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햇살이 따뜻하고 부드럽게 느껴지던 오후 늦게 Kayseri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쾌적한 차량으로 데려다 준 운전사에게 인사를 하고 일단 공항 내 PTT로 가서 100E를 환전(186.5YTL)했습니다. 늘 하던대로 "Tesekkur ederim(데셰키르 에데림 = 고맙습니다)"이라고 인사를 하니 환전소의 직원이 돌아서 가는 저희를 일부러 부르더니 "Sag ol(사오르)"이라는 인삿말을 가르쳐 주더군요(나중에 찾아보니 격이 없는 사이에서 주로 쓰는 고맙다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감사합니다"를 한국말로 어떻게 말하냐고 물어봐서 소리나는대로 영어로 적어 주었습니다. 한국인도 자주 오기 때문에 한국 관광객에게는 간단한 인삿말이나마 한국말로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프로 정신이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Kayseri 공항은 우리나라의 버스 터미널 같은 분위기지만 테러 위협이 있어서 그런지 검색이 엄청 심했습니다. 입국자는 그냥 통과하다시피하지만 출국자와 국내선 이용자는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검색을 철저하게합니다. Kayseri 공항에서만 들어갈 때 1번, 보딩할 때 1번을 검색했고, 금속 탐지기에 걸리기만 하면 허리띠까지 다 풀어서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을 때까지 철저하게 반복합니다.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Antalya 공항에서는 잠시 밖을 살피러 나갔다가 들어갈 때에도 여지없이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_-;;;
공항에서 발권을 하는데 직원이 두 번이나 연거푸 실수를 해서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한번은 Kayseri에서 Antalya로 가는 노선으로 발권을 해야 하는데 Istanbul에서 Antalya로 가는 노선으로 발권을 하더니, 두 번째는 제 이름으로만 2장을 발권하더군요. -_-;;; 나중에 그 직원이 대기실까지 찾아와서 바꾸어 주지 않았으면 멋도 모르고 보딩했을겁니다.
Kayseri 공항의 안쪽 대기실에는 의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보딩 시간이 되지 않았어도 미리 들어가서 기다리는 것이 낫습니다. Kayseri 공항을 이용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대기실에서 우연히 터키 주재 LG 직원으로 보이는 가족을 만났는데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더니 상당히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별로 아는 척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이후로는 저희도 모른 척 했습니다(빌붙으려는 것으로 보였나?). 워낙 친절한 터키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다보니 오히려 한국 사람이 더 냉랭해 보이더군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터키의 국내선은 전국으로 뻗어있기는 하지만 지방 공항끼리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서 대부분 수도인 이스탄불을 경유해서 가게 됩니다. 그러니 Antalya로 가야 하는데 Kayseri(저녁 8:30분 발)에서 일단 이스탄불 공항으로 간 뒤(저녁 9시 45분 도착)에 2시간을 대기하고 다시 비행기를 바꿔타고 Antalya 공항(새벽 1시 10분 도착)으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Istanbul로 가는 비행기에서 먹은 기내식입니다. 햄샌드위치(맛있어요!! 하긴 Ekmek 자체가 맛있는데 뭐가 맛이 없겠어요 ^^), 생수, 물티슈(오데 코롱이 듬뿍 뿌려진 것), 오렌지 쥬스, 그리고 초컬릿이 듬뿍 들어있어 엄청 단 쿠키(상표명이 Tutku)를 받았습니다. 물티슈는 나중에 쓰기 위해서 챙겨 두었습니다(귀국할 때까지 남아서 들고 왔더군요).
국내선 스튜어디스의 외모가 국제선 스튜어디스의 외모보다 훨씬 낫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국제선은 운항거리가 길기 때문에 외모보다는 체력(?)으로 뽑는 것 같습니다. ^^
이스탄불 공항에서 2시간을 머문 후, 다시 비행기로 안탈야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공항에서 노숙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ㅠ.ㅠ
일반적인 여행자에 비해 럭셔리급에 해당하는 비용으로 출발했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 일정을 짜 봐도 카파도키아에서 안탈야를 거치려면 노숙을 하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하느니만 못한 노숙이 되었습니다. 안탈야를 거의 보지도 못하고 파묵칼레로 이동해야 했거든요.
안탈야 공항은 Kayseri 공항에 비해 상당히 넓고 새벽에 운항하는 항공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노숙하는 것이 그리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공항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구요. 처음에는 이것도 추억이고 낭만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했지만 파리와 모기가 있어서 사람을 괴롭히더군요. 자리도 불편하고요. 보니데와 번갈아 잠을 청했습니다만 별로 못 잤습니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공항 노숙은 비추천입니다. 그나마 한국에서 가지고 간 모기쫓는 링(손목이나 발목에 접착식으로 묶는) 덕분에 모기밥이 되는 것은 간신히 면했습니다.
6시 30분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공항 화장실에서 대충 씻은 뒤, 공항 내 카페테리아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침은 토스트(7YTL), 차이 2잔(5TYL*2 = 10YTL), 소시지(10YTL)였는데 노숙으로 몸을 축내서 그런지 차이가 참 맛있더군요. ㅠ.ㅠ
식사를 하고 나서 짐을 챙겨들고 공항을 나섰습니다. Havas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야 하니까요. 공항을 나가 왼쪽으로 가면 승강장이 있습니다. 요금은 1인당 8.5YTL입니다.
다른 관광객들도 많이 타는데 시계탑 앞에서 내려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시계탑으로 가지 않더군요. 게다가 운전사가 영어를 전혀 몰라서 저희도 순간 당황했습니다.
결국 대충 근처에서 내려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시계탑 근처로 오기는 했습니다. 파묵칼레로 가는 버스표를 사기 위해 파묵칼레 투리즘을 찾아야 하는데 역시 시계탑 근처에 없더군요(원망스러운 Lonely Planet ㅠ.ㅠ). 경찰관에게까지 물어서 결국 찾기는 했지만 시계탑에서부터 찾기 시작하면 정말 찾기 어렵습니다. 안탈야에서 시계탑이 유명한 이정표는 맞습니다만 찾는 곳에 따라 상당히 곤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가셔야 하겠습니다.
결국 투리즘을 찾느라 헤매느라고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해서 시계탑과 이블리 미나레(Yivi Minare)만 카메라에 담고 '하드리아누스의 문'을 보는 것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이블리 미나레는 칼레이치 거리의 이정표로 사용되는 유명한 탑으로 길이가 38m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것도 옆을 부리나케 지나가면서 겨우 찍은 것입니다. 정말 안습이네요.
안탈야는 지중해 연안에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우리나라 한여름 날씨와 비슷합니다. 습도도 높고 상당히 덥더군요. 건조해서 그늘만 들어가면 시원한 이스탄불이나 카파도키아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짜증이 나더군요.
결국 돌아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파묵칼레 투리즘의 '세르비스(무료 셔틀 버스)'를 이용해 조금 일찍 Otogar로 가기로 했습니다. 파묵칼레 투리즘의 세르비스는 아침 8: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있습니다.
세르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안탈야는 남부에 위치한 도시라서 그런지 도시 풍경도 가볍고 경쾌한 느낌입니다.
Simit을 파는 간이 매대도 보이네요. ^^
안탈야의 Otogar 풍경입니다. 안탈야의 Otogar는 생각보다 더 크더군요. 이스탄불의 Otogar보다도 더 큰 느낌입니다. 여기도 여지없이 검색대가 준비되어 있더군요. -_-;;;
일단 파묵칼레로 가는 버스표(18YTL*2 = 36YTL)를 예매했습니다. 'Pamukkale'를 이용했는데 강력 추천입니다. 시설, 서비스, 친절도 모두 최상입니다. 대형 버스 회사 중에서도 가장 낫습니다.
화장실(역시 유료.. ㅠ.ㅠ 0.5YTL)을 이용하고 나서 파묵칼레로 떠나기 위해 승강장으로 나갔습니다. 역시 모든 터키인들이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저희를 주목합니다. -_-;;;
아이들과 '메르하바'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파묵칼레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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