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 갔던 수블라키집에 가서 기로스 샌드위치 세트(4.4 유로)와 Pita 세트(7 유로)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마트에서 산 체리까지 꺼내니 저녁꺼리로는 충분했습니다. 수블라끼는 언제 먹어도 맛있더군요. ^^ 바람이 어제보다 훨씬 더 심하게 불어서 오늘은 베란다로 나가지도 못하고 방에서 먹었습니다. 베란다 문을 닫으면서 보니 옆방의 신혼 부부가 베란다에 널어놓은 수영복이 심한 바람에 이미 날아가서 벼랑 아래로 떨어졌던데 찾으려면 상당히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새 몸이 여행에 적응을 했는지 어제와 달리 저녁을 먹고 나도 별로 피곤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자정이 가까웠지만 마실을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대로변의 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았군요.
그래도 불은 밝혀 놨군요.
밤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시원한 게 아니라 추울 정도에요. 여름에 가도 긴팔 옷 하나쯤은 가져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낮에는 퍼질러 있던 견공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돌아다니는데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질라치면 먹을 것이라도 주는 줄 알고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 조금 무섭습니다. 이 녀석들이 워낙 커서요.
가게는 문을 닫았지만 호텔들은 대부분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지나가다 본 호텔인데 입구에 수영장이 있네요. 분위기가 근사합니다.
레스토랑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와인 셀러를 그냥 방치해 두더군요. 이렇게 해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나봅니다.
과일 같은 식재료들도 그냥 밖에 그대로 진열이 되어 있고요.
자정이 넘으면 대부분의 가게와 레스토랑은 문을 닫고 Bar만 문을 엽니다. 시끌시끌한 음악과 함께 젊은이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내일 미코노스로 출항하는 배편의 시간이 10시에서 9시로 1시간 당겨지는 바람에 6시에는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아쉬운 밤 산책을 접고 들어가서 쉬기로 했습니다.
덧. 산토리니는 품질 좋은 와인으로 유명하나 생산량이 많지 않아서 대부분의 와인이 섬 안에서 소비된다고 합니다. 선물용으로도 좋은데 와인샵에서 사지 마시고 원하는 종류의 와인을 추천 받은 후 마트에 가서 살펴보세요. 대부분의 와인은 마트에서도 팔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실제로 제가 23 유로에 추천받은 와인을 마트에서 14 유로에 구입했음). 마트에 없으면 그 때 가서 다시 와인샵에서 사면 됩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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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카 이용료 : 4*3*2(왕복)=24 유로
* 카마리 비치까지의 교통비 : 1.2*3*2(왕복)=7.2 유로
* 피라 마을 마켓에서 장 본 것 : 63.03 유로
: 견과류, 과일, 와인 등
* 기로스 샌드위치 세트 : 4.4 유로
* Pita 세트 : 7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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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피곤해서 뻗다시피 잠이 들었는데도 역시나 새벽에 한 번 깼습니다. 여행을 가면 취침 시간과 상관 없이 새벽에 깨는 버릇이 생길까 두렵습니다. ㅠ.ㅠ
구름이 짙게 드리웠네요. 날씨가 상당히 쌀쌀해서 반팔 차림으로는 춥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도저히 여름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날씨입니다. 적막감이 감도는 새벽의 산토리니는 어제 그렇게 여행자들로 붐볐던 그곳이라고는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네요.
이맘때의 산토리니는 년중 강수량이 가장 적은 시기이지만 섬지역이라서 날씨가 매우 불규칙합니다. 바람이 매우 심하게 불어서 구름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몰려다니고 그에 따라 비가 내렸다가 햇살이 쨍쨍 내리쬐었다가 난리도 아닙니다(아래에서 증명). 덕분에 여름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는 정보만 믿고 우산을 안 챙겨왔다가 상당한 낭패를 보았습니다. 산토리니 가는 분들은 꼭 우산을 챙겨 가시기 바랍니다. 현지 기상 정보도 믿을 것이 못됩니다. 저희도 일주일 기상 정보를 챙겼는데 내내 맑다고 그랬거든요. ㅠ.ㅠ
잘 보면 바람때문에 갈대가 흔들리듯이 물결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일 겁니다. -_-;;;
매우 흐리죠? 조금 있다가 빗줄기까지 뿌려대더군요. 그런데...
조금 있으니까 곧바로 구름 사이로 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8시쯤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올라갔습니다. 파노라마 호텔은 절벽을 따라서 지어 1층에 reception desk와 식당이 있고 지하로 내려가면서 객실이 배치된 형태입니다.
식당은 평범한데 역시나 풍광이 예술입니다. 이날 그리스에서 마신 Greek 커피 중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셨습니다. 다방 커피를 선호하는 저도 그윽한 향에 반해서 블랙 커피를 마셨을 정도니까요.
내일 미코노스 행 페리 티켓의 출항 시간이 10시에서 9시로 변경이 되었다기에(현지에서도 페리 스케쥴이 바뀌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합니다. 그리스 여행을 짜증나게 만드는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가지고 있던 티켓을 호텔 직원에게 주었습니다. 이때도 약간 불길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다음 날 이번 여행의 초대박 사건이 터지고야 맙니다.
어쨌거나 그 때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죠. 식사를 하고 나서 유유히 동네 마실을 나갔습니다. 오전에는 케이블카를 타보기로 했거든요. 그리스에는 참새, 제비, 유도화 등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식물이 의외로 자주 눈에 띕니다.
당나귀들입니다. 케이블카 승강장 앞의 도로가 당나귀들이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이거든요.
원래는 걸어서 내려갔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내려가는 길(원래 당나귀가 내려가는 길이죠)이 당나귀 똥범벅(자세히 보시면 보입니다. -_-;;;)이 되어 있어 길이 엉망이더군요. 게다가 비도 계속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요. 그래서 결국 케이블카로 왕복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용료는 4유로입니다. 쩝... 이것도 만만치 않게 비싸네요. 코스도 짧은 것이...
케이블카가 설치된 절벽이 가팔라서 풍광은 멋집니다만 너무 빨리 움직여서 본전 생각이 절로 납니다.
선착장으로 내려오니 빗줄기가 거세집니다.
그래도 화산섬 투어를 나가는 이들은 우비를 뒤집어 쓰고 꿋꿋하게 범선에 오르네요.
계속 비가 내려서 그런지 선착장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입니다.
잠시 둘러보고나서는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호텔로 돌아오면서 선물거리를 쇼핑했습니다. 사실 물가가 비싼 산토리니에서는 쇼핑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테네에서 쇼핑할 시간을 과연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들고 산토리니에서만 판매하는 특산품을 찾을 수 있다면 그걸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산토리니산 와인(산토리니섬 모양의 병에 담긴)과 해면(지중해산 해면이 질좋고 값이 싸다고 하죠. 현지에서 5천 원 정도 하는 것이 국내에서는 10배의 가격으로 팔릴 정도니까요)을 대량(?) 구매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전 일정 끝~
하늘이 맑아지는군요.
금방 쨍하고 해가 납니다.
저희가 묵었던 파노라마 호텔입니다. 'Panorama' 로고의 바로 아래 왼쪽 방이었습니다. 전망 하나는 정말 기가 막혔죠.
호텔로 돌아와서 선물을 챙겨놓고는 카마리 비치(Kamari Beach)로 가기 전에 1시간 정도 낮잠을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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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 공항은 작고 아담한 크기의 공항이기는 하지만 활주로가 꽤 넓고 항공기가 공항 청사까지 직접 들어오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활주로 한복판에 내려서 공항버스를 타고 청사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수하물로 미리 부친 짐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왔는데 조금 게으름을 부린 탓으로 사람들이 제각각 뿔뿔이 흩어져 공항 밖은 썰렁했습니다.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 두었는데 아무도 저희를 찾는 사람이 없어서 잠시지만 걱정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저희가 하도 안 나오니까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더군요. ^^;;;
호텔에서 보내준 미니버스는 새것이고 직원도 친절했습니다. 저희가 산토리니에 머무는 동안 이용했던 파노라마 호텔은 피라 마을에 있는데 일반 호텔과 수트(Suite)로 나뉩니다. 수트는 실내 풀장이 딸린 곳으로 주로 신혼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죠. 저희도 파노라마 수트를 이용하는 한국인 신혼부부와 함께 이동했습니다. 호텔 바로 앞까지 차량이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진입로에서 내렸습니다. 역시 직원이 마중나와 있더군요.
저희가 산토리니에 있었던 2박 3일동안 이용한 파노라마 호텔은 시설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전망 하나는 확실히 대단합니다. 산토리니는 원래 숙박 업소의 가격이 전망에 따라 많이 좌우되다고 합니다. 베란다가 2명이 겨우 앉을 정도로 좁기는 하지만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쪽빛 에게해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베란다로 나가 왼쪽을 본 모습입니다. 오후라서 화려한 모습이 덜하지만 햇살이 부서지는 아침의 모습은 정말 장관입니다. 호텔과 식당들이 피라마을의 서쪽 절벽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오른쪽을 본 모습입니다. 깎아지른 절벽이 멋집니다. 사진의 아랫쪽을 보시면 조그마하게 움직이는 케이블카의 모습도 찾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쪽 바다 건너에 보이는 마을이 일몰로 유명한 이아 마을입니다. 이따가 저리로 갈 겁니다. ^^
일단 간단히 손빨래만 해서 널어놓고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욕실의 타일도 올리브 문양이군요. ^^
바다색이 정말 예술입니다.
대형 크루즈선은 선착장까지 들어올 수가 없기 때문에 관광객을 실은 자그마한 보트가 끊임없이 선착장과 크루즈선 사이를 왔다갔다합니다. 산토리니에서는 밤에는 한 척도 보이지 않던 크루즈선이 새벽이 되면 어디에선가 여러 척이 마술처럼 나타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멀리 옛날 화산활동으로 산토리니에서 분리된 화산섬 2개가 보입니다. 항구 가까이에 있는 돛대 달린 범선은 바로 이 화산섬 투어를 하는 배들입니다.
햇살이 쨍해서 그런지 마을의 모습에도 생동감이 더 넘치는 것 같습니다.
Fira 마을은 마을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넓이입니다. 대부분의 건물은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통일감이 있습니다. 자주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데 워낙 건조하고 햇볕이 좋아서 2시간 정도면 다 마른다고 하죠. 그리스 정부에서 관광 진흥을 위해 시설유지비 조로 지원금을 준다고 합니다.
피라 마을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사원의 모습입니다. 왼쪽에 독특한 형태의 구조물은 일종의 쇼핑몰로 들어가는 입구로 우리나라로 치자면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정도가 되겠습니다.
사원 앞으로 지나가는 도로는 선착장에서 연결되는데 크루즈 승객들이 단체 관광을 하는 루트입니다. 주로 귀금속 상점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습니다. 그리고 골목으로 한 블럭만 들어가면 다양한 기념품 샵과 음식점들이 있죠.
산토리니에서도 개들은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더군요. 아무데서나 원하면 이렇게 자빠져서 놉니다. -_-;;;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고프더군요.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Lonely Planet에서 추천한 '니콜라스'입니다. 상당히 찾기 어려운 곳에 숨어 있더군요. 골목 구석에 있는데다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아서 애 좀 먹었습니다.
인테리어는 그냥 평범합니다. 크기도 아담한 편이고요.
칼라마리(9 유로)입니다. 오징어를 썰어서 올리브 오일에 익힌 그리스의 대표 음식으로 먹을만 합니다. 그리스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짜지 않았던 요리로 기억합니다. 역시나 밥이 날라가는 안남미라서 안습~
일종의 오징어 덮밥인데 양이 적은데도 8 유로나 합니다. ㅠ.ㅠ 맛은 있었지만 정말 너무 비싸더군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닭고기로 된 요리인데 콩깍지가 많이 들어간 건강식(틀려~)입니다. 맛있지만 역시 양이 너무 적었습니다. 그런데도 무려 9 유로...
그 밖에 와인(4 유로), 물(2 유로)을 시켰습니다. 물가가 비싼 그리스에서도 산토리니와 미코노스 같은 유명 관광지는 물가가 더욱 비싸다고 합니다. 밥 한번 먹고 확실하게 절감했습니다.
와인은 자그마한 주전자에 나와서 따라 먹더군요. 꼭 우리나라에서 새참 때 나오는 막걸리 먹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방도, 홀 서빙도 모두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이 하시는데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제가 주문하면서 음식에 대해 물어보니(메뉴판에 영어가 한 글자도 없습니다) 제 영어 발음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영어를 능숙하게 못하면 아주 불편할거라고 원하지도 않는 충고를 하시네요. 그것도 아주 기분나쁜 어투로... 어이 없어서~ 게다가 백인 할머니에게는 아주 다정스럽게 대하는 것을 보고 정나미가 다 떨어졌습니다. 동양인이라고 차별하는건지... 음식은 그런대로 입에 맞았지만 비추인 곳입니다. 무슨 욕쟁이 할머니네도 아니고 그리스까지 가서 기분나쁘게 음식을 먹어야겠습니까? 아주 불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저희가 조금 늦게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씨에스타 시간이 되자 가게 문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아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경고하고 멋모르고 들어온 관광객은 여지없이 쫓아냅니다. 쩝...
니콜라스는 절대 비추인 식당입니다. 나중에 소개할 Stani가 백배 더 낫습니다.
이렇게 늦은 점심을 먹고 5시 15분 쯤 그 유명한 일몰을 보기 위해 이아 마을로 출발 했습니다.
피라 마을의 버스 정류장에 가면 시간표가 붙어 있습니다. 이아 마을로 가는 차편은 30분마다 있고 요금은 1인 당 1.2 유로입니다. 버스표는 매표소(매표소라기보다는 information booth라고 봐야죠)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버스를 타면 매표원이 차 안에서 직접 팔기 때문에 일단은 버스에 그냥 타면 됩니다. 이아 마을까지는 20분 정도 가는데 신형 벤츠 버스라서 에어컨도 빵빵하고 타고 갈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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