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님들의 특징 중 하나는 '기승전 공부'입니다. 어떠한 문제로 왔든 상담을 하다 보면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부모용 설문지만 봐도 주 호소나 증상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쓰지 않는 부모가 없을 정도지요. 그래서 ADHD, 우울 장애, 불안 장애, 틱 장애 등 아동/청소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도 공부를 열심히(사실은 잘)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당부가 꼭 따라 붙습니다. 이 정도 되면 부모님들이 공부 중독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심리평가를 하고 난 뒤 해석 상담을 할 때 거의 모든 부모님들이 (오로지) 관심을 두는 부분은 우리 아이의 지능(IQ)이 얼마인지입니다. 기준은 또 엄청나게 높아서 부모님들이 그나마 안심하는 지능의 마지노 선은 120입니다. 이 밑에 해당하는 지능을 이야기하면 표정이 어두워지고 간혹 90대로 나오기라도 하면 평균 수준의 지극히 정상적인 지능인데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기분 나빠 합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을 진행하는 임상가들은 인지 기능 영역을 이야기할 때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요. 어떻게 해야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오해를 사지 않는 해석 상담이 가능한지 정리해 봤습니다.
1. IQ에 대한 간략한 orientation을 우선적으로 제공할 것
: IQ의 평균이 100이고 표준 편차가 15라서 플러스/마이너스 1 표준 편차가 85~115에 해당하고 이 범위가 전체의 68%를 차지한다는 것, 부모님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120이라는 지능이 사실은 굉장히 드물다는 것(130이 상위 2%에 해당하니까요), 100이하의 지능도 통계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의 지적 능력이라는 것 등을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2. IQ보다 언어성/동작성 지능의 차이, 소검사 편차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할 것
: 전체 지능은 수검자의 대략적인 지적 수준을 보여주는 것 뿐 그보다 더 중요한 내용들이 많죠. 요즘은 Wechsler 지능 검사도 반구 국재화 이론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언어성, 동작성 지능의 유의미한 차이가 설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언어성, 동작성 지능이라는 게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시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그 차이가 유의미할 때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등을 설명할 필요가 있죠.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10~15개에 이르는 소검사 편차입니다. 동일한 지능(예를 들어 110)이라고 해도 소검사가 고른 분포를 보이는 것과 편차가 큰 것과는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실제 인지 기능을 발휘하는 면에서도 잠재력보다는 기능의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강점과 약점이 되는 기능을 중심으로 해석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능이 높으냐 낮으냐 보다는 무엇이 강점이고 무엇이 보강해야 할 부분인지를 일러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교육적이니까요.
3. 아동/청소년의 호소 문제(chief complaint)와 인지 기능의 관계를 설명할 것
: 많은 부모님들이 IQ는 불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심리평가를 실시한 아동/청소년이 어떤 심리적 문제나 정신 장애로 고통을 받는 경우 그런 영향으로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치료가 되면 어떤 부분이 회복되는지 등등을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불안 수준이 높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주의력 관련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불안을 적절히 통제하게 되면 병전 수준으로 주의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짚어서 알려줄 수 있습니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해석 상담은 education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고 특히 IQ가 불변이 아니라는 점, IQ보다는 언어성/동작성 기능의 차이, 그보다는 소검사 편차에 의한 인지 기능의 비효율성, 강점과 약점 분석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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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 검사는 왜 하는 걸까요?
신경심리평가처럼 특수한 목적이 있는 경우와 선별심리평가로 실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종합심리평가를 위시한 대부분의 심리평가 배터리에는 대부분 지능 검사가 포함됩니다. 지적 장애 판정 등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능 검사가 심리평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대충이나마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그 이유가 뭔지를 모르는 임상가가 의외로 많습니다. 의뢰가 되니 관습적으로 한다는 대답도;;;;
임상 심리학 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 부담 충만한 검사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수가는 엄청 낮아서 제가 수련 받을 당시 실제 수가를 확인하고 충격을 받기도 했죠. 지금도 현실화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상담 심리학 분야, 특히 검사 도구의 선택권이 있는 상담 현장에서는 평가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는 지능 검사를 굳이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종합심리평가가 아닌 경우 배터리를 구성할 때 지능 검사를 굳이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될 수 있죠.
그렇다면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상황은 무엇이고 왜 실시해야 하는 걸까요?
원론적인 말씀부터 드리자면, 수검자의 인지 기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너무 단순한가요?
인지 기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1. 원인 탐색 상황 : 지적 제한 확인
: 지적 장애 판정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당연히 지능 지수(IQ)를 산출해야 하고(물론 DSM-5에서도 강조되고 있듯이 IQ의 중요성은 점차 감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검자가 호소하고 있는 증상이나 문제의 원인이 지적 제한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 부적응이 의심되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꼭 지능 검사를 실시할 것'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아동/청소년이 보이는 학교 부적응(왕따, 등교 거부, 성적 저하 등)의 이유가 낮은 인지적 능력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겁니다.
2. 결과 탐색 상황 : 심리적 고통감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 확인
:
수검자가 호소하는 심리적 고통감이 변별 진단을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 그러한 심리적 장해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인지 기능의 양상과 수준을 통해 가늠하고자 할 때 지능 검사를 실시합니다. 다양한 인지 기능은 수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고통감의 종류에 따라, 심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 수행 불안이 높을 때 저하되는 소검사와 강박 행동이 심할 때 저하되는 소검사가 다르기 때문에(물론 겹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한 profile을 확인함으로써 진단의 근거와 장해의 심각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지요.
단순하게 IQ만 알아보기 위해 routine하게 지능 검사를 실시했던 임상가라면 지능 검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에 대해 관심을 조금만 더 가지신다면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만큼의 수고를 보상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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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2003)'로 우리나라에서도 적잖은 유명세를 탄 심리학자 Richard E. Nisbett이 쓴 '인텔리전스(2009)'를 북 크로싱합니다.
IQ의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좋은 책입니다만 심리학도들, 특히 임상심리학도들께는 별로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대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일테니까요. 이 책의 내용이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그야말로 문제입니다.
일반인들은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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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2009년 1월에 월덴 3에서 소개드린 적이 있는
'생각의 지도(2003)'의 저자 Richard E. Nisbett의 책입니다. 서울대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에 있는 설선혜 선생이 번역을 했고 최인철 교수가 감수를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내가 나쁜 머리를 물려 받아서 공부를 못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곤 합니다. 공부를 잘 하려면 높은 지능이 필요하고 높은 지능은 좋은 유전자를 물려 받아야 한다는 유전자 결정론에서 비롯된 말이죠.
Nature VS. Nurture 논쟁에서 최전방에 해당하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지능입니다. 학교 교육에 투입되어야 할 지원의 양 뿐 아니라 교육 제도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죠. 지능이 유전되는 것이고 저소득이 낮은 지능과 관련되어 있다면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 지원이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가능하니까요.
니스벳은 지능이 환경에 의해 향상시킬 수 있으며 이는 학교를 변화시킴으로써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력으로 지능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지능이란 무엇인지, 유전 대 환경 논쟁, 똑똑해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계층, 인종에 따른 IQ차는 왜 나타나는 것인지를 풍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쉽고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10장의 '지능 향상법'은 보너스입니다.
사실 현장의 임상심리학자들은 대부분 지능이 타고나는 것이라는 유전자 결정론보다는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쪽에 더 가깝게 서 있습니다. 정신 장애에 의해 지능이 (일시적으로) 낮아지기도 하고, 인지 미발달이나 지체에 대해 언어 또는 학습 치료를 통해 지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관점을 취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사실 저는 이 책의 내용이 하나도 새롭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뭘 이렇게 새로운 사실 이야기하듯이 늘어놓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오히려 미국에 유전자 결정론을 믿는 전문가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에 더 놀랐습니다.
일반인을 위한 책이어서 그런지 사회과학도라면 너무나 익숙한 통계방법론에 대한 설명을 부록으로 따로 실은 것도 좀 별로였습니다.
하지만 제 평가 점수를 더 깎아 먹은 것은 미국판이기는 하지만 지능 검사 문항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함께 세부 문항까지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었거든요. 니스벳 교수가 검사 문항의 노출 위험성에 대해 몰랐을 것 같지는 않은데 상당히 거슬리더군요.
일반인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도 있겠지만 임상심리학자들께는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생각의 지도'도 심리학도들은 챙겨서 읽을 정도가 아니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니스벳 교수의 책은 좀 골라서 읽어야겠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별로 지적 자극을 주지 않아서 말이죠.
덧. 최인철 교수의 감수사는 역자 후기처럼 책의 말미로 빼두었어야 하는데 서문보다 더 앞에 있는 바람에 산통을 다 깼습니다. 책 내용을 너무 깔끔하게 요약하는 바람에 이 책을 굳이 읽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다 짐작하게 되더군요. 많은 독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적 호기심을 애초부터 망쳐놓고 들어가네요;;;; 이 책을 읽는 분들은 가능하면 감수사를 읽지 말고 그냥 프롤로그로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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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장애인 연금법 개악으로 인해 수혜 대상이 줄어들었고 그러다보니 현재 장애인 연금을 받고 있는 모든 대상에 대한 재평가 지시가 내려왔나 봅니다.
이 때문에 지적 장애 재판정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심리평가를 제공하는 일선 정신과의 업무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능검사 또는 지능추정검사 결과를 기준으로 판정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회 성숙도 검사(SMS)를 반드시 실시하고 이 중 높은 지수로 판정을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문제와 나름의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얼마전에
'정신지체 판정을 위한 심리평가 시 지능 지수와 사회성숙도 지수의 차이 교정 문제'라는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오늘 함께 살펴볼 문제는 지능 검사 자체의 문제입니다.
지적 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난 뒤에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하게 되면 크게 두 가지 검사 자체의 요인에 의해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지능 검사 도구의 차이인데 대개 아동용 지능검사 도구인 K-WISC-III나 KEDI-WISC로 평가한 뒤 성인이 되어 K-WAIS로 평가하면 검사 도구의 차이에 따른 지능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또 하나는
동일한 지능 검사 도구를 사용하였으나 규준 연령대가 달라지면서 지능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인데 이 문제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지적 장애인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19세 때 성인용 지능 검사 도구인 K-WAIS를 실시해 중등도의 정신 지체(Moderate Mental Retardation) 수준의 지능으로 평가되었다고 할 때 20년 뒤인 39세 때 동일한 K-WAIS를 실시해도 규준(norm)의 문제로 인해 지능이 경계선이나 평균 하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어 지적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지능이 낮게 측정되는 것보다 높게 측정되는 문제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러한 방향성은 분명 규준의 문제입니다. 특히 나이가 더 많은 지적 장애인의 경우에는 원점수에서 0점을 받았다고 해도 경계선 수준 이상의 지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데도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현재 일선 현장에서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 공무원들이 지침을 엄격하게 지키라는 윗선의 지시를 받다보니 융통성을 발휘할 수가 없어 나온 지능 지수 그대로 판정을 하고 이로 인해 많은 지적 장애인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지능 검사 도구의 한계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제 경우는 피검자가 대부분의 과제에서 전혀 수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원점수 자체를 산출하지 않고 심한 지체로 인한 검사 불가로 판정합니다. 미봉책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도 없고 반대로 피검자를 위한답시고 지능 지수를 조작할 수도 없으니까요.
빨리 지적 장애 판정을 위한 제대로 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데도 (역시나) 아무런 문제 제기 및 대안 마련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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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성인에게 주로 사용하는 지능검사도구는 K-WAIS입니다. 거의 유일하다고 할 정도로 성인이라면 K-WAIS를 사용해 인지 기능을 검사합니다.
그에 비해 아동의 경우는 K-WPPSI, K-WISC-III 뿐 아니라 오래된 검사 도구인 KEDI-WISC도 사용되고 검사의 목표는 좀 다르지만 K-ABC라는 검사 도구도 있습니다.
동일한 측정 대상에 대해 다양한 검사 도구가 사용된다는 의미는 그만큼 검사 도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아서 단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을 반영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측정 대상인 아동의 인지 발달 단계가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령에 따라 다른 종류의 material을 사용하는 도구가 필요하다는 말도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동의 인지 발달이 12세가 넘어야 완성된다는 인지과학과 뇌과학의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만 3세부터 10세에 해당하는 아동의 3분의 2는 지능 지수가 15점 이상 변동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지능 검사 결과의 적용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죠.
저는 개인적으로 인지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정신 장애가 아닌 모든 초등학교 이하 아동에게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또한 중학교, 고등학교 이상의 청소년들에게 실시하는 지능 검사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동안 실시했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supervision을 통해 매일 접하고 있는 아동들의 지능 검사 결과를 돌이켜 보건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인지 발달 단계의 가능성을 간과내지는 과소평가하고 지능 검사 도구에만 의존한 나머지 다른 해석 방향성에 대한 고민 없이 피상적으로만 결론을 내렸던 경우가 부지기수였던 것을 반성합니다.
특히 비정상적인 교육열의 광풍이 휘몰아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인지 발달이 완료되지 않은 어린 아동에게 실시한 지능 검사 결과가 얼마나 잔혹한 낙인(stigma)을 찍어 미래의 향방을 부정적으로 결정지웠을 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합니다.
따라서 인지 기능의 지체나 저하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문제가 없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아동에 대한 지능 검사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생각이고 이 부분에 대한 학회 차원의 활발한 논의가 지금부터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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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 판정은 보통 인지 기능 지체로 인한 사회 부적응 문제 해결을 위해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수 학교 입학을 위한 조건 충족을 위해서, 군 면제를 위해서,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 등.
표준화된 지능검사 결과 지능 지수(IQ)에 따라 1, 2, 3급의 세 개 등급으로 판정을 받으며 지능 지수 34이하일 때 1급 판정을 받게 됩니다.
예전에는 지능검사 결과 위주로 판정하고 사회 성숙도 검사(SMS) 결과는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고려되었는데
이제는 표준화된 지능검사와 사회 성숙도 검사를 반드시 둘 다 실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최근에 지능 검사 결과와 사회 성숙도 검사 결과의 차이가 있는 경우 높은 점수를 기준으로 판정을 한다는데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지능 검사 결과보다 사회 성숙도 검사 결과의 점수가 더 높게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높은 급수에 해당하는 정신지체 상태인데도 사회 성숙도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면 판정 결과 급수가 낮아지거나 정신지체 등급을 받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지능 검사 결과보다 사회 성숙도 검사 결과의 점수가 더 높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표준화되어 있고 엄격한 실시 절차를 요구하는 지능 검사와 달리 사회 성숙도 검사는 평가자가 주 양육자나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면담에 의지해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인지 기능이 낮은 지체자라 하더라도 충분한 자극과 정서적인 지지가 제공되는 양육 환경에서 성장하는 경우 자신에게 익숙한 일상 생활에서는 어느 정도 일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능 검사의 결과보다 나은 결과를 보이게 됩니다.
어쨌거나 향후 지능 지수와 사회 성숙도 지수 중 높은 지수를 기준으로 등급 판정을 하게 될 경우 평가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불균형을 교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사회 성숙도 검사를 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채점을 해야겠습니다. 특히 할 수 있다고 보호자가 이야기하는 기능도 그대로 넘기지 말고 조금이라도 미심쩍고 현장에서 재현이 가능한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실제로 해 보도록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아동이 혼자서 웃옷의 단추를 끼울 수 있다고 보호자가 이야기를 하는 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그 자리에서 직접 입어보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 성숙도 지수를 단순히 산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각 하위 영역의 지수들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차이가 많이 나는 영역이 있는 경우 채점이 올바로 되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합니다.
덧. 일부 병원의 supervisor들이 이 불균형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기 위해 수련 레지던트들에게 지능 지수를 조작하라는 지시를 내린다는데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지능 지수 조작을 지시하는 건 영혼을 파는 짓입니다. 당장 그만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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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평가는 흔히 이야기하는 Full Battery의 6개 심리검사도구 중 지능을 측정하는 검사를 제외한 약식 Battery를 이야기합니다. 실시하는 기관에 따라 BGT를 더 빼기도 하고 몇 가지 자기 보고형 질문지를 추가하기도 하죠.
어쨌거나 핵심은 지능검사를 제외하는 것입니다.
지능검사를 제외하는 이유는 모든 심리검사 도구 중 지능검사가 실시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실시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지능검사를 제외할까요? 그건 검사 시간을 줄이게 되면 남는 시간에 검사실과 평가자를 활용해 더 많은 검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말이죠.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지능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장애가 있는데 굳이 지능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 "과도한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환자/피검자를 괴롭히는 일이다", "환자/피검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성격평가는 필요하다"고 강변하는 분들이 꼭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물론 인도적인 차원에서 환자/피검자의 경제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성격평가를 실시하는 기관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진단에 반드시 필요한 MRI가 비싸다고 X-ray로 대치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지능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장애가 있는데 굳이 지능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임상가는 지능검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묻겠습니다. 지능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장애가 대체 무엇인가요? 제게 알려주세요. 저도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에는 굳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지능검사를 꼭 실시해야 하는가에 대해 회의했던 적도 있습니다. Neurosis 계열의 환자는 빼도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검사 비용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피검자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에만 치중하면 되는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고 supervision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지능검사는 무엇보다도 환자의 병전 인지 기능을 추정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검사이며 장애로 인한 인지 기능 장해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중요하게 활용되는 검사 도구입니다.
단순히 IQ가 얼마인지만 확인하는 임상가에게는 돼지 발톱의 진주 격이지만 지능 검사는 언어성, 동작성 지능의 차이, 소검사 profile 분석, 그리고 (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 분석을 통해 다른 검사들에게서 알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검사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성격평가를 실시하는 근거가 없습니다. 대체 성격평가는 무엇을 위한 Battery인가요? 정말 성격만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인가요? 인지가 빠진 성격과 정서만 갖고 대체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가요? 과연 그것이 환자/피검자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제가 장담컨대 성격평가는 한정된 자원(검사실과 평가자,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평가 기관의 business friendly한 사고가 낳은 산물입니다. 거기에서 환자/피검자는 배제되어 있다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저는 지능검사가 절.대.로. 불필요한 장애가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성격평가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임상심리학자가 환자/피검자가 소외되는 시장 자본주의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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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논문의 내용을 소개하는 언론 기사는 대체로 낚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문을 직접 보기 전에는 어떤 평도 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일단 위의 기사에서 소개한 내용이 연구의 결과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연구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해 본다면,
첫째, 연구자인 가나자와 사토시는 126개 국가의 IQ와 각종 건강 관련 지수를 비교했다고 했는데 상관 분석을 했다면 상관 관계를 인과 관계로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물리적인 현상이 아닌 사회적인 현상은 상관이 전혀 없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인과 관계를 설정할 수 없는 관계라도 상관이 유의미할 수 있습니다. 즉, 우연에 의해 IQ와 건강 관련 지수의 상관이 높게 나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IQ가 낮아서 건강하지 않다고 이야기 할수는 없는 것이죠. 잘못된 추론입니다.
둘째, 상관분석이 아닌 중다회귀분석을 통해 건강의 지표를 예측하려고 했다면 건강을 잘 설명할 것으로 추정되는 적절한 변인들을 투입해야 하는데 연구자가 이런 변인들을 간과한다면 단순히 종속 변인과 상관이 높은 독립 변인(여기에서는 IQ)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지능이 건강을 결정한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죠.
셋째, 지능 검사의 타당도와 신뢰도 문제인데, 아직도 지능 검사는 선진국 내지는 서구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유리하게끔 문화적으로 편향되어 제작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출발선 자체가 불평등한 것이죠.
아직도 이런 논문이 publish되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더 놀랍습니다만, 누구나 학문의 자유는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저러나 가나자와 사토시의 article이 과연 기사에 인용된 내용인지 원문을 한번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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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많이 보면 IQ 높아진다 - 런던/연합뉴스
'나쁜 것들이 오히려 이롭다(Everything Bad for You)'라는 책을 쓴 그 스티븐 존슨이라는 작가가 정확하게 뭐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고 주장의 근거가 무엇에 기반을 두는지 몰라서 정확한 반박은 어렵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작가의 주장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인류의 평균 IQ 상승률이라는 결과의 원인으로 현대 문명의 이기를 달랑 상정한 것인데 인류의 평균 IQ 상승률은 교육확대로 인한 문맹률 감소에 오히려 기인하는 것이지 TV를 많이 보거나 비디오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주장을 가능하게 하려면 TV나 비디오 게임의 보급률에 따른 IQ 상승률의 차이가 있는지도 함께 비교 제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인과관계에서 원인을 제거하면 결과에 영향을 미쳐야 하는데 그렇다면 TV나 비디오 게임의 사용량을 줄이면 향후 인류의 평균 IQ 상승률이 둔화해야 할 텐데 과연 그럴까요? 아닐 것 같습니다만... 어거지로 두 가지의 사회 현상을 붙여놓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둘째는 인간의 동기(motivation) 수준을 간과한 점인데 TV와 인터넷. 비디오 게임, 휴대폰도 물론 학습 도구로 활용 가능합니다. 그런데 학습의 가장 중요한 변인 중의 하나는 학습자의 학습 동기입니다. 위의 현대 문명의 이기라는 것들은 인간의 학습 동기를 약화시키고 수동적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도구들입니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입력, 지각, 처리, 해석,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자극에 단순하게 반응하는 경향성만 강화시킵니다. 경험적으로도 휴대폰이나 PDA 등을 사용한 이후로 기억력 감퇴나 계산 능력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지 않습니까?
작가의 주장대로 시각 기호나 패턴 분석력(지능에 별로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습니다만)이 TV와 비디오 게임을 많이 즐기면 향상될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보기에는 현대 문명의 이기에 몰입해 얻게 되는 능력보다 잃게 되는 능력이 훨씬 많을 것 같습니다.
각종 발달장애와 의사소통장애로 소아정신과를 찾는 아이들의 공통점이 혼자 TV나 비디오에 몰입하는 시간이 유달리 많다는 점과 인터넷, 게임 중독인 청소년들이 학업 수행에서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덧. 혹시 저 작가 관련 이익 단체로부터 뭘 얻어 먹은 것이 아닐까요? -_-;;;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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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조금 많기 때문에 소위 스크롤의 압박이 있습니다. 끝까지 읽으실 분들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읽기를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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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현장, 특히 소아를 다루는 임상 장면에서 임상심리학자들은 가끔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자녀의 진로, 학업 성취와 관련해 심리 평가를 받게 하려는 부모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이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지능지수와 관련된 질문과 요구입니다. 많은 경우 이런 부모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자녀가 천재라고 믿는 유형, 다른 하나는 이와 반대로 자녀가 둔재라고 믿는 유형입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믿음의 기준이 학교에서 실시한 지능 검사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자녀가 천재라고 믿는 유형의 경우 학교에서 실시한 지능 검사의 결과가 140 이상이 나왔다면서 자랑스럽게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실제 검사를 해 보면 대체로 우수하기는 하지만 천재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고 부모가 원하는 영재는 더더군다나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유형에 속하는 부모들은 때에 따라 평균 수준의 지능을 가진 자녀에게 무리한 수준의 과외 활동을 강요함으로써 과도한 부담감으로 인해 아동에게 오히려 정서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딱한 일입니다.
자녀가 둔재라고 믿는 유형의 경우에도 학교에서 실시한 지능 검사의 결과가 경계선 수준인 70대가 나왔다고 하는데 실제 지능을 측정해 보면 평균 수준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실망한 나머지 자녀의 학업을 너무 빨리 포기함으로써 아동이 적절한 학습 기회와 경험을 제공받지 못함으로써 체계적인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역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에 다닐 때에도 단체로 지능 검사를 받았습니다(참고로 학교에서 실시한 제 지능지수는 88입니다). 학교마다 적성 검사나, 인성 검사처럼 집단으로 실시할 수 있는 심리 검사를 경쟁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보면 아마 지금도 지능 검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만,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학교에서 집단으로 실시하는 지능 검사 결과는 별로 믿을 것이 못됩니다. 그 이유는 집단으로 실시하기에는 지능을 측정하는 검사 자체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가 IQ(Intelligence Quotient)로 알고 있는 지능지수는 지능 검사에 의해 측정되는데
전체 지능(Full IQ)은
언어성 지능(Verbal IQ)과
동작성 지능(Performance IQ)으로 구성이 되고 검사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각각 5∼6개의 소검사의 측정값으로 구성됩니다. 즉 11개에서 12개에 이르는 소검사 결과를 통해 지능이 측정되고 각 소검사의 결과는 다양한 검사 자극과 시간제한, 가중치 적용에 의해 측정되고 계산됩니다. 따라서 지능 검사의 시행과 채점 및 결과 해석에 익숙한 전문가가 일대 일로 검사를 해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또한 검사 시 검사자는 단순히 문제를 내고 답을 옮겨 적는 정도의 수동적인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에 임하는 피검자의 동기 수준, 주의 산만 정도, 눈맞춤, 자발적인 의사표현 여부, 특이한 몸의 움직임, 신체적 불편함 등을 체크하고 피검자가 검사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최근에 집단으로 실시할 수 있는 지능 검사가 개발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충분한 신뢰도를 확보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물론 학교에서 실시하는 지능 검사에 사용되는 검사들이 모두 엉터리는 아닙니다. 실제 시각-운동 협응 속도를 측정하는 '바꿔쓰기' 소검사와 유사한 검사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특정 영역에 편중된 몇 개의 검사로만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지능을 측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지능 검사를 통해 주의집중능력, 학습 능력, 기억 능력, 판단력, 개념형성능력, 논리적 사고력, 추상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분석 능력, 종합 능력, 언어 이해력 및 표현력, 지각 조직화 능력, 공간 지각 능력, 정신 운동 속도, 시 지각 조절 능력. 시각적 기민성과 같은 다양한 인지적 기능이 측정되는데 집단으로 실시되는 지능 검사는 이러한 능력들을 모두 포괄하지 못하며 매우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지능지수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입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전체 지능은 언어성 지능과 동작성 지능으로 구성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지능이 100이라고 하더라도 언어성 지능과 동작성 지능이 모두 100이면서 전체 지능이 100인 사람과 언어성 지능이 120이고, 동작성 지능이 80이면서 전체 지능이 100인 사람은 똑같이 전체 지능이 100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다른 기능 수준을 보이게 됩니다. 지능지수라고 하는 단일 지수는 그다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언어성, 동작성 지능지수, 그리고 각 소검사의 흩어짐과 분포, 각 소검사의 반응 내용에 대한 해석이 오히려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자녀의 지능이 100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부모는 매우 실망합니다. 120이라고 하더라도 만족하는 부모의 수는 극히 적습니다. 그러나 120이라고 하는 지능 지수는 우수(superior) 수준에 해당하는 인지적인 기능 수준을 반영하며 상위 7%에 속하는 매우 우수한 수준입니다. 또한 130 이상의 지능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합니다. 모두 다 130 이상의 지능을 소유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능지수는 그 사람의 향후 수행을 예측해보기 위한 기준의 하나로 사용될 수는 있지만 유일무이한 것도 아니며 지능지수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결정되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닙니다. 지능지수가 120인 사람에 비해 90인 사람이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위험한 것은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고 우물에 가두어버리는 낙인 효과(stigma effect)입니다.
예전에 개그 콘서트에서 인기를 끌었던 '청년백서'의 구호를 빌자면...
"지능은 하나의 지수일 뿐, 과신하지 말자"입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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