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한 애꿎은 어린 생명들이 너무나 많이 희생되었습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 악몽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고요.
총체적으로 무능한 대한민국은 세월호와 함께 동반 침몰 중입니다. 이런 나라에 과연 희망이 남아있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신상 변화도 있었고 세월호 침몰 사건이 너무나 마음 아파 거의 한 달 가까이 블로그를 방치했더랬습니다. 일반 언론은 더 말할 것도 없고 SNS도 가능하면 접하지 않으려고 했죠. 그렇게나 애써 피해다녔는데도 많이 힘들더군요.
그래서 지난 주에 임상심리학회에서 세월호 피해자 및 가족들을 지원하는 심리치료인력 모집을 한다기에 지원했습니다. 원래 제가 일하는 직장에서 먼저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존자들이 입원해 있는 안산시 인근 병원에 직접 제안을 했습니다만 거절 당한 터에 임상심리학회에서 나서길래 지원했죠.
학회에서 지침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저도 그렇고 PTSD를 만나는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가 아닌 분들은 이 엄청난 심리적 재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지 난감하실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참고가 될 만한 책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순서는 제가 생각하는 중요도 순입니다.
* 트라우마의 치유(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3150)
: Jon G. Allen 박사가 쓴 책으로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책 중 가장 comprehensive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한 권 만큼은 꼭 읽으세요.
* 트라우마(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2713)
: Judith Herman이 쓴 트라우마 관련 명저입니다. 성폭력 피해와 관련된 PTSD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만 역시나 읽어두시면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트라우마의 치유와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 상실 수업(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2130)
: 죽음 연구의 대가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자 유고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읽은 유족과 관련자들을 상담하실 때 필요한 책입니다. 2000년에 나온
'인생 수업'(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1184)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2508)
: 자살 관련 분야의 최고수 중 한 명인 Paul G. Quinnett이 쓴 책입니다. 생존자와 유가족 중 자살 충동을 느끼는 분들을 돕기 위해 필요한 책입니다.
*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2560)
: 언뜻 보면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책은 생존 심리학 서적입니다.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생존자들의 심리나 재난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팁을 많이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합니다.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생존하신 분들과 유가족의 빠른 치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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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Judith Herman이 쓴 'Trauma and Recovery: The Aftermath of Violence(1997)'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 한 권이면 PTSD를 이해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좋은 책입니다. 나온지 14년이나 되어 소개된 것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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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트친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두 가지를 먼저 말씀드립니다.
본인이 트라우마로 고통을 당하고 계신 당사자라면 이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자가 치유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을 받으실 수 있지만 거기에서 멈추면 절대로 안 됩니다.
다음으로 임상 현장에서 트라우마를 겪은 분들을 접하는 임상가들은 이 책을 꼭 읽으시되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트라우마 중 근친강간 피해자나 아동 성폭행 피해자를 만나는 분들은 제가 월덴 3에서 소개한 적도 있는
'거짓말의 진화 : 자기 정당화의 심리학(2007)'과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을 꼭 함께 읽으시기 바랍니다. 서로 상호보완되는 책들로 생각의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 한 권이면 PTSD를 이해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잘 쓴 책입니다. 출판된 지 14년이나 된 책이지만 왜 이제서야 번역이 되었을까 싶네요.
PTSD를 유발하는 Trauma는 다양하지만 이 책에서는 주로 강간을 포함한 성폭력, 가정폭력, 전쟁 생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PTSD 환자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증상의 기원과 특징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이들이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회복의 단계와 그 과정에서 환자와 주변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요.
이 책의 저자인 Judith Herman은 PTSD 중에서도 근친강간처럼 오랜시간 동안 반복되는 Trauma로 인한 만성적 외상 후 증후군(본인이 주장한 개념으로는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을 주로 다루는 전문가입니다. 현장 경험도 풍부하고 academy와 practice의 균형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PTSD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노파심에서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PTSD 환자 중 다음의 경우는 아주 신중하게 주의를 기울여서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1) 아주 어린 시기에 겪은 Trauma(특히 sexual한)를 보고하고, 2) 주된 방어 기제가 해리이며, 3) 보고하는 증상들이 atypical하거나 매우 bizarre하고 4) 엄정한 심리평가가 아닌 최면이나 암시에 의한 평가 결과만 있는 경우에는 왜곡된 기억에 의한 문제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인의 보고를 포함해 분명한 fact finding을 해야 합니다. 절대로 내담자의 보고에만 의존해서 문제를 개념화하면 안 됩니다.
닫기 * 외상 기억은 언어적인 이야기체와 맥락이 결여되어 있고, 생생한 감각과 심상의 형태로만 입력되어 있다. * 심상과 신체 감각에 의해 지배된다는 점과 언어적 이야기가 부재한다는 점에서, 외상 기억은 어린 아이의 기억과 닮아 있다. * 의식 향상의 첫 번째 과제는 강간을 단지 강간이라는 그 실제 이름으로 부르는 데 있다. * 강간 생존자들이 보고한 치유의 몇 가지 긍정적인 결과로는 자신을 보다 믿어주겠다고 결정한 점, 자신의 지각과 느낌을 보다 존중하게 된 점, 그리고 갈등과 위험에 보다 잘 대비하게 된 점 등이 있다. *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과 가장 피상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조차 단호히 거부하는 것 뿐이다. * 만성적인 외상을 경험한 이들에게 가장 극대화된 방식으로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속성은 회피 혹은 억제이다. * 속박의 시기가 부인될수록, 이 단절된 과거의 파편은 외상 기억의 즉각적이고 현재적인 속성을 띤 채 완전히 살아남는다. * 속박이 지속될수록 협소화된 주도성은 곧 습관이 된다. 이러한 학습은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벗어난 이후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 * 성격의 파편화나 변형의 기원에는 막대한 아동기 외상이 놓여 있다.* 아동기 학대와 자해와의 연결 고리는 현재까지 매우 잘 기록되어 있다. 일반적인 선입견과 달리, 아동기 학대 피해자가 다른 이들을 조종하거나 고통을 호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해를 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 세 가지 주요 적응 방식 - 정교한 해리성 방어, 파편화된 정체성의 발달, 그리고 병리적 정서 조절 -은 만성적인 학대 환경에서 아이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다. * 아동기 학대 생존자들에게 적용될 때 문제가 되는 진단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신체화 장애, 경계선 성격 장애, 그리고 다중 인격 장애.* PTSD 환자가 무력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치료자가 받아들이게 되면 외상성 전이는 영속되고 환자는 더욱 무력해진다. * 아무도 홀로 외상과 대면할 수 없다. * 회복은 세 단계를 거쳐 완결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 생존자는 안전을 확립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기억하고 애도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일상과 다시 연결되어 간다(연결의 복구). * 즉각적인 외상 후유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첫째,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경험한 것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 둘째, 증상을 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술을 남용하지 말 것. * PTSD 환자와 함께 심리 치료의 주제를 결정하기에 앞서 제일 먼저 환자의 현 상태를 완전하게 평가해야 한다. * 외상에 대한 심상과 신체적인 감각이 담겨 있지 않은 이야기는 힘이 없고 불완전하다. 치료의 최종 목적은 심상을 포함하고 있는 이야기를 언어화하는데 있다. * 치료자가 지니는 도덕적인 태도는 대단히 중요하다. 치료자가 '가치 중립적'이거나 '판단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환자는 이 막대한 철학적 질문에 맞서 치료자가 함께 투쟁해주기를 원한다. * 심리 치료의 근간에 놓인 기본 전제는 진실을 말할 때 회복의 힘이 생긴다는 믿음에 있다. * 애도하기는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아마 두 번째 회복 단계가 정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존자가 애도에 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도에 대한 저항은 여러 가지 형태로 위장되어 나타난다. 가장 빈번하게는 복수 환상, 용서 환상, 보상 환상과 같이 마술적으로 회복될 수 있으리라는 환상으로 위장되어 나타난다. * 생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상해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지만, 회복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 * 사랑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남아있다는 아주 작은 증거도 절망으로 하강하는 환자가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힘이 된다. * 두 번째 회복 단계는 정해진 기간이 없다. 환자들은 이렇게 고통스러운 과정이 도대체 언제쯤 끝날지 묻곤 한다. 정해진 답은 없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건너뛰거나 서둘러 끝낼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환자의 소망보다는 분명 더 오래 걸리겠지만 결코 영영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 외상이 파괴한 과거의 자기를 애도한 환자는 이제 새로운 자기를 발달시켜야 한다. 새로이 지탱할 신념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세 번째 회복 단계에서 마주하는 과제이다. * 회복은 악을 이겨냈다는 착각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회복은 악이 전적으로 승리할 수 없었음을, 그리고 회복을 가능케 하는 사랑이 여전히 세상 속에 존재한다는 희망에 기반하고 있다.
덧. 제가 나중에 또 참고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이 책은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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