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비슷한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이 참에 정리를 해 두려고 포스팅합니다. LGBT 전문 상담자가 아닌 경우 오해가 없도록 오늘 포스팅하는 내용을 명확하게 정리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저는 '성적 지향'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합니다.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누구는 성 정체성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기도 하고 누구는 성적인 끌림의 방향성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두 가지 용어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성 정체성(Gender Idendity) : 내가 어떤 Gender의 소유자인가에 대한 issue
* 성욕(Sexual Desire) : 내가 어떤 성에게 성적인 끌림을 느끼는가에 대한 issue
성 정체성은 내 영혼이 어떤 gender에 깃들어 있는가와 관련있기 때문에 실존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 정체성이 여성인지, 남성인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Gender Dysphoria는 내 gender가 여성인데 남성의 육체에 깃들여 있거나 반대로 내 gender가 남성인데 여성의 육체로 태어난 경우를 말합니다. 그 discrepancy를 해소해야 하는데 영혼을 교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육체를 바꿔서 이를 일치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MTF(Male to Female), FTM(Female to Male) 같은 용어가 등장하는 것이죠.
성욕은 내가 어떤 성에게 성적으로 끌림을 느끼는가와 관련된 내용으로 내 gender가 남성인데 남성에게 성욕을 느끼면 gay, 내 gender가 여성인데 여성에게 성욕을 느끼면 lesbian, 내 gender가 남성인데 여성에게, 내 gender가 여성인데 남성에게 성욕을 느끼면 straight이라고 합니다. 내 gender가 무엇이냐와 상관없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성욕을 느끼면 bisexual(bi-gender가 아니라는 것에 주목)이 되겠죠.
시스젠더(Cisgender)는 자신의 육체와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Gender Dysphoria가 아닌 모든 사람을 일컫습니다. 이 때 성욕(sexual desire)은 고려하지 않은 개념입니다. 따라서 시스젠더 gay, 시스젠더 lesbian, 시스젠더 bisexual, 시스젠더 straight(heterosexual)이 모두 가능합니다.
자, 그렇다면 여기에서 퀴즈 나갑니다.
육체는 남성인데 gender가 여성인 MTF Gender Dysphoria가 있다고 해 보죠. 이 사람은 누구에게 성욕을 느낄까요?
정답은 '알 수 없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하게 이 사람은 결국 여성이니 성 전환 수술을 마치고 나면 남성에게 성욕을 느껴 남성과 결혼할거라고 가정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람의 gender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이 사람의 성욕(sexual desire)이 어디를 향할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의 성인 gender와 육체를 일치시킨 이후에 남성에게 성욕을 느낀다면 straight이, 여성에게 성욕을 느낀다면 lesbian이, 양쪽 모두에게 성욕을 느낀다면 bisexual이 되는 겁니다.
그럼 이제 범성애자(Pan Sexual)에 대해 궁금해 하실 수 있는데 범성애자는 시스젠더를 포함한 다른 모든 젠더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는 사람을 말합니다. 왜 성욕이 아닌 연애 감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냐면 범성애자 스스로도 이 부분을 분명하게 하지 않기 때문(또는 본인들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범성애자 중에도 성욕이 아닌 사랑에 국한해서 Pan Romantic으로 자신들을 따로 구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현장 임상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개념화 할 수 있을까요?
우선 TCI/JTCI 결과 성격 미발달 문제가 드러난 미성숙한 수검자의 경우 신체적인 나이와 상관없이 gender identity와 sexual desire 모두 아직 정립되기 전인 상태로 가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성격 미발달 문제를 먼저 해소한 후에 천천히 생각해봐도 됩니다. 예를 들어 여고생이 자신을 bisexual이라고 주장하거나 30대 남성 직장인이 본인을 범성애자 또는 무성애자라고 믿고 있을 수 있으나 성격이 미발달되어 있다면 그대로 신뢰해서는 안 됩니다. 성격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아직 gender와 sexual desire를 확립하는 단계까지 발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종의 과도기인 것이죠.
반대로 TCI/JTCI에서 성숙한 성격 유형으로 평가된 수검자라면 gender 및 sexual issue가 이미 확립되고 정리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상담 주제로 다룰 필요가 없습니다. 이게 본인에게 정말 중요한 상담 주제(성폭력 피해, 가족 및 지인 대인 갈등 등)라면 당신이 아닌 LGBT 전문 상담자를 찾아갔을 겁니다.
빠짐없이 이야기를 하려는 바람에 글이 좀 길어졌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관심있는 전문가들은 아래에 링크한 관련 포스팅들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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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Masculinity-Femininity)는 최초 MMPI에서는 동성애를 변별하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실제로는 성적 선호보다 성 정체감을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56문항으로 구성된 척도입니다.
즉,
동성애보다는 성 정체감 문제(DSM-IV에서는 Gender Idendity Disorder였다가 DSM-5에서는 Gender Dysphoria로 자신의 물리적 성에 대한 불편감을 느끼는 문제로 격하되었으며 더 이상 장애로 규정하지 않음. DSM 다음 버전에서는 동성애와 마찬가지로 아예 빠질 것으로 예상)
를 살펴보는 대표적인 척도이죠.
0(Si)번 척도와 마찬가지로
임상 척도가 아닌 성격 척도이기 때문에 낮은 점수도 해석할 수 있어서 양 방향으로 해석되는 척도입니다.
기본적인 해석은 '반대편 물리적 성 정체성에 대한 흥미'입니다. 따라서 남성의 경우 65T 이상 상승한 Mf 척도는 여성적 정체성에 대한 흥미 또는 경향성으로, 여성의 경우는 남성적 정체성에 대한 흥미 또는 경향성이 강한 걸로 해석합니다. 반대로 낮은 수준(40T 이하)의 경우 남성은 남성성이 강한 것으로, 여성은 여성성이 강한 것으로 해석하죠.
임상/상담 장면에서는 Mf척도가 상승하는 대개의 경우는 여성보다 남성입니다. 특히
70T 이상으로 단독 상승한 경우는 성 정체감 문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특히 군 복무를 앞두고 있는지 연결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간혹 예술적 창의성이 뛰어나거나 감수성이 높고 심미적인 남성의 경우에도 Mf 척도가 상승할 수 있으나 드문 편입니다. 이럴 때는 음악, 미술 등 예술계통에 종사하거나 전공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의 경우 GM 척도는 낮고 GF 척도가 높을 수 있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고(성역할과 상응해서 같이 갈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GM, GF 척도가 정상 수준이고 Mf 척도만 단독 상승했을 때 성 정체감 장애 또는 성 정체감 불편증일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Mf척도가 낮게 하락하는 경우는 상승하는 경우와 반대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납니다. 남성이 Mf척도가 낮은 경우는 거의 대부분 '마초'이며 남성적 성역할에 경도된 사람이고 대부분 GM 척도가 높고 GF척도가 낮습니다(GM-GF 차이가 크게 벌어짐).
문제는 여성인데 Mf척도가 40T 이하로 낮은 경우는 성 정체성 문제보다는 성 역할 문제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거의 예외없이 GM 척도가 낮으며(GF 척도는 높은 경우가 많지만 평균 수준일 수도 있음) 자기 주장을 못하고 자신의 삶의 주인이 자기라는 인식이 결여된 무기력한 상태입니다. 우울, 불안이나 기타 심리적 문제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 성장 과정 또는 현재의 환경에서 자기 주도적 삶을 살 수 없도록 희생이나 배려를 강요받은 이력이 있는 경우가 많고 상담/심리치료의 방향 또한 이러한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고 물리적/정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쪽으로 맞춰져야 합니다.
GM, GF는 Peterson과 Dahlstrom이 1992년에 개발한 척도로 Mf척도의 상승과 하락을 설명하기 위해 함께 살펴볼 수도 있지만 두 척도의 해석 자체도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성차별이 심한 나라는 GM, GF 척도의 점수가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남성은 GM>GF, 여성은 GM<GF 경향을 보이며 성차별 의식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납니다. 특히
남성은 GF가 낮을수록(40T 이하) 공감과 역지사지에 무딘 고집불통 마초일 가능성이 커지고,
여성은 GM이 낮을수록(40T 이하) 자립 생존이 불가능한 수동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GM, GF 척도 모두 60~65T의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면 남성적, 여성적 성역할이 고르게 발달한 성숙한 사람이고 반대로
둘 다 30~40T의 낮은 수준에 머무르면 성역할 자체가 분화되지 않고 미성숙한 상태의 사람(일종의 어른 아이)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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