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I-2/A 임상 소척도의 해석 기준은 65T-65T입니다. 임상 모척도가 65T 이상일 때, 하위 소척도가 65T 이상인 경우에 해석하라는 것이죠.
Hy2 임상 소척도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임상 소척도의 해석 기준을 먼저 꺼낸 이유는 Hy2 소척도를 해석할 때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해석이 가능한 경우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제 말이 믿기지 않으면 Hy2 소척도 점수가 65T를 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count 해 보시기 바랍니다)
Hy2(Need for Affection) 임상 소척도는 12문항으로 구성되며 원래 '타인에 대한 신의와 신뢰, 그리고 의심과 분개를 부정하는 경향을 강조'하기 위해 개발된 척도입니다.
그래서 높은 점수는 갈등을 피하기 위한 순종성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반대로 낮은 점수는 기본적인 신뢰의 상실로 인한 냉소주의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런 해석은 주로 Caldwell(1988)과 Graham(1999)의 연구 결과를 따르는데 문화적인 배경 차이인지 시대상의 변화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수검자에게는 들어맞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상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범위는 -1SD~+1SD에 해당하는 40T~60T입니다. 즉 40T보다 낮아도 문제이고 60T 이상으로 상승해도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40T 이하와 60T 이상은 원인이 다를 뿐 쌍둥이처럼 비슷한 상태입니다. 그러면 40T 이하로 저하되거나 60T 이상 상승하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느냐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40T 이하 : 애정 고갈
* 60T 이상 : 애정 갈구
40T 이하로 낮은 점수라면 받아야 할 애정을 받지 못해 결핍된 상태이며 대부분의 수검자가 38, 39T로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35T 이하의 점수라면 거의 굶어죽기 일보직전의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성장 과정에서 (학대, 방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부모가 맞벌이 등) 이유로 부모의 애정을 받지 못한 것뿐 아니라 현재도 이러한 애정이 제대로 채워지지 못하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Nichols & Greene(1995)이 이야기한 것처럼 낮은 점수가 냉소주의와 관련이 있느냐 하면 제 경험 상 그럴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Hy2 점수가 낮을 때 MMPI-2의 RC3 척도나 MMPI-2/A의 CYN, A-cyn 척도가 상승할 때도 있고 상승하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냉소주의 성향은 Hy2 척도의 저하로 설명하기보다는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60T 이상으로 상승한 점수라면 부모로부터 객관적으로 충분한 사랑을 받았더라도 수검자의 주관적인 지각으로는 불충분한 상태, 즉 애정에 목말라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모자란 것이죠. 61, 62T가 대부분이고 65T 이상으로 상승한 경우가 드문 편입니다. 역시 예상 가능한 것처럼 타인의 칭찬과 관심, 애정을 원하는 연극성 기질의 소유자이거나 전환 장애 환자에게 많이 나타나지만 이것 역시 낮은 점수를 냉소주의와 연결해서 해석하기 어려운 것처럼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최소한 TCI의 추가 실시를 통해 교차 검증해야 합니다.
상담 현장에서는 Hy2 점수가 높은 쪽보다는 낮은 쪽 수검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애착 외상을 입은 사람이거나 최소한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족 역동을 살펴보기 위해 그림 검사의 KFD나 로샤 검사의 추가 실시가 필요하고 문장완성검사에서 부모, 가족에 대한 언급도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Hy2 척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supervision을 하면서 애착 외상이 의심되는 내담자의 Hy2 척도 점수가 낮은 경우가 너무 많다고 느끼게 되면서부터입니다.
그래서 요새는 대인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담자라면 MMPI-2/A 결과에서 Hy2 척도 점수부터 확인하고 시작할 정도로 제게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임상가 선생님들도 MMPI-2/A의 Hy2 척도 점수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시면 대인 관계 역동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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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마음사랑
MMPI-2는 우리나라에 표준화되어 소개된 게 불과 2005년이라서 얼핏 보면 겨우 10 여년 정도 지난 새로운 검사 같지만 미국에서 MMPI가 MMPI-2로 개정된 것이 1989년이니 이미 나온 지 30년에 육박하는 구닥다리(?) 검사 도구입니다. 그만큼 이미 엄청나게 많은 관련 서적과 연구가 쏟아져 나와서 아는 사람들은 더 이상 팔 것이 없는 광산같다고 말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열악한 정도가 아니라 참담한 수준이라서 당장 온라인 서점에 MMPI-2로 검색해 보면 저서는 둘째치고 번역서도 달랑 두 권 밖에 안 나옵니다.
한 권은 John R. Graham의 'MMPI-2 : Assessing Personality and Psychopathology(4th, 2006)'을 번역한
'MMPI-2 성격 및 정신병리 평가'로 월덴 3에서도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별로 추천하는 책은 아닙니다). 다른 한 권은 David S. Nichols와 Alan S.Kaufman의 'Essentials of MMPI-2 Assessment(2th, 2011)'를 번역한 'MMPI-2 평가의 핵심'입니다.
저는 두 권 다 별로였기 때문에 한글 서적으로는 그냥 (주) 마음사랑의 매뉴얼과
'Psychological Assessment with the MMPI-2(2nd, 2001)'를 주로 봤는데 이제 이 책을 참고 서적으로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원서는 저자로 Psychological Assessment with the MMPI-2에도 이름을 올린 Richard W. Levak과 David S. Nichols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차세대 MMPI-2 전문가가 집필한 서적이지요.
게다가 내용도 MMPI-2 검사 sign을 정신병리적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에게 피드백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기존의 서적과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성은 1장. 서론, 2장. 치료적 평가와 피드백의 단계를 거쳐,
3장. 타당도 척도
4장. 척도 1
5장. 척도 2
6장. 척도 3
7장. 척도 4
8장. 척도 5
9장. 척도 6
10장. 척도 7
11장. 척도 8
12장. 척도 9
13장. 척도 10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척도는 각각,
* 주요 특징 : 주 호소, 사고, 정서, 성격 및 행동 특성, 강점
* 치료자를 위한 지침
* 생활 방식 및 성장 배경
* 다른 척도와의 관련성
* 치료적 제안 및 고려 사항
* 낮은 범위 프로파일의 피드백(T점수<50)
* 정상 범위 프로파일의 피드백(50<T점수<65)
* 상승한 프로파일의 피드백(T점수>65)
* 살아온 과정의 피드백
* 내담자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
으로 꼼꼼하게 구성되어 있어 기존 MMPI-2 서적과 달리 내담자와 함께 작업하면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굉장히 참신해요.
단점은 타당도와 임상 척도군에 속한 10개 척도에만 국한되어 있어 재구성 임상척도, 성격병리척도, 내용척도, 보충척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것과 각 척도 별 대표적인 code pattern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건 code pattern 분석을 싫어하는 제 취향 때문일 수 있으니 원서를 읽기 싫지만 code pattern 분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안성맞춤의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추천 대상은 MMPI-2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내담자에게 해석해 주면서 상담을 진행하려는 상담자이고
'Psychological Assessment with the MMPI-2'와 함께 읽으면 더욱 균형잡힌 해석이 가능합니다.
임상/상담 대학원생과 MMPI-2를 구체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심리평가에 대한 개념을 먼저 잡고 싶은 분들은
'임상심리검사의 이해'와
'심리검사의 이해'를 차례로 읽은 뒤 도전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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