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ISC-III, K-WAIS가 각각 K-WISC-IV, K-WAIS-IV로 업데이트되면서 소검사의 총 수가 15개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물론 합산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10개의 주요 소검사만 실시해도 되지만 대체 소검사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수검자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보충 소검사의 추가 실시를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15개의 소검사를 모두 실시하자니 수검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고 늘어나는 검사 시간을 고려하면 효율적인 조합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K-WAIS-IV와 K-WISC-IV의 소검사 구성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주요 소검사는 모두 실시하지만 보충 소검사를 선별적으로 활용한다는 전제 하에 말씀드리겠습니다.
K-WISC-IV의 경우 '상식', '단어추리', '빠진곳찾기', '산수', '선택'이 보충 소검사인데 IV로 오면서 추론 영역이 보강되어 III에 행렬추리, 공통그림찾기, 단어추리 소검사가 추가되고 처리 속도 측정을 보강하면서 선택 소검사가 추가되었죠. 어차피 행렬추리, 공통그림찾기는 주요 소검사이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이 실시해야 하고 단어추리와 선택이 새로 추가된 보충 소검사입니다.
매뉴얼에서는 WMI, PSI를 도출하기 위해서 각각 두 개의 유효한 소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요 소검사가 무효가 될 경우를 대비해 '산수', '선택'을 가능한 한 실시하는 걸 권장하고 있습니다만 기호쓰기와 동형찾기 대신 선택 소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 소검사는 우선 순위에서 밀립니다. 산수는 순차연결에 자리를 빼았겼지만 calculation skill을 측정하는 유일한 소검사이면서 동시에 concentration도 측정하기 때문에 여전히 제공하는 정보가가 꽤 높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단어추리 소검사는 어떨까요? 개정 방향이 Reasoning을 강조하게 되면서 언어 이해 지표에 추가된 소검사가 단어추리인데요. 추론을 평가하는 소검사가 2개(공통그림찾기, 행렬추리)나 추가되었는데 언어 이해 영역에는 이미 공통성, 이해라는 걸출한 소검사가 2개나 있고 단어추리는 주요 소검사가 아닌 보충 소검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게 평가된, 굳이 꼭 실시할 필요까지는 없는 소검사입니다.
따라서 저는
K-WISC-IV를 사용할 때 보통 상식, 빠진곳찾기, 산수 정도를 더 실시하고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소검사 순서로는 빠진곳찾기 -> 산수 -> 상식 -> 선택 -> 단어추리를 꼽습니다.
K-WAIS-IV의 경우에는 '이해', '빠진곳찾기', 무게비교', '순서화', '지우기'가 보충 소검사인데 K-WISC-IV와 유사한 이유로
이해와 빠진곳찾기, 순서화 정도를 더 실시하고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소검사 순서로는 빠진곳찾기 -> 이해 -> 순서화 -> 지우기 -> 무게 비교를 권장합니다.
K-WAIS-IV에서도 WMI, PSI 도출을 위해 '순서화'와 '지우기'는 가능한 한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K-WISC-IV와는 달리 K-WAIS-IV에서는 순서화(K-WISC-IV에서는 '순차연결'로 불림)를 우선 순위에서 조금 앞으로 당겼습니다. 왜냐하면 K-WAIS-IV에서는 작업 기억 측정에서 여전히 산수를 주요 소검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산수 기술의 혼입 효과를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정 점수(K-WISC-IV의 처리 점수) 분석을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순서화 소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간략히 요약하면,
* K-WAIS-IV : 이해, 빠진곳찾기, 순서화 보충 소검사 추가
우선 순위) 빠진곳찾기 -> 이해 -> 순서화 -> 지우기 -> 무게비교
* K-WISC-IV : 상식, 빠진곳찾기, 산수 소검사 추가
우선 순위) 빠진곳찾기 -> 산수 -> 상식 -> 선택 -> 단어추리
이론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입각한 보충 소검사 선택 기준과 순서이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에 맞게 변형하여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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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MMPI 같은 경우는 채점 프로그램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검사지에 비용이 부과되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복사 엄금이었죠. K-WAIS 지능검사의 검사지와 같은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MMPI-2/A나 TCI/JTCI는 채점 프로그램이 (주) 마음사랑의 서버에 있기 때문에 채점을 위한 크레딧이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입니다.
물론 1 검사지 1 크레딧으로 매칭되어 있기 때문에 크레딧으로 채점을 하고 나면 당연히 검사지는 폐기해야겠지요. 답안지도 사용되었으니 재사용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검사지를 가져가서 답안지만 복사하고 검사지를 그대로 가져오는 수검자도 있습니다(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인지 모르겠지만). 이 때 1:1 원칙에 따르면 멀쩡한 검사지를 폐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자원낭비하는 검사자는 아마 없지 않을까요?
이런 식으로 검사지가 남으면 크레딧을 구매할 때 저처럼 검사지 배송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기관 자격이 아닌 개인 평가자는 많아야 30부 정도, 제 경우는 대략 20부 정도의 소량 구매를 하거든요.
TCI는 부 당 2,500원이기 때문에 10부를 구매한다면 25,000원이 됩니다. 그런데 15만 원이 넘지 않으면 배송료 2,500원을 구매자가 부담해야 하니 총 구매액의 10%를 배송료로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배송료를 부담하지 않으려면 60부 이상을 구매해야 하는데 그 정도 수량이라면 개인적으로 소진하는데 몇 년은 걸릴겁니다.
크레딧만 구매하고 싶다고 하면 검사지도 배송받으라고 연락이 옵니다. 원칙이니까요. 1 검사지 1 크레딧 원칙이 틀렸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융통성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재미있는 건 기관 사용자의 경우 수검자가 검사지를 가져갔다가 안 가져오면 크레딧은 남아 있는데 검사지가 부족하게 되는데 그 때는 소정의 비용을 내고 크레딧 없이 검사지만 구매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1 검사지 1 크레딧 원칙이 그렇게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지요. 그 검사지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추가 인쇄를 한 것은 아닐테니 저처럼 크레딧만 구매한 구매자의 검사지를 모아서 판매한 것은 아닐까요?
검사지 배송 정책과 관련하여 해외 저작권자에게 이런 사정을 전달할 수 없냐고 물으니 그럴 계획이 없답니다. 원칙이 중요하니 검사지 소량 구매자는 검사지가 남아 있더라도(원칙적으로는 검사지가 남아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니) 구매자가 배송료를 부담하면서 검사지를 배송받으라는거지요.
검사지가 실질적인 상품인 MMPI와 달리 크레딧이 실질적으로 판매되는 상품인 MMPI-2/A, TCI/JTCI라면 검사지/답안지 복사를 허용해도 되지 않을까요? 온라인 채점을 하는 시대에 종이에 저작권을 걸어 구매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을 계속 지속하는게 과연 합리적일까요?
저는 검사지 20부를 구매하기 위해 써야 하는 배송료도 아깝거니와 상담 기록지를 절약하려고 상담 시간에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터라 솔직히 낭비되는 종이도 만만치 않게 아깝네요.
얼핏 배송료 정책을 손 보겠다고 들은 것 같은데 저 같은 사람은 배송료를 무료로 해 준다고 해도 불필요한 검사지는 배송받고 싶지 않습니다.
아마도 마음사랑측과 제 생각이 엇갈리는 부분은 융통성 발휘가 원칙을 훼손한다고 믿느냐 아니냐인 것 같습니다.
원칙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융통성이 발휘될 여지를 주지 않는 원칙은 가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네요.
덧. 제가 하도 까다롭게 구니 이번은 검사지를 배송하지 않고 크레딧만 구매할 수 있도록 마음사랑 측에서 편의를 봐 주셨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 아닙니다. 융통성은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지 특정인에게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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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기로 심리검사 실시순서에 대해서는 '이것이다!'하는 표준화된 실시 지침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그동안 심리검사를 실시하면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순서를 소개할테니 나름대로 변형해서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 순서로 심리검사를 실시합니다.
흔히 Full Battery라고도 불리는 성인 종합심리평가를 하는데 사용되는 6개의 검사를 활용해 제가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BGT -> 지능 검사 -> Rorschach -> HTP
MMPI-2, SCT는 미리 작성을 해 오도록 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빠졌습니다. MMPI-2, SCT의 경우에도 보통 정신과에서는 간호사나 coordinator가 초진을 마친 뒤 수납하면서 주고 집에서 작성해 오라고 하는데 평가자가 심리평가에 대한 간단한 orientation을 제공하면서 주는 것이 검사 라포를 형성하는데에도 훨씬 좋습니다.
제가 위와 같은 순서로
실시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검자가 쉽다고 지각하는 검사에서 어렵다고 지각하는 검사 순으로
2) 의식 수준의 검사 자극을 다루는 검사에서 무의식 수준까지 건드리는 검사 순으로3) 구조화된 검사에서 비구조화된 검사 순으로
이 세 가지 기준을 조합해서 BGT, 지능 검사, Rorschach, HTP 순으로 실시하게 된 겁니다.
제 경험 상 Rorschach 검사는 피검자들이 생전 처음 하는 검사일 수 있어 심리검사에 대한 거부감이 증가할 수 있고 HTP는 Roschach만큼 어려워하지는 않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하는 피검자가 많고(특히 남성), 그림 그리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면 전체 검사 시간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HTP보다 Rorschach를 먼저 실시하는 것이 낫더군요(이건 편법이라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만 맨 나중에 HTP를 실시하면 검사자가 그 동안에 지능 검사를 채점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도 있습니다).
또한 HTP나 Rorschach 검사를 초반에 실시하게 되면 열이면 아홉은 검사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피검자가 피로를 호소하게 되어 검사를 나눠 실시하게 되는 일까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피검자에게 익숙한 패턴인 지능 검사를 초반에 실시하는 것이 시간 운용 차원에서도 낫습니다.
BGT를 지능검사보다 먼저 실시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지능 검사에서 맨 처음에 실시하는 검사가 기본 지식이나 상식인데 피검자가 이를 일종의 시험처럼 받아들여 평가 불안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BGT의 경우는 카드를 보고 그대로 베껴 그리면 되는 간단한 과제이기 때문에 피검자의 수행 부담이 줄어드는 잇점이 있습니다. 제 경우는 BGT copy를 수행한 뒤 간단한 delay 과제로 K-WAIS의 생년월일을 물어 본 다음에 이어서 Recall 과제를 수행토록 합니다. 이 때 간혹 이름, 직업 등의 신상정보를 피검자가 직접 쓰도록 하는 평가자가 있는데 BGT는 시각적인 정보, 신상정보는 언어적인 정보라서 서로 간섭하지 않지만 둘 다 시운동 협응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생년월일을 물어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BGT, 지능 검사까지 마치고 나면 피검자가 시험을 본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게 되면서도 어느 정도 검사에 익숙해진 상태이므로 국면 전환을 하는 차원에서 Rorschach를 실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HTP는 자칫하면 시간이 Rorschach검사보다 더 걸릴 수 있기 때문에 Rorschach 검사를 먼저 실시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또한 검사자에게도 HTP를 실시하고 Rorschach를 거부당하는 것보다는 Rorschach 검사를 실시하고 HTP를 거부당하는 것이 정보 획득의 차원에서 유리하지요. 다만 이 때 유의할 점은 지능 검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면 피검자의 피로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지능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한 시간을 단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소에 재빠르게 검사 자극을 배분, 회수하는 연습을 하고 검사지에 피검자의 반응을 적을 때에도 최대한 빨리 적어야 합니다.
검사 실시는 여러가지 조합이 가능하겠지만 검사에 걸리는 시간, 피검자의 피로도, 검사 라포, 평가 불안 등을 고려해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순서를 정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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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현재 임상 현장에서 직접 도박 중독자를 상담하고 있는 경륜 클리닉의 고승환 선생님이 대구 대학교 대학원의 재활 과학과에 석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병적도박에서 전두엽-관리기능의 상대적 결손' 논문의 요약 및 나름의 분석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대상
- 도박 중독자 32명(도박 중독 치료 경험이 없는)
- 일반 대조군 20명
* 측정 도구 : K-WAIS, KIMS 전두엽-관리기능 신경심리검사(EXIT), REY-KIM, K-NODS
* 분석 방법 : 독립표본 t검증, 종속표본 t검증, 효과 크기(effect size) 분석(Cohen's d)
* 연구 결과
1. 일반 지능 면에서 병적 도박 집단과 정상 집단은 차이가 없음
2. 관리 기능 면에서 병적 도박 집단은 정상 집단에 비해 유의미한 결손을 보임
3. 집단(병적 도박, 정상 집단)과 지능 요인(일반 지능, 관리 기능)간 상호 작용이 유의미함
4. 집단 내 일반 지능 요인 간 비교에서 정상 집단은 차이가 없으나 병적 도박 집단은 차이가 유의미함
-> 결론 : 병적 도박자는 하위 인지 기능인 일반 지능에서는 뚜렷한 결손이 나타나지 않으나 일반 지능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상위 인지 기능인 관리 기능에서는 상대적인 결손이 나타나며 이는 병적 도박자의 주된 인지적 특징이 전두엽-관리 기능 저하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임.
개인적으로 제가 지금까지 읽은 도박 중독 관련 국내 논문 중 가장 깔끔한 논문입니다. 분석틀이 단순하지만 군더더기가 전혀 없으면서도 꼭 필요한 핵심적인 이야기는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논문을 읽었습니다.
* 월덴지기의 comment
1. 개인적으로는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 집단을 하나 더 추가해서 세 집단 분석을 했으면 훨씬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습니다. 고승환 선생님도 지도 교수에게 이를 제안했으나 연구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니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 해서 이쯤에서 그쳤다고 하시지만 개인적으로 역시나 아깝습니다.
2. 제가 이 분야에 문외한이라서 그런데 관리 기능의 결손이 하위 인지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지 않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관리 기능이 인지 기능의 control center의 역할을 한다면 하위 인지 기능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3. 논의 부분에서 치료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이 논문의 main part는 아니나 연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rought하게라도 좀 다루었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사실 현장에서 궁금한 것은 그런 것들이니까요.
4. 고승환 선생님이 제한점에서 말씀하신 표집의 제한 중 여성 도박자의 부족은 사실 제한점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모집단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현장에서 보면 워낙 여성 도박자의 수가 적으니까요. 학력 수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도박 중독자들이 고학력자들이 많은 편포된 분포를 이루니까요. 현장의 임상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 논문 분석과 게재는 직접 고승환 선생님의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논문의 전문이 궁금하신 분은 첨부 자료를 다운받아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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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장애인 연금법 개악으로 인해 수혜 대상이 줄어들었고 그러다보니 현재 장애인 연금을 받고 있는 모든 대상에 대한 재평가 지시가 내려왔나 봅니다.
이 때문에 지적 장애 재판정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심리평가를 제공하는 일선 정신과의 업무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능검사 또는 지능추정검사 결과를 기준으로 판정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회 성숙도 검사(SMS)를 반드시 실시하고 이 중 높은 지수로 판정을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문제와 나름의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얼마전에
'정신지체 판정을 위한 심리평가 시 지능 지수와 사회성숙도 지수의 차이 교정 문제'라는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오늘 함께 살펴볼 문제는 지능 검사 자체의 문제입니다.
지적 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난 뒤에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하게 되면 크게 두 가지 검사 자체의 요인에 의해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지능 검사 도구의 차이인데 대개 아동용 지능검사 도구인 K-WISC-III나 KEDI-WISC로 평가한 뒤 성인이 되어 K-WAIS로 평가하면 검사 도구의 차이에 따른 지능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또 하나는
동일한 지능 검사 도구를 사용하였으나 규준 연령대가 달라지면서 지능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인데 이 문제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지적 장애인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19세 때 성인용 지능 검사 도구인 K-WAIS를 실시해 중등도의 정신 지체(Moderate Mental Retardation) 수준의 지능으로 평가되었다고 할 때 20년 뒤인 39세 때 동일한 K-WAIS를 실시해도 규준(norm)의 문제로 인해 지능이 경계선이나 평균 하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어 지적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지능이 낮게 측정되는 것보다 높게 측정되는 문제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러한 방향성은 분명 규준의 문제입니다. 특히 나이가 더 많은 지적 장애인의 경우에는 원점수에서 0점을 받았다고 해도 경계선 수준 이상의 지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데도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현재 일선 현장에서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 공무원들이 지침을 엄격하게 지키라는 윗선의 지시를 받다보니 융통성을 발휘할 수가 없어 나온 지능 지수 그대로 판정을 하고 이로 인해 많은 지적 장애인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지능 검사 도구의 한계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제 경우는 피검자가 대부분의 과제에서 전혀 수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원점수 자체를 산출하지 않고 심한 지체로 인한 검사 불가로 판정합니다. 미봉책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도 없고 반대로 피검자를 위한답시고 지능 지수를 조작할 수도 없으니까요.
빨리 지적 장애 판정을 위한 제대로 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데도 (역시나) 아무런 문제 제기 및 대안 마련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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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성인에게 주로 사용하는 지능검사도구는 K-WAIS입니다. 거의 유일하다고 할 정도로 성인이라면 K-WAIS를 사용해 인지 기능을 검사합니다.
그에 비해 아동의 경우는 K-WPPSI, K-WISC-III 뿐 아니라 오래된 검사 도구인 KEDI-WISC도 사용되고 검사의 목표는 좀 다르지만 K-ABC라는 검사 도구도 있습니다.
동일한 측정 대상에 대해 다양한 검사 도구가 사용된다는 의미는 그만큼 검사 도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아서 단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을 반영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측정 대상인 아동의 인지 발달 단계가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령에 따라 다른 종류의 material을 사용하는 도구가 필요하다는 말도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동의 인지 발달이 12세가 넘어야 완성된다는 인지과학과 뇌과학의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만 3세부터 10세에 해당하는 아동의 3분의 2는 지능 지수가 15점 이상 변동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지능 검사 결과의 적용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죠.
저는 개인적으로 인지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정신 장애가 아닌 모든 초등학교 이하 아동에게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또한 중학교, 고등학교 이상의 청소년들에게 실시하는 지능 검사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동안 실시했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supervision을 통해 매일 접하고 있는 아동들의 지능 검사 결과를 돌이켜 보건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인지 발달 단계의 가능성을 간과내지는 과소평가하고 지능 검사 도구에만 의존한 나머지 다른 해석 방향성에 대한 고민 없이 피상적으로만 결론을 내렸던 경우가 부지기수였던 것을 반성합니다.
특히 비정상적인 교육열의 광풍이 휘몰아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인지 발달이 완료되지 않은 어린 아동에게 실시한 지능 검사 결과가 얼마나 잔혹한 낙인(stigma)을 찍어 미래의 향방을 부정적으로 결정지웠을 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합니다.
따라서 인지 기능의 지체나 저하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문제가 없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아동에 대한 지능 검사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생각이고 이 부분에 대한 학회 차원의 활발한 논의가 지금부터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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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vision을 하다 보면 수련 기관에 따라, 수련 감독자의 supervision 스타일에 따라, 혹은 대학원의 교육 과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된 보고서를 만나게 됩니다.
종합병원급의 대형 병원 보고서가 대체로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진단 위주로 적은 분량의 텍스트로만 씌여지는 것에 비해 local NP의 보고서, 그 중에서도 소아 정신과의 보고서는 설명을 듣는 대상자가 부모님들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온갖 칼라풀한 그래프에, 분량만으로도 질려버리는 엄청난 양인데다 내용에도 각종 검사 지표를 빼곡하니 채운 것이 많습니다. 생존을 위해 심리평가 보고서도 이렇게 진화해야 하는가 보다 싶으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형태야 그렇다 치더라도 가끔 아래와 같은 형태로 작성한 보고서를 볼 때가 있습니다.
1. 개인 정보
2. 의뢰 사유
3. 행동 관찰 <- 뭐 요기까지는 괜찮습니다만...
4. BGT : 어쩌고 저쩌고 해서 기질적 이상 없음.
5. MMPI : 척도가 어쩌고, code type이 어쩌고, 상승되어 있어 어쩌고 그래서 우울함.
6. K-WAIS : 지능이 얼마고, 각 영역의 소검사는 뭐가 올라가고, 뭐가 내려가고 그래서 문제가 있음.
7. 로샤 : 형태질이 어떻고, 지각의 정확성이 어떻고, 저쩌고 해서 내면에 내재된 우울감이 있음.
8. HTP : 집 그림의 지붕이 어떻고, 사람의 팔 다리가 가늘고 어쩌고 저쩌고 해서 우울함.
이건 심리평가보고서가 아닙니다. 뭐라고 해야 좋을 지 모르겠지만 억지로 이름을 붙이자면 검사 요약지에요.
심리평가 보고서는 각 검사의 결과를 통합해서 피검자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그려내는 과정입니다. 이 검사 따로, 저 검사 따로 떼어서 각각 기술하는 것(그나마도 각 검사 메뉴얼과 관련 책자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쓰는)은 염소 머리를 코끼리 몸통에 붙이고 사자 앞발에 기린 뒷발을 붙인 뒤에 코뿔소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검사들마다 실컷 우울하다고 적어 놓고는 진단 부분에
R/O Adjustment Disorder
R/O Anxiety Disorder, NOS
R/O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라고 하면 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게다가 R/O으로 도배를 할 거면 심리평가는 뭐하러 한답니까? 그냥 의사가 진단하고 말 지...
이런 형태의 보고서를 써 버릇하면 Summary & Recommendation 부분에 쓸 말이 없기 때문에 앞에서 했던 내용을 다시 번호 붙여 줄여쓰게 됩니다. 왜냐하면 피검자의 모습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니 진단에도 확신이 없고 이런저런 가능한 진단을 몽땅 끌어다 붙이게 되는 것이죠.
심리검사 워크샵 몇 개 듣고 그걸 조합해서 현장에서 맨땅에 헤딩하면서 일하는 분들이 주로 이런 형태의 보고서를 많이 쓰는데 제대로 수련받는 전문가 레지던트들까지 이런 보고서를 써서는 안 되겠습니다.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할 뿐만 아니라 psychometry라는 말로 폄하당해도 싼 행동입니다.
어려운 길이라고 하더라도 피검자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 정확한 모습을 그려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심리평가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다. 자부심을 가지세요. 그리고 그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세요.
항상 이야기하지만 임상 심리학 전공이 아닌 저도 심리평가 잘(은 아닌 것 같지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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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한 자료는 대구대학교 재활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홍근 선생님이 한국 임상심리학회지(2006, Vol. 25, No. 1, 257~271)에 publish 한 'Wechsler 지능검사에서 관리기능과 비관리기능의 비교'라는 논문 중 ERQ(Executive-function Relative Quotient)라는 관리 기능 지표의 규준과 점수 단위 전환표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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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chsler 지능검사의 가장 큰 제한점 중 하나는 관리기능(또는 실행기능, executive function)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2. 관리기능은 전두엽의 손상과 관련성이 매우 높은데 임상 현장에서는 뇌손상 환자, Psychosis, Mood Disorder, ADHD에게서 흔히 발견될 만큼 중요성이 높은 기능이다.
3. 그래서 아쉬운 대로 K-WAIS의 소검사들을 이용하여 관리기능의 문제를 찾아낼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보고자 하였다.
4. Hunt의 유지-비유지 모형의 상대적 우수성에 근거하여 '토막 짜기', '바꿔 쓰기'를 관리기능형 소검사로, '기본지식문제', '이해문제'를 비관리기능형 소검사로 사용하였다.
5. 관리기능지표와 비관리기능지표를 산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해당 소검사의 원점수를 K-WAIS manual에 있는 연령별 환산점수로 전환한 후 연령별 환산점수를 첨부 1의 점수 단위 전환표를 이용하여 M=100, SD=15인 점수 단위로 변환시키고 그 다음 변환된 점수 2개를 평균 낸다. 마지막으로 비관리기능지표에서 관리기능지표를 뺀 후 첨부 2의 규준표를 참고해 백분위 점수를 활용하면 된다.
6. ERQ가 '양수'인 경우 비관리기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고 '음수'인 경우 관리기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7. 다른 지능 지표에 비해 ERQ는 관리기능의 문제가 있는 환자군을 잘 detect 하는 것으로 보이나 역시 관리기능에 민감한 전문화된 검사에 비해 많이 취약한 면을 드러내고 있다.
* 월덴지기의 제멋대로 comment
1. 논문은 꽤 짜임새가 있으나 하나의 연구에서 여러 개의 결과물을 뽑아내려고 무리한 흔적이 있어 조금 아쉬움(휘하에 졸업해야 하는 사람이 많은 건가? -_-;;;).
2. 연구자가 개발한 'Kims 전두엽-관리기능 신경심리검사' 도구를 팔기 위해 이 논문을 쓴 것 같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점이 특히 아쉬움.
3. 기능지표를 산출하는 과정이 복잡해서 실제 임상 현장에서 과연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시 됨(사실 관리기능의 문제가 의심되는 경우는 신경 심리 평가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첨부 1. 점수 단위 전환표
첨부 2. ERQ 규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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