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끔은 낮은 타당도 척도를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리해 봤습니다. 낮다는 건 최소 35T 이하이고 보통은 기저선까지 터치한 경우를 해석이 필요한 낮은 점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 L척도
: K, S척도는 보통 수준인데 L척도만 아주 낮을 때가 대부분이고 보통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입니다. 거짓말 따위는 전혀 하지 않으며 지나칠 정도로 모든 것에 솔직하게 응답(F척도군이 상승하지 않는 경우 이것도 기질/성격적 특성 때문일 수 있어 TCI 결과를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했거나 반대로 평소에 naive한 거짓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평가받는 상황에서 이를 감추려고 지나치게 애쓰다 보니 L척도가 바닥선까지 떨어지는 경우로 현장에서는 후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런 수검자는 문장완성검사에서도 거짓말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언급을 자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K척도
: S, L척도까지 모두 40T이하로 낮게 평가된 경우는 증상이 만성화된 상태를 반영할 수 있으나 K척도만 유독 매우 낮게 측정되는 경우에는 증상 만성화보다 성격 미발달 상태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TCI 결과에서 자율성, 연대감이 미발달되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물론 임상 척도군이 증상 만성화를 반영하는 경우는 전자로 해석해야 합니다.
* S척도
: S척도만 매우 낮게 평가되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보이는 것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겠다는 거만한 태도 때문이므로 TCI 결과에서 MLL, HLL 등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은 반사회성 계열의 기질이나 HLH, HMH, HHH로 측정되는 B군 기질이면서 연대감이 낮은 성격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아서 성격 장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성격 유형에 대한 분석을 잘 해야 합니다.
당연히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단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의외로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해석 포인트를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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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2탄 격으로 '연대감'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감이 낮을 때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봐야 합니다.
1. 자율성도 낮은 경우 : LLL, LLM, LLH 유형
2. 자율성은 높은 경우 : HLL, HLM, HLH 유형
1번 경우는 낮은 자율성을 내버려둔 채 연대감만 향상시킬 수 없기 때문에 자율성 증진이 우선입니다. 자율성이 안정권으로 향상된 이후에 연대감 발달을 고민해야 합니다. 자율성 미발달 상태를 그대로 둔 채 연대감만 상승하는 경우 LHL, LHM, LHH 계열로 발달해 의존성만 강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번 경우처럼 자율성은 충분히 발달했는데 연대감 발달이 지연된 경우여야 비로소 연대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자율성 증진이 먼저, 그 다음이 연대감입니다.
자율성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한 경우만 말씀드렸지만 medium 수준으로 발달한 MLL, MLM, MLH 유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대감이 low level로 낮은 수준이라면 역시나 건강한 성격이 아니어서 결국은 연대감을 발달시켜야 합니다. 자율성, 연대감은 모두 최소 medium level(백분위 30% 이상)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발달 지연된 하위차원이 무엇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공감(역지사지 능력) 수준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roly playing을 통해 끊임없이 상대방 입장 생각하기를 연습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 공감 하위차원이 핵심이냐 하면 의도적인 노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상대적으로 가장 손쉬운 영역이고 공감이 어려우면 다른 하위차원을 변화시키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타성이 낮은 경우에는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사정의 이해와 함께 의도적인 이타적 행동 시도하기 등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는 HLL, HLM, MLL 계열의 내담자에게 효과적인데 일단 이타적 행동을 시도하고 나면 이기적인 성격과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미 저지른 행동은 취소할 수 없으므로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을 조작함으로써 자신을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서서히 믿게 됩니다. 물론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필요하죠. 저는 상담할 때 이타성이 낮은 내담자에게 가벼운 부탁과 고마움을 끊임없이 표현해서 계속 인지 부조화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타인수용, 관대함, 공평 발달 지연은 보통 욕구 좌절, 특히 원 가족 내 애착 외상, 차별 대우, sibling rivalry 등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충분한 타당화와 이해, 수용이 우선입니다. 타당화 없이 섣불리 향상시키려고 하면 역효과가 나게 됩니다. 특히 자율성이 낮으면서 타인수용, 관대함, 공평까지 낮은 수준일 때는 타당화가 생각보다 더 긴 시간동안 진행되어야 합니다.
각 하위차원에 대한 설명만 드렸지만 연대감 하위차원도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나는데다 기질, 성격 유형도 고려해서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감을 잡기 위해 참고만 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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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에
'TCI로 살펴보는 C군 성격의 차이'라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포스팅의 2탄 격입니다. 이 글이 올라왔다는 건 A군 성격을 다루는 3탄도 올라온다는 이야기죠.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거나 DSM-5 기준으로 B군에 속하는 성격은 반사회성, 자기애성, 연극성, 경계성입니다.
반사회성, 자기애성, 연극성, 경계성은 TCI에서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 반사회성 : HLL
* 자기애성 : HMH
* 연 극 성 : HLH
* 경 계 성 : HHL -> 수동-공격성 : HHH
B군은 자극추구기질이 높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제가 TCI 강의를 할 때 자극추구기질이 높은 수준이라는 걸 엑셀레이터를 밟는 운전 습관이 있다는 것에 비유해서 설명하곤 합니다. 그만큼 자극추구기질이 높은 사람은 대체로 호기심이 많고 매사에 활력이 넘치며 의사 결정이 빠르고 뭔가에 빠지면 끝을 보는 모습을 보이죠.
그래서 B군의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 공통된 가장 강력한 행동 동기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상황을 피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럼 B군 기질 들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하는 건 반사회성입니다. 반사회성은 나머지 B군 기질들과 많이 다릅니다. 자기애성, 연극성, 수동-공격성은 자극추구기질 뿐 아니라 사회적 민감성 기질도 동시에 높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반사회성은 이들과 자극추구기질이 높다는 공통점만 공유할 뿐 나머지는 다르기 때문에 약간 별종처럼 보일 정도로 독특합니다.
물론 연극성과는 위험회피기질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회적 민감성이 반대라서 실생활에서 보이는 모습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 반사회성 : HLL
* 연 극 성 : HLH
반사회성은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마음껏 행동하는 반면(사회적 민감성이 낮으니 다른 사람을 1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연극성은 사람들의 관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많이 씁니다(사회적 민감성이 높아서 평판에 아주 예민합니다). 반사회성이 거리의 폭주족이라면 연극성은 F1 그랑프리 선수에 비유할 수 있죠.
그럼 연극성, 자기애성, 수동-공격성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 연 극 성 : HLH
* 자 기 애 성 : HMH
* 수동-공격성 : HHH
보시는 것처럼 이 세 기질은 모두 자극추구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동시에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엑셀레이터를 마음껏 밟으면서도 사람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특징을 공유하는 것이죠. 이 세 기질의 차이점은 위험회피기질의 수준에 있습니다.
연극성 기질은 앞에서 반사회성 기질과 비교할 때 말씀드린 것처럼 엑셀레이터는 마음껏 밟고 브레이크는 전혀 밟지 않지만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건 수동-공격성 기질도 마찬가지지만 위험회피기질이 연극성 기질과 상반되기 때문에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으니 엔진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고 접근-회피 갈등이 매우 심한데 사회적 민감성도 높아 이러한 갈등이 대인 관계에서 주로 나타나게 됩니다.
자기애성 기질은 연극성과 수동-공격성의 중간 수준이기 때문에 하위차원들의 방향에 따라 연극성처럼 돌진하는 과감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수동-공격성처럼 우왕좌왕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애성 기질은 하위차원 분석을 주의깊게 해야 합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B군 기질의 공통점 : 자극추구기질이 높아서 지루함을 피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행동 동기임
* B군 기질의 차이점
- 반사회성 기질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아서 나머지 B군 기질과 달리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음
- 연극성, 자기애성, 수동-공격성 기질은 자극추구,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위험회피기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연극성이 가장 과감하고 겁이 없으며 수동-공격성이 접근-회피 갈등이 가장 심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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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회성 성격 장애는 성격 장애군 중에서도 치료가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오죽했으면 남자 반사회성 성격 장애의 경우 나이가 듦에 따라 여성 호르몬 수치가 증가하면서 자연적으로 반사회성이 약화되는 걸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왔을까요;;;;;
그렇다고 손을 놓고 마냥 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 뭐라고 해봐야겠지요. 그럼 뭘 해야할까요? 그 답을 TCI에서 찾아보겠습니다.
TCI에서 반사회성 기질은 HLL 유형입니다. 굉장히 다양한 성격 유형과 조합될 수 있지만 반사회성 기질의 경우 상담실에 내방하는 많은 내담자들의 성격 유형과 반대로 자율성이 높고 연대감이 낮은 유형의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자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하는 많은 내담자들과 달리 연대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거죠. 기질을 바꿀 수는 없고 자율성을 낮춰서도 안 되니 연대감을 올려 사회에 적응하고 살게 하는 것이 일차적인 치료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연대감의 하위차원으로는 타인수용, 공감, 이타성, 관대함, 공평이 있습니다. 자기 수용이나 자기 일치처럼 실존적인 영역을 다뤄야 하는 하위차원이 많은 자율성에 비해 연대감을 올리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그 이유는 연대감 하위차원들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역지사지의 영역에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사회성 기질답게 당연히 그러한 역지사지 노력에 저항하지만 좀 더 큰 이익 실현을 위해 연대감이 있는 척 연기하도록 연습함으로써 인지 부조화를 유발하는 것도 효과적인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대감이 상승하게 되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까지 도달할까요? 이는 각 성격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1) 자기초월이 높은 유형 : HLH
: 편집성(HLH) 성격 유형의 반사회성 성격 장애는 연대감이 증가하면 독창적인(HMH) 유형을 거쳐 창의적인(HHH) 유형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피해 의식과 관계 사고를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활용하게 바뀌는 것이죠. 따라서 사회에 대한 기여를 통해 반사회성이 누그러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2) 자기초월이 중간인 유형 : HLM
: 괴롭히는(HLM) 성격 유형의 반사회성 성격 장애는 연대감이 증가하면 과도기인 HMM 유형을 거쳐 성숙한(HHM) 유형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괴롭히는 유형은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악독해진 성격 유형이라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수용하게 되면 오히려 건강한 성격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3) 자기초월이 낮은 유형 : HLL
: 독재적인(HLL) 성격 유형은 가장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 장애이나 자기초월이 낮은 만큼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초월이 높은 유형에 비해 연대감을 높이기 쉬운 편입니다. 연대감을 높이는 게 자신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걸 쉽게 받아들이니까요. 그래서 연대감이 조금만 높아져도 논리적인(HML) 성격이 되고 연대감을 더 높인다면 조직화된(HHL) 성격이 되어 매사에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성격이 됩니다. 오히려 연대감이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조율을 잘 하는 게 중요한 성격 유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독재적인 성격에서 신뢰로운 성격으로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경우는 별로 없었고 연대감을 높이면 자율성이 조금 내려와서 MML 유형이 되는 게 더 흔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 정도만 되면 반사회성 기질의 소유자라고 해도 대인 관계 갈등을 줄이면서 사회 생활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더군요.
반사회성 기질과 조합을 이루는 대표적인 3가지 성격 유형의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결국 반사회성 성격 장애 치료의 핵심은 연대감을 높이는 것이고 이 때 어떤 성격 유형이냐에 따라 다른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상담자는 이에 따라 치료 전략을 세밀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포스팅의 핵심입니다. 굳이 반사회성 기질이 아니더라도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을 향상시킬 때 연대감 증진이 중요하므로 나중에 연대감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별도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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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HHL 유형으로 분류되는 경계성 기질은 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이 유형이 이름 그대로 모든 기질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DSM의 성격 장애 category를 사용하여 증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B군입니다.
* HLL : 반사회성
* HLH : 연극성
* HMH : 자기애성
보시다시피 TCI에서 나타나는 B군의 공통 특징은 자극추구기질이 모두 high level이라는 겁니다. 위험회피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공통 부분은 없죠. 그럼 C군은 어떨까요?
* LHL : 강박성
* LHH : 의존성
* MHH : 회피성
TCI에서 나타나는 C군의 공통 특징은 위험회피기질이 모두 high level이라는 겁니다. 역시나 자극추구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공통 부분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A군을 보겠습니다.
* LLL : 분열성(기질)
* LLH : 분열형(성격)
* HLH : 편집성(성격)
A군의 경우 분열성은 기질 유형이고 분열형과 편집성은 성격 유형이기 때문에 공통점을 한 눈에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A군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분열성 기질을 보면 A군의 공통 특징이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low level이라는 걸 추정할 수 있습니다.
낮은 자극추구기질이 특징이라면 이는 C군(강박성, 의존성)과 겹치고 낮은 위험회피기질이 특징이라면 B군(반사회성, 연극성)과 겹치기 때문이죠. 따라서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은 것이 A군의 특징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실제로 A군은 사람을 포함한 외부 환경보다는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이나 내면의 세계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하니까요.
그럼 경계성 기질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H H L
보시는 것처럼 경계성 기질은 높은 자극추구기질을 B군과, 높은 위험회피기질을 C군과,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을 A군과 공유합니다. 그러니까 A, B, C군의 공통된 기질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경계성 기질은 세 군의 경계에 위치한 기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 차원의 점수에 따라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 자극추구기질 : 90%ile
* 위험회피기질 : 71%ile
* 사회적 민감성 기질 : 29%ile
첫 번째 예에서 위험회피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각각 high, low level에 속하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수준의 점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자극추구기질은 극단값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똑같은 HHL 유형이라고 해도 이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는 B군처럼 자극추구기질이 높은 모습을 보입니다. 자극추구기질의 하위차원을 확인해 보면 좀 더 detail하게 분석할 수 있겠죠. 그럼 다른 예를 보겠습니다.
* 자극추구기질 : 75%ile
* 위험회피기질 : 75%ile
* 사회적 민감성 기질 : 5%ile
이 경우도 HHL 기질 유형임에는 틀림없으나 자극추구, 위험회피기질은 극단값이 아닙니다. 사회적 민감성이 매우 낮은 것이 특징적이죠. 그래서 이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는 A군 기질처럼 세상에 관심이 별로 없는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례는 둘 다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이기는 해도 TCI 결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겉모습만 보면 같은 기질의 소유자라고 짐작하기 어려울 겁니다. B군과 A군의 차이만큼 벌어질테니까요. 따라서 HHL(경계성 기질) 기질은 A, B, C군 모두에 발을 걸친 말 그대로 경계성 기질이기 때문에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점수값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하위차원 값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기질이라는 걸 감안하셔야 합니다.
요약하면,
* HHL(경계성) 기질 유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orderline Trait이 아니다
* 오히려 A, B, C군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는 말 그대로 경계성 기질이다.
-> 높은 자극추구기질은 B군과, 높은 위험회피기질은 C군과,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A군과 겹친다
* HHL 기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각 기질 차원과 그 하위차원의 점수에 따라 면밀한 분석을 해야 어떤 유형에 가까운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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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관련해서 서로 반대인 성향의 사람에게 끌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유사성의 원리(principle of similarity)에 의해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고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반대 성향의 사람에게 끌리고, 연애를 하다가 결혼까지 이르는 커플들이 실제로 많거든요. 대체 왜 반대 성향의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요? 그냥 자신과 너무 다른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이는 사실 반대처럼 보이는 성향 안에 공통점이 있고 그 공통점 때문에 끌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TCI의 기질 유형을 통해 이를 증명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예전에
'MMPI-2/A의 Hy 척도 상승 시 연극성 성격이 아닌 이유' 포스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는 했습니다만 그 때는 MMPI-2/A의 특정 척도가 상승했을 때 원래 그 척도가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반대의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면 오늘 이야기는 반대되는 기질은 서로에게 끌린다는 내용입니다.
위의 포스팅에서 예로 들었던 강박성-연극성 기질 조합의 예를 먼저 설명해보지요.
TCI에서는 기질과 성격 모두 spectrum의 측면에서 서로 반대되는 상극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조합이 생깁니다.
강박성(LHL) <-> 연극성(HLH)
강박성 기질의 상극은 연극성입니다. 이는 유형 코드를 뒤집으면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신기한 건 실제로 강박성 기질의 남자와 연극성 기질의 여자가 부부의 연을 맺거나 사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자신과 반대되는 기질에 끌리는거지요. 강박성은 C군이고 연극성은 B군이니 Cluster 자체가 다를 것 같지만 이 두 기질은 모두 '관심'이라는 핵심 공통 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연극성에게 관심은 '애정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강박성에게 관심은 '안전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만 어쨌든 '관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공통적입니다.
물론 이 상반되는 기질의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했을 때 둘 다 성격이 잘 발달되어 기질을 매끄럽게 조절한다면 관심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다르다고 해도 생활 속에서 어느 정도 공통 분모를 맞춰가면서 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성격 미발달로 인해 내면 아이가 미성숙할 때는 자신의 욕구만 중요하게 생각함으로써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밀월 단계가 끝나면 곧바로 전쟁이 시작되는거지요.
그럼 다음 조합도 살펴보겠습니다. 두 번째 조합은 반사회성-의존성 기질입니다.
반사회성(HLL) <-> 의존성(LHH)
보시다시피 반사회성과 의존성 기질도 서로 상극입니다. 반사회성 남성과 의존성 여성이 사귀거나 결혼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힘(power)'을 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사회성 기질에게 힘은 상대방을 착취하여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필요하지만 의존성 기질에게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힘이 필요합니다. 반사회성 기질은 자신이 힘을 갖고 싶어하지만 의존성 기질은 힘을 가진 사람에게 의존하고 싶어합니다. 반사회성 기질은 자신이 힘을 휘두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의존성 기질에게 매력을 느끼고 의존성 기질은 반사회성 기질이 그 힘을 자신을 보호하는데 사용할 거라고 생각(사실은 착각)하기 때문에 강한 반사회성 기질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물론 이 기질의 조합도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미성숙하다면 파국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데 의존성 기질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강압하는데 힘을 사용하는 반사회성 기질에게 속았다고 느끼게 되고 반사회성 기질은 자신에게 매달림으로써 자신이 힘을 마음대로 사용하는데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의존성 기질에게 금방 질리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조합을 더 보겠습니다. 자기애성-뱀파이어 기질입니다.
자기애성(HMH) <-> 뱀파이어(LML)
뱀파이어 기질은 제가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닉네임 같은 것으로 정식 명칭은 Self-effacing 기질입니다. 저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뱀파이어 하면 흡혈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은둔자' 기질이라고 이해하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 두 기질의 공통점은 'Self-centeredness'입니다. 이 두 기질의 소유자들은 자신과 자신의 행동에만 관심을 둡니다. 그래서 뱀파이어 남성과 자기애성 여성이 서로에게 잘 끌리는 편이죠. 뱀파이어 기질은 자꾸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기애성 기질이 자신의 'Self-centeredness'를 수용하는 걸 마음에 들어합니다. 자기애성 기질은 자신을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뱀파이어 기질이 자신의 'Self-centeredness'를 인정해 줬다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두 기질의 차이는 방향성에 있죠. 뱀파이어 기질의 'Self-centeredness'는 오로지 자신을 향한 겁니다. 자극추구,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기 때문에 다른 사람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조용히 혼자 할 수 있게 놔두는게 중요합니다. 이와 달리 자기애성 기질의 'Self-centeredness'는 다른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자극추구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높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추앙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러니 이들 중 미성숙한 성격의 소유자가 있다면 곧 이들은 자신들이 큰 착오를 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뱀파이어 기질은 끊임없이 자신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자기애성 기질에게 넌더리가 날테고 자기애성 기질은 맨날 자기 방에 처박혀 자신에게는 신경쓰지 않는 뱀파이어 기질 때문에 narcissistic injury를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상반된 기질 유형의 조합을 통해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통설을 증명해 봤는데 상극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핵심 개념이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지 않도록 조율하려면 결국은 두 사람 모두 성숙한 성격이어야 하므로 기질 상의 차이보다는 성격의 성숙함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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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TCI 관련 강의에서 'MBTI 유형에는 좋고 나쁨이 없지만 TCI에는 좋고 나쁨까지는 아니더라도 취약한 기질과 양호한 기질이 있다'고 설명한 내용 때문에 의견이 분분한가 봅니다.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
연극성 기질(HLH)의 예를 들겠습니다. HLH 기질은 열정적인(Passionate) / 연극성(Histrionic)이라는 명칭이 붙습니다. 저는 '열정적인'과 '연극성'이라는 대조적인 뉘앙스 차이가 느껴지는 두 개의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상황에 따라 이런 저런 의미로 불릴 수 있다고 해 두죠.
HLH 기질의 소유자라고 해도 성격이 잘 발달되어 기질을 문제없이 조절하고 있다면 상관 없습니다. 그러니까 동일한 HLH 기질이라고 해도 미성숙한(LLM) 성격과 성숙한(HHM) 성격의 수검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죠. 당연히 기질의 취약성과는 별개로 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성격이 잘 발달되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걸 누가 모르나요?
제 강의를 듣는 분들은 일반인이 아닌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수련 과정을 밟고 있는 준전문가들입니다. 그러니까 이 분들이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격 미발달 문제로 인해 열정적인 기질이 아닌 연극성 기질로 설명해야 하는 수검자이죠.
HLH 기질이지만 HHM 성격으로 잘 발달한 분들도 있겠지만 이들은 임상/상담 현장에 오지 않을테니 우리 같은 임상가들이 관여할 일 없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기질을 잘 조절하며 건강하게 살고 계실테니까요.
하지만 미발달된 성격으로 기질 조절 기능이 약화된 분들은 그 기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앞의 예로 돌아가 미성숙한(LLM) 성격으로 발달했을 때 연극성(HLH) 기질과 유쾌한(LLM) 기질인 두 수검자가 있다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건 어떤 수검자이겠습니까?
제가 이야기하는 기질의 취약성이라고 하는 건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기질 유형, 이것을 취약한 기질로 지칭하는 겁니다. 취약한 기질이라고 낙인찍어 수검자에게 상처를 주라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당연히 동일한 수준의 성격 미발달 문제를 가진 내담자가 왔을 때 이러한 취약한 기질의 소유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면 더더욱 주의해서 접근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기질의 취약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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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심리검사는 성격이나 기질 중 하나만 알려줍니다. 기질과 성격을 동시에 알 수 있는 검사는 TCI가 유일하죠. 게다가 TCI의 가장 강력한 장점 중 하나는 기질과 성격의 상호작용을 통해 수검자의 역동을 좀 더 포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기질이나 성격만 알 때보다 둘 다 알 때 기질과 성격의 상호작용, 흔히 말하는 궁합을 통해 수검자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HLL(반사회성) 기질로 평가된 수검자가 있습니다. 반사회성 기질과 잘 어울리는 성격 유형은 무엇일까요?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반사회성이라면 자율성이 높고 연대감이 낮은 성격 유형, 이를테면 HLH(편집성), HLM(괴롭히는), HLL(독재적인) 성격 유형으로 나오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반사회성 기질로 태어났다면 이러한 성격 유형들로 발달하는 것이 통상적이라서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당연히 그렇게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HLL 기질의 소유자인데 LHM(복종적인) 성격 유형으로 나왔다고 해 보죠. 반사회성 기질로 태어났는데 복종적인 성격으로 발달했다면 최소한 반사회성 기질을 수용하는 환경에서 성장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기질은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이니 부모님 중 한 분이 반사회성 기질의 소유자이고 자녀를 아주 harsh하게 처벌 중심적으로 양육하다보니 복종적인 성격으로 발달했을 수 있는 것이죠.
반대로 LHL(의존적인), LHM(복종적인), LHH(감정적인) 성격 유형과 궁합이 맞는 기질은 무엇일까요? 이 세 성격 유형의 특징은 낮은 자율성을 보완하기 위해 연대감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린 겁니다. 그래서 보통은 위험회피가 높은 기질과 궁합이 맞습니다. 자율성이 낮다보니 스스로 위험회피를 할 수가 없고 그래서 다른 사람(LHL, LHM)이나 대상(LHH)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HMH(자기애성) 기질의 소유자가 LHL(의존적인) 성격으로 발달했다면 어떨까요?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자기애성 기질의 소유자가 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면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성격으로 발달할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자기애성 기질을 갖고 태어났지만 성장과정에서 반복적으로 narcissistic injury를 받아 손상된 자기애를 가지게 되었고 살아남기 위해 주변의 강자에게 의존하는 성격으로 발달했을 가능성이 있지요. 참으로 불행한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TCI를 통해 기질과 성격 유형을 살펴볼 때 각 유형의 특징을 잘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기질과 성격의 궁합이 잘 맞는지(잘 어울리는지), 아니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불일치가 발생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볼 때 수검자의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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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의 기질, 성격 유형은 각각 27개입니다. TCI를 실시한 심리평가 사례를 많이 접하면 자주 보는 유형은 자연스레 익히게 되겠지만 현장에서 보기 힘든 유형은 눈에 잘 익지 않죠. 물론 그 때마다 해석집을 찾아보면 되겠지만 매번 뒤적이는 것도 은근히 귀찮은 일입니다.
TCI의 기질/성격 유형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규칙만 아시면 됩니다.
1. 모든 기질/성격 유형의 세 차원 중 두 개가 MM일 때는 나머지 차원에 high/low만 붙이면 됨.
예를 들어, HMM 성격 유형이라면 자율성 차원만 high이고 연대감, 자기 초월은 medium이기 때문에 그냥 자율성 차원에만 high를 붙이면 'high self-directedness' 유형이 됩니다. 자율성이 높은 특징이 핵심인 성격 유형이 되는거죠.
MMM, HMM, LMM, MHM, MLM, MMH, MML로 모두 M으로 구성된 MMM까지 합하면, 기질/성격 각각 7개 씩 총 14개의 유형은 이 공식을 적용하면 유형을 금방 구분할 수 있습니다.
2. 1번 규칙 예외의 기질/성격 유형은 극과 극이 통함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기질이든 성격이든 극과 극이 통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잘 모르는 유형이 나왔을 때는 반대로 뒤집어서 보면 뜻을 이해하기 쉽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HHM 기질은 흔히 '불쾌한' 기질로 불립니다. 그럼 LLM 기질은 뭐라고 불릴까요? 상담 장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기질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HHM을 반대로 뒤집으면 LLM이 됩니다(M은 뒤집어도 M이 되니). LLM은 '유쾌한' 기질입니다. HHM-LLM(불쾌한-유쾌한)으로 서로 반대되는 뜻입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번엔 성격 유형을 보죠.
HMH 성격 유형은 뭘까요? 역시 흔히 보기 어려운 성격 유형이기 때문에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겁니다. 그럼 한번 뒤집어 보겠습니다. HMH를 뒤집으면 LML이 됩니다. LML은 상담 장면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성격 유형이죠. 바로 '모방하는' 성격 유형으로 제가 흔히 '카멜레온'으로 부르는 유형입니다. 그러니까 HMH는 '모방'과 반대의 뜻을 가지는 '독창적' 성격 유형입니다. HMH-LML(독창적인-모방하는) 쌍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어때요 쉽죠? 하나 더 해 볼까요?
상담 장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기질은 LHL 기질 유형입니다. 바로 '강박성' 기질이죠. 이제 이를 뒤집어 보겠습니다. HLH이 됩니다. HLH 기질 유형은 '연극성' 기질이죠. 네, '강박성'과 '연극성' 기질은 양 극단에서 서로 통하는 기질입니다. MMPI-2/A에서 3번 임상 척도가 단독 상승할 때 보통 임상에서는 연극성 성격을 의심합니다. 하지만 3번 임상 척도가 단독 상승하는 수검자의 TCI/JTCI 결과를 보면 연극성보다는 강박성 기질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왜냐하면 강박성 기질의 소유자는 위험회피기질이 높기 때문에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언행 동기이고 MMPI-2/A 3번 임상 척도가 상승하는 이유는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연극성과 강박성이 서로 통하기 때문이고요.
이런 식으로 기질/성격 유형들이 양 극단에서 서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유형 구분을 쉽게 하는 것 뿐 아니라 기질/성격 역동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TCI의 기질/성격 유형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구조화되었으면서도 직관적으로 naming되었는지 아시겠지요? 놀랍지 않습니까? 제가 이래서 TCI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 매력적인 검사 도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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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 결과를 해석할 때 보통 '위험회피' 기질은 낮을수록, '자율성' 성격은 높을수록 좋다고 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 중 위험회피 기질은 높고 자율성 성격은 낮은 내담자가 굉장히 많다는 체험적 사실로 지지됩니다.
그래서 자율성이 L(Low level) 수준으로 평가되면 연대감이 어떻든, 자기초월이 어떻든 간에 건강한 성격으로 발달하기 어렵죠.
하지만 반대로 자율성이 높다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닌 것이 연대감도 어느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다음의 예를 보겠습니다.
* HLL(독재적인) - HLM(괴롭히는) - HLH(편집성)
보시는 것처럼 자율성이 높을 때 연대감이 낮으면 자기초월이 어떤 수준이든 건강하지 않은 성격이 됩니다. 그러니 자율성이 아무리 높더라도 연대감이 아주 낮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연대감이 중간 수준일 때는 어떻게 될까요?
* HML(논리적인) - HMM(높은 자율성) - HMH(독창적인)
예상대로 자율성이 높을 때 연대감이 중간 수준만 되어도 자기초월의 수준과 상관없이 비교적 건강한 성격이 됩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자율성과 연대감이 모두 높은 경우를 보겠습니다.
* HHL(조직화된) - HHM(성숙한) - HHH(창의적인)
역시나 자율성과 연대감이 모두 높다면 자기초월의 수준과 상관없이 모두 건강한 성격으로 발달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연대감보다 자율성이 훨씬 더 중요한 성격 특성이라고는 해도 자율성만 높아서는 안 됩니다. 연대감이 최소한 중간 수준 이상으로는 발달해야 건강한 성격이 됩니다.
자율성이 높고 연대감이 낮은 HLL, HLM, HLH 성격 유형은
'TCI와 MMPI-2로 살펴본 반사회성 성격장애 양상'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하위 성격 유형들이기 때문에 연대감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야 합니다. 언제 한번 연대감을 향상시키는 기술적 접근에 대해서도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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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종합심리평가에 포함된 6가지 검사 도구만으로는 성격장애를 진단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로샤와 TAT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함)하기에 대안 중 하나로 TCI를 추천하곤 합니다.
Cloninger가 애시당초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 차원의 조합을 통해 전통적인 성격장애 진단 가능성을 타진했죠. 이 중에는 DSM 체계에 속하는 성격 장애가 5개(
반사회성, 연극성, 경계선, 분열성, 강박성)나 포함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TCI와 MMPI-2의 조합으로 진단하고, 또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TCI에서
반사회성 성격장애 기질 유형은 HLL 유형입니다.
자극추구 : High
위험회피 : Low
사회적민감성: Low
물론 HLL 기질은 모험가 타입도 포함하기 때문에 각 기질의 점수가 극단적으로 높을 때에 한해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진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이면서 점수가 높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대개 극단적인 백분위값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극단값을 갖는 HLL 기질 유형은 모두 반사회성 성격장애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TCI 성격 유형은 다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유형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성격 차원도 자율성은 극단적으로 높고, 연대감은 극단적으로 낮은 것은 공통적이며 자기초월 차원의 차이에 따라 양상이 달리 나타납니다.
1. HLH 성격 유형 : 편집성(paranoid)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High
HLH 성격 유형은 얼핏 보면 편집성 성격장애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처음 볼 때는 살짝 헷갈립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이유도 대부분은 관계사고나 피해의식 때문이며 심한 경우는 박해망상의 수준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이 잘못되면 관계사고의 대상인 사람에게 모든 원인을 귀인하고 책임을 돌려 탓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민원 제기, 법적 소송 등으로 물의를 일으킵니다. 특정 인물들이 나름의 비밀 결사를 만들어서 자신을 의도적으로 박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이유는 자신이 너무 공정하고 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2. HLM 성격 유형 : 괴롭히는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Medium
자기초월 차원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있어 겉보기에는 별로 문제없는 듯 보이지만 자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아랫사람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식이기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면서도 일의 성공을 위해서라고 둘러대지만 정작 성공하고 나면 자신의 공헌만을 뻥튀기하고 다른 사람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승부욕이 매우 강해서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며 동료, 후배, 부하 직원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스타일입니다. 그래도 아래의 HLL 유형처럼 노골적으로 거만하지는 않습니다.
3. HLL 성격 유형 : 독재적인(Autocratic)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Low
말 그대로 독재자의 면모를 보이는 유형입니다. 자기초월 차원이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극히 속물적이며 자기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특성을 많이 보입니다. 목적 의식이 분명하고 목표 지향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일이 잘 돌아갈 때는 자신의 행동을 효율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굉장히 능력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관대함이나 참을성이 거의 없고 실수를 잘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혹독히 처벌하는(그러면서도 자신은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전형적인 화이트 컬러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바로 이런 사람이죠.
그래서 상담 장면에서 만날 수 있는 경우 중에서는
HLL 기질 유형과 HLL 성격 유형 조합이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MMPI-2에서는 어떨까요? 미안하지만 범죄자가 아닌 사회 적응이 어느 정도 가능한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경우 흔히 예상하듯이 Pd2(권위불화) 임상 소척도, ASP1(반사회적 태도), ASP2(반사회적 행동) 내용 소척도가 상승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척도들이 노골적으로 상승한 사람들은 이미 범죄 경력이 있거나 아예 교도소에 있거나 하겠죠. 당연히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을 겁니다.
오히려 예상 밖으로 상승하는 척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격병리척도 중 AGGR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고 특히 HLH 성격 유형인 경우 실제 행동화 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폭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신체적인 위협이나 협박을 흔히 사용합니다.
DISC 성격병리척도가 동반상승하면 더욱 위험.
HLL 성격 유형의 남성인 경우
GM, ES 보충척도가 동시 상승(70T 이상)한 경우 마초적 기질이 농후하고 굉장히 완고하며 고집 또한 세기 때문에 상담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겉으로는 순응적으로 보이지만(특히 S척도 상승 시), insight가 없기 때문에 상담 진행에 애로가 많습니다.
함께 살펴본 것처럼 MMPI-2만 갖고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진단하려고 한다면 굉장히 좌절스러운 결과를 맞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반사회성 관련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진단은 TCI의 반사회성 기질과 HLH, HLM, HLL 성격 유형 조합으로 하고 MMPI-2를 통해서는 일상 생활에서 이들이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일지에 초점을 맞추어 formulation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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