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끔은 낮은 타당도 척도를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리해 봤습니다. 낮다는 건 최소 35T 이하이고 보통은 기저선까지 터치한 경우를 해석이 필요한 낮은 점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 L척도
: K, S척도는 보통 수준인데 L척도만 아주 낮을 때가 대부분이고 보통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입니다. 거짓말 따위는 전혀 하지 않으며 지나칠 정도로 모든 것에 솔직하게 응답(F척도군이 상승하지 않는 경우 이것도 기질/성격적 특성 때문일 수 있어 TCI 결과를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했거나 반대로 평소에 naive한 거짓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평가받는 상황에서 이를 감추려고 지나치게 애쓰다 보니 L척도가 바닥선까지 떨어지는 경우로 현장에서는 후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런 수검자는 문장완성검사에서도 거짓말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언급을 자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K척도
: S, L척도까지 모두 40T이하로 낮게 평가된 경우는 증상이 만성화된 상태를 반영할 수 있으나 K척도만 유독 매우 낮게 측정되는 경우에는 증상 만성화보다 성격 미발달 상태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TCI 결과에서 자율성, 연대감이 미발달되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물론 임상 척도군이 증상 만성화를 반영하는 경우는 전자로 해석해야 합니다.
* S척도
: S척도만 매우 낮게 평가되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보이는 것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겠다는 거만한 태도 때문이므로 TCI 결과에서 MLL, HLL 등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은 반사회성 계열의 기질이나 HLH, HMH, HHH로 측정되는 B군 기질이면서 연대감이 낮은 성격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아서 성격 장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성격 유형에 대한 분석을 잘 해야 합니다.
당연히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단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의외로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해석 포인트를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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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 성격이라는 건 TCI 기준으로 MHH 기질 유형인 사람을 말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성격 미발달 문제가 생기면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보통 회피성 성격 장애 상태라 부르고 기질 조절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담/심리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행히 성격이 잘 발달된 사람의 경우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회피성 기질이라는 말만 들으면 도망자 모드가 기본 장착된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사람들이 건강하게 산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요? 이들은 회피해야 할 만한 상황 자체를 아예 만들지 않습니다. 건강한 성격 유형 별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HHL 성격 유형 : 회피할 일을 아예 만들지 않기 위해 계약서를 꼼꼼히 쓰거나 루틴 등을 철저하게 만듭니다
* MHL 성격 유형 :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 곁에 두며 자신도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게끔 노력합니다
* HML 성격 유형 : 회피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논리적으로 철저히 준비합니다.
* MHH 성격 유형 : 상대방을 충분히 배려함으로써 회피하고 싶은 대인 관계 상황을 만들지 않습니다
* HHH 성격 유형 : 창의적인 방식으로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회피합니다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죠?
그렇다면 회피성 성격인 사람은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1단계, 회피성 성격인 사람은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이를 애써 부정한다고 해서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안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어떤 문제 상황에 직면하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2단계, 그렇다고 모든 상황을 회피할 수는 없으니 절대로 회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기 위해 자신만의 가치관과 태도, 신념을 정립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절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신뢰는 저버리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세웠다면 이것이 회피해서는 안 되는 나름의 마지노선이 됩니다.
3단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는 고민하지 말고 빨리 회피해 버려서 이 때 절약한 에너지를 앞에서 찾아낸 절대로 지켜야 하는 것들에 올인해야 합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의지의 힘은 총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에 재분배하는 것이죠.
물론 앞서 예시로 든 성격 유형들처럼 회피할 만한 일 자체를 평소에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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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의 보충 척도 중 Do는 지배성을 측정합니다. 평균 수준이라면 '자기 삶에 대한 지배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너무 낮으면 자신의 삶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상태, 그러니까 통제력을 잃어버린 상태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너무 높으면(대략 60T가 넘어가면) 타인의 삶까지 지배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기 때문에 너무 높아도 좋은 건 아닙니다. 물론 높은 수검자보다는 낮은 수검자가 훨씬 더 많이 보입니다.
LSE2 내용 소척도는 과도한 수동성향을 측정합니다. 그래서 척도의 이름도 순종성이죠. Graham 등(1999)에 의하면 LSE2 소척도가 상승한 수검자의 공통 특징은 대인관계 민감성이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LSE2 소척도가 상승하는 경우는 의존, 복종할 누군가를 간절히 찾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TCI 성격 유형도 LML, LHL, LHM, LHH 등 연대감을 높여 누군가에게 의지함으로써 낮은 자율성을 보완하려는 수검자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Do 척도와 LSE2 척도가 동시에 높다는 건 타인을 지배하려는 성향을 드러낼 정도로 지배성이 강하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의존하려는 순종성을 보인다는 말이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얼핏 보면 의미 상으로는 반대되는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양상을 보이는 수검자가 꽤 있습니다. 그럼 이 수검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동-공격성(HHH) 기질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HH? 기질 계열의 특징은 자극추구와 위험회피 기질이 모두 동시에 높아서 접근-회피 갈등이 심하다는 겁니다. HH? 기질에는 HHH, HHM, HHL 기질 유형이 있는데 HHM, HHL 기질은 사람과 관련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Do, LSE2 척도의 대상은 거의 사람이므로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강한 HHH 기질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특히 HHH 기질이면서 LML, LHL, LHM, LHH 성격 유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이런 유형의 수검자는 대인 관계 역동이 상담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그 역동이 상담에서 재현되는 것에도 주의해야 하고요. 보통 상담 초반에는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어느 정도 상담에 익숙해지고 안면을 익히고 나면 수동-공격성 기질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때문에 상담자는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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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는 임상/상담 통틀어 현장에서 사용하는 심리검사 도구 중 기질/성격 역동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검사로 제가 반드시 익히라고 권장하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강력하고 유용한 검사 도구임에도 정작 관련된 참고 서적과 문헌이 전무하다시피 하여 TCI를 익히려는 임상가들의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사실 상 매뉴얼을 제외하면 자료가 없다시피 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실전 해석 관련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포스팅하는 겁니다.
TCI 매뉴얼은 2007년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무려 14년이 지난 2021년 4월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변함이 없지만 달라진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1. 온라인 검사 실시와 관련된 추가 내용
: 기존 매뉴얼은 지필 검사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비대면 검사 시장이 확대되면서 발송된 접속 코드를 이용해 온라인 검사 실시 사이트(mtest.kr)에서 검사를 실시하는 인증 코드 방식과 수검자가 PC를 이용해 곧바로 검사를 실시하는 PC앱(Mscore) 방식에 대한 설명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거라서 추가로 설명드릴 내용은 없습니다.
2. 규준과 관련된 추가 내용
: 원래 TCI는 수검자의 학령 규준에 따라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JTCI 3~6 버젼은 미취학, JTCI 7~11 버젼은 초등학생, JTCI 12~18 버젼은 중/고등학생에게 실시하면 되고 TCI-RS 버전은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대학생에게는 대학생 규준을, 그 밖의 성인에게는 일반 성인 규준을 적용하면 되는데 몇 가지 추가된 설명이 있습니다.
* 수검자가 만 18세라도 대학생이라면 TCI-RS를 실시하는 것이 적합하다
* 수검 아동이 만 6세지만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경우 JTCI 7~11 버젼을 실시하는 것이 적합하다
=> 연령 규준과 학령 규준이 충돌하면 학력 규준을 따르라는 지침입니다.
* 20대 초중반의 젊은 성인이라면 현재 재학 중이 아니더라도 대학생 규준을 선택하는 것이 적합하다
=> 얼핏 보면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20대 초중반의 성인이라면 일반 성인 규준이 아닌 대학생 규준을 적용하라는 말처럼 보이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 '현재 재학 중이 아니더라도'에 방점이 찍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군 입대 중이거나 휴학 중인 대학생의 경우에는 여전히 대학생 규준을 적용하라는 말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해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20대 초중반이라면 당연히 일반 성인 규준을 사용해야죠.
3. 기질 유형의 명칭 변경
: 기질 유형 중에서 수검자에게 해석 상담 했을 때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거나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명칭을 좀 더 완곡한 용어로 다듬었습니다. 변경된 유형은 아래와 같습니다.
* HLM : 충동-공격적 -> 외향적-충동적인(O)
* LHM : 경직된-참을성 있는 -> 내향적인-경직된(O)
* HHM : 불쾌한 -> 신경증적인(O)
* LMH : 양심적-권위주의적 -> 전통적인-신뢰할 만한(X) : 틀과 기준의 고수가 중요한 건데 너무 미화한 듯
* HML : 기회주의적-자유주의적 -> 독립적인-자유주의적인(O)
* HMH : 자기도취적 -> 관심을 끌기 원하는(X) : 연극성이냐?
* LML : 잘 드러나지 않는 -> 사생활을 추구하는(O)
* MHH : 수동-회피적 -> 회피적인-의존적인(X) : 회피면 회피고 의존이면 의존이지 회피-의존은 뭐임?
* MLH : 잘 속는-영웅적 -> 친화적인-사교적인(X) : 오지라퍼인 홍반장 느낌이 전혀 살지 않음
* MHL : 고립된-겁많은 -> 냉담한-거리를 두는(X) : 낮은 사회적 민감성만 너무 강조한 듯
* HHH : 수동-공격적 -> 자기애성(X) : 자기도취적 기질을 연극성으로 바꾸니 이런 어거지가 나오는 듯
* LHH : 수동-의존적 -> 회피성(X) : 회피성을 의존성으로 바꾸니 의존성을 회피성으로 바꿀 수 밖에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는 명칭 변경도 있고(O로 표시), 이건 뭐지 싶은 명칭 변경도 있습니다(X로 표시). 저는 그냥 수검자에게 해석 상담을 할 때는 늘상 하듯이 뱀파이어, 카멜레온, 히어로, 미어캣과 같은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개인적으로는 익숙한 기존 명칭을 사용할 것 같습니다.
4. 전통적인 성격장애 범주의 명칭 변경
: 두 가지 명칭이 크게 바뀌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HHH : 수동-공격성 -> 자기애성(?)
* LHH : 의존성 -> 회피성(?)
기존의 수동-공격성(HHH) 성격 유형과 자기애성(HMH) 성격 유형은 위험회피기질의 수준 차이가 조금 나는 걸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하고 서구의 경우는 수동-공격성 성격 장애를 Covert Narcissist로 분류해서 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아형(subtype)처럼 보기도 하니까 별로 바뀐 게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상담 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TCI 기질 유형 : HHH 기질' 포스팅에서 HHH 기질 유형이 수동-공격성이 아닌 경계성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경계성과 자기애성은 같은 B군이기는 하지만 전혀 다르죠.
게다가
'TCI 유형별 해석집의 구조 이해' 포스팅을 보면 TCI는 기질과 성격 모두 뒤집으면 서로 반대되는 유형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LLM(미성숙한) 유형을 뒤집어 보면 HHM 유형으로 성숙한 성격이 되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HHH 기질 유형을 뒤집으면 LLL 기질 유형이 되는데 이는 분열성(schizoid) 기질이죠. 그런데 기존에 자기애성 기질이었던 HMH 기질 유형을 뒤집으면 LML 유형이 됩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HHH <----------> LLL
HMH <----------> LML
HHH 기질 유형은 모든 차원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접근-회피 갈등이 매우 심하지만 LLL 기질 유형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죠. HHH 기질을 자기애성 기질이라고 명명하면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걸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자기애성 기질의 소유자들은 수동-공격성 기질보다 겁이 없기 때문(?)에 HHH 기질처럼 양가 갈등이 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HMH 기질이 자기애성의 특성을 더 잘 보여주며 이는 LML 기질과 비교를 통해서도 그렇습니다. 이는
'TCI/JTCI HMH, LML 기질의 비교 이해' 포스팅에 상세히 설명해 두었으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나마 LLL, LML 기질은 모두 A군에 속하고 속성도 비슷하기 때문에 HHH 기질 유형을 자기애성으로 명명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지만 LHH 기질 유형을 의존성이 아닌 회피성으로 명명하는 건 이야기가 전혀 다릅니다.
LHH를 뒤집어 보면, HLL인데 이는 반사회성 기질입니다. 보시는 것처럼요.
LHH <-----------> HLL
반사회성 기질은 말 그대로 반사회성이기 때문에 사회적이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사람을 얼마든지 이용하거나 착취할 수 있는 기질이지만 그 반대인 의존성은 반사회성과는 반대로 지나치게 익사회적이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말이 되죠.
그런데 이걸 회피성이라고 명명하면 설명이 안 됩니다. 만약 반사회성의 반대가 회피성이라면 반사회성 기질은 모든 일에 도전하는 기질 유형이라고 역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하거든요. 오히려 기존의 회피성 기질인 MHH 유형을 뒤집은 LLM 유형을 살펴보면 유쾌한 기질 유형이라 모든 것에 거리낌없이 도전하고 낙관하는 유형이죠. 이게 더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저는 왜 명칭이 이렇게 바뀌었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논리적 근거에 의해 명칭이 개정되었는지 설명이 없어서 더욱 의구심이 드네요.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보면 HHH 기질은 수동-공격성의 모습을, LHH 기질은 의존성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개정판에서 바뀐 명칭이 아닌 기존 기질 유형의 명명 방식을 따를겁니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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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에
'TCI로 살펴보는 C군 성격의 차이'라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포스팅의 2탄 격입니다. 이 글이 올라왔다는 건 A군 성격을 다루는 3탄도 올라온다는 이야기죠.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거나 DSM-5 기준으로 B군에 속하는 성격은 반사회성, 자기애성, 연극성, 경계성입니다.
반사회성, 자기애성, 연극성, 경계성은 TCI에서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 반사회성 : HLL
* 자기애성 : HMH
* 연 극 성 : HLH
* 경 계 성 : HHL -> 수동-공격성 : HHH
B군은 자극추구기질이 높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제가 TCI 강의를 할 때 자극추구기질이 높은 수준이라는 걸 엑셀레이터를 밟는 운전 습관이 있다는 것에 비유해서 설명하곤 합니다. 그만큼 자극추구기질이 높은 사람은 대체로 호기심이 많고 매사에 활력이 넘치며 의사 결정이 빠르고 뭔가에 빠지면 끝을 보는 모습을 보이죠.
그래서 B군의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 공통된 가장 강력한 행동 동기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상황을 피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럼 B군 기질 들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하는 건 반사회성입니다. 반사회성은 나머지 B군 기질들과 많이 다릅니다. 자기애성, 연극성, 수동-공격성은 자극추구기질 뿐 아니라 사회적 민감성 기질도 동시에 높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반사회성은 이들과 자극추구기질이 높다는 공통점만 공유할 뿐 나머지는 다르기 때문에 약간 별종처럼 보일 정도로 독특합니다.
물론 연극성과는 위험회피기질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회적 민감성이 반대라서 실생활에서 보이는 모습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 반사회성 : HLL
* 연 극 성 : HLH
반사회성은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마음껏 행동하는 반면(사회적 민감성이 낮으니 다른 사람을 1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연극성은 사람들의 관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많이 씁니다(사회적 민감성이 높아서 평판에 아주 예민합니다). 반사회성이 거리의 폭주족이라면 연극성은 F1 그랑프리 선수에 비유할 수 있죠.
그럼 연극성, 자기애성, 수동-공격성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 연 극 성 : HLH
* 자 기 애 성 : HMH
* 수동-공격성 : HHH
보시는 것처럼 이 세 기질은 모두 자극추구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동시에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엑셀레이터를 마음껏 밟으면서도 사람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특징을 공유하는 것이죠. 이 세 기질의 차이점은 위험회피기질의 수준에 있습니다.
연극성 기질은 앞에서 반사회성 기질과 비교할 때 말씀드린 것처럼 엑셀레이터는 마음껏 밟고 브레이크는 전혀 밟지 않지만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건 수동-공격성 기질도 마찬가지지만 위험회피기질이 연극성 기질과 상반되기 때문에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으니 엔진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고 접근-회피 갈등이 매우 심한데 사회적 민감성도 높아 이러한 갈등이 대인 관계에서 주로 나타나게 됩니다.
자기애성 기질은 연극성과 수동-공격성의 중간 수준이기 때문에 하위차원들의 방향에 따라 연극성처럼 돌진하는 과감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수동-공격성처럼 우왕좌왕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애성 기질은 하위차원 분석을 주의깊게 해야 합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B군 기질의 공통점 : 자극추구기질이 높아서 지루함을 피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행동 동기임
* B군 기질의 차이점
- 반사회성 기질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아서 나머지 B군 기질과 달리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음
- 연극성, 자기애성, 수동-공격성 기질은 자극추구,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위험회피기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연극성이 가장 과감하고 겁이 없으며 수동-공격성이 접근-회피 갈등이 가장 심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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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회성 성격 장애는 성격 장애군 중에서도 치료가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오죽했으면 남자 반사회성 성격 장애의 경우 나이가 듦에 따라 여성 호르몬 수치가 증가하면서 자연적으로 반사회성이 약화되는 걸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왔을까요;;;;;
그렇다고 손을 놓고 마냥 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 뭐라고 해봐야겠지요. 그럼 뭘 해야할까요? 그 답을 TCI에서 찾아보겠습니다.
TCI에서 반사회성 기질은 HLL 유형입니다. 굉장히 다양한 성격 유형과 조합될 수 있지만 반사회성 기질의 경우 상담실에 내방하는 많은 내담자들의 성격 유형과 반대로 자율성이 높고 연대감이 낮은 유형의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자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하는 많은 내담자들과 달리 연대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거죠. 기질을 바꿀 수는 없고 자율성을 낮춰서도 안 되니 연대감을 올려 사회에 적응하고 살게 하는 것이 일차적인 치료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연대감의 하위차원으로는 타인수용, 공감, 이타성, 관대함, 공평이 있습니다. 자기 수용이나 자기 일치처럼 실존적인 영역을 다뤄야 하는 하위차원이 많은 자율성에 비해 연대감을 올리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그 이유는 연대감 하위차원들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역지사지의 영역에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사회성 기질답게 당연히 그러한 역지사지 노력에 저항하지만 좀 더 큰 이익 실현을 위해 연대감이 있는 척 연기하도록 연습함으로써 인지 부조화를 유발하는 것도 효과적인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대감이 상승하게 되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까지 도달할까요? 이는 각 성격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1) 자기초월이 높은 유형 : HLH
: 편집성(HLH) 성격 유형의 반사회성 성격 장애는 연대감이 증가하면 독창적인(HMH) 유형을 거쳐 창의적인(HHH) 유형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피해 의식과 관계 사고를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활용하게 바뀌는 것이죠. 따라서 사회에 대한 기여를 통해 반사회성이 누그러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2) 자기초월이 중간인 유형 : HLM
: 괴롭히는(HLM) 성격 유형의 반사회성 성격 장애는 연대감이 증가하면 과도기인 HMM 유형을 거쳐 성숙한(HHM) 유형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괴롭히는 유형은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악독해진 성격 유형이라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수용하게 되면 오히려 건강한 성격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3) 자기초월이 낮은 유형 : HLL
: 독재적인(HLL) 성격 유형은 가장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 장애이나 자기초월이 낮은 만큼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초월이 높은 유형에 비해 연대감을 높이기 쉬운 편입니다. 연대감을 높이는 게 자신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걸 쉽게 받아들이니까요. 그래서 연대감이 조금만 높아져도 논리적인(HML) 성격이 되고 연대감을 더 높인다면 조직화된(HHL) 성격이 되어 매사에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성격이 됩니다. 오히려 연대감이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조율을 잘 하는 게 중요한 성격 유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독재적인 성격에서 신뢰로운 성격으로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경우는 별로 없었고 연대감을 높이면 자율성이 조금 내려와서 MML 유형이 되는 게 더 흔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 정도만 되면 반사회성 기질의 소유자라고 해도 대인 관계 갈등을 줄이면서 사회 생활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더군요.
반사회성 기질과 조합을 이루는 대표적인 3가지 성격 유형의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결국 반사회성 성격 장애 치료의 핵심은 연대감을 높이는 것이고 이 때 어떤 성격 유형이냐에 따라 다른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상담자는 이에 따라 치료 전략을 세밀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포스팅의 핵심입니다. 굳이 반사회성 기질이 아니더라도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을 향상시킬 때 연대감 증진이 중요하므로 나중에 연대감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별도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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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HHL 유형으로 분류되는 경계성 기질은 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이 유형이 이름 그대로 모든 기질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DSM의 성격 장애 category를 사용하여 증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B군입니다.
* HLL : 반사회성
* HLH : 연극성
* HMH : 자기애성
보시다시피 TCI에서 나타나는 B군의 공통 특징은 자극추구기질이 모두 high level이라는 겁니다. 위험회피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공통 부분은 없죠. 그럼 C군은 어떨까요?
* LHL : 강박성
* LHH : 의존성
* MHH : 회피성
TCI에서 나타나는 C군의 공통 특징은 위험회피기질이 모두 high level이라는 겁니다. 역시나 자극추구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공통 부분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A군을 보겠습니다.
* LLL : 분열성(기질)
* LLH : 분열형(성격)
* HLH : 편집성(성격)
A군의 경우 분열성은 기질 유형이고 분열형과 편집성은 성격 유형이기 때문에 공통점을 한 눈에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A군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분열성 기질을 보면 A군의 공통 특징이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low level이라는 걸 추정할 수 있습니다.
낮은 자극추구기질이 특징이라면 이는 C군(강박성, 의존성)과 겹치고 낮은 위험회피기질이 특징이라면 B군(반사회성, 연극성)과 겹치기 때문이죠. 따라서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은 것이 A군의 특징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실제로 A군은 사람을 포함한 외부 환경보다는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이나 내면의 세계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하니까요.
그럼 경계성 기질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H H L
보시는 것처럼 경계성 기질은 높은 자극추구기질을 B군과, 높은 위험회피기질을 C군과,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을 A군과 공유합니다. 그러니까 A, B, C군의 공통된 기질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경계성 기질은 세 군의 경계에 위치한 기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 차원의 점수에 따라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 자극추구기질 : 90%ile
* 위험회피기질 : 71%ile
* 사회적 민감성 기질 : 29%ile
첫 번째 예에서 위험회피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각각 high, low level에 속하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수준의 점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자극추구기질은 극단값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똑같은 HHL 유형이라고 해도 이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는 B군처럼 자극추구기질이 높은 모습을 보입니다. 자극추구기질의 하위차원을 확인해 보면 좀 더 detail하게 분석할 수 있겠죠. 그럼 다른 예를 보겠습니다.
* 자극추구기질 : 75%ile
* 위험회피기질 : 75%ile
* 사회적 민감성 기질 : 5%ile
이 경우도 HHL 기질 유형임에는 틀림없으나 자극추구, 위험회피기질은 극단값이 아닙니다. 사회적 민감성이 매우 낮은 것이 특징적이죠. 그래서 이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는 A군 기질처럼 세상에 관심이 별로 없는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례는 둘 다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이기는 해도 TCI 결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겉모습만 보면 같은 기질의 소유자라고 짐작하기 어려울 겁니다. B군과 A군의 차이만큼 벌어질테니까요. 따라서 HHL(경계성 기질) 기질은 A, B, C군 모두에 발을 걸친 말 그대로 경계성 기질이기 때문에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점수값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하위차원 값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기질이라는 걸 감안하셔야 합니다.
요약하면,
* HHL(경계성) 기질 유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orderline Trait이 아니다
* 오히려 A, B, C군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는 말 그대로 경계성 기질이다.
-> 높은 자극추구기질은 B군과, 높은 위험회피기질은 C군과,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A군과 겹친다
* HHL 기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각 기질 차원과 그 하위차원의 점수에 따라 면밀한 분석을 해야 어떤 유형에 가까운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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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LML 성격 유형은 LLL, LLM 유형과 달리 연대감이 그래도 medium level이기에 HHH 기질 유형처럼 궁합이 좋지 않은 조합을 이룬 것이 아니라면 상담자와 어느 정도 rapport를 형성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상담자가 본격적인 개입을 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상호 의존 문제라든가 전이-역전이 분석이 필요한 내담자가 많기 때문에 마냥 쉬운 내담자 유형은 아닙니다.
LML 성격 유형과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성격 유형으로는 LHL과 LHM이 있죠. 이 세 성격 유형의 차이는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 살펴보도록 하고 오늘은 상담이 잘 진행되면 LML 유형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하는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LML -> MLL -> MML -> HHL
LML(모방하는) 유형을 저는 보통 '카멜레온' 유형이라고 부르는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카멜레온은 보호색을 만들기 위해 배경이 필요하고 배경이 될 만한 사람을 모방합니다. 이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는 시점은 대개 그동안 배경 역할을 해 주던 어떤 대상과 결별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연인과 헤어지거나 의지하던 선배가 유학을 떠나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모방 대상을 찾아 상담자를 찾아오게 되고 상담자가 모방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상담이 시작되게 됩니다. 상담자를 모방하기 위한 사전 과정은 다음의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상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자율성이 증진될테고 그렇게 되면 L -> M이 됩니다. 하지만 연대감은 낮은 자율성을 보상하기 위해 억지로 끌어올린 것이기 때문에 자율성의 향상과 반대 방향으로 낮아져서 반대로 M -> L이 됩니다. 그래서 LML이 MLL로 바뀌는 겁니다. 이것만 해도 상당한 진전으로 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을 모방하기 바쁜 사람이 남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성격으로 바뀐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지만요.
상담이 조금 더 진행되면 연대감도 자율성을 따라 L -> M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MLL -> MML이 되어 자율성과 연대감이 medium level이 되고 자기 초월만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데 이 정도만 되어도 상담을 종결해도 됩니다. 자기 초월은 자율성을 발휘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MML 유형은 자율성과 연대감이 적정선으로 발달한 상태이고 자기 초월만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이 됩니다.
상담에 탄력이 붙어서 더 좋아지게 되면 자율성과 연대감이 함께 동반 상승하게 되어 MM -> HH가 되고 결국 HHL(조직화된) 성격 유형이 됩니다. 높은 자율성과 연대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질을 현실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HHH 성격 유형으로는 발달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는데 이론적으로야 가능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 초월 차원은 자율성의 발휘 방향을 결정하는데 기질에 의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받기때문에 끌어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형이하학적으로 행동하던 사람이 갑자기 형이상학적으로 행동하기는 쉽지 않은거지요. 일종의 관성 때문에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상담의 최종 결과는 HHL 유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이런 순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성에 대해 감은 잡으셨을 겁니다. 장기 상담을 진행하면서 중간중간에 TCI를 실시하여 상담 효과를 측정하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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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에 '상담 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TCI 기질 유형 : HHH 기질'이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심리평가에서 수동-공격성 기질로 분류되는 수검자가 의외로 많다는 이야기와 함께 수동-공격성 기질을 가진 내담자의 문제 행동과 갈등 양상이 DSM 체계에서 말하는 경계선 성격 장애 환자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설명한 글이었죠.
제 경험으로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경계선 성격 장애처럼 보이는 대부분의 내담자들이 실제로는 수동-공격성 성격 장애이고 정작 경계선 성격 장애는 소위 '위축형' 경계선 성격 장애여서 A군이나 C군 성격 장애와 변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TCI에서 수동-공격성 기질로 분류되는 내담자의 수가 만만치 않게 많기에 언제 마음잡고 공부를 해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검색을 좀 해 봤는데 미국에서도 Passive-Aggressive Personality Disorder를 다루는 저서나 논문은 그렇게 많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책 두 권을 주문했는데 이 책이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Debbie Mirza인데 임상, 상담 전문가는 아니고 작가이자 가수인 일반인입니다. Passive Aggressive Personality Disorder 환자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생존자로 다른 생존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자신의 치유 경험에 생존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더해 수동-공격성 성격 장애를 이해하기 위한 지침서 같은 형태로 쓴 겁니다.
임상, 상담 전문가가 쓴 책이 아니라서 조금은 가볍게 워밍업하는 마음으로 손에 들었는데 대부분 제가 아는 내용이고 크게 도움을 받지는 못해서 별 2개로 평가했습니다. 남은 1권은 임상 전문가가 쓴 책이니 거기에 기대를 걸어볼 밖에요.
그래도 수동-공격성 성격 장애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은 거의 들어 있으니 원서에 익숙한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미국에서는 수동-공격성 성격 장애로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하위 유형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DSM 체계에서 본 자기애성 성격 장애는 Overt형으로, 수동-공격성 성격 장애는 Covert형으로 구분해서 은밀하고 드러나지 않는 자기애성 성격 장애 유형으로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이 책은 아래의 목차만 봐도 대충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씌여 있습니다.
* Covert Passive-Aggressive Narcissist란?
* 세 가지 단계 : Love Bombing, Devaluing, Discard
* Target의 특징
* Covert Narcissist의 특징
* Control, Manipulation 전략
* Covert Narcissist인 부모
* 일터에서 만나는 Covert Narcissist
* Covert Narcissist와 성관계하는 문제
* Covert Narcissist와 이혼하기
* 왜 그들은 정서적, 심리적으로 학대하는가?
* 그들의 가장 위험한 특징
* 당신의 몸은 안다
* 생존자들이 느끼는 것
* 치유와 회복으로 가는 길
개인적으로는 원서 리딩에 익숙한 분을 제외하고는 일독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마땅한 한글책이 없기는 하지만 굳이 챙겨 읽을 정도의 정보가는 없습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 공부를 좀 더 꼼꼼히 하는 게 나은 수준이니까요.
닫기
* 많은 경우 그들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바로 그 때 당신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치는 경향이 있다.
* 그들이 당신에게 하는 비난의 대부분은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당신에게 투사하는 거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Covert Narcissist의 특징
- They do not have a strong sense of self
- Silent Rage
- Lying
- Hoovering
- Constant Criticism
- Jealousy
- They project their own issues on to you
- Their words don't match their actions
- They are emotionally disconnected
- Flying monkeys
- They take credit for your ideas
- They withhold praise and recognition
- They sabotage birthdays, holidays, vacations, and meaningful dates
- They belittle you and "teach you lessons"
- They are self-focused and emotionally immature
- There are always strings attached
- They use people
- They are dizzying conversationalists
- They create drama
- They don't make love; they take it
- They are not protective
- They create stories in their head
- They have no desire to know you
- They have no interest in making great relationship
- Control and manipulation
* 누군가 당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는 당신이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이다.
* Gaslighting의 목적은 당신을 destabilize하는 것이다. 그 결과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된다.
* 대부분 희생자의 공통점은 그들이 self-reflective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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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에는 타당도 척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보통 MMPI-2/A의 타당도 척도를 먼저 살펴보곤 합니다. 대개 문제가 되는 상황은 L, K(MMPI-2의 경우 S까지) 척도가 상승하여 방어적인 경향을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럴 경우 보통은 성격, 심하게는 기질 유형까지 지나치게 양호한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방어적인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TCI/JTCI를 해석하는데는 무리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평가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하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수검자가 자신의 문제를 과장해서 호소하는 방향으로 응답했다면, 즉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F, F(B), F1, F2 척도가 과도하게 상승했다면 TCI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해석 지침에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이 각각 경조증, 신경증 증상이 심할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걸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안해서 낮춰 해석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수검자가 증상을 과장하는 경향이 지나치다면 몇 개의 특정 기질/성격 유형으로 몰려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 자칫하면 잘못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faking-bad 경향이 심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기질/성격 유형은 아래와 같습니다.
HHL - L - LLL
그러니까 경계선 기질 + 낮은 인내력 + 침울한 성격 조합이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물론 LLL 만큼이나 LLM, LLH도 흔하기는 하지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성격 유형은 역시 LLL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기질/성격 조합이 가장 많이 나타날까요? 그다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Cloninger가 성격 발달에 가장 유리하다고 이야기한 기질 조합 기억나십니까? 바로 LLH - H입니다. 안정적(staid) 기질에 높은 수준의 인내력 기질을 갖고 태어나는 겁니다.
그 다음에 가장 잘 발달된 성격 유형은 어떻습니까? 바로 HHH(창의적) 성격입니다.
'TCI/JTCI LLL 성격 유형의 이해'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HHH 성격 유형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완전히 발달된 상태에 '창의성'이라는 +@가 더 있는 것이죠.
결국 가장 안정적이고 잘 발달된 기질/성격 조합은 LLH - H - HHH가 됩니다. 그럼 이를 뒤집으면 어떻게 될까요? 예상하시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HHL - L - LLL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는 엉망진창의 기질을 갖고 태어났고 게으르고 끈기라고는 하나도 없으며 아무것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의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과장해서 주장하면 TCI/JTCI에서 HHL - L - LLL조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수검자가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증상을 심하게 과장하는 경향을 보였다면 TCI/JTCI에서 경계선 성격 장애로 진단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자칫하면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formulation할 위험성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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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상담을 받으러 오는 성인/청소년 내담자의 상당수가 TCI 결과에서 LLL 성격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문제는 LLL 성격 유형의 이름이 '침울한(Melancholic)'으로 되어 있어 우울한 성격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MMPI-2/A 결과에서 우울 sign을 찾지 못하면 당황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물론 LLL 성격 유형인 수검자가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LLL 성격 유형은 사실 우울하고는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과연 그런지 실증적인 해석을 해 보겠습니다.
우선 LLL 성격 유형만큼 자주 볼 수 있는 LLM 성격 유형을 보도록 하죠. LLM 성격 유형의 이름은 '미성숙한'입니다. TCI는 기질이든 성격이든 양쪽 극단이 댓구를 이루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LLM을 뒤집으면 LLM 유형의 반대 의미를 갖는 성격 유형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한번 해보죠.
LLM <---> HHM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시겠지만 HHM 성격 유형의 이름은 '성숙한'입니다. 이처럼 어떤 기질/성격 유형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뒤집어서 살펴보면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오늘의 주제인 LLL 성격 유형으로 돌아가보죠.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뒤집어 보겠습니다.
LLL <---> HHH
HHH 성격 유형의 이름은 '창의적인'입니다. 창의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발된 상태에 창의성이라는 +@가 더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와 정반대인 LLL 유형은 어떤 의미일까요? 창의성은 커녕 자신의 역량을 전혀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미개발된 상태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LLM(미성숙한) 유형보다 더 미성숙한 것이죠. 내면 아이의 성숙도로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나이에 비해 어리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 발달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정도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만큼 갈 길이 먼 것이고 상담자와 할 일이 많은 겁니다. 단순히 우울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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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 결과를 해석할 때 보통 '위험회피' 기질은 낮을수록, '자율성' 성격은 높을수록 좋다고 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 중 위험회피 기질은 높고 자율성 성격은 낮은 내담자가 굉장히 많다는 체험적 사실로 지지됩니다.
그래서 자율성이 L(Low level) 수준으로 평가되면 연대감이 어떻든, 자기초월이 어떻든 간에 건강한 성격으로 발달하기 어렵죠.
하지만 반대로 자율성이 높다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닌 것이 연대감도 어느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다음의 예를 보겠습니다.
* HLL(독재적인) - HLM(괴롭히는) - HLH(편집성)
보시는 것처럼 자율성이 높을 때 연대감이 낮으면 자기초월이 어떤 수준이든 건강하지 않은 성격이 됩니다. 그러니 자율성이 아무리 높더라도 연대감이 아주 낮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연대감이 중간 수준일 때는 어떻게 될까요?
* HML(논리적인) - HMM(높은 자율성) - HMH(독창적인)
예상대로 자율성이 높을 때 연대감이 중간 수준만 되어도 자기초월의 수준과 상관없이 비교적 건강한 성격이 됩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자율성과 연대감이 모두 높은 경우를 보겠습니다.
* HHL(조직화된) - HHM(성숙한) - HHH(창의적인)
역시나 자율성과 연대감이 모두 높다면 자기초월의 수준과 상관없이 모두 건강한 성격으로 발달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연대감보다 자율성이 훨씬 더 중요한 성격 특성이라고는 해도 자율성만 높아서는 안 됩니다. 연대감이 최소한 중간 수준 이상으로는 발달해야 건강한 성격이 됩니다.
자율성이 높고 연대감이 낮은 HLL, HLM, HLH 성격 유형은
'TCI와 MMPI-2로 살펴본 반사회성 성격장애 양상'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하위 성격 유형들이기 때문에 연대감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야 합니다. 언제 한번 연대감을 향상시키는 기술적 접근에 대해서도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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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은 경계선 성격장애로 진단받을 정도의 성격 문제를 보이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경계선 기질이라고 하면 TCI 결과에서 HHH 유형으로 구분되는 기질인데 이러한 기질을 성격이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경계선 성격 문제가 되고 심하면 경계선 성격장애로 발전하게 되는거지요.
하지만 성격 발달에 문제가 없어서 건강한 성격을 발달시킨 사람이라면 경계선 기질을 가졌다고 모두 경계선 성격장애로 이환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성격으로 기질의 조절 기능에 문제가 없는 경계선 기질의 소유자는 일상 생활의 대인 관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할까요?
자극추구기질과 위험회피기질의 상대적 상승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계선 기질의 소유자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이 모두 높은 수준이고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일'과 '사랑' 중 일의 영역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해도 '사랑'의 영역인 대인 관계에서는 어려움을 겪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경계선 기질인 사람은 다가감과 물러섬의 힘이 동시에 작용하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경계선 기질인 사람을 흔히 '북극에 사는 고슴도치'에 비유하는데 북극에 살기 때문에 추우니 체온을 나눌 대상을 찾지만(자극추구 기질의 작동, 다가감의 동력) 가까이 다가가면 상대방의 가시에 찔려서 아프기 때문에 화들짝 놀라서 떨어지게 됩니다(위험회피 기질의 작동, 물러섬의 동력). 떨어지면 다시 추워지니 또 상대방을 찾게 되고 이런 일을 반복하면서 다가감과 물러섬을 계속 반복하게 되니 에너지가 소진되어 버겁다는 불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다가가면 가시에 찔려서 아프다는 건 고슴도치인 상대방만 찾기 때문에 그런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상대방이 고슴도치가 아니더라도 경계선 기질의 사람은 상대방을 고슴도치인 양 대하기 때문에 결국 자기가 만든 고슴도치 이미지에 찔려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경계선 기질인 사람은 적당한 거리(너무 물러서서 춥지 않고 너무 다가가서 찔리지 않는)를 유지하는 걸 배워야 하고 다가감과 물러섬을 반복할 때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그 적당한 거리라는게 얼마나 되는지 찾아야 합니다. 그게 스스로 안 되는 분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좀 더 수월하겠지요.
이 포스팅을 위해 고슴도치의 비유를 들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경계선 기질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님 등의 혈육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나는 왜 이런 불편한 기질을 타고났는지 자책하지 않는 겁니다.
적당한 거리를 찾게 되면 오히려 자신을 착취하려는 '노예상인 유형'이나 자신에게 기생하려는 '기생충 유형'을 변별하고 걸러낼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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