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키요사키의 최신작입니다. 저는 키요사키가 이 책에서 언급한 '닭'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런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었을 당시에도 꽤 불쾌한 느낌을 받았고 그 이후로 키요사키의 책은 한 권도 안 읽었습니다.
특히 그가 2012년에 이익금 배분 판결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파산 신청을 한 것을 본 뒤로는 '혹시나'의 마음이 '역시나'로 굳어졌기 때문에 일부러 피해왔습니다.
그러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최신 저서를 왜 일부러 구입해서 읽었냐 하면 다가오는 경제 대공황을 앞두고 키요사키처럼 재리에 밝은 사람은 아무래도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키요사키도 경제 위기가 목전에 다가왔다고 느끼는 것 같고 이걸 감지하기 훨씬 전부터 실물 금과 은을 모으고 있더군요. 실물 금과 은을 '신의 돈'이라고 추앙하면서 아예 해외 관리처에 공격적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역시 남달라요;;;;
사실 이 책에서 실물 금과 은을 모으는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키요사키는 가짜 돈, 가짜 교사, 가짜 자산을 비판하고 있고 학교에서 돈에 대해, 실물 금융 지식에 대해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락으로 떨어져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물 금과 은은 가짜 돈 챕터에서만 다루고 있고요. 결국 현장을 모르는 가짜 교사(선생님이라는 말이 아닙니다)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고 진짜 돈을 모아야 하며 종이 자산에 투자하지 말고 실물 금과 은, 원유,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을 때 느꼈던 불쾌감이 다시 올라오는 걸 느꼈는데 키요사키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정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그 시간에 진짜 돈에 대한 지식을 배워야 하고 국가가 사업가에게 허락한 다양한 '합법적'인 감세 혜택과 허용된 빚을 이용해 부동산에 투자해서 최대한 세금을 내지 말고 무한 자산을 획득하여 부자가 되어야 한답니다. 그리고 그런 방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라는 게 신이 자신에게 허락한 일이랍니다. 그래서 리치대드 컴퍼니를 설립해서 그런 내용을 가르치고 거기에서 얻은 수입으로 부동산, 원유에 투자하고, 얻은 수익으로 실물 금과 은을 구입하여 해외 모처에 '합법적'으로 보관한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참 가증스럽지만 모든 사람이 키요사키의 방법을 따른다면 누가 일을 하고, 누가 부동산과 원유를 사용하며,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자신만 아니면 되니까요. 결국 키요사키도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민중들의 피와 땀에 편승해서 남보다 조금 재리가 밝고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며 상당한 운이 따른 덕에 부자가 된 것일 뿐인데도 정작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민중들을 어리석은 못난이 취급하는 걸 보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전 아닌 척 하면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런 시선을 접할 때마다 역겨움을 참을 수가 없거든요. 아예 입을 다물든가.
후반부에서 영성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랜드마크 포럼'의 전신인 EST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설명하는 걸 보고 고소가 나오더군요. 아내인 킴도 거기에서 만났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제
'랜드마크 포럼(Landmark Forum)을 조심하세요' 포스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어요. EST를 진심으로 신뢰한다면 실망이고 믿지도 않으면서 소개했다면 기만의 극치입니다.
이 책이 더 짜증나는 건 과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을 때는 불쾌하기는 했어도 꽤 치밀하게 썼다는 느낌을 받아서 탄복할 때도 있었는데 이번 책은 그런 성의조차 없습니다. 키요사키의 강의 내용 등을 누가 대충 짜깁기해서 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동일한 내용이 계속 반복됩니다. 내용 뿐 아니라 '1979년 대비 계층별 소득점유율 변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등의 표가 나중에는 지겨울 정도로 반복해서 나옵니다. 페이지 수를 늘리기 위해 표와 그림을 삽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전반적인 완성도가 형편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2개로 평가한 건 역시나 경제 대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과 실물 금과 은을 모으는 것의 중요성을 약삭빠른 키요사키의 입으로도 확인할 수 있어서입니다.
읽어보라고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나 굳이 보시겠다는 분들을 위해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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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난다는 것은 네가 뭘 알아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다
* 자산이란 내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것이고 부채란 내 주머니에서 돈을 빼 가는 것이다.
* 그들은 그저 위안을 바라는 것 뿐이다. 치유되는 것은 고통스럽다.
*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교육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잊어버린 다음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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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떤 분이 다른 포스팅에 댓글로 랜드마크 포럼에 대해 문의를 해 오셨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검색하다가 보통 일이 아니다 싶어 정식으로 포스팅합니다.
우선 랜드마크 포럼이 뭔지 설명을 드리자면,
1970~80년대 EST 또는 에르하르트 세미나 훈련으로 알려진 잠재력 개발 훈련의 일종으로 먹고 사는 다단계 자기계발회사입니다. 정확하게는 다단계라고 하기 힘든데 이 부분은 아래에서 다시 설명.
랜드마크 포럼은 미국의 중고차 세일즈맨인 존 폴 로젠버그가 전신입니다. 데일 카네기, 실존주의 철학, 선(Zen), 사이언톨로지의 창시자 론 허버드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나름의 코칭 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에르하르트 세미나 트레이닝(Erhard Seminal Training; EST)이라고 이름붙였습니다. 이게 대박을 치면서 그는 엄청난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고 자신의 이름도 베르너 한스 에르하르트로 개명했습니다. 나중에 이 EST가 랜드마크 교육 포럼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죠.
회의주의자의 사전에서는 랜드마크 포럼을 링크 내용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랜드마크 포럼(회의주의자의 사전)
이런 류의 자기계발사업(리더십, 코칭, 영성 등)을 사이비로 분류하는 제 나름의 기준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누가 만들었나
: 심리학 또는 관련 분야에서 제대로 된 수업과 훈련, 연구, 현장 경험을 갖춘 사람이 만들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이 아무리 훌륭하고 대단하고 잘 알려진 사람이라 한 들 아무 소용 없습니다. 돈 받고 이름만 빌려줬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이런 류의 사기극에 가장 잘 놀아나는 사람들이 바로 유명인들입니다(사이비일수록 이걸 더 전면으로 내세워 홍보합니다).
2. 관련 근거가 무엇인가
: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출판된(또는 인용된) 논문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학술서로 출판된 내용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수 백만 명이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삶이 변화되었다는 내용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내용입니다. 세뇌된 사람의 수가 그만큼 많음을 보여주는 것일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이 기준으로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레벨측정법(의식 혁명에 나오는)을 사이비 과학으로 분류합니다(관련글 http://walden3.kr/1836 ).
3. 기적과 같은 급격한 변화를 선전하고 고무하는가
: 사이비일수록 한 순간의 급격한 변화가 가능하며 그 변화를 통해 우리의 인생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선전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자기들의 프로그램을 이수해야만 가능하다고 하죠. 하지만 그런 급격한 변화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인간이 삶을 유지하는 방식은 맥락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이유와 이차적인 이득이 있기 때문이지 진리에 눈 감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사이비는 그렇다고 주장합니다만.
4. 제약이나 강압이 존재하는가
: 신체적, 정신적 강압이 존재하느냐는 중요한 사이비 판단 기준 중 하나입니다. 랜드마크 포럼의 전신인 EST에서는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하거나 하루에 한 끼만 먹게 하는 등으로 욕구 조절을 강제하는 신체적 강압이 있었고, LF에서는 두려움에 직면하게 한다는 미명 하에 참석자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아웃팅하게 하는 정신적 강압(상담자 입장에서는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심리치료와 상담에 대한 훈련이 안 된 비전문가가 마음의 힘이 약한 사람에게 trauma의 재경험을 강요하는 겁니다)도 있었고, 그 밖에도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 친구에게 프로그램 참석을 권유하게끔 하는 심리적 강압도 있습니다. 사이비가 참석자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극도로 제한된 환경을 만들어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다단계도 비슷한 종류의 강압인데 랜드마크 포럼에서 다단계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지만(경험자들의 전언으로는 다단계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합니다), 비슷한 심리적 기제를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참석자들의 참가기를 훑어보니 Burns의 TA 일부를 활용해 리더는 부모의 역할을 맡고 참석자에게는 어린 아이의 역할을 강제함으로써 복종을 세뇌시키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더군요(사실은 거의 폭로성 리얼리티 쇼 같음).
자, 이제 위의 기준(4번에 대해서는 당연히 검증 불가하겠지만)으로 랜드마크 포럼 한국 사이트를 알려드릴테니 들어가서 직접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랜드마크 포럼 코리아 사이트 클릭!
참고하시라고 랜드마크 포럼의 입문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뛰쳐나온 분의 블로그도 소개합니다. 이 분은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랜드마크 포럼을 비판하고 있습니다만 일반인의 상식적인 시각으로 봐도 확실히 랜드마크 포럼은 이상합니다.
랜드마크 포럼과 기독교(세인트님의 네이버 블로그) 클릭!
하나 더. 랜드마크 포럼의 연관 검색어를 찾아보시면 컬트, 사이언톨로지, 뉴 에이지와 같은 단어들이 리더십, 코칭, 자기계발 보다 더 많이 나옵니다. 실제로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프랑스의 르포르타쥬 클립을 보시면 전직 사이언톨로지 관계자가 나와서 사이언톨로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와 랜드마크 포럼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용례가 거의 흡사하다고 증언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프랑스 르포르타쥬 링크 클릭!
제가 이런 류의 포스팅을 할 때마다 내가 이 프로그램의 경험자인데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네가 뭘 알고 이런 글을 올리는거냐고 항의하는 분들이 꼭 있던데 안타깝지만 제가 볼 때 이 분들은 심리적 기법의 악용 피해자들입니다. 바넘 효과나 인지 부조화, 자기 고양적 편향 등등의 무수히 많은 심리적 개념으로 충분히 이 분들의 판타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만 그러지 않겠습니다. 본인들의 삶이 바뀌었고(바뀌었다고 믿고 있고)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대신 본인들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당신들의 판타지 세계에서 행복하고, 난 내 현실 세계에서 행복하니까. 그럼 됐지요?
제가 볼 때 이 분들은 심리치료나 상담이 필요한 분들입니다만 저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개인의 선택이므로 존중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르포르타쥬를 보니 랜드마크 포럼에 세뇌된 많은 사람들이 volunteer로 무급 자원 봉사를 하면서 착취당하고 있던데 본인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게 바로 사이비들이 인간을 착취하는 방식이니까요. 그렇게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면 왜 리더들부터 솔선수범하여 인류를 위해 무급으로 자원봉사하지 않고 부담스럽게 비싼 수강료를 요구할까요?
덧. 랜드마크 포럼에 세뇌된 분들의 난입을 방지하기 위해 덧글을 막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자기 블로그 당당하게 오픈하고 트랙백 걸어주세요. 대체 랜드마크 포럼에서 뭘 그렇게 대단한 걸 배울 수 있는지 좀 들어봅시다(녹음, 녹화, 필기도 절대로 안 된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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