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지를 정리하느라 자정을 넘겨 12시 30분 쯤 잠이 든 것 같은데 전기 담요로 뜨끈뜨끈하게 몸을 지지면서 잔 덕분인지 7시에 알람도 울리기 전에 개운하게 일어났습니다.
천천히 준비를 하고 8시쯤 아침 식사를 하러 어제 저녁을 먹은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아침에 다시 보니 높은 산이 병풍처럼 호텔을 둘러싸고 있어서 아늑하더군요. 공기도 좋고요.
확실히 저녁보다는 아침이 조용합니다. 깊은 산속이라서 그럴수도 있지만요. 아침 메뉴는 서양식, 중식, 채식 등 굉장히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plum 주스는 여전히 맛있어서 아침부터 두 잔이나 마셨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8시 40분 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 체크아웃했습니다. 오늘 화롄에서 11시 쯤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타이페이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Leader Taroko Village Hotel이 타이루거 협곡 중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 섭외가 어려울 것 같아서 미리 송영 서비스를 신청해 두었는데 캐러반급 신형 차량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짐을 다 싣고도 공간이 넉넉하여 편하게 화롄까지 갔습니다
Leader Taroko Village Hotel의 송영 서비스는 1인당 250 타이완 달러인데 호텔에서 화롄시까지 차량으로 대략 50분 정도 걸리는 걸 계산하면 그리 비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산이 높아서 그런지 구름이 낮게 드리워서 그런지 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 잘 안 보이네요. 화롄시로 가는 도중에 짙은 구름대를 통과하면 비가 내리기도 하고 거기를 지나면 다시 해가 나기도 하는 오락가락 날씨였습니다.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대만은 지방에도 건널목마다 맨 앞에 이륜차 정차 구역을 따로 만들어 놨습니다. 이륜차를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정책인데 안전을 위해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좋을 것 같더군요.
화롄역에 도착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데려다 준 드라이버에게 감사 표시로 팁도 주고 짐을 챙겨 내렸습니다. 여전히 날씨는 흐립니다. 타이루거 협곡 투어의 출발점이 화롄시인만큼 화롄역은 오고가는 사람으로 굉장히 붐빕니다.
역 구내로 들어가 아무 창구에나 가서 e-ticket과 여권을 주면 보시는 것과 같은 옛날 방식의 티켓을 줍니다. 거의 한자로 쓰여 있지만 알아보기 어렵지 않습니다. 11시 14분 화롄발 열차로 4호차 25번 좌석에 앉으면 되고 13시 22분에 타이페이에 도착한다네요.
기차는 217 Tze-Ching Limited Express입니다.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1인 당 440불이고요.
역 구내는 우리나라 지방의 역사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전광판도 모두 한자로 되어 있지만 역시 알아보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기차 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았기에 화롄의 명물인 떡과 만주를 사러 가기로 했습니다.
화롄역을 등지고 건널목을 건넌 뒤,
오른쪽을 보면 요런 풍경이 보이는데 여기서 다시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서서 맞은편을 보면,
파인애플 케이크, 만주, 떡으로 유명한 청지마슈가 보입니다. 간판도 크고 색깔도 눈에 확 띄기 때문(사실 주인장 외모 때문에;;;;)에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원래는 가전 제품 매장이었는지 몰라도 자동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입구 쪽이 훵합니다. 지나치게 넓어서 영업을 하는 것인지 몰라 살짝 당황했죠. 안쪽에 매장이 있습니다.
장인이 쿵푸를 하듯이 만주를 빚는 홍보용 사진을 보니 제대로 찾아온 것 같네요;;;;
사진에 다 담지 못했지만 굉장히 다양한 제품군이 있습니다. 재료도 너무 다양해서 고르기가 쉽지 않더군요.
만주는 대략 한 봉지에 100~200불 사이입니다. 한 봉지에 들어간 만주 양이 꽤 많으니 양을 잘 가늠해서 사야 합니다.
여기서
전에 소개한 와인도 315불에 구매했죠.
저희가 먹을 것과 선물할 걸 정신없이 쓸어담다보니 기차 시간이 다 되어 부랴부랴 역으로 이동했습니다.
현황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매표원에게 표를 펀칭하게 하고 기차에 탑승했습니다.
에바항공이 Kitty promotion을 하는지 온통 기차 외벽과 내부에 랩핑이 되어 있더군요. 탑승객마다 기념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합니다.
내부도 키티 캐릭터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기차가 마음에 들었는데 우리나라 새마을호처럼 좌석의 간격이 넓어서 중형 이상 캐리어가 들어가도 공간이 남더군요. 앞에 테이블이 없어서 불편할 줄 알았는데 팔걸이에 접이식 테이블이 내장되어 있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차가 출발하고 20분 정도 지나고 나면 차장이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티켓을 확인하기 때문에 기차에 탔다고 티켓을 버리면 안 됩니다. 특히 기차에서 내려서 나갈 때도 도장까지 찍으면서 검표하기 때문에 주의하세요. 우리나라 KTX 타는 것처럼 생각하면 낭패를 볼 겁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미화 노동자가 계속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쓰레기를 치우기 때문에 객차 내부는 항상 쾌적하고 깨끗합니다.
13시 22분에 정확히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 도착했습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여기에서 MRT를 타고 이동하지만 오늘 저희가 타이페이에서 묵을 호텔이 지하철역과 역 중간에 애매하게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택시를 탔습니다. 역 앞에 택시 승강장이 있고 택시가 많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저녁에 온천 투어 외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기 때문에 일단 호텔로 가서 짐을 풀고 후속 일정을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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