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Ego Strength) 척도는 Barron이 신경증 환자들의 심리치료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1953년에 개발한 52문항으로 구성된 척도입니다. 보통 전반적인 심리적 적응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기 때문에 Es가 낮다면 현재 심리적 부적응 상태에 있거나 심리적 자원(스트레스 대응 능력)이 부족한 걸로 해석할 수 있죠. 실제 상담실에 내방하는 내담자의 상당수가 Es가 낮습니다.
Do(Dominance) 척도는 Gough, McClosky & Meehl이 1951년에 개발한 25문항으로 구성된 척도입니다. Do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들은 면대 면 대인 관계를 더 잘하고, 쉽사리 기죽지 않으며,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Re(Social Responsibility) 척도는 Do처럼 Gough, McClosky & Meehl이 1951년에 개발한 30문항으로 구성된 척도로 Re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들은 법과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경우가 적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Es, Do, Re 척도의 구성 개념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 그럼 이제 상담 장면에서 이들 척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Es 척도는 적당히 상승할 때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긍정적 자원 지표입니다. 보통은 점수가 낮은 수검자가 많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Es 척도를 높이는 걸 상담 목표로 설정할 수도 있고 때로는 상담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하기도 하죠. 하지만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Es 척도는 resiliency 뿐만 아니라 control 측정치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는 통제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60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는 오히려 권위에 저항하는 상대방(자녀, 아랫사람 등)에 대한 완고함, 고집, 공격적 태도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남성 수검자에게서 GM 척도가 함께 상승하면 흔히 말하는 꼰대 성향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해석집에는 65T 이상 상승한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하지만 그건 미국 문화에서나 그렇고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65T 이상은 굉장히 높은 겁니다. 대략 50~60T 범위에 속하는 게 가장 건강한 것 같습니다.
Do 척도 역시 60T 미만으로 적당히 상승했을 때는 자신의 삶에 대한 지배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가는 능력(self-direction)의 지표가 됩니다. 하지만 Es 척도와 마찬가지로 60T 이상 상승하게 되면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 화합이나 연대감, 배려 등 다른 심리적 자원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 갈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Do 척도는 GM 척도의 상승보다는 GF 척도의 동반 상승이 해석에 더 중요한데 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어머니가 Do-GF 동반 상승 패턴을 보이는 경우 고집스런 대갓댁 안방 마님 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자녀들이 답답하고 숨막힌다고 보고할 수 있죠.
Re 척도 또한 60T 미만으로 적당히 상승할 때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도 뛰어나고 질서도 잘 지키며 민주시민의 생활 자세를 보이기 때문에 신뢰롭고 건실한 생활인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60T 이상 상승했을 때에는duty-bound 상황에 대한 집착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무감만 중요하게 됩니다. 즉, 기존의 시스템(예를 들어 가부장제)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특히 'ought & should'가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에는 제가 자주 비유하는 '효녀 심청 신드롬'의 피해자가 될 수 있죠.
따라서 Es, Do, Re 척도가 60T 이상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고 특히 성역할 관련 척도도 상승했다면 GM-Es, GF-Do, Re 조합에 초점을 맞춰 해석해보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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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종합심리평가에 포함된 6가지 검사 도구만으로는 성격장애를 진단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로샤와 TAT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함)하기에 대안 중 하나로 TCI를 추천하곤 합니다.
Cloninger가 애시당초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 차원의 조합을 통해 전통적인 성격장애 진단 가능성을 타진했죠. 이 중에는 DSM 체계에 속하는 성격 장애가 5개(
반사회성, 연극성, 경계선, 분열성, 강박성)나 포함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TCI와 MMPI-2의 조합으로 진단하고, 또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TCI에서
반사회성 성격장애 기질 유형은 HLL 유형입니다.
자극추구 : High
위험회피 : Low
사회적민감성: Low
물론 HLL 기질은 모험가 타입도 포함하기 때문에 각 기질의 점수가 극단적으로 높을 때에 한해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진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이면서 점수가 높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대개 극단적인 백분위값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극단값을 갖는 HLL 기질 유형은 모두 반사회성 성격장애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TCI 성격 유형은 다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유형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성격 차원도 자율성은 극단적으로 높고, 연대감은 극단적으로 낮은 것은 공통적이며 자기초월 차원의 차이에 따라 양상이 달리 나타납니다.
1. HLH 성격 유형 : 편집성(paranoid)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High
HLH 성격 유형은 얼핏 보면 편집성 성격장애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처음 볼 때는 살짝 헷갈립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이유도 대부분은 관계사고나 피해의식 때문이며 심한 경우는 박해망상의 수준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이 잘못되면 관계사고의 대상인 사람에게 모든 원인을 귀인하고 책임을 돌려 탓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민원 제기, 법적 소송 등으로 물의를 일으킵니다. 특정 인물들이 나름의 비밀 결사를 만들어서 자신을 의도적으로 박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이유는 자신이 너무 공정하고 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2. HLM 성격 유형 : 괴롭히는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Medium
자기초월 차원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있어 겉보기에는 별로 문제없는 듯 보이지만 자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아랫사람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식이기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면서도 일의 성공을 위해서라고 둘러대지만 정작 성공하고 나면 자신의 공헌만을 뻥튀기하고 다른 사람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승부욕이 매우 강해서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며 동료, 후배, 부하 직원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스타일입니다. 그래도 아래의 HLL 유형처럼 노골적으로 거만하지는 않습니다.
3. HLL 성격 유형 : 독재적인(Autocratic)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Low
말 그대로 독재자의 면모를 보이는 유형입니다. 자기초월 차원이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극히 속물적이며 자기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특성을 많이 보입니다. 목적 의식이 분명하고 목표 지향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일이 잘 돌아갈 때는 자신의 행동을 효율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굉장히 능력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관대함이나 참을성이 거의 없고 실수를 잘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혹독히 처벌하는(그러면서도 자신은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전형적인 화이트 컬러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바로 이런 사람이죠.
그래서 상담 장면에서 만날 수 있는 경우 중에서는
HLL 기질 유형과 HLL 성격 유형 조합이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MMPI-2에서는 어떨까요? 미안하지만 범죄자가 아닌 사회 적응이 어느 정도 가능한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경우 흔히 예상하듯이 Pd2(권위불화) 임상 소척도, ASP1(반사회적 태도), ASP2(반사회적 행동) 내용 소척도가 상승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척도들이 노골적으로 상승한 사람들은 이미 범죄 경력이 있거나 아예 교도소에 있거나 하겠죠. 당연히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을 겁니다.
오히려 예상 밖으로 상승하는 척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격병리척도 중 AGGR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고 특히 HLH 성격 유형인 경우 실제 행동화 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폭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신체적인 위협이나 협박을 흔히 사용합니다.
DISC 성격병리척도가 동반상승하면 더욱 위험.
HLL 성격 유형의 남성인 경우
GM, ES 보충척도가 동시 상승(70T 이상)한 경우 마초적 기질이 농후하고 굉장히 완고하며 고집 또한 세기 때문에 상담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겉으로는 순응적으로 보이지만(특히 S척도 상승 시), insight가 없기 때문에 상담 진행에 애로가 많습니다.
함께 살펴본 것처럼 MMPI-2만 갖고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진단하려고 한다면 굉장히 좌절스러운 결과를 맞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반사회성 관련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진단은 TCI의 반사회성 기질과 HLH, HLM, HLL 성격 유형 조합으로 하고 MMPI-2를 통해서는 일상 생활에서 이들이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일지에 초점을 맞추어 formulation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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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에서 과장된 자기제시 척도로 번역되는 S(Superlative Self-Presentation)척도는 1995년에 Butcher & Han이 개발했으니 사실은 이미 20년이 다 되어 가는 오래된 척도입니다.
이 척도를 개발할 때 극단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취업 응시자 집단(항공사 파일럿 응시자들)과 MMPI-2의 규준 집단 반응을 비교하여 반응율의 차이를 보이는 문항을 선별하여 예비 척도를 구성했더랬죠.
보통은 방어적인 응답 경향을 점검할 때 K척도를 많이 해석하지만
제 경험 상 진짜 방어 척도의 갑은 바로 이 S척도입니다. 왜냐하면 K척도의 문항들은 370번 문항 앞쪽에 포진되어 있지만 S척도의 경우는 검사 전반에 걸쳐 퍼져 있기 때문에 S척도가 상승했다는 건 문항에 응답하는 내내 시종일관 방어적인 태도를 견지했다는 말이거든요.
S척도가 70T에 근접하거나 over하는 경우(임상 장면에서 S척도가 70T를 넘어서면 무효 프로파일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70T에 근접하는 경우만 고려해도 충분합니다) 거의 모든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가 50T 아래로 주저 앉기 때문에 해석 불가능해집니다.
특히
임상 소척도에서 다음의 척도들이 65T 이상으로 상승할 때는 내용 소척도의 TRT1(낮은 동기), TRT2(낮은 자기 개방) 척도의 상승과 상관없이 심리치료/상담 장면에서 rapport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니 각오를 단단히 하시기 바랍니다.
* Hy1(사회적 불안의 부인)
* Pd3(사회적 침착성)
* Pa3(순진성) : 이건 항상 상승하지는 않으니 참고만 하세요.
* Ma3(냉정함)
마지막으로 상담을 하시는 분들께 tip을 하나 드리자면,
S척도가 70T에 근접할 만큼 상승한 남자 중에 보충 척도에서 ES, GM 척도가 70가 넘어서는 분들은 가부장적이고 완고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특성을 보이는데 정작 상담자 앞에서는 매우 협조적이고 예의바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지는 상담자가 많습니다. 이런 profile을 보이는 분을 상담할 때는 어줍잖은 설명, 해석, 직면, 교육 등은 전혀 효과가 없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다른 내담자들보다 더 한층 공감에 신경써야 하는 내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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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할 때 평가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정반대로 해석해야 할 것 같은 검사 sign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주 호소가 또래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해 자존감이 낮고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보여 평가를 받는 청소년이 있다고 할 때, MMPI-A의 LSE 척도 점수가 하늘을 찌르고, 반대로 ES 척도 점수는 바닥을 치며, HTP에서는 온통 필압이 약한 그림 투성이에, 평가자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검사 태도를 보이는 피검자가 문장 완성 검사에서 "내가 믿고 있는 능력은 최고다", "나의 장래는 더 없이 밝다"라고 응답하였다면 얼핏 보기에 모순되어 보이는 이러한 검사 sign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 지 난감하죠.
특히 로샤 검사에서 이런 sign이 나오게 되면 로샤 검사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싶은 유혹을 많이 받게 되고 결국은 엉뚱한 formulation을 하게 됩니다.
이는 모든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상태를 검사에서 그대로(순방향) 드러낸다는 평가자의 착각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피검자는 자신의 자신감 부족을 compensation하기 위해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과장해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 문장 완성 검사에서 피검자가 보여준 자신만만한 자기 기술은 취약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한 overcompensation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적절합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검사 sign과 일치하지 않는 독특한 검사 sign을 발견하게 되면 해석 방향을 반대로해서 보면 의외로 다른 검사 sign과 잘 통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의식적인 수준에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한 심리검사의 sign을 해석할 때에는 이 방법을 써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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