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I-2가 MMPI에 비해 타당도 척도군이 강화된 만큼 6개나 늘어난 타당도 척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게 중요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타당도 척도를 단계적으로 평가하는 제 나름의 방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단계. L, K, S vs. F척도군 평가
L, K, 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면 faking-good 경향을 고려해야 하고
F, F1, F(B)/F2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면 faking-bad 경향을 고려해야 하죠.
L, K, S 척도가 유의미 상승하면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가 하강하는 것 뿐 아니라 TCI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하고 F, F1, F(B)/F2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면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해석해야 합니다.
2단계. F-K 지표 해석
L, K, S, F, F1, F(B)/F2 척도가 모두 정상 범위에 놓인 것처럼 보일 때 다음 단계에서 살펴봐야 할 지표는 F-K 지수입니다. MMPI 지표 중 거의 유일하게 원 점수로 계산하는 F-K 지표는 상담 현장에서 특히 중요하며 1단계에서 faking-bad, faking-good 응답 경향이 나타나면 굳이 계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F-K 지표가 -15점 미만이거나 +15점을 초과하는 경우 의미가 있습니다.
3단계. 1-3-3-3, 역 1-3-3-3 코드 패턴 해석
1, 2단계에서 아무런 유의미 해석 포인트가 없지만 다른 검사 결과와 교차 검증을 해 보면 어긋나는 부분이 관찰되거나 아무래도 정상 수준이라는 결과가 미심쩍을 때 살펴봐야 하는 게 3단계입니다. 1-3-3-3, 역 1-3-3-3 코드 패턴은 수검자도 인식하지 못하는 무의식 수준에서 증상을 과장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방어하는 경향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타당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점검해 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당연히 1, 2단계에서 해석이 가능하면 불필요하고요.
4단계. F(P), FBS 척도 해석
3단계까지 살펴본 뒤 MMPI-2의 F(P), FBS 척도가 상승할 경우 해석합니다. 두 척도의 공통점은 이차 이득과 상관이 있다는 것인데 F(P) 척도는 정신증이 아닌데 정신증처럼 보여야 하는 이차 이득이 있을 때 상승하고 FBS 척도 또한 무언가를 회피하려는 이차 이득이 있을 때 상승하기 때문이죠. 이차 이득이 해소되지 않으면 치료에 저항할 수 있기 때문에 3단계까지 해석한 뒤에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각 타당도 척도에 대해서는 이미 포스팅한 내용이 많이 있으니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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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 주요우울장애 진단을 위해 MMPI 결과에서 주로 확인하는 건 2-7-0 code pattern의 유무입니다.
사실 2-7-0 또는 2-7 code pattern이 우울 장애인 경우보다는 PTSD(그 중에서도 Delayed PTSD)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저는 2-7-0, 2-7 code pattern이 의심되면 PTSD를 먼저 변별하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실제로
'우울을 호소하나 Delayed PTSD를 의심해야 하는 수검자의 MMPI-2/A 양상' 포스팅에서처럼 알고 봤더니 Delayed PTSD로 진단해야 하는 사례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단할 수 있는 전형적인 MMPI-2 검사 sign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MMPI-2로 국한해 설명하는 이유는 MMPI-A를 적용해야 하는 건 17세 이하 청소년인데 청소년을 주요우울장애로 진단하는 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 상 약물 치료가 동반되어야 하는 주요우울장애의 전형적인 검사 sign은 다음과 같습니다.
* 타당도 척도 : 정상 수준
: F 척도군도 전혀 상승하지 않는, 그야말로 normal profile이 나옵니다. F, F(B)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건 수검자가 적극적으로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한다는 의미인데 주요우울장애에 속하는 수검자들은 그런 호소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 때가 많습니다.
* 임상 척도 : 2번 척도 단독 상승(Spike 2)
: 0번 척도가 함께 상승해서 2-0 code pattern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0번 척도의 상승은 기질/성격 때문인 경우가 많고 이는 대부분 TCI 결과로 설명이 됩니다. 또한 2번 척도의 상승폭만큼 9번 척도의 하강폭도 중요합니다. 주요우울장애의 경우 9번 척도가 낮을수록, 정확하게는 2번 척도와 9번 척도의 차이가 클수록 우울 정도가 심한 것이고 9번 척도가 30T에 근접할수록 약물 치료를 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재구성 임상 척도 : RC2 척도 단독 상승
: 2, 9 임상 척도의 관계처럼 RC9 척도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또한 간혹 RC2 척도는 유의미하지 않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2번 척도가 depressed mood(-요인의 상승)를 측정하는 것에 비해 RC2는 low positive emotion(+요인의 하강)을 측정하기 때문에 항상 2번 척도와 함께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성격 병리 척도 : INTR 척도 단독 상승
: 2, 9 임상 척도의 차이처럼 AGGR 척도 점수가 30T에 근접하고 INTR척도와 차이가 커질수록 증상이 심한 겁니다.
'INTR, SOD(A-sod), Si 척도를 통한 내향성 이해'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INTR 성격 병리 척도는 우울 취약성을 드러내는 성격 병리 척도이기 때문에 INTR 척도가 상승하면 우울 장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내용 척도 : 신경증 척도군에서 ANX, DEP 척도만 상승
: 이 경우에도 ANX 척도보다 DEP 척도 점수가 더 높습니다. 신경증 관련 내용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 대개는 ANX 점수가 가장 높기 때문에 DEP 척도가 더 높은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후반부의 척도 중에서는 LSE 척도가 매우 높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우울 정도가 심해집니다. LSE 내용 척도가 인지 삼제(cognitive triad)에 해당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그렇죠. 나머지 내용 척도는 유의미한 척도가 드뭅니다.
* 보충 척도 : R 척도의 상승
* 임상 소척도 : D1, D2, D3 척도 조합의 상승
: D4, D5 소척도까지 모두 65T 이상으로 상승했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도 쉽게 구분이 될 정도로 D1, D2, D3 점수가 D4, D5 점수보다 높은 양상을 보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임상 소척도는 대부분 유의미하지 않은 경향을 보입니다.
* 내용 소척도 : DEP 척도 내 소척도들의 상승
: 특히 DEP1(동기 결여), DEP2(기분 부전) 소척도의 상승이 두드러집니다. 임상 척도에서 0번 척도가 동반 상승한 경우는 SOD 척도 내 소척도들도 함께 상승합니다. LSE 척도에서는 LSE1(자기 회의) 소척도가 유의미합니다. 나머지 내용 소척도들은 대부분 유의미하지 않은 경향을 보입니다.
노파심에서 당부드리자면 위에 소개한 조합은 주요우울장애로 의심할 만한 지극히 전형적인 검사 sign들을 제시한 것이니 이 조합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주요우울장애가 절대로 아닌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조건들을 모두 만족한다면 주요우울장애가 아닐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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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만 요약하면 방어 응답 경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타당도 척도인 L, K, S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을때도 무의식적 방어를 찾아내는 임상 소척도인 Hy1, Pd3, Pa3, Ma3의 상승 cluster를 확인해보라는 내용입니다.
Hy1(사회적 불안 부인), Pd3(사회적 침착성), Pa3(순진성), Ma3(냉정함)이 바로 이들입니다.
그렇다면 역 1-3-3-3 code pattern이라는 건 뭘까요
1-3-3-3 code pattern과 반대로 각 척도가 카테고리 내에서 모두 가장 낮은 점수일 때를 의미하는데 역 1-3-3-3 code pattern이 나올 정도라면 거의 대부분의 척도 원 점수가 0점이나 1점에 불과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화된 검사로는 수검자의 심리적 고통을 온전히 측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림 검사나 로르샤하 검사 등의 투사 검사를 추가 실시해야 합니다.
의식적인 수준에서는 자신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F, F(B), F1, F2, F(P) 등 MMPI-2/A에서 심리적 어려움의 호소를 상징하는 척도들의 상승이 유의미하지 않으며 F-K 지표까지 정상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1-3-3-3 code pattern이 방어 경향성을 가늠하는 마지막 확인 절차라면 역 1-3-3-3 code pattern은 수검자의 (무의식적) 심리적 고통 호소를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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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증상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수검자의 TCI 프로파일'이라는 글에서 F, F(B), F1, F2와 같이 faking-bad 경향을 반영하는 척도들이 과도하게 상승할 때 TCI에서 경계선 성격 장애처럼 보이는 프로파일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계선 성격 장애 내담자들도 가끔은 지나치게 고통감을 호소하는 나머지 타당도에서 F척도군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 과장 경향만 갖고 TCI에서 경계선 성격 장애 프로파일이 나온 걸 구분하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확인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하위차원 분석을 해 보는 겁니다.
경계선 성격 장애가 맞다면 각 기질/성격의 하위차원들의 방향성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증상을 과장하는 수검자들은 하위차원에서도 이와 상반된 모습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자극추구 기질에서 증상을 과장하는 수검자는 '탐색적 흥분' 하위차원만 원 점수가 표본 평균 이하로 낮을 수 있는데 이는 자극추구 기질의 네 하위차원 중 탐색적 흥분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답변할 수 있는 보호 요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경계선 성격 장애라면 그런 눈가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모든 하위차원이 평균 이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겁니다.
또 다른 예로는 연대감 성격의 하위차원 중 '공감', '이타성'만 점수가 표본 평균보다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faking-bad 응답 경향을 보이는 수검자들은 힘들다는 것을 과장하고 싶은 것 뿐이지, 자신이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걸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둔감', '이기성'이 높게 나오지 않게끔 자신도 모르게 응답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점수가 높거나 낮다는 게 1표준편차 이상/이하로 유의미하게 높거나 낮은 정도는 아니고 단순히 평균값보다 높거나 낮은 정도이기 때문에 얼핏보면 구분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증상 과장 경향이 있는 수검자는 경계선 성격 장애와 달리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를 어필하는 쪽으로 응답 방향이 맞춰져 있어 각 기질/성격의 하위차원의 방향을 고려하면(특히 하위차원들의 방향이 갈릴 때) 어느 정도 구분이 됩니다.
그러니 MMPI-2/A의 F척도군의 과도한 상승만으로는 경계선 성격 장애를 변별하는 게 어려운 선생님들은 하위차원을 면밀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포스팅에서 '경계선 성격 장애'라고 지칭한 건 HHL 기질에 미성숙한 성격 유형을 말하는 것으로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한 예시일 뿐으로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http://walden3.kr/5013, http://walden3.kr/4347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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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
'MMPI-2는 code type 분석보다 소척도 연결 분석이 더 유용하다'는 포스팅을 통해 code pattern(이제는 code type 대신 code patter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분석에 한계가 있고 소척도 연결 분석을 통해 하위 척도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code pattern 분석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인 code pattern 관련 자료들이 풍부하기 때문에 대략적인 수검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로 여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MMPI-2애 익숙하지 못한 초심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죠.
그럼 언제 code pattern 분석을 고려해야 하느냐면,
저는 다음의 몇 가지 기준을 제안합니다. 아래의 기준들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code pattern 분석을 고려해 보세요.
1. 타당도 척도 기준
- FBS 단독 상승 패턴(70T 이상)이 아닐 것
- F(P)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을 것
- F, F(B) 척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을 것(80T 이하)
꼭 code pattern 분석이 아니더라도 타당도 척도가 미심쩍은 결과를 보여줄 때는 결과 해석에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2. 임상 척도와 재구성 임상 척도의 code pattern이 일치할 것
: 아시다시피 MMPI-2에서는 성격 척도에 해당하는 5, 0척도를 제외한 나머지 척도의 재구성 임상 척도를 제공합니다. code pattern 분석을 위해서는 임상 척도와 재구성 임상 척도에서 동일한 code pattern이 나타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예를 들어 임상 척도에서 6-8 code pattern이 시사될 때 재구성 임상 척도에서도 RC6-RC8 척도가 동일한 code pattern을 만들어내는지 보세요. 만약 RC6 spike, RC8 spike pattern이라면 6-8 code pattern 분석은 하지 않는게 낫습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임상 척도와 재구성 임상 척도가 일 대일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건데
재구성 임상 척도 중 RC2와 RC3는 2, 3 임상 척도와 code pattern의 유사성을 비교할 수 없습니다.
3. code pattern에서 빠진 임상 척도들이 유의미하지 않을 것
: code pattern에 포함되는 임상 척도를 제외한 나머지 척도들이 모두 유의미 수준 이하에 머물러야 합니다. 가장 합리적인 위치는 메뉴얼에서 유의미하다고 이야기하는 65T 이하이나 그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최소한 70T 이하 수준에 위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6(80T)-8(78T) code pattern인 경우 나머지 1, 2, 3, 4, 7, 9번 척도가 모두 70T 이하일 때 code pattern 분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1. F, F(B) 척도가 80T 이하, F(P)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고, FBS가 70T 이상으로 단독 상승하지 않아야 함
2. 7(85T)-4(80T) code pattern일 때 나머지 1, 2, 3, 6, 8, 9번 척도는 모두 70T 이하여야 함
3. 재구성 임상 척도에서도 RC7-RC4 code pattern이 나타나야 함.
이럴 경우 7-4 code pattern 분석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이제 code pattern 분석 가능성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걸 아시겠지요?
덧. 참고로 저는 code pattern 분석을 거의 하지 않고 분석 결과도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다양한 수검자의 심리 역동을 몇 개의 정형화된 code pattern으로 분석하는 건 무리라고 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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