북 같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한동안 항상 들고 다니면서 읽었습니다.
위에 소개한 책들은 소개한 순서대로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이 때 중요한 건 본인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면서 상담은 하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절대로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겁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닥치는대로 상담을 하면서 공부도 병행해야 하는 겁니다. 수영 교본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정작 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절대로 수영을 익힐 수 없는 것처럼 좌충우돌 실수도 하고 좌절도 하면서 공부한 내용이 실제 상담 장면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전혀 소용없습니다.
이것이 기초를 탄탄히 하는 내공 쌓기 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 다음에는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를 할 것인지 깊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를 할 것인지 본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는 다양한 치료적 접근법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다양하게 접하고 연습해 보는 것입니다. MBSR, EMDR, ACT, DBT 등의 다양한 치료법을 공부해 보는 것이죠. 초급 수준의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도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각 치료적 접근법이 가진 장, 단점을 익히게 되고 그것을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 적용토록 노력해야 합니다.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자신의 이력서에 한 줄을 더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기저기 찔러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는 염불보다 잿밥에 더 집중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죽도 밥도 아닌 상담 맹구가 됩니다.
깊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는 대개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를 하는 도중 자신에게 딱 맞는 치료적 접근법을 찾아서 더 이상의 주유를 멈추고 더욱 깊이 파고드는 것입니다. 어느 하나의 치료적 접근법을 최고 수준까지 수련하여 궁극의 내공을 쌓는 방법이죠. 특히 그 접근법이 자신이 주로 만나는 내담자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적의 방법일 경우 성취가 극대화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깊이 파고들수록 일반화 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도 근시안에 빠져 자신이 익힌 치료적 접근법을 만병통치약처럼 신봉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함정에 빠져 치료자가 아닌 교주로 전향한 분들을 꽤 많이 봤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좀 길어졌는데 핵심만 요약하면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 임상심리학 전공 상담자가 한시바삐 버려야 할 것
- 내담자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나 문제 케이스 취급하는 버릇
-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조바심
-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
* 해야 하는 것
- 'back to basics'하면서 현장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분투하는 것
- 넓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와 깊이를 추구하는 내공 쌓기
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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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R,
Nancy Mc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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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visor,
Susan R. Davis,
김환,
내담자,
상담,
상담 면접의 기초,
상담의 기술,
상담의 디딤돌,
상담자,
수검자,
심리치료,
심리평가,
심리평가보고서,
이장호,
임상,
임상가,
임상심리전문가,
임상심리학,
정신분석적 심리치료,
치료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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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임상심리전문가, 임상심리사들을 위한 맞춤형 글입니다.
대형 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받으면서 상담이라고는 수련 요구 조건을 충족할 정도의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만 접했는데 전문가가 되자마자 덜렁 중독 상담이라는 하드코어 영역으로 떨어져 맨 땅에 헤딩하면서 상담을 몸으로 익힌 제가 상담, 심리치료를 익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같잖게 보일 수 있지만 병원 장면에서 수련을 받는 임상가들은 사실 상 상담이나 심리치료에 대한 본격적인 supervision이나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매우 부족하기에 제 경험이라도 도움이 되실까 하여 정리해 봅니다.
상담/심리치료를 익히는 기본적인 방법과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본인이 상담 내지는 개인 분석을 받는다. 이건 상담 전공을 하신 임상가들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데 정작 임상 전공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본인이 상담을 받을 정도로 힘든 상태가 아니라면 경험자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 경우는 게슈탈트 집단상담을 30시간 받았지만 개인 상담이나 교육 분석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집단 상담의 경험이 좋지 않아서(당시에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도 수련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상담자가 반드시 상담을 받을 필요는 없겠다는 선입견만 잔뜩 생긴 것이 아닌가 후회합니다.
2)
supervisor의 지도 하에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내담자를 상담한다. 이것 역시 상담 전공자라면 당연한 수련 과정이겠지만 임상 영역에 계신 분들에게는 언감생심입니다. 왜냐하면 임상의 supervisor들도 대부분 임상 전공자라서 본인이 상담 supervision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무엇보다 상담을 하지도 않기 때문에 상담 supervision을 할 능력이 안 됩니다. 저도 제 supervisor가 상담 supervision을 해 줄 능력이 안 되기에 외부 상담 기관의 supervisor를 찾아가 supervision을 받았습니다. 그 분은 실력이 출중하신 분이었지만 제가 상담한 케이스의 수 자체가 너무 적어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죠.
3)
관심 분야를 찾아서 좀 더 특수하고 전문적인 치료 기법이나 상담 접근법의 자격을 취득하거나 학회, 연구회 등에 가입해서 활동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EMDR, ACT, MBSR, MBCT, 사이코드라마 등이 있는데 전문성을 배가하고 자신의 상담/심리치료 내공을 올리는 좋은 방법이죠. 저는 단체나 조직, 집단으로 뭘 하는 것 자체를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정신병리연구회에 회비를 냄으로써 회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단체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지만 관심과 여력이 있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시면 좋습니다.
문제는 임상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는 이러한 순서와 방식으로 상담/심리치료를 익히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죠. 환경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결국 저처럼 self-help training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했냐 하면,
우선 상담을 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책을 읽었습니다. 임상 전공은 상담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도 없기 때문에 춤으로 말하자면 소위 기본 스텝을 익히는 책을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이 때 대학원 등에서 주로 보는 상담 이론서, 치료 이론서를 읽으면 안 됩니다. 그건 나중에 상담을 실제로 하면서 추가로 읽어도 됩니다. 지금은 춤의 원리와 이론을 익힐 때가 아니니까요.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책은 클라라 힐과 캐런 오브라이언이 공저한
'상담의 기술(Helping Skills)', 스캇 마이어와 수잔 데이비스가 공저한
'상담의 디딤돌(The Elements of Counseling)', 김환, 이장호 선생님이 함께 쓰신
'상담면접의 기초(Introduction to Psychological Interview)'입니다. 이 3권의 책만 읽어서는 절대로 안 되지만 반대로 이 3권의 책만큼은 꼭 읽으셔야 합니다. 이 정도도 안 읽고 상담을 하시면 안 됩니다.
그 다음에는
약간은 무식하게도 무조건 상담을 시작해야 합니다. 기본 스텝을 아무리 연습해도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아보지 않으면 춤을 익힐 수 없듯이 어설프고 부족하고 자신감이 없어도 내담자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담자에게 못할 짓 하는게 아니냐고 비판하실 수 있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경우는 supervisor의 도움을 받을 수 없지만 상담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입니다. 당연히 내담자의 치유가 최우선이죠. 하지만 임상도 그렇고 상담도 그렇고 수련 과정의 특성 상 내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상태란 건 노선이 바뀌어 더 이상 오지 않는 버스와 같은 겁니다. 어찌 되었든 상담을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은 내담자부터 상담을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임상 전공자라면 이 때 내담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익숙한 심리평가를 활용할 수도 있겠죠.
상담을 하다보면 당연히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데 중요한 건 실수에서 배우는 겁니다. 모든 상담을 철저히 복기하고, 놓친 부분을 챙기고, 다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정리해 놓아야 합니다. 좌절 상태에서 무기력하게 밀려드는 내담자를 기계적으로 만나는 것만큼 내담자에게 해가 되는 행동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춤사위를 보여주는 안무가는 없으니까 좌절할 시간에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하세요.
예약한 상담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이 뛰고, 내담자와 눈을 맞추는 것이 힘든 시기가 지나가고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상담 시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되면 이제 중요한 건 깊이를 추구하는 겁니다. 춤으로 따지자면 익히기 쉬운 스윙으로 시작했지만 탭 댄스로 갈 것인지, 탱고로 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전에도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상담에서도 generalist 역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내담자의 문제에 좀 더 전문적으로, 좀 더 깊이, 좀 더 세심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전문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로 상담하는 내담자의 유형이 대상 관계 이론의 틀로 접근할 때 잘 보인다면, 그리고 그러한 틀이 본인에게도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면 본격적으로 대상관계이론과 그에 따른 기술을 공부하는 겁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좀 더 적극적으로 연구회나 모임에서 활동할 수도 있겠죠.
제가 드린 설명이 임상 전공이면서 상담 영역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딱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선험자 입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조언이니 가끔은 유용한 조언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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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 기법에는 일종의 유행이 있습니다. 요새는 EMDR, ACT, MBSR(or MBCT)에 이어 긍정심리학을 활용한 치료적 접근이 하나 둘씩 국내에 소개되고 있죠. 중독 분야에서 효과적인 기법으로 알려져 있는 동기 강화 상담(MET or MI)도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고요.
실제로 학회 게시판을 보면 관련 워크샵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오곤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정작 그 치료 기법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장애와 심리적 문제에 적용하면 좋은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워크샵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를 소개하는 치료자/상담자마저도 자신의 임상 경험을 녹여내어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저 그 치료기법에 대한 원론적인 소개와 시연 뿐이라서 큰 돈과 어려운 시간을 들여 힘들게 워크샵을 듣고 나서도 뭘 어떻게 활용하라는 것인지 난감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워크샵을 시행하는 임상가가 단기 코스로 외국에 가서 따온 자격증 하나만 믿고 국내 임상 경험도 충분히 쌓지 않은 상태에서 그 자격증의 한국 지부를 설립하기 위해 세몰이를 하거나 관련 서적을 몇 권 번역하면서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치료기법을 국내에서 선점하기 위해 일단 워크샵부터 개설해서 그렇습니다(전 개인적으로 자신의 임상 분야에서 5년 이상 적용하지 않은 걸 어설프게 들고 나오는 걸 전혀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상담 및 심리치료 기법에 대한 수련을 받은 적이 없는 임상가들이 자격을 취득하고 현장에 나왔을 때 불안한 마음에 이런저런 심리치료 기법을 고액을 들여 수강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그저 경력을 쓸 때 줄줄이 쓰고 마는 겁니다(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이상한 워크샵 수강 기록과 자격증을 나열하는거 창피하지 않아요?)
치료 기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치료 기법을 적용할 장애와 문제 영역이 무엇이냐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동기강화상담은 병식이 없는 중독 문제를 가진 내담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냥 동기강화상담만 배워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치료 기법 수 백가지 알아서 뭐 합니까? 각각의 기법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데요. 그러니 항상 모든 치료 기법은 적용해야 할 대상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배워야 하고 그걸 모르는 치료자로부터는 배워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자칫하면 만병통치약처럼 이거 하나면 다 끝난다는 식으로 맹신하게 됩니다. 세상에 모든 장애를 치료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치료 기법이란 없습니다.
굳이 기법을 익히고자 한다면 오히려 다양한 문제 영역에 일반화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법부터 익히세요. 예를 들어 심리평가보고서에 임상심리학자들이 맨날 사회 기술 훈련을 하라, 부모 교육을 하라고 하지만 정작 사회 기술 훈련이나 부모 교육의 최고 전문가가 없습니다. 대충 흉내만 내거나 그마저도 못하는 기관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니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센터에서는 그냥 놀이치료나 시키고 맙니다. 놀이치료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치료라는 말이 아니라 그저 치료자를 구하기 쉽고 만만하니까 놀이치료에만 매달릴 뿐 다른 건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다는 말입니다.
부모 교육만 해도 ADHD를 위한 부모교육, 강압적 훈육 방식을 고집하는 부모 교육, 헬리콥터 부모를 위한 부모 교육 등 세분화하면 얼마나 다양한 variation이 가능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개입조차도 제대로 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social skill training 하나만 제대로 파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가 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박 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기본적인 치료 기법 하나 제대로 하는 고수가 없고 내노라하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 없으니까요. 그러니 기본에서부터 시작해서 기존의 프로그램에서부터 현장 경험을 통해 가감해서 노하우를 축적하세요. 그러면 나중에 프로그램을 만들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든 제대로 된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짧게 요약합니다.
* 세부적인 치료 기법을 익히는 것보다 적용할 장애나 문제 영역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에 맞춰 해당되는 치료 기법을 익혀야 함.* 자신의 관심 분야에 정확하게 fit한 세부적인 치료 기법이 없는 경우 적용 영역이 넓은 기본적인 프로그램이나 치료 기법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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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DR의 특징은 아무리 오래된 문제, 아무리 많은 문제라도 치료가 가능하며 치료 대상이 바로 '기억'이라는 것입니다. EMDR은 descriptive sentence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에 연결된 환자의 느낌을 다룹니다.
EMDR을 실시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전에 점검해봐야 할 선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informed consent, secondary gain, 치료자와의 관계, 내담자의 생활, ego strength, 해리장애 여부, 진실여부, 준비성 여부, trauma 종류, 약 복용 여부, 회기 수(단기치료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
EMDR은 크게 8단계로 실시합니다. 각 단계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History taking
: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와 관련된 과거 기억, 현재 문제를 일으키게 만드는 상황들을 알아보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과정. 현재 호소하는 문제와 증상, 관련된 장면, 기간, 발단, 연관된 다른 문제, 바라는 행동을 탐색합니다.
2. 내담자 준비시키기
1) 'ships passing'위치 및 자세에 대한 setting up
2) 치료자와의 rapport 형성
3) EMDR에 대한 간략한 설명(
'급체' 비유가 유용)
4) EM의 시험실시(멈춤 신호 연습)
5) Metaphor : 기차 여행 시 바깥 풍경을 보듯이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주지시킴
6)
'Safe Place' 실시
: EMDR이 미완성으로 끝날 때를 대비해서 내담자의 distress를 감소시키기 위한 기술이며 반드시 하는 것은 아님. 편안한 장면을 생각해 두었다가 떠올리면서 EM을 3~4번 만 할 것
3. Assessment
1) 치료의 표적장면 정하기
2) 표적장면과 함께 연상되는 부정적 인지(negative cognition: NC)
3) 부정적 인지 대신 떠올려지기를 바라는 긍정적 인지(positive cognition: PC)
4) PC의 VOC(진실도) 알아보기 : 1~7점 중 5~6이상은 되어야 한다.
5) 표적장면과 함께 연상되는 감정
6)
SUD(표적장면이 정신을 산란하게 하는 정도, 1~10) 알아보기 : SUD가 0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
7) 신체감각 scan
4. Desensitization(EM실시)
1) 지시사항을 자세하게 설명(metaphor) :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창 밖의 풍경을 보듯이
2) 천천히 -> 빠르게
3) 중간 중간에 변화가 관찰될 때 적당한 멘트 : "좋습니다", "잘하고 있어요"
4) EM세트(보통 23회가 1세트, 내담자를 보면서 상담자가 조절한다. 인지적인 부분이 떠오르면 조금 더 떠오르게 하고, 감정적인 부분은 간단하게 하고)가 끝나면 잠시 멈추고 숨을 크게 한번 쉬게 하고 나서 질문
5) "지금 어떻습니까?", "지금 어떤 장면이나 생각이 연상되거나 느껴지십니까?"
6) 내담자의 보고에 따라 EM세트 다시 실시
7) 새로운 정보, 기억이 나타나면 계속 연결해서 EM세트 실시
: 변화가 없는 경우 좌우에서 대각선으로 EM의 방향을 바꾸어 볼 수 있다.
8) 원 표적기억에 대한 SUD가 0이 될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한다. 만약 떨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면 다른 주문제가 있는지 탐색한다.
5. Installation (인지재구조화, PC심기)
1) 내담자가 원하는 PC가 그대로인지 확인
2) PC의 VOC점검
3) 둘 다를 묶어 EM실시
4) VOC가 6이나 7이 될 때까지 계속
5) 끝까지 강화한 후 신체 스캔으로 넘어간다.
6. 신체 scan하기(EMDR 중 'R'에 해당)
* 지시문
: "눈을 감고 그 사건을 떠올리면서 PC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몸 전체를 정신으로 스캔해 봅니다.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까? 있으면 어디에서 그렇게 느껴지는지 말씀해 주세요"
1) 느낌이 있다면 EM세트 실시
2) 긍정적/좋은 느낌이라면 EM실시하여 그 느낌을 강화
3) 불편하고 부정적 느낌이라면 그 느낌이 없어질때까지 reprocess
7. 마무리/요약
: 그 날 진행한 내용을 간단하게 브리핑하고 회기가 끝나서도 뇌 속의 과정들은 계속 진행될 수 있음을 이야기해 준다. log에 적어보도록 권고. 다음 시간의 자료로 이용.
8. 재평가(미완결로 끝나는 경우)
1) SUD가 1이상, VOC는 6이하일 때
2) 내담자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멈춘다.
3) PC 심기와 신체 스캔을 하지 않는다.
4) Safe place나 다른 이완 활동을 한다.
5) 마무리/요약
첨부한 파일은 EMDR연습활동지입니다. 내려받기 하세요.
출처 : 권정옥 선생님의 EMDR Workshop 자료집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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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이하 EMDR)은 내담자에게 치료자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안구 운동을 하게 함으로써 내담자의 기억과 관련된 감정을 둔화(해소)시키고 관련 기억을 재처리하는 임상치료방법입니다.
이 치료법은 1987년 Francine Shapiro의 우연한 자기 관찰 결과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론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계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많은 장애, 특히
PTSD에 대한 뛰어난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논쟁이 진행중인 치료법입니다. 게다가 EMDR은
agitation, impulsive behavior 등의 부작용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에 비전공자나 비숙련자가 함부로 실시해서는 절대로 안되며 이 자료는 EMDR에 대한 이해를 돕는 수준에서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EMDR은 처음에는 단순히 안구 운동에만 초점을 맞추어 실시하였기 때문에 paradigm이 둔감화 과정(EMD)에 국한되어 있었으나 EM(Eye Movement)의 실시 결과 나타나는 효과들 중에 인지의 변화도 있음을 발견하면서 정보 재처리 과정(Reprocessing)이 첨가되었습니다.
EMDR은 치료 회기에서 단순히 그것만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치료를 하는 과정 중의 일부분으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technique으로 보기도 합니다.
EMDR의 이론적 바탕에는 '정보처리 가속화 모델'이 있는데 현재 이 정보처리 가속화 모델이 가장 유력한 EMDR의 잠정적 가설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심리적으로 충격적인 정보가 들어오게되면 신경계에 불균형이 발생하는데 이 불균형은 신경전달물질, 아드레날린 등의 변화에 의해 발생 가능한 것입니다. 이 불균형으로 인해 신경계가 기능을 잘못하고 충격 당시의 이미지, 소리, 정서, 신체감각 등의 정보가 신경 생리적으로 뇌에 저장됩니다. 저장된 정보는 내적, 외적인 특정 자극에 의해 trigger되어 악몽, flashback, 침투적 사고의 형태로 나타나 당사자를 괴롭게 합니다. EM을 하면 외상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므로 현재의 의식과 외상 기억이 저장된 뇌 부위를 연결시켜서 정보전달 체제가 활성화되고 재균형이 잡히게 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가 급체를 하면 바늘로 손을 따듯이 뇌가 정서적으로 급체를 했을 때 EM을 통해 그것을 풀어주는 것이 바로 EMDR의 기본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EM이 정보처리체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일까요? 여기에 대해서도 3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째, 현재의 자극(EM)과 옛날 기억을 동시에 주의 집중하게 하는
이중 주의집중(dual focus of attention), 둘째, 다양한 자극이 주어짐으로 인해 낮은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신경 시냅스에 직접 작용해
신경다발을 폭발시키는 반응 변별효과(differential effect of neuronal bursts), 셋째, 이완 반응이 가져온
탈 조건화(De-conditioning)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밖에 EMDR과 정서관련 스트레스 정보처리를 한다고 하는, REM(Rapid Eye Movement) 수면의 관계에 대한 가설도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망(memory networks)을 살펴보면 node라 불리는 중추적 위치에 있는 정보자료를 중심으로 이미지, 생각, 기억, 정서, 감각의 경로(channel)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EMDR은 바로 이 node를 표적으로 하며 node에 연결된 channel을 거쳐가면서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습니다.
EMDR치료가 성공하려면 첫째, original 기억을 다루어야 하며, 둘째, trigger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어 다루어야 하며, 셋째, 새로운 인지/행동 반응을 심어야(Positive Cognition Installation) 합니다.
다음에는 EMDR의 실시 8단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관련사이트 :
Francine Shapiro의 EMDR Institute
* 참고서적
: 'Francine Shapiro'의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 Basic Principles, Protocols, and Procedures(Guilford Press, NY, 2001)
출처 : 권정옥 선생님의 EMDR Workshop 자료집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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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알라딘
프랑스 출신의 정신과 의사이며 인지 신경학 연구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David Servan-Schreiber의 2003년 저서입니다.
우선 이 책의 주된 내용을 7가지로 요약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불면증 환자를 1/6로 감소시킨 '정상 심박동 훈련'
2. 15분 만에 정신적 장애를 없애는 '안구 운동(EMDR) 요법'
3. 우울증을 개선하는 새벽빛의 놀라운 효과, '빛을 통한 생체 시계 조절'
4. 기(氣)의 흐름을 조절하여 불안이나 고통을 해소하는 '침술'
5.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놀라운 영양 섭취법, '오메가-3'
6. 불안 신경증을 치료하는 '규칙적인 운동 요법'
7. 약물 이상의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사랑의 대화'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대안 요법들을 모아놓은 책 같은가요?
저자인 세르방-슈레베르는 약물치료와 정신분석을 신봉하던 정신과 의사로 우연한 기회에 놀라운 치료 경험에 접하게 되면서 위에 나열한 대안 요법들을 연구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모으기 시작해 이 책을 펴냈습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이나 경험과 다른 정보를 접하게 되었을 때, 그것의 진위 내지는 신뢰성을 평가하는 방법은 그 정보의 출처 및 근거(references)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세르방-슈레베르는 자신이 경험한 놀라운 치료 효과의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객관적인 실험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감정의학'의 우수성을 뒷받침합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정신의학의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제시한 '감정의학'의 치료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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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 뇌의 중심에는 '감정뇌'가 자리 잡고 있다. 흔히 변연계(limbic system)이라고 불리는 이 구조는 언어와 사고를 관장하는 대뇌 피질(cerebral cortex)과 달리 감정과 생존을 위한 반사 작용을 조절하며 이 핵심에는 모든 형태의 두려움의 반응을 일으키는 신경핵인 편도(amygdala)가 자리 잡고 있다.
2. 감정뇌는 심리적 안정뿐 아니라 심장기능, 혈압, 호르몬, 소화계, 심지어 면역체계 등 대부분의 생리 현상을 조절한다.
3. 심리적, 정신적 문제의 상당수는 감정뇌의 기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며, 많은 경우 뇌에 강하게 인식된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때로는 수십 년이 지난 후 갑작스럽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PTSD의 경우처럼).
4. 치료는 이 감정뇌가 과거 경험에 지배받지 않고 현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이를 위해 통제가 어려운 언어나 인지 능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감정뇌에 작용하는 치료법(감정뇌와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신체에 직접 필요한 처치를 가하는)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5. 감정뇌는 자가치료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감정의학은 감정뇌의 자가치유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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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과 대뇌계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특히 감정뇌와 그렇습니다. 감정뇌와 심장 사이의 상호 작용을 직접 나타내는 것이 정상적인 심장박동 간격인데, 자율신경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항상 균형 상태에 있을 때 심장은 지속적으로 수축과 이완작용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그 결과, 두 심장박동 사이의 간격은 결코 똑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심장이 조금의 변화도 없이 지나치게 규칙적으로 뛰는 경우는 상태가 심각한 것입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심장박동의 간격이 가장 넓고,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가장 좁아지는데, 살아있는 동안 매년 약 3%가량씩 줄어듭니다. 정상 심박동 훈련은 기존의 문제 해결 방법과 반대로 접근합니다. 심장 박동을 조절함으로써 정신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원칙은 아주 단순합니다. 숨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깊게 쉬는 것입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 잠시 몇 초 동안 숨쉬기를 멈춤으로서 부교감신경계를 자극하고 생리학적으로 '억제작용'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간단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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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on)은 캘리포니아 출신의 심리학자인 프란신느 샤피로가 제시한 치료법으로 REM 수면 단계에서 보이는 급속 안구운동을 유도하기 위한 일련의 지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MDR은 PTSD치료 분야에서 지금까지 제시된 어떠한 치료법보다도 놀라운 치료 및 지속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EMDR은 우리 모두에게 감정적인 충격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기제(정보처리 적응기제)가 몸 안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EMDR의 지시는 충격적인 경험 이후 신경계에 갖혀 있던 정보들을 재처리하도록 감정뇌를 자극하는데 부교감신경계의 활동을 강화시켜 즉각적인 이완반응을 일으키고, 심장박동수의 감소, 체온상승을 유발합니다.
물론 EMDR은 어떠한 증상이 충격을 주었던 과거의 사건과 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다지 큰 효력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EMDR은 명백하게 생물학적 원인에 의한 우울증이나 정신 분열증, 치매에도 권장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성폭행 피해자, 끔찍한 사고의 피해자나 목격자들이 겪는 PTSD 치료에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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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 지방산은 인체 내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필수 지방산으로 뇌의 구성과 균형에 극도로 중요한 물질입니다. 태아는 태반을 통해 모체로부터 이 영양소를 흡수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임신기의 마지막 몇 주일 동안 산모의 몫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산후 우울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필수 지방산에는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두 종류가 있는데 오메가-6는 모든 식물성 기름과 육류에 함유되어 있으며 생체 조직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뇌에 미치는 영향은 오메가-3와 다르며 염증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이 1:1에 가까웠던 초기 인류와 달리 현대 인류는 오메가-3:오메가-6의 비율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고 특히 생선과 갑각류를 많이 먹지 않는 서구 사회는 아시아에 비해 우울증의 발병률이 훨씬 높습니다.
따라서 오메가-3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도록 신경을 써야하는데 정제로 먹는 것이 가장 좋으나 많이 들어있는 식품인 고등어, 멸치, 청어, 참치, 대구 등의 어류와 시금치를 많이 먹는 것이 좋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감정의학'에 기초한 접근 방법의 놀라운 치료 효과는 책을 참고하세요. ^^
정상 심박동 훈련과 EMDR, 그리고 오메가-3에 대해서만 간략히 소개했으나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등 푸른 생선을 많이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숨을 느리고 깊게 쉬고, 햇볕을 많이 쬐고 등등... 사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죠. ^^
덧. EMDR은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공부 중입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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