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심리평가와 관련된 강의를 할 때마다 거의 빼먹지 않고 말씀드리는 게 상담자도 이제는 정신병리학에 대한 공부를 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예전이라면 병원에 오는 환자는 '임상' 전공자가, 상담 센터에 오는 내담자는 '상담' 전공자가 맡아서 담당했지만 이제는 그 경계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정도로 희미해져서 누구든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약물 치료가 꼭 필요한, 또는 약물 치료를 꼭 병행해야 하는 내담자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현대 이상심리학(2nd, 2013)' 같은 책도 소개를 한 것이구요.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상담자도 DSM-5 같은 진단 편람 관련 책을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수 있도록 소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한 번은 읽어봐야겠지요?
상담자가 선별 목적으로 주로 사용하는 자기보고형 심리검사도구로는 TCI, MMPI-2/A, SCT 등이 있는데 이 중 문장완성검사는 내용 분석 뿐 아니라 구조적인 측면을 분석함으로써 수검자의 정신증 증상을 변별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가능하려면 기술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데 상담 전문가의 훈련 과정에서는 기술 정신병리학을 다루는 부분이 없거나 아주 미흡합니다. 임상 전문가라면 주로 병원 장면에서 훈련을 받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익숙해질 수 밖에 없지만요. 그래서 상담 전문가들은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책은 제가 상담을 전공한 임상가들에게 꼭 읽으라고 추천하는 책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중요한 책을 달랑 별 3개로 평가했냐 하면 5판으로 판올림을 하면서 저자가 바뀌었고 그 때문에 읽기가 불편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병원에서 수련을 받던 1년 차 때 전공의 선생님들이 스터디를 하는 걸 보고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는데 기술 정신병리학을 굉장히 명료하고 명쾌하게 설명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제가 읽었던 건 1998년에 번역 출판된 1판으로 굉장히 오래된 고전이었지만 지금 읽어도 정리가 참 잘 되어 있는 교재였습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의식, 주의 집중, 지남력, 수면, 기억의 장애, 지각의 병리, 사고 과정의 장애, 통증, 정동, 욕구, 충동 조절, 운동 장애, 성격 장애에 이르기까지 병리 현상에 대한 내용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문장완성검사의 내용 분석에서 사고 과정 상의 장애를 변별하기 위해 필요한 '사고의 비약', '관계 사고', '탈선' 등의 개념에 대한 상세한 설명 뿐 아니라 'feeling', 'affect', 'emotion', 'mood' 등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비교 설명에 이르기까지 영양가 넘치는 내용이 많습니다.
물론 오늘 소개하는 책은 저자가 Andrew Sims에서 Femi Oyebode로 바뀐 5판이고 출판사와 공역 집필진은 동일하지만 1판에 비해 문체가 달라져서 저는 눈에 잘 안 붙더라고요. 4판에 비해서는 신경심리학과 인지 신경과학에서 얻어진 새로운 발전을 포함했지만 새로운 정보가 주는 참신성보다는 문체가 바뀐 것에서 오는 생경함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1판을 모르는 분들이 5판을 처음 접한다면 분명히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아직까지 이 책만큼 기술 정신병리학을 쉽게 설명하는 책을 못 봤거든요.
그래서 절판되었지만 중고 책방 등에서 찾으실 수 있다면 1판을 구하는 걸 더 추천드리나 구할 수 없다면 2018년에 국내 출판된 5판이라도 한번은 보시는 걸 권장합니다. 다만 책값이 1판은 1만 원이었는데 5판은 3만 3천 원으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사악해졌다는 건 감안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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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정신병리학에는 겉으로 보이는 행동을 관찰하는 것, 그리고 환자의 주관적 경험을 공감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 '형태(Form)'란 정신적 경험의 구조를 현상학적 용어로 설명한 것으로 망상이란 용어가 그 예이다.
* 현상학은 궁극적으로 기질적 정신 병리나 행동 그 자체보다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환자의 주관적인 경험에 관심을 둔다.
* 질문할 때 가능한 한 일찍 환자 경험의 유형을 분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질문하면 할수록 환자의 설명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 통찰은 세 가지 요소를 갖는다. 즉,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변화를 알아채고, 이러한 변화가 병적인 것임을 인정하고, 치료의 필요성에 수긍하여 치료 방침에 따르는 것이다.
* 의식의 세 가지 차원은 각성, 정신의 명료함, 그리고 자기 의식이다.
* 혼돈(confusion)은 명료하고 조리 있게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한 경우를 가리킨다. 순전히 기술적인 용어이며, 의식의 혼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주의(attention)는 의식을 적극적 또는 수동적으로 경험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는 어떤 정보는 강화하고 어떤 정보는 억제하여, 향후 정보처리 단계로 넘어갈 정보를 여과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 작화증(confabulation)은 재생 손상의 대표적인 예이다.
* 재인식의 손상은 알츠하이머병과 조현병 등에서 발견된다.
* 조현병에서 작업 기억과 의미 기억이 손상된다는 증거는 있으나 절차 혹은 암묵적 기억의 손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 측두엽 기능 부전 때문에 일어나는 정신병리학적 증상은 기억, 지각과 정서의 장애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 시간 지남력 장애는 기질적 장애와 기능적 장애를 구분하는 훌륭한 임상적 지표이다.
* 나이 지남력 장애는 임상적으로 만성 조현병 환자의 지능 손상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 기시 현상과 미시 현상은 조현병에서도 자주 보고된다.
* 체온이 증가하면 내부 시계는 가속이 붙는다.
* 북반구와 남반구 모두에서 조현병 환자들의 생일이 겨울철에 지나치게 몰려있는 양상을 보인다.
* Vygotsky는 영유아의 발달 초기에 외적 대화가 내면화되기 시작하여 , 뒤이어 사적 언어를 거쳐 종국에는 내적 언어로 발달한다고 가정하였다(사적 언어는 듣는 사람이 없는데도 혼자 소리 내 말하는 것을 가리키며, 내적 언어는 소리를 내지 않고 마음 속으로 혼자 말하는 것을 가리킨다).
* 환청의 발생은 환자가 받아들이고 있는 감각 자극이 얼마나 의미 있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환청을 가진 조현병 환자에게 여러 가지 청각 자극을 제시했을 때, 환청을 줄이는 데 필요한 것은 외부 자극의 정도가 아니라 자극의 성질과 이에 기울이는 집중의 정도라는 것이 발견되었다.
* 어떤 환청은 조현병의 일급 증상으로 간주된다. 이들은 가청 사고, 서로 논쟁하는 목소리, 그리고 환자의 행동에 대해 비평하는 목소리이다. 이 세 가지 지각의 장애는 다른 일급 증상과 마찬가지로 각각 자아상의 경계(나인 것과 내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에서 심한 혼선이 일어나고 있음을 나타낸다.
* 환시는 특징적으로 기능성 정신병보다는 기질성 상태에서 흔히 생긴다. 조현병에서 환시는 매우 드물다.
* 환후는 뇌전증, 특히 측두엽성 뇌전증에서 나타나며, 흔히 발작의 전조 증상(또는 초기 증상)이다.
* 망상 환자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 원인이 명백할 때는 외부 탓으로 돌렸으나, 불분명한 경우에는 내부 탓으로 돌렸다. 이는 피해 망상이 낮은 자존심에 대한 방어로써 기능한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 질투 망상은 알코올 남용에서 흔하다.
* 허무 망상은 자기 자신, 대상 혹은 상황이 팽창되고 풍부해지는 과대 망상과는 정반대이다.
* 확신의 정도가 망상과 지배관념을 구별하는 분명한 근거가 아님은 명백하다. 환자의 과거력과 인생 경험의 맥락에서 이해 가능할 때, 지배 관념으로 간주하는 것이 안전한 접근이다. 지배 관념이 관찰될 때, 그것은 보통 인격의 이상과 연관되어 있다.
* 정신과에서 편집이라는 단어는 '자신과 관계지어서'라는 의미로 사용되며, 피해적이라는 뜻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망상은 환자 자신과 관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관계 망상이다.
* 사고의 흐름이 지나치게 가속되면 사고의 비약으로 나타난다.
* 사고의 비약과 지체 모두에서 감정은 사고 속도에 영향을 주고, 어떤 생각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며, 판단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우원 사고에서 사고 흐름이 느려지는 것은 감정 때문이 아니라, 지적 파악력의 결함, 즉 전경과 배경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탈선(derailment)에서는 연상의 단절이 생겨서, 죽 이어져 오던 사고의 고리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생각이 불쑥 끼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 사고 통제의 장애라는 제목 하에는 사고의 수동성, 조종 망상, 그리고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이라는 세 가지 패턴이 논의될 수 있다.
* 양성이든 음성이든 언어 장애를 보이는 조현병 환자는 서로 비슷한 인지적 제한을 보이며, 언어 장애를 보이지 않는 환자에 비해 추론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었다.
* 추형 공포증은 비교적 흔한 자아의 장애로 지배 관념이라는 정신병리적 형태를 갖는다. 환자들은 자신의 추형이 대인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호소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 때문에 추형 공포증이 생기는 경우는 별로 없다.
* 일반적으로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들이 신경성 폭식증 환자보다 더욱 심한 신체상의 왜곡을 보인다.
* 정동(affect)이란 웃음이나 울음, 겁에 질린 표정 등과 같이 외적으로 표출되는 감정 표현을 가리킨다. 기분(mood)이란 좀 더 오랫동안 지속하는 상태 혹은 성향을 말하며, 감정(emotion)은 자발적이고 순간적인 경험을 가리킨다. 감정은 느낌(feeling)과 유사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감정은 경험의 신체적 요소를 반드시 포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임상가는 환자의 기분에 대하여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째, 환자가 고통받고 있는가? 둘째, 기분의 표현이 현재 사회적 상황에 부적절하지 않은가? 기분이 병적이라고 하는 경우는 이 두 질문 중 적어도 하나 이상에 해당할 때로 국한하며, 치료란 그러한 기분을 호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Ekman 등은 표정에 드러나는 감정에는 여섯 가지 기본 감정 즉 분노, 혐오, 공포, 행복감, 슬픔, 놀람이 있다고 하였다. 이들 기본 감정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다.
* 무쾌감증은 조현병의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이때는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 무쾌감증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상이 모든 감각 경험을 침범하는 단일하고 균질한 이상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부분으로 구성된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무쾌감증을 이렇게 개념화하는 것은 음악을 들을 때만 감정을 경험하지 못하는 한 사례를 고려했을 때, 더욱 그럴 듯해 보인다.
* 둔화(blunting)와 둔마(flattening)는 모두 조현병에서 나타난다.
* 우울에서는 기분의 일중 변화가 종종 뚜렷이 나타나는데, 환자는 아침에 일찍 잠에서 깰 때, 아니면 늦은 아침에 가장 우울해 하고, 동시에 이 두 시기가 자살의 위험이 가장 높다.
* 불안은 흔히 우울증에 동반되며, 때로는 그 밑에 깔린 우울을 보지 못하게 가리기도 한다. 초조성 우울증(agitated depression)에서는 초조와 안절부절함이 극심하며 자살의 위험이 매우 높다.
* 자극 과민은 자기 성질을 다스리는 능력이 떨어진 것을 특징으로 하는 감정 상태로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주된 증상 중 하나이고 과도한 각성 증상의 하나로 간주된다.
덧. 이 책은 저도 소장하면서 계속 봐야 하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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