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끔은 낮은 타당도 척도를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리해 봤습니다. 낮다는 건 최소 35T 이하이고 보통은 기저선까지 터치한 경우를 해석이 필요한 낮은 점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 L척도
: K, S척도는 보통 수준인데 L척도만 아주 낮을 때가 대부분이고 보통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입니다. 거짓말 따위는 전혀 하지 않으며 지나칠 정도로 모든 것에 솔직하게 응답(F척도군이 상승하지 않는 경우 이것도 기질/성격적 특성 때문일 수 있어 TCI 결과를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했거나 반대로 평소에 naive한 거짓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평가받는 상황에서 이를 감추려고 지나치게 애쓰다 보니 L척도가 바닥선까지 떨어지는 경우로 현장에서는 후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런 수검자는 문장완성검사에서도 거짓말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언급을 자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K척도
: S, L척도까지 모두 40T이하로 낮게 평가된 경우는 증상이 만성화된 상태를 반영할 수 있으나 K척도만 유독 매우 낮게 측정되는 경우에는 증상 만성화보다 성격 미발달 상태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TCI 결과에서 자율성, 연대감이 미발달되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물론 임상 척도군이 증상 만성화를 반영하는 경우는 전자로 해석해야 합니다.
* S척도
: S척도만 매우 낮게 평가되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보이는 것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겠다는 거만한 태도 때문이므로 TCI 결과에서 MLL, HLL 등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은 반사회성 계열의 기질이나 HLH, HMH, HHH로 측정되는 B군 기질이면서 연대감이 낮은 성격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아서 성격 장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성격 유형에 대한 분석을 잘 해야 합니다.
당연히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단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의외로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해석 포인트를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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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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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가 MMPI에 비해 타당도 척도군이 강화된 만큼 6개나 늘어난 타당도 척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게 중요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타당도 척도를 단계적으로 평가하는 제 나름의 방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단계. L, K, S vs. F척도군 평가
L, K, 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면 faking-good 경향을 고려해야 하고
F, F1, F(B)/F2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면 faking-bad 경향을 고려해야 하죠.
L, K, S 척도가 유의미 상승하면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가 하강하는 것 뿐 아니라 TCI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하고 F, F1, F(B)/F2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면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해석해야 합니다.
2단계. F-K 지표 해석
L, K, S, F, F1, F(B)/F2 척도가 모두 정상 범위에 놓인 것처럼 보일 때 다음 단계에서 살펴봐야 할 지표는 F-K 지수입니다. MMPI 지표 중 거의 유일하게 원 점수로 계산하는 F-K 지표는 상담 현장에서 특히 중요하며 1단계에서 faking-bad, faking-good 응답 경향이 나타나면 굳이 계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F-K 지표가 -15점 미만이거나 +15점을 초과하는 경우 의미가 있습니다.
3단계. 1-3-3-3, 역 1-3-3-3 코드 패턴 해석
1, 2단계에서 아무런 유의미 해석 포인트가 없지만 다른 검사 결과와 교차 검증을 해 보면 어긋나는 부분이 관찰되거나 아무래도 정상 수준이라는 결과가 미심쩍을 때 살펴봐야 하는 게 3단계입니다. 1-3-3-3, 역 1-3-3-3 코드 패턴은 수검자도 인식하지 못하는 무의식 수준에서 증상을 과장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방어하는 경향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타당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점검해 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당연히 1, 2단계에서 해석이 가능하면 불필요하고요.
4단계. F(P), FBS 척도 해석
3단계까지 살펴본 뒤 MMPI-2의 F(P), FBS 척도가 상승할 경우 해석합니다. 두 척도의 공통점은 이차 이득과 상관이 있다는 것인데 F(P) 척도는 정신증이 아닌데 정신증처럼 보여야 하는 이차 이득이 있을 때 상승하고 FBS 척도 또한 무언가를 회피하려는 이차 이득이 있을 때 상승하기 때문이죠. 이차 이득이 해소되지 않으면 치료에 저항할 수 있기 때문에 3단계까지 해석한 뒤에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각 타당도 척도에 대해서는 이미 포스팅한 내용이 많이 있으니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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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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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당도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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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K 지표의 해석은 유의미한 타당도 척도가 하나도 없을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F척도군이 유의미하게 상승하여 증상 과장 경향이 의심되거나 L, K, S 척도가 유의미 상승하여 방어 경향을 드러낼 때는 굳이 F-K 지표까지 볼 필요가 없습니다.
F-K 지표가 유의미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은 ±15점입니다. +15점 이상이면 faking bad, -15점 이하라면 faking good 경향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다른 타당도 척도와 달리 F-K 지표는 F척도와 K척도의 원 점수 차이로 계산하기 때문에 변수가 2개가 됩니다. 예를 들어, F-K 지표가 +17점이라면 K척도가 정상 수준인데 F척도가 매우 높아서일수도 있지만 F척도가 정상 수준인데 K척도가 너무 낮아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결과를 이끌어 낸 척도가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게 중요한 해석 포인트가 됩니다.
F-K 지표가 +15점 이상인 경우는 보통 F척도가 상승해서가 아니라 K척도가 너무 낮아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F척도가 상승해서 F-K 지표가 +15점을 넘는 경우는 F척도부터 65T가 넘기 때문에 굳이 F-K 지표를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F척도는 55~64T 수준에 머무르는데 K척도가 30~40T로 -1SD 이하로 낮게 측정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증상 만성화(임상 척도 양상 확인)나 성격 미발달(TCI/JTCI의 자율성, 연대감 백분위 확인) 여부를 검증해야 합니다.
이보다 더 흔한 사례는 F-K 지표가 -15점 이하로 나타나는 경우인데 K척도가 상승해서가 아니라 F척도가 하강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K척도가 상승하는 건 의식적인 수준의 방어 때문이지만 F척도의 하강은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방어가 작동하기 때문인데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부인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K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할 때 대부분의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과 달리 몇 개의 척도만 낮게 나타나기 때문에 원 점수 0점인 척도의 수가 적다면 이 척도들에 유의하고 묶어서 해석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LSE, WRK 내용 척도만 원 점수가 0점으로 떨어졌다면 일 영역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집중적으로 받아 자기 효능감이 떨어진 것을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방어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정리하자면,
1. 다른 타당도 척도가 유의미할 때는 F-K 지표를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음
2. F-K 지표의 해석 기준은 ±15점
3. F-K 지표가 +15점 이상인 경우는 K척도가 낮을 때가 중요하며 증상 만성화 < 성격 미발달 문제 확인해야 함
4. F-K 지표가 -15점 이하인 경우는 F척도가 낮을 때가 중요하며 원 점수 0점인 척도들을 주의깊게 봐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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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만 요약하면 방어 응답 경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타당도 척도인 L, K, S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을때도 무의식적 방어를 찾아내는 임상 소척도인 Hy1, Pd3, Pa3, Ma3의 상승 cluster를 확인해보라는 내용입니다.
Hy1(사회적 불안 부인), Pd3(사회적 침착성), Pa3(순진성), Ma3(냉정함)이 바로 이들입니다.
그렇다면 역 1-3-3-3 code pattern이라는 건 뭘까요
1-3-3-3 code pattern과 반대로 각 척도가 카테고리 내에서 모두 가장 낮은 점수일 때를 의미하는데 역 1-3-3-3 code pattern이 나올 정도라면 거의 대부분의 척도 원 점수가 0점이나 1점에 불과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화된 검사로는 수검자의 심리적 고통을 온전히 측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림 검사나 로르샤하 검사 등의 투사 검사를 추가 실시해야 합니다.
의식적인 수준에서는 자신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F, F(B), F1, F2, F(P) 등 MMPI-2/A에서 심리적 어려움의 호소를 상징하는 척도들의 상승이 유의미하지 않으며 F-K 지표까지 정상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1-3-3-3 code pattern이 방어 경향성을 가늠하는 마지막 확인 절차라면 역 1-3-3-3 code pattern은 수검자의 (무의식적) 심리적 고통 호소를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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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포스팅한
'FBS 척도의 이해'에서 제가 드린 말씀의 핵심은 FBS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단독 상승했을 때 임상 척도 상승으로 인한 이차 이득을 탐색해 보라는 거였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FBS 척도와 관련해서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한 아래의 해석 기준을 추천드리고 있습니다.
1. 타당도 척도 중 FBS 척도가 유의미하게 단독 상승했을 때 임상 척도 상승은 반드시 이차 이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색할 것
2. 타당도 척도 중 FBS 척도가 가장 높은 점수값(유의미 여부 무관, 성별 기준 적용)일 때는 기질 상의 취약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K 척도가 40T 이하로 하강 시에는 성격 장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함. 따라서 TCI/JTCI를 추가 실시할 것
하지만 FBS 척도가 유의미하게 단독 상승했음에도 TCI/JTCI에서 기질 취약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도 가끔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다음의 순서로 살펴보시는 게 좋습니다.
1단계. TCI에서 기질 취약성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가운데 몰아쓰기' 응답 경향성 때문은 아닌지 응답지를 확인할 것
2단계. 기질 유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 하위차원 수준에 기질 취약성이 숨어 있는 지 확인할 것
3단계. 이 모든 단계에서 나타나지 않을 경우 기질 취약성이 아닌 순수한(?) 이차 이득 때문은 아닌지 점검하기 위해 MMPI-2의 임상 척도를 소척도 연결 분석을 통해 꼼꼼히 살펴볼 것
1단계에서는 실제로 기질 취약성이 있기는 하지만 응답 경향성 때문에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점검하고 2단계에서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민감성 차원에서 두드러지지 않는 취약성이 하위차원에서 나타나지 않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거기에서도 나타나지 않을 경우, 많지는 않지만 이차 이득만을 반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색해보는 순서로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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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에는 타당도 척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보통 MMPI-2/A의 타당도 척도를 먼저 살펴보곤 합니다. 대개 문제가 되는 상황은 L, K(MMPI-2의 경우 S까지) 척도가 상승하여 방어적인 경향을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럴 경우 보통은 성격, 심하게는 기질 유형까지 지나치게 양호한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방어적인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TCI/JTCI를 해석하는데는 무리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평가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하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수검자가 자신의 문제를 과장해서 호소하는 방향으로 응답했다면, 즉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F, F(B), F1, F2 척도가 과도하게 상승했다면 TCI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해석 지침에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이 각각 경조증, 신경증 증상이 심할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걸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안해서 낮춰 해석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수검자가 증상을 과장하는 경향이 지나치다면 몇 개의 특정 기질/성격 유형으로 몰려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 자칫하면 잘못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faking-bad 경향이 심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기질/성격 유형은 아래와 같습니다.
HHL - L - LLL
그러니까 경계선 기질 + 낮은 인내력 + 침울한 성격 조합이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물론 LLL 만큼이나 LLM, LLH도 흔하기는 하지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성격 유형은 역시 LLL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기질/성격 조합이 가장 많이 나타날까요? 그다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Cloninger가 성격 발달에 가장 유리하다고 이야기한 기질 조합 기억나십니까? 바로 LLH - H입니다. 안정적(staid) 기질에 높은 수준의 인내력 기질을 갖고 태어나는 겁니다.
그 다음에 가장 잘 발달된 성격 유형은 어떻습니까? 바로 HHH(창의적) 성격입니다.
'TCI/JTCI LLL 성격 유형의 이해'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HHH 성격 유형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완전히 발달된 상태에 '창의성'이라는 +@가 더 있는 것이죠.
결국 가장 안정적이고 잘 발달된 기질/성격 조합은 LLH - H - HHH가 됩니다. 그럼 이를 뒤집으면 어떻게 될까요? 예상하시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HHL - L - LLL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는 엉망진창의 기질을 갖고 태어났고 게으르고 끈기라고는 하나도 없으며 아무것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의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과장해서 주장하면 TCI/JTCI에서 HHL - L - LLL조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수검자가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증상을 심하게 과장하는 경향을 보였다면 TCI/JTCI에서 경계선 성격 장애로 진단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자칫하면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formulation할 위험성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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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에는 타당도 척도가 없기 때문에 MMPI-2/A의 타당도 척도를 참고하여 해석해야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라포가 잘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TCI의 단독 실시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만약 TCI만 단독 실시했을 때 상담 장면에서 보기 힘든 (양호한) 기질/성격 유형이 나온다면 해석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거든요. 수검자의 기질, 성격이 실제로 양호한 것인지, 아니면 방어적인 태도로 작성했기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수검자가 방어하는 경향을 보일 경우 TCI에서는 어떤 프로파일이 나올까요? 제 경험 상 다음과 같은 양상을 고려해 보시면 좋습니다.
* K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K척도가 상승한다는 건 정교하게 방어한다는 뜻인데 TCI에서는 대개 성격 유형만 양호하게 나타납니다. HHL(조직화된) 유형이 가장 많고 HML(논리적인) 유형이나 MHL(신뢰하는) 유형도 많이 나옵니다. 당연히 신뢰할 수 없고요. 특이한 건 K척도를 띄워 방어하는 수검자의 경우 성격 유형은 건강하게 나와도 기질은 취약성을 드러내는 유형이 그대로 나타난다는거죠. 그래서 성격은 양호하지만 기질이 취약한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K척도를 띄울 때의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 L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K척도와 달리 L척도는 다소 naive하게 방어하는 경향을 반영하는데 '다 괜찮다, 다 좋다' 태도를 보이는 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므로 성격 유형만 양호하게 나타나고 기질 취약성은 그대로 드러나는 K척도 상승 시와 달리 기질과 성격 유형 모두 양호하게 나타나곤 합니다.
* S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S척도는 보통 K척도와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K척도가 상승했을 때처럼 성격은 양호하게, 기질 취약성은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매우 높게 상승한 경우는 L척도 상승 때처럼 성격과 기질 유형 모두 건강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K척도 상승 때와 양상이 비슷한 경우가 더 많았지만 case by case라서 L, K척도 상승 때와는 달리 좀 더 신중하게 해석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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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에 MMPI-2가 출시되면서 L, F, K 단 3개의 타당도 척도에 의존하던 MMPI에 비해 6개의 타당도 척도가 대거 추가되었는데 이는 타당도 검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변화입니다. 왜냐하면 타당하지 않은 검사 결과를 간과하고 임상, 내용 척도를 그대로 해석하면 잘못된 formulation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MMPI-2에서는 타당도 척도들을 더욱 꼼꼼히 살펴봐야 하고 각 타당도 척도 해석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이와 반대로 타당도 척도의 수가 늘면서 F-K 지표(Dissimulation Index)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된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특히 상담 장면에서는 F-K 지표를 거의 자동적으로 계산할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대부분의 척도들이 T점수를 해석하는 것과 달리 F-K 지표는 원점수를 사용한다는 것이죠. 그나마 MMPI-2는 결과표 1페이지 하단에 자동으로 계산을 해서 보여주지만 MMPI-A는 평가자가 번거로워도 직접 계산해야 합니다.
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은 MMPI-2/A 결과에서 F, K, L, S 척도들이 유의미한 수준(70T이상 또는 35T 이하)으로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굳이 F-K 지표까지 살펴보지 않아도 타당도 검증을 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상담 장면에서는 F, K, L, S 척도가 극단적으로 상승, 하강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 때 F, K 척도가 양쪽 끝에 위치하게 되면 각 척도는 유의미하다고 해석하기 애매하지만 F-K 지표를 계산해 보면 꽤 많은 경우에서 유의미합니다.
아시다시피
F-K 지표를 유의미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은 ±15점입니다. +15점 이상이면 faking bad, -15점 이하라면 faking good을 의심해야 하는 것이죠(±22점 이상이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정도가 더 커집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F-K 지표가 +15점 이상일 때는 F척도가 65T 이하라고 해도 수검자가 증상을 과장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해석이 생각보다 간단하지는 않은데 왜냐하면 F-K 지표가 +15점 이상이라고 해도 F척도가 높은 경우와 K척도가 낮은 경우로 나누어지기 때문입니다. K척도가 적절한 수준이고 F척도가 높아서 +15점 이상이라면 faking bad일 수 있으나 F척도는 그리 높지 않고 K척도가 낮아서 +15점 이상으로 측정된 거라면 증상을 과장했다기보다는 방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만성화된 상태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F-K 지표의 해석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즉 다양한 맥락 정보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더라도 일단은 F-K 지표가 ±15점 범위를 벗어난다면 F, K척도 단독으로 유의미한 상승이 없다고 해도 증상 과장 혹은 방어 경향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병원 장면에 비해 상담 장면에서는 F-K 지표를 해석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입니다.
덧. F-K 지표와 관련된 연구 결과 2가지를 추가로 설명드리면,
1. faking bad(+15점 이상)에 비해 faking good(-15점 이하)을 해석할 때 신중을 기할 것
2. MMPI-A의 경우 MMPI-2에 비해 F-K 지표 해석에 신중을 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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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의 내용 척도 중 부정적 치료 지표(TRT)라는 것이 있습니다. 치료 동기나 의지, 자신을 얼마나 상담자에게 개방할 마음이 있는지의 여부를 측정하기 때문에 이 척도가 상승한 경우 예후가 그다지 좋지 않으며 조기 종결 가능성이 크다고 일반적으로 해석합니다.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방어하며 faking-good 하는 경향이 있다면 타당도 척도 중 L, K, S(특히 K척도)척도와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해석에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방어적 경향성이 타당도 척도들로도 충분히 입증되니까요.
문제는 타당도 척도는 지극히 정상이라서 L, K, S 척도 모두 정상 수준이고 유일하게 부정적 치료 지표(TRT)만 상승한 경우의 해석입니다.
부정적 치료 지표에는 '낮은 동기'와 '낮은 자기 개방'으로 불리는 두 개의 소척도가 있는데 '낮은 동기' 소척도는 DEP 내용 척도의 소척도 중 하나인 '동기 결여(DEP1)' 척도도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역시 해석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동기가 부족하고 수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문제가 만성화되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이 상실된 상태라고 해석하면 크게 무리가 없으니까요.
'낮은 동기' 소척도보다 더 중요한 소척도는 '낮은 자기개방(TRT2)'입니다. 이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70T)으로 상승했을 때 맥락 상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는 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L, K, S 척도의 상승이 없기 때문에 타인에게 자신을 좋게 보이려는 경향은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낮은 자기 개방' 내용 소척도만 유일하게 상승하는 경우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바로
자신에게 핵심 문제가 되는 것만 특정하여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심할 정도로 부인하는 양상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원점수가 0점인 소척도들을 추려봤을 때 특정한 내용으로 묶이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방어적 경향성을 드러내는 타당도 척도가 모두 유의미하게 상승하지 않고 '낮은 자기개방' 소척도만 유의미한데 유독 '공격성(AGGR)', '적대감(Ho)', '폭발적 행동(ANG1)'만 모두 원 점수가 0점이라면 수검자가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평가자가 알아차렸으면 했던) 심리적 문제가 '분노'라고 가설을 세워볼 수 있는 겁니다.
물론 MMPI-2/A만 갖고 이러한 가설을 검증할 수는 없고 다른 검사 결과와 교차 검증을 해야겠지만 경험적으로 꽤 정확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러니 방어적 타당도 척도가 상승하지 않고 '낮은 자기 개방' 소척도만 단독으로 상승하는 사례를 만나면 원점수가 0점인 척도들을 찾아서 의미 별로 묶어 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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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상담을 하게 된 이후 supervisee 선생님들께 지나가는 말처럼 자주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개인 감정대로만 생각하면 시험을 봐서 일정 수준을 통과한 부모만 아이를 낳도록 허용했으면 좋겠다 뭐 그런 내용입니다.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에서 무슨 망발이냐고 나무라실 수 있지만 그만큼 자격도 능력도 안 되는 부모들이 생각없이 낳은 아이들이 지금도 받고 있는 상처와 고통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능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아이를 증오하고 노골적으로 학대하는 부모가 분명히 있고 그보다 더 흔하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은밀한 학대 또한 존재하니까요.
아동을 만나는 임상가들은 미묘한 형태의 아동 학대를 탐지하기 위한 기술을 습득하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동 학대를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하는 심리검사 결과를 정리해 봤습니다.
* 아빠의 MMPI-2 결과
- K척도의 상승(70T 이상 또는 그에 근접하는)
- DISC 성격병리 척도의 상승
- GM, ES 보충척도의 상승
* 엄마의 MMPI-2 결과
- S척도의 상승(70T에 근접하고 K척도의 상승 보다 높은 수준)
- GF, Re 보충 척도의 상승
* 아동의 문장완성검사 결과
- 부정적 내용이 거의 없으며 특히 부모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기술로 일관
위와 같은 아빠는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드러내는 것에 방어적이며 가부장적인 성역할에 집착하고 고집이 매우 세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특징을 보입니다. 주변 사람이 볼 때는 진중하고 무게감 있게 보일 수 있지만 자기의 가치관을 가족에게 강요하는 경향이 강하고 DISC 척도가 상승할 때 분노, 적대감을 측정하는 척도가 동반 상승하지 않아도 언어적, 신체적 폭력의 발현 가능성에 주의해야 합니다. 배경 정보에 음주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경우는 특히 조심해야 하고요. 대부분의 경우 문제 인식이 없고 치유적인 개입에 거의 반응하지 않습니다. 심한 경우는 MMPI-2, SCT와 같은 검사 실시 자체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엄마는 아빠처럼 K척도의 상승으로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드러내지 않지만 S척도의 상승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다른 사람에게 바람직하게 보이려는 경향 때문에 집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밖으로 노출하지 않으려고 감추는데 급급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의 도움 호소를 무마하거나 축소하여 문제를 악화시킵니다. 남편에게 경제적,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역할만 감당하기 쉽고 원가족의 어머니에게 밀착되어 있고 어머니도 자신과 비슷한 경우 이런 성역할을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 학대와 관련해서는 방관자의 위치를 담당하기 때문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있도록 자아 강도를 강화하는 것이 치유의 핵심이 됩니다.
학대를 당하는 아동의 경우 부모의 단점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지능이 우수한 아이일수록 이런 양상이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경향이 일반화되면 아예 부정적인 내용의 이야기 자체를 못하게 되거나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전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신체적인 학대를 주로 당하는 아동은 가해 부모에 대한 두려움을 강하게 드러내고 무섭다는 표현을 하거나 악몽을 꾸는 등의 증상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언어적인 공격이나 정서적 방임, 지나친 기대 투사 등의 미묘한 학대를 가하는 부모의 경우에는 그것이 사랑에 기인하는 것으로 포장하거나 스스로도 자녀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아동을 이중 구속의 덫에 빠뜨립니다. 즉 '내 부모가 나에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나를 사랑해서이고 부모가 원하는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건 내가 못나서이다'라는 식으로 자기 귀인하게 만듭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자란 아이는 자존감이 낮을 수 밖에 없고 어른이 되고 난 이후 성공 경험을 해도 자존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상처받은 학대의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위에 나열한 심리검사 결과는 아주 전형적인 profile이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 여러가지 형태의 변이가 존재할 수 있으며 위의 검사 결과를 모두 충족했다고 해도 그것이 곧 부모의 아동 학대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립니다.
덧.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를 다룬 훌륭한 참고 서적으로는 수잔 포워드가 쓴
'독이 되는 부모(2002)'가 있죠.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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