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현재 임상 현장에서 직접 도박 중독자를 상담하고 있는 경륜 클리닉의 고승환 선생님이 대구 대학교 대학원의 재활 과학과에 석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병적도박에서 전두엽-관리기능의 상대적 결손' 논문의 요약 및 나름의 분석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대상
- 도박 중독자 32명(도박 중독 치료 경험이 없는)
- 일반 대조군 20명
* 측정 도구 : K-WAIS, KIMS 전두엽-관리기능 신경심리검사(EXIT), REY-KIM, K-NODS
* 분석 방법 : 독립표본 t검증, 종속표본 t검증, 효과 크기(effect size) 분석(Cohen's d)
* 연구 결과
1. 일반 지능 면에서 병적 도박 집단과 정상 집단은 차이가 없음
2. 관리 기능 면에서 병적 도박 집단은 정상 집단에 비해 유의미한 결손을 보임
3. 집단(병적 도박, 정상 집단)과 지능 요인(일반 지능, 관리 기능)간 상호 작용이 유의미함
4. 집단 내 일반 지능 요인 간 비교에서 정상 집단은 차이가 없으나 병적 도박 집단은 차이가 유의미함
-> 결론 : 병적 도박자는 하위 인지 기능인 일반 지능에서는 뚜렷한 결손이 나타나지 않으나 일반 지능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상위 인지 기능인 관리 기능에서는 상대적인 결손이 나타나며 이는 병적 도박자의 주된 인지적 특징이 전두엽-관리 기능 저하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임.
개인적으로 제가 지금까지 읽은 도박 중독 관련 국내 논문 중 가장 깔끔한 논문입니다. 분석틀이 단순하지만 군더더기가 전혀 없으면서도 꼭 필요한 핵심적인 이야기는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논문을 읽었습니다.
* 월덴지기의 comment
1. 개인적으로는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 집단을 하나 더 추가해서 세 집단 분석을 했으면 훨씬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습니다. 고승환 선생님도 지도 교수에게 이를 제안했으나 연구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니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 해서 이쯤에서 그쳤다고 하시지만 개인적으로 역시나 아깝습니다.
2. 제가 이 분야에 문외한이라서 그런데 관리 기능의 결손이 하위 인지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지 않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관리 기능이 인지 기능의 control center의 역할을 한다면 하위 인지 기능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3. 논의 부분에서 치료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이 논문의 main part는 아니나 연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rought하게라도 좀 다루었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사실 현장에서 궁금한 것은 그런 것들이니까요.
4. 고승환 선생님이 제한점에서 말씀하신 표집의 제한 중 여성 도박자의 부족은 사실 제한점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모집단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현장에서 보면 워낙 여성 도박자의 수가 적으니까요. 학력 수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도박 중독자들이 고학력자들이 많은 편포된 분포를 이루니까요. 현장의 임상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 논문 분석과 게재는 직접 고승환 선생님의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논문의 전문이 궁금하신 분은 첨부 자료를 다운받아 살펴보세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488
정신과에서 수가 문제로 많이 두들겨 맞는다고 요새 울상이지만 다른 과에 비해서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그동안 비급여 수가로 잘 먹고 잘 살았지요.
약물 치료 부분은 제가 잘 모르니 심리평가 부분에서 환자/피검자를 등쳐먹는 대표적인 몇 가지 경우를 고발할까 합니다.
검사 비용을 일정 수준 맞춘다는 명목 하에 환자를 등쳐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혀 엉뚱한 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검사 내용이 중복된 비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무리하게 시킴으로써 환자의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고 그러면서도 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아주 악랄한 짓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엉뚱한 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작년 4월에 포스팅 한
'전두엽 관리기능 검사(EXIT)를 모든 피검자에게 실시한다고?'에서 이미 말씀드렸는데 급여 검사이기는 하지만 그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지요. EXIT의 경우는 전두엽 기능을 측정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두엽 기능을 측정해야 하는 특정 장애가 의심되지 않는 한 실시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들이야 심리검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비싼 검사비를 부담하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것이죠. K대 병원에서 이런 짓을 많이 하는데 거기에서 수련받고 갓 전문가가 된 supervisor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최근에 들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자기가 배운 그대로 검사 battery를 구성하고 있다면 무능한 supervisor일 것이고, 알면서도 그런다면 임상가로서의 자질이 없는 형편없는 인간이죠.
둘째, 내용이 중복된 비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자기 보고형 질문지를 추가하는 방식을 씁니다. 자기 보고형 질문지는 초진을 보고 검사 예약을 한 뒤 집에서 작성해 오도록 미리 줄 수 있어 환자의 불평이나 의심을 줄이는 효과도 있죠. 착취당하는 것도 모르고 심리평가비가 비싼데 이것 저것 하게 해 준다고 좋아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_-;;; 예를 들어 MMPI-2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우울 관련 질문지인 BDI, CES-D, HAM-D 질문지를 몽땅 시키는 방법(이 검사지들이 급여 검사에 추가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수련받을 때에는 모두 비급여 항목이었습니다)을 씁니다. 게다가 구조화된 면담을 실시한다고 하면서 이마저도 몽땅 검사 비용에 포함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연구를 많이 하는 종합병원급 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제약 회사의 fund나 국책 과제의 연구비를 받는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연구 자료는 자료대로 모으고 이 때 발생한 검사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는 파렴치한 짓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 두 가지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병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일반화된 방법이고 두 가지 방법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정신과도 꽤 됩니다.
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의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힘을 합쳐 정부와 싸울 일이지 그게 귀찮고 힘들다고 병들고, 돈 없는 환자의 등을 칩니까?
덧. 조만간 월덴3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검사 도구와 비용의 적절성을 익명으로 심사하는 신고 센터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병원과 임상심리학자들이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소비자인 환자/피검자를 통해 단매를 치겠습니다.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당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덧2. 최근에 제가 자꾸 정신과와 임상심리학계의 실태를 고발하는 포스팅을 하는데 이니셜로 표시할 때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점점 표시하는 강도를 올릴 예정이니까요. 이미 법적 자문을 위한 변호사도 확보해 두었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380
얼마전 이 바닥에서 소위 BIG 3로 불리는 병원 중 하나가 심리평가를 받는 모든 정신과 내원 피검자에게 전두엽 관리기능 검사(EXIT)를 routine하게 실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말은 전두엽 기능을 측정할 필요가 없는 피검자에게도 실시한다는 건데 아무리 심리검사의 수가가 낮아서 병원이 수익을 올리는데 어려움이 많아도 그렇지 왜 불필요한 검사를 실시하나요?
피검자는 자신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검사를 하느라고 시간 들여, 돈 들여, 힘 들여야 하고, 평가자는 제대로 통합도 안 되는 검사 실시하느라고 시간 낭비에다가 그 보다 더 중요한 양심을 팔아먹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데 말이죠.
저는 전두엽 관리기능 검사(EXIT)는 별로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두엽 기능을 측정해야 하는 신경심리평가에서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변별력이 그다지 높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신경심리검사도구와 부합도도 낮아서 도무지 case formulation하는데 방해만 되기가 일쑤인 검사 도구입니다.
게다가 이 검사도구는 채점 및 분석에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평가자의 부담이 엄청난 검사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만약 꼭 사용해야 한다면 정신분열병(Schizophrenia)이 의심되는 피검자에게만 사용해야지 왜 모든 피검자에게 실시하는겁니까?
지금 제정신입니까?
그러고도 전문가 대접을 받고 싶습니까?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