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자가 근본적으로 무책임한 인간이라면 이 포스팅을 할 이유가 없겠지요. ^^
도박에 중독되면 거의 반드시 나타나는 특징 두 가지가 상습적인 거짓말과 무책임입니다.
도박에 중독되기 이전에 어떤 사람이었든 상관없이 무책임한 모습이 전형적으로 나타납니다. 엄청난 도박 빚을 남겨 놓고 잠적하거나 채권 추심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으며 집에 생활비가 없어도 가족들을 걱정하는 것 같이 보이지도 않아서 가족들을 절망에 몰아넣습니다.
하지만 이는 도박 중독자가 무책임한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다.
첫째,
도박에 중독되게 되면 시야가 좁아져서 근시안(tunnel vision)이 됩니다. 즉 도박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것은 두 번째 이유와 결합되어 더욱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둘째,
지금까지 잃어버린 모든 것(도박으로 인해 생긴 경제적 손실과 도박 빚, 가족들의 신망 등)을 도박을 통해 한번에 회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을
도박자의 역설(Gambler's Fallacy)이라고 부르는데 도박자의 역설 때문에 도박자는 자신의 문제를 책임지기 위한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도박자의 행동이 무책임하게 보이는 것 뿐이지 도박 중독자가 근본적으로 무책임한 인간은 아니며 무책임한 인간이 도박에 더 잘 중독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치료를 통해 도박자의 역설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근시안에서 벗어나게 되면 도박자도 자신의 책임을 자각하게 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기 위해 애를 쓰지만 선택한 방법이 정작 문제의 원인이 되는 도박이었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결국에는 책임을 지지 못하고 무책임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죠.
그러니 가족들은 도박자의 무책임한 행동에 너무 상처받지 말고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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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도박과 관련해서 한 두 가지의 인지 왜곡이 있습니다.
따라서 도박 중독자를 만나는 상담자는 도박 중독자가 빠질 수 있는 인지 왜곡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필요할 때 인지 치료적 접근을 통해 다룰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정리해 봤습니다.
* 자기 도박 기술의 과대 평가 및 다른 도박자의 기술 과소 평가
: 자기가 도박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과대 평가하고 다른 사람이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과소 평가하는 인지 오류입니다. 자기는 운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돈을 딸 거라고 생각하는 '자기 과신적 추론'과 공부를 많이 하고 정보를 많이 모으면 돈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술 과대 평가적 추론'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 미신적 믿음(Superstitious Beliefs)
1)
부적 : 특정한 물건을 소지하면 재수가 좋아져 행운이 온다고 믿는 것
2)
행동 : 특정한 행동을 하거나 의식을 거행하면 행운이 따른다고 믿는 것
3)
인지 : 꿈자리가 좋으니 돈을 딸 거라고 생각하는 것
* 해석적 편향(Interpretive Biases)
1)
내부 귀인 & 외부 귀인 : 돈을 따면 내 탓, 돈을 잃으면 남 탓
2)
도박자의 오류(Gambler's Fallacy) : 지금 돈을 잃어도 한번 크게 따면 벌충할 수 있다고 생각
3)
추격 베팅(Chasing) : 더 자주, 더 많은 돈을 베팅하면 잃은 돈을 벌충할 수 있다고 생각
4)
재구성된 손해(Reframed Losses) : 돈을 잃은 것을 나중에 따기 위해 필요한 좋은 공부였다고 생각
5)
사후해석편향(Hindsight Bias) : 도박의 결과를 보고 자신의 선택을 나중에 평가하는 것. 따면 자신이 잘 선택했다고 확신하고 잃으면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 말을 들어서 잃었다고 편향되게 해석하는 것
* 시간의 중첩(Temporal Telescoping)
: 돈을 딸 때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예; 몇 시간 째 같은 '바다 이야기' 기계에 앉아서 '고래'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 선택적 기억(Selective Memory)
: 돈을 잃었던 기억보다 딴 기억을 더 잘 하는 것
* 통제 착각(Illusion of Control)
1) 운을 통제할 수 없는 변인으로 간주 : 운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운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2) 운을 통제할 수 있는 변인으로 간주 : 미신적인 행동으로 운을 통제할 수 있다
3) 운을 기질적인 변인으로 간주 : 내가 이 도박에서만 특히 돈을 따는 것은 운을 기질로 타고났기 때문이다
4) 운을 전염되는 것으로 간주 : 자꾸 잃는 애와 어울리면 재수가 없어져서 나도 잃는다
* References
Toneatto, T.(1999). Cognitive Psychopathology of Problem Gambling. Substance Use and Misuse, 34(11), 1593~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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