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가들이 보통 애정 욕구 충족 및 좌절 여부를 살펴볼 때 참고하는 건 MMPI-2/A의 Hy2 내용 소척도입니다.
'MMPI-2/A의 Hy2(애정 욕구) 소척도 이해하기'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40T이하로 지나치게 낮은 수준(애정 고갈)이거나 반대로 60T 이상으로 높게 상승한 상태(애정 갈구)를 의미있게 해석할 수 있죠.
Hy2 척도는 값이 낮거나 높은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내담자의 관계 문제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척도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반대로 Hy2 척도가 정상 수준(40~60T)으로 나타나는 내담자의 애정 욕구 수준은 확인할 도리가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MMPI-2/A에는 이와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척도가 없기 때문이죠. Hy2 척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그렇습니다.
그럼 대안이 전혀 없는거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게 TCI/JTCI에서도 애정 욕구 좌절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척도가 있거든요.
바로 자기 초월 성격 중 '우주만물과의 일체감(ST2)' 하위 차원입니다.
'우주만물과의 일체감' 하위 차원은
'TCI의 하위 차원 분석 : 자기 초월 성격'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환경보호론자 VS 환경개발론자' 구도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이 차원 점수가 높은 사람은 자신이 자연, 우주 만물과 연결되어 있다는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희생도 감수하는 반면, 낮은 사람은 자신과 자연, 우주 만물이 별개의 것이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 조작,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애정 욕구가 결핍된 사람은 어떤 양상을 보이냐 하면 '우주만물과의 일체감' 점수가 매우 낮습니다. 애정 욕구가 결핍된 사람이 왜 이 점수가 낮아지냐 하면 자연과 우주 만물을 쓸어버리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욕구를 먼저 충족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러한 마음 아래에는 탐욕이 자리잡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점수가 매우 낮은 경우는 애정 결핍(Hy2 점수가 정상 수준이라고 해도)을 고려해야 하고 특히 29개의 하위 차원 중 이 차원만 원 점수가 0점일 때는 그 가능성이 매우 커집니다. 최소한 성장 과정과 원 가족의 부모-자녀 관계 문제 정도는 꼭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 경험으로는 항상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701
MMPI-2/A 임상 소척도의 해석 기준은 65T-65T입니다. 임상 모척도가 65T 이상일 때, 하위 소척도가 65T 이상인 경우에 해석하라는 것이죠.
Hy2 임상 소척도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임상 소척도의 해석 기준을 먼저 꺼낸 이유는 Hy2 소척도를 해석할 때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해석이 가능한 경우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제 말이 믿기지 않으면 Hy2 소척도 점수가 65T를 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count 해 보시기 바랍니다)
Hy2(Need for Affection) 임상 소척도는 12문항으로 구성되며 원래 '타인에 대한 신의와 신뢰, 그리고 의심과 분개를 부정하는 경향을 강조'하기 위해 개발된 척도입니다.
그래서 높은 점수는 갈등을 피하기 위한 순종성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반대로 낮은 점수는 기본적인 신뢰의 상실로 인한 냉소주의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런 해석은 주로 Caldwell(1988)과 Graham(1999)의 연구 결과를 따르는데 문화적인 배경 차이인지 시대상의 변화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수검자에게는 들어맞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상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범위는 -1SD~+1SD에 해당하는 40T~60T입니다. 즉 40T보다 낮아도 문제이고 60T 이상으로 상승해도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40T 이하와 60T 이상은 원인이 다를 뿐 쌍둥이처럼 비슷한 상태입니다. 그러면 40T 이하로 저하되거나 60T 이상 상승하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느냐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40T 이하 : 애정 고갈
* 60T 이상 : 애정 갈구
40T 이하로 낮은 점수라면 받아야 할 애정을 받지 못해 결핍된 상태이며 대부분의 수검자가 38, 39T로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35T 이하의 점수라면 거의 굶어죽기 일보직전의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성장 과정에서 (학대, 방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부모가 맞벌이 등) 이유로 부모의 애정을 받지 못한 것뿐 아니라 현재도 이러한 애정이 제대로 채워지지 못하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Nichols & Greene(1995)이 이야기한 것처럼 낮은 점수가 냉소주의와 관련이 있느냐 하면 제 경험 상 그럴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Hy2 점수가 낮을 때 MMPI-2의 RC3 척도나 MMPI-2/A의 CYN, A-cyn 척도가 상승할 때도 있고 상승하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냉소주의 성향은 Hy2 척도의 저하로 설명하기보다는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60T 이상으로 상승한 점수라면 부모로부터 객관적으로 충분한 사랑을 받았더라도 수검자의 주관적인 지각으로는 불충분한 상태, 즉 애정에 목말라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모자란 것이죠. 61, 62T가 대부분이고 65T 이상으로 상승한 경우가 드문 편입니다. 역시 예상 가능한 것처럼 타인의 칭찬과 관심, 애정을 원하는 연극성 기질의 소유자이거나 전환 장애 환자에게 많이 나타나지만 이것 역시 낮은 점수를 냉소주의와 연결해서 해석하기 어려운 것처럼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최소한 TCI의 추가 실시를 통해 교차 검증해야 합니다.
상담 현장에서는 Hy2 점수가 높은 쪽보다는 낮은 쪽 수검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애착 외상을 입은 사람이거나 최소한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족 역동을 살펴보기 위해 그림 검사의 KFD나 로샤 검사의 추가 실시가 필요하고 문장완성검사에서 부모, 가족에 대한 언급도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Hy2 척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supervision을 하면서 애착 외상이 의심되는 내담자의 Hy2 척도 점수가 낮은 경우가 너무 많다고 느끼게 되면서부터입니다.
그래서 요새는 대인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담자라면 MMPI-2/A 결과에서 Hy2 척도 점수부터 확인하고 시작할 정도로 제게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임상가 선생님들도 MMPI-2/A의 Hy2 척도 점수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시면 대인 관계 역동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702
MMPI-2의 많은 척도 중 가장 많은 오해를 받고 지금까지도 곧잘 잘못 해석되는 척도를 꼽으라면 단연코 Pd(4번) 척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 MMPI를 사용할 때 4번 척도가 70T로 단독 상승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사회성 성격(내지는 성격 장애까지)으로 formulation하던 무식한 시절도 있었죠. 지금도 4 spike code pattern을 반사회성 성격으로 생각하는 임상가가 계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병원의 응급 장면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기능 수준을 유지하는 반사회성 성격 장애라면 MMPI-2의 결과만으로 진단하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최소한 TCI 결과로 교차 검증하셔야 하고, 그래도
반사회성 성격 문제를 의심케 하는 척도를 하나만 추천하라면 저는 성격 병리 척도 중 AGGR을 꼽겠습니다(거기에 Pd3 소척도의 하강과 매우 낮은 수준의 R 보충 척도까지 나타난다면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NEGE, INTR 성격 병리 척도는 상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행동화 경향이 있다면 DISC 척도 정도는 동반 상승할 수 있지만요. 오히려
Pd 척도가 단독 상승했다면 성격 문제보다는 아래 경우와 같은 상황적 스트레스를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4번 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면 반드시 임상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하셔야 합니다.
상담 장면에서는 거의 대부분 Pd1(가정 불화) 척도가 압도적으로 상승하고 간혹 Pd2(권위 불화)가 동반 상승하는데 전자는 family problem이고 후자는 trouble maker가 아버지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간혹
Pd4(사회적 소외), Pd5(내적 소외) 두 척도가 4번 단독 상승 profile을 견인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애착 외상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Pd4는 광범위한 불신(Pa척도와 중복되는 문항이 많음), Pd5는 삶을 즐길 역량을 제한하는 죄책감을 측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D척도의 소척도 연결 분석 결과를 함께 보시는 게 좋습니다.
RC4 재구성 임상척도는 Pd(4) 척도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반사회성을 측정할 것(척도 이름이 반사회적 행동으로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실은 ASP2와 상관이 높음)처럼 보이지만 그건 이어서 설명할 ASP 척도가 함께 상승했을 때나 그렇고 ASP 척도가 정상 수준이라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냥 4번 척도의 소척도 연결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정도가 커진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4번 단독 상승인데 Pd1 척도만 70T 이상이고 RC4 척도도 70T 이상이라면 그냥 가정 불화나 부모-자녀 관계 문제로 해석하면 됩니다.
정작 반사회성 문제를 드러내는 건 ASP 내용 척도입니다. ASP 척도가 반사회성 구성 개념을 가장 잘 반영하거든요. 심하게 말하면 ASP 척도가 뜨지 않으면 반사회성 문제는 고려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AGGR 척도가 상승하거나 TCI에서 반사회성 기질이 관찰되는 경우는 예외). 이 때도 내용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해야 하는데
ASP1(반사회적 태도)가 ASP2(반사회적 행동)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상담 현장에서 ASP 내용 척도가 상승할 때는 ASP2 때문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반사회적 태도나 가치관 등은 없지만 겉으로만 여러가지 문제 행동을 보이는 건데
이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가설은 '파괴적 관심 끌기'입니다. 특히 Hy2척도가 40T이하 또는 60T 이상이거나 HEA2가 70T 이상이라면 파괴적 관심 끌기일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자, 이제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 반사회성 성격 문제(장애)를 의심해야 하는 MMPI-2 profile
- Pd, RC4, ASP가 전혀 상승하지 않지만 TCI에서 반사회성 기질(내지는 성격 장애)로 평가
- AGGR 성격 병리 척도 단독 상승(DISC 상승, R 하강, Pd3 하강 조합일수록 행동화 위험 증가)
- ASP 내용 척도 상승(ASP1 소척도 상승 필수) : 드묾
* 반사회성 성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닌 MMPI-2 profile
- Pd(4) 척도 상승 + RC4 척도 상승 + ASP 척도 상승(ASP2 척도만 70T이상, ASP1 척도는 정상)
: 실제 문제의 원인은 Pd척도의 소척도 연결 분석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음. Pd1 단독 상승이면 가정 불화 문제이고 ASP2 소척도 상승이 동반되면 파괴적 관심 끌기 의심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