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L 성격 유형은 '모방하는' 성격이라고 불리는데 저는 보통 '카멜레온' 유형이라고 설명하곤 합니다. 카멜레온은 모습을 감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배경색에 자신의 몸 색깔을 맞춰 변화시키는 동물이죠. 그래서 눈에 잘 띄지 않는데 LML 성격 유형도 카멜레온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LML, LHL, LHM, LHH 네 유형의 공통점은 자율성이 낮은 면을 보완하기 위해 연대감을 (억지로) 끌어올렸다는 점에 있습니다.
'TCI의 하위 차원 분석 : 자기 초월 성격' 포스팅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자기 초월 차원은 수검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드러내는 영역이므로 LHL, LHM, LHH 유형은 순서대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사용하는 것에서 이상이나 신앙에 기반한 문제 해결 방식을 사용하는 것의 차이로 구분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LML, LHL 유형의 차이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요. 두 유형 모두 자율성이 낮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객관적이고 현실적이니 차이점이라고는 연대감이 낮으냐 중간 수준이냐의 미묘한 차이 밖에 없으니까요.
LHL(의존하는) 성격 유형은 의존하는 대상이 대부분 '사람'입니다. 또한 의존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부담이 될 만큼 적극적이고 노골적입니다. 이에 비해 LML(모방하는) 성격 유형은 모방하는 대상이 굳이 사람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정체를 감출 수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유행하는 복장, 삶의 태도와 양식, 분위기까지 그것이 자신에게 현실적인 이득을 주기만 하면 대상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튀지 않고 은근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죠.
중요한 건 LML 성격 유형의 경우 이 성격 유형임을 상담자가 빠르게 알아차리고 대응하지 못하면 이유도 모른 채 조기 종결로 내담자를 잃을 수 있다는 겁니다. 상담 초기 심리평가가 필요한 대표적인 성격 유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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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주제는 이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의존하는 성격 유형으로는 LHL(LML), LHM, LHH 유형들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LH? 계열의 성격 유형들은 모두 낮은 자율성을 보완하기 위해 연대감을 과도하게 발달시킨 경우죠. 하지만 이들간에도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LHL과 LHH 유형을 대비해서 설명드리면, 자기 초월 성격은 성격이 발현되는 방향성을 결정하는데 낮으면 현실주의자의 입장에서, 높으면 이상주의자의 입장에서 행동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LHL 성격 유형에게는 현실적인 의존 행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더 이상 상담에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LHL 성격 유형의 내담자가 꾸준히 상담을 받으러 온다면 상담의 실제 효과성 여부를 떠나 상담자가 자신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내담자가 판단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1차 라포는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LHH 성격 유형은 의존 대상을 이상화 하는 등 현실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도 상담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1차 라포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상담을 유지하고 있거나 상담자를 신격화해서 소위 믿음의 차원에서 상담을 받으러(고해성사하거나 기도하듯이) 오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LH? 계열의 성격 유형이라고 해도 자기 초월 차원의 높낮이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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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의존성 성격 장애 뿐 아니라 TCI 기준 LML, LHL, LHM, LHH 성격 유형인 내담자들이 흔히 하는 질문 세례, "선생님, ~한 경우에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을 알려주세요"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지에 대한 것입니다.
의존하는 내담자는 그것이 성격 역동 때문이든, 살아온 삶의 궤적이 그렇든 간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내면 아이가 어릴수록 자신의 행동 결과를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요.
어쨌든 상담자가 구원자의 역할을 떠맡는 순간 자율성을 증진해 의존성 문제를 극복하려는 목표는 물 건너가게 됩니다. 아무리 공감을 잘하고 지지적인 상담자라고 해도 끊임없이 답을 구하며 의존하는 내담자에 의해 야기되는 역전이를 다루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고요.
그렇다고 경계를 엄격하게 설정하고 내담자의 의존 욕구를 칼로 자르듯이 좌절시키면 상담이 조기 종결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라포가 굳건히 형성되기 전인 상담 초기에는 더더욱 그렇고요. 무엇보다 의존성이 강한 내담자의 의존 욕구를 좌절시키면서 라포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의존 욕구를 좌절시키면서도 라포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한데, 저는 아래와 같은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즉, 내담자의 모든 질문에 상담자가 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내담자의 답을 구하는 행동에 상담자가 모두 답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치료적 방향으로 알려주는 겁니다.
"저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답을 알려주면 ~님이 제게 의존하려는 마음을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해롭고(바로 이 문제를 극복하려고 상담을 받는 것이니), 답을 모른다고 말하면 제가 의존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자가 아니라고 섣불리 결론내려 상담을 중지하고 저를 떠날테니 결국 ~님께 해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나름의 답을 알고 있지만 알려주지 않을 것이며 대신 ~님이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곁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이렇게요.
중요한 건 답을 알려줄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내담자가 자신의 역동을 상담에서 재현할 때 그걸 다뤄야 하는 겁니다. 내담자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항상 누군가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깨닫고 그런 패턴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이상 이 상담은 끝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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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 기준으로 강박성 성격 장애라 함은 미발달된 성격으로 인해 LHL 기질이 제대로 조절되지 못하는 상태를 진단화한 것을 말합니다.
강박성 성격 장애 내담자를 상담할 때 조기 종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힘들다고 호소하는 선생님들이 많은데요. 그 이유와 제 나름의 해결 방안을 정리해 봤습니다.
우선 가장 큰 원인은 내방하는 내담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기질 유형이 LHL이기 때문입니다. 케이스가 많은 상담자라면 금방 아실텐데요. 상담 센터를 방문하는 내담자 중 가장 많은 기질 유형이 바로 LHL, MHL입니다. 수가 많으니 조기 종결되는 비율도 그만큼 높은 게 당연한거지요.
다른 이유로는 기질 상의 특징 때문인데, 강박성 기질은 위험회피 기질은 높고, 동시에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낮습니다. 위험회피 기질이 높은 수준이니 불안, 우울 등 신경증 증상을 경험하기 쉽고, 겁이 많으며, 체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상담을 하던 도중에도 조금만 아니다 싶으면 꽁무니를 빼려고 합니다. 게다가 사회적 민감성 기질도 낮은 수준이라 내향적이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서툰데다 무엇보다 정서적 감수성이 낮아 상담자와 상호 작용하는 것이 어려운 편(상담자가 감정 접촉이 잘 안 된다고 답답하게 느끼는 대표적인 내담자가 강박성 성격 장애 내담자죠)이죠. 그러니 위험회피 기질만 높거나 사회적 민감성만 낮은 기질 유형에 비해 강박성 기질 내담자가 상담을 이어 나가는 게 더 어렵습니다.
또한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격 장애라 함은 성격이 미발달되어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의미인데 LLL, LLM과 같은 미성숙한 성격 유형은 내면 아이가 어리니 말할 것도 없고 자율성이 낮은 문제를 연대감을 과도하게 끌어올려서 보완하려는 LHL, LHM, LHH 계열 성격의 내담자들은 상담자가 자신이 의존, 복종, 숭배함으로써 위험을 피하게 도와줄거라는 확신이 안 생기면 다른 대안을 찾아서 금방 떠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강박성 기질의 특성과 이러한 강박성 기질과 결합되기 쉬운 LLL, LLM, LHL, LHM, LHH 성격 유형의 특성 조합으로 인해 강박성 성격 장애 내담자들의 조기 종결 확률이 높은 겁니다.
그러면 조기 종결 확률을 낮추기 위해 상담자가 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은 어떤 게 있냐 하면,
높은 위험회피 기질과 관련해서는 내담자가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상담 환경을 구조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내담자가 신체적,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의자 및 탁자의 배치, 앉는 곳의 선택, 배경 음악, 쿠션, 조명, 향기, 차를 마시면서 상담하기 등도 고려합니다. 강박성 내담자와 상담할 때는 상당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과 관련해서는 정서적 감수성이 낮은 만큼 상담 장면에서 발생하는 전이, 역전이, 감정의 변화를 내담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회기 중에 최대한 쉬운 용어로 설명해주고 정서적 개방성이 낮은 내담자는 감정 표현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도록 충분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방어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감정 표현을 격려하는 건 자칫 push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에 자제해야 합니다. 또한 내향적인 내담자가 많기 때문에 가능하면 대면 상담을 할 때도 충분한 거리를 두고, 앞에 다탁을 두는 등 내담자의 personal space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극도의 내향적인 내담자라면 화상 상담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LLL, LLM 성격 유형의 내담자는 제가 흔히 말하는 '어린 미어캣'이기 때문에 최대한 공감적이면서 따뜻하게 대하고 상담자를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라포 형성에 주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상담자도 내담자와 일상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수준으로 최대한 자기 개방을 많이 해야 합니다.
LHL, LHM, LHH 성격 유형의 내담자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의존, 복종, 숭배할 대상을 찾기 때문에 가장 피해야 하는 게 상담자가 따뜻하기만 하고 능력 없게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상담자는 절대로 내담자에게 자신 없는 모습을 노출하면 안 됩니다. 몰라도 아는 척 해야 하고(나중에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하면 되니까요), 무조건 내담자에게 전문가다운, 유능하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합니다.
현장에서 강박성 성격 장애 내담자를 만나지 않는 상담자는 없기 때문에 상담자라면 이 문제에 충분한 대비를 해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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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상담 관련 교재들이 상담자의 중립 의무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많이 발생하죠. 오늘의 주제에서 조금은 벗어난 이야기지만 저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원칙을 지키려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역동과 전이-역전이 문제를 놓치는 게 오히려 더 문제라고 보는 편입니다.
상담자가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대표적인 경우가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의존하려 할 때입니다. 그런데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이유가 내담자마다 다르고 그 이유에 따라 상담자가 취해야 할 접근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TCI 성격 유형에 따라 내담자의 상담자 의존을 다룰 때 차이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상담자에게 의존하려는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 LHL, LHM, LHH 유형
: 자율성이 미발달되어 홀로 서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억지로 연대감을 끌어올려서 누군가에게 의존, 복종, 숭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거나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성격 유형입니다. 이 유형의 내담자에게는 '당신 주변의 사람들이 흔히 하듯이 당신을 업어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당신 곁에서 당신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는 stance를 취하는 게 중요합니다. '나는 당신이 의지할 수 있을 정도로 듬직한 사람이지만 당신을 무작정 업고 가지는 않겠다'는 자세죠.
* LLL, LLM 유형
: 이 유형의 내담자는 연대감을 끌어올려서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능력조차도 없는 그야말로 전쟁통에 부모를 잃은 전쟁 고아와 같은 심리 상태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상담자가 의존 대상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재양육이 필요한 내담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계를 세우기 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개방하고 안전을 보장함으로써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둘 다 자율성이 낮으니 내면 아이가 미성숙한 상태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전자는 연대감을 끌어올려서 살아남을 정도의 기술 정도는 습득한 상태라는 점에서 연대감까지 미성숙한 LLL, LLM 유형에 비해 그나마 나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에게 의존을 허용하는 정도도 조금은 달리 해야 합니다.
LLL, LLM 유형은 내면 아이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감이라도 느끼도록 해야 조기 탈락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LHL, LHM, LHH 유형에 비해 의존을 더 많이 허용하는 거구요.
요새는 TCI를 상담 초기에 실시하는 경우가 많으니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에 따라 상담자가 의존 정도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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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의 보충 척도 중 Do는 지배성을 측정합니다. 평균 수준이라면 '자기 삶에 대한 지배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너무 낮으면 자신의 삶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상태, 그러니까 통제력을 잃어버린 상태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너무 높으면(대략 60T가 넘어가면) 타인의 삶까지 지배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기 때문에 너무 높아도 좋은 건 아닙니다. 물론 높은 수검자보다는 낮은 수검자가 훨씬 더 많이 보입니다.
LSE2 내용 소척도는 과도한 수동성향을 측정합니다. 그래서 척도의 이름도 순종성이죠. Graham 등(1999)에 의하면 LSE2 소척도가 상승한 수검자의 공통 특징은 대인관계 민감성이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LSE2 소척도가 상승하는 경우는 의존, 복종할 누군가를 간절히 찾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TCI 성격 유형도 LML, LHL, LHM, LHH 등 연대감을 높여 누군가에게 의지함으로써 낮은 자율성을 보완하려는 수검자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Do 척도와 LSE2 척도가 동시에 높다는 건 타인을 지배하려는 성향을 드러낼 정도로 지배성이 강하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의존하려는 순종성을 보인다는 말이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얼핏 보면 의미 상으로는 반대되는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양상을 보이는 수검자가 꽤 있습니다. 그럼 이 수검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동-공격성(HHH) 기질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HH? 기질 계열의 특징은 자극추구와 위험회피 기질이 모두 동시에 높아서 접근-회피 갈등이 심하다는 겁니다. HH? 기질에는 HHH, HHM, HHL 기질 유형이 있는데 HHM, HHL 기질은 사람과 관련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Do, LSE2 척도의 대상은 거의 사람이므로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강한 HHH 기질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특히 HHH 기질이면서 LML, LHL, LHM, LHH 성격 유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이런 유형의 수검자는 대인 관계 역동이 상담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그 역동이 상담에서 재현되는 것에도 주의해야 하고요. 보통 상담 초반에는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어느 정도 상담에 익숙해지고 안면을 익히고 나면 수동-공격성 기질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때문에 상담자는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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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는 임상/상담 통틀어 현장에서 사용하는 심리검사 도구 중 기질/성격 역동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검사로 제가 반드시 익히라고 권장하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강력하고 유용한 검사 도구임에도 정작 관련된 참고 서적과 문헌이 전무하다시피 하여 TCI를 익히려는 임상가들의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사실 상 매뉴얼을 제외하면 자료가 없다시피 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실전 해석 관련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포스팅하는 겁니다.
TCI 매뉴얼은 2007년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무려 14년이 지난 2021년 4월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변함이 없지만 달라진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1. 온라인 검사 실시와 관련된 추가 내용
: 기존 매뉴얼은 지필 검사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비대면 검사 시장이 확대되면서 발송된 접속 코드를 이용해 온라인 검사 실시 사이트(mtest.kr)에서 검사를 실시하는 인증 코드 방식과 수검자가 PC를 이용해 곧바로 검사를 실시하는 PC앱(Mscore) 방식에 대한 설명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거라서 추가로 설명드릴 내용은 없습니다.
2. 규준과 관련된 추가 내용
: 원래 TCI는 수검자의 학령 규준에 따라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JTCI 3~6 버젼은 미취학, JTCI 7~11 버젼은 초등학생, JTCI 12~18 버젼은 중/고등학생에게 실시하면 되고 TCI-RS 버전은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대학생에게는 대학생 규준을, 그 밖의 성인에게는 일반 성인 규준을 적용하면 되는데 몇 가지 추가된 설명이 있습니다.
* 수검자가 만 18세라도 대학생이라면 TCI-RS를 실시하는 것이 적합하다
* 수검 아동이 만 6세지만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경우 JTCI 7~11 버젼을 실시하는 것이 적합하다
=> 연령 규준과 학령 규준이 충돌하면 학력 규준을 따르라는 지침입니다.
* 20대 초중반의 젊은 성인이라면 현재 재학 중이 아니더라도 대학생 규준을 선택하는 것이 적합하다
=> 얼핏 보면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20대 초중반의 성인이라면 일반 성인 규준이 아닌 대학생 규준을 적용하라는 말처럼 보이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 '현재 재학 중이 아니더라도'에 방점이 찍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군 입대 중이거나 휴학 중인 대학생의 경우에는 여전히 대학생 규준을 적용하라는 말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해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20대 초중반이라면 당연히 일반 성인 규준을 사용해야죠.
3. 기질 유형의 명칭 변경
: 기질 유형 중에서 수검자에게 해석 상담 했을 때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거나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명칭을 좀 더 완곡한 용어로 다듬었습니다. 변경된 유형은 아래와 같습니다.
* HLM : 충동-공격적 -> 외향적-충동적인(O)
* LHM : 경직된-참을성 있는 -> 내향적인-경직된(O)
* HHM : 불쾌한 -> 신경증적인(O)
* LMH : 양심적-권위주의적 -> 전통적인-신뢰할 만한(X) : 틀과 기준의 고수가 중요한 건데 너무 미화한 듯
* HML : 기회주의적-자유주의적 -> 독립적인-자유주의적인(O)
* HMH : 자기도취적 -> 관심을 끌기 원하는(X) : 연극성이냐?
* LML : 잘 드러나지 않는 -> 사생활을 추구하는(O)
* MHH : 수동-회피적 -> 회피적인-의존적인(X) : 회피면 회피고 의존이면 의존이지 회피-의존은 뭐임?
* MLH : 잘 속는-영웅적 -> 친화적인-사교적인(X) : 오지라퍼인 홍반장 느낌이 전혀 살지 않음
* MHL : 고립된-겁많은 -> 냉담한-거리를 두는(X) : 낮은 사회적 민감성만 너무 강조한 듯
* HHH : 수동-공격적 -> 자기애성(X) : 자기도취적 기질을 연극성으로 바꾸니 이런 어거지가 나오는 듯
* LHH : 수동-의존적 -> 회피성(X) : 회피성을 의존성으로 바꾸니 의존성을 회피성으로 바꿀 수 밖에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는 명칭 변경도 있고(O로 표시), 이건 뭐지 싶은 명칭 변경도 있습니다(X로 표시). 저는 그냥 수검자에게 해석 상담을 할 때는 늘상 하듯이 뱀파이어, 카멜레온, 히어로, 미어캣과 같은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개인적으로는 익숙한 기존 명칭을 사용할 것 같습니다.
4. 전통적인 성격장애 범주의 명칭 변경
: 두 가지 명칭이 크게 바뀌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HHH : 수동-공격성 -> 자기애성(?)
* LHH : 의존성 -> 회피성(?)
기존의 수동-공격성(HHH) 성격 유형과 자기애성(HMH) 성격 유형은 위험회피기질의 수준 차이가 조금 나는 걸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하고 서구의 경우는 수동-공격성 성격 장애를 Covert Narcissist로 분류해서 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아형(subtype)처럼 보기도 하니까 별로 바뀐 게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상담 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TCI 기질 유형 : HHH 기질' 포스팅에서 HHH 기질 유형이 수동-공격성이 아닌 경계성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경계성과 자기애성은 같은 B군이기는 하지만 전혀 다르죠.
게다가
'TCI 유형별 해석집의 구조 이해' 포스팅을 보면 TCI는 기질과 성격 모두 뒤집으면 서로 반대되는 유형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LLM(미성숙한) 유형을 뒤집어 보면 HHM 유형으로 성숙한 성격이 되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HHH 기질 유형을 뒤집으면 LLL 기질 유형이 되는데 이는 분열성(schizoid) 기질이죠. 그런데 기존에 자기애성 기질이었던 HMH 기질 유형을 뒤집으면 LML 유형이 됩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HHH <----------> LLL
HMH <----------> LML
HHH 기질 유형은 모든 차원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접근-회피 갈등이 매우 심하지만 LLL 기질 유형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죠. HHH 기질을 자기애성 기질이라고 명명하면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걸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자기애성 기질의 소유자들은 수동-공격성 기질보다 겁이 없기 때문(?)에 HHH 기질처럼 양가 갈등이 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HMH 기질이 자기애성의 특성을 더 잘 보여주며 이는 LML 기질과 비교를 통해서도 그렇습니다. 이는
'TCI/JTCI HMH, LML 기질의 비교 이해' 포스팅에 상세히 설명해 두었으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나마 LLL, LML 기질은 모두 A군에 속하고 속성도 비슷하기 때문에 HHH 기질 유형을 자기애성으로 명명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지만 LHH 기질 유형을 의존성이 아닌 회피성으로 명명하는 건 이야기가 전혀 다릅니다.
LHH를 뒤집어 보면, HLL인데 이는 반사회성 기질입니다. 보시는 것처럼요.
LHH <-----------> HLL
반사회성 기질은 말 그대로 반사회성이기 때문에 사회적이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사람을 얼마든지 이용하거나 착취할 수 있는 기질이지만 그 반대인 의존성은 반사회성과는 반대로 지나치게 익사회적이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말이 되죠.
그런데 이걸 회피성이라고 명명하면 설명이 안 됩니다. 만약 반사회성의 반대가 회피성이라면 반사회성 기질은 모든 일에 도전하는 기질 유형이라고 역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하거든요. 오히려 기존의 회피성 기질인 MHH 유형을 뒤집은 LLM 유형을 살펴보면 유쾌한 기질 유형이라 모든 것에 거리낌없이 도전하고 낙관하는 유형이죠. 이게 더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저는 왜 명칭이 이렇게 바뀌었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논리적 근거에 의해 명칭이 개정되었는지 설명이 없어서 더욱 의구심이 드네요.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보면 HHH 기질은 수동-공격성의 모습을, LHH 기질은 의존성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개정판에서 바뀐 명칭이 아닌 기존 기질 유형의 명명 방식을 따를겁니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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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MHH) - 의존성(LHL) 유형은 어찌보면 기질과 성격의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담자 본인에게 병리적이어서 문제가 되는거지요. 회피성 기질이 C군 기질이다보니 의존성 성격 뿐 아니라 복종적인(LHM), 감정적인(LHH) 성격 유형이나 모방하는(LML) 성격 유형으로 발달하는 일이 많습니다.
굳이 성격 장애 formulation이 필요하다면 회피성 성격 장애로 진단하면 될텐데 특별히 MHH-LHL 조합을 설명드리느냐 하면 성격 미발달 문제가 심각한 LLL, LLM 계열의 성격 유형과는 현장에서 나타나는 양상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C군 성격 유형인 LHL과 조합된 MHH 기질 내담자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주의할 점은 같은 C군 기질인 의존성(LHH) 기질과 회피성(MHH) 기질의 차이를 아는 것입니다. 자극추구-위험회피 기질이 반대 방향으로 갈리는 의존성 기질과 달리 회피성 기질은 HH? 기질처럼 접근-회피 갈등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따라서 자극추구 기질이 평균 보다 낮지 않다면(백분위 기준으로 50%ile 이하가 아니라면) 하위차원 분석을 꼼꼼히 해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 때 접근-회피 갈등에서 항상 회피가 이깁니다. 의존성 성격이니 의존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접근 경향이 이길 수도 있지 않냐 생각하실 수 있지만 원래 성격보다 기질이 더 강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극추구보다 위험회피기질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위험회피를 하고 싶지만 자율성이 낮으니 연대감을 억지로 끌어올려 생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존성 성격으로 발달한 것이니 만약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았다면 상담을 받으러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MHH-LHL 내담자를 보신다면 의존 대상이 없어서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가정하셔야 합니다. 최소한 부모-자녀 관계 문제는 기본으로 깔려 있는 내담자죠.
많은 경우 자해 등 문제 행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TCI/JTCI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의존성 성격임을 짐작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는 파괴적 관심 끌기 행동이거나 접근-회피 갈등 때문에 심적 압력이 증가하여 이를 환기(ventilation)하기 위한 행동이므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담자는 자극추구 기질이 높은 경우 접근-회피 갈등을 타당화 하고 지지적 상담을 통해 안전감을 느끼게 하면 대부분의 증상이 완화되며(상담자를 의존 대상으로 인식했을 때) 주의할 점은, 이 때 증상 완화를 한답시고 약물 치료 등을 성급하게 시도하면 안 됩니다. 의존 대상이 약물로 바뀔 수도 있고 회피성 기질의 내담자이므로 상담 도중 회피하고 싶은 문제에 직면하면 약물로 도망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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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의 MLH는 잘 속는-영웅적(Gullible-Heroic) 기질 유형이라고 불립니다. 말 그대로 순박한 영웅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이죠. MLH와 반대되는 기질이 MHL(고립된-겁많은) 유형이라는 걸 알면 어떤 유형의 기질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MLH 기질은 잘 승화하면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소방관, 경찰관, 구급대원 같은 직군의 일에 종사하여 많은 사람들을 돕게 되지만 불행하게도 잘못된 길로 빠지면 오지라퍼가 되거나 가족은 나몰라라 하면서 남에게 퍼주는 '홍반장'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제대로 된 길로 가든, 잘못된 길로 빠지든 MLH 기질의 소유자들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상담을 받으러 올 일이 좀처럼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LH 기질 유형이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1. 구원할 대상이 사라져서 자신의 가치에 대한 회의감으로 우울해져서
: MLH 기질에게는 항상 도와줄 대상이 필요합니다. 그 대상이 사라진다면 갑자기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더 이상 외계인의 침공이 없는 평화로운 지구에서 '수퍼맨'이 느끼는 상실감을 생각해보세요. 문제 없는 세상은 MLH 기질이 원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2. 구원해 준 대상이 사실은 착취자였다는 걸 알게되어 분노를 이기지 못해
: MLH 기질은 뭔가 보답을 바라고 도와주는 게 아니어서 자신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고마워하기를 기대하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내가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 이기적인 목적으로 그동안 자신을 착취했다는 걸 알게 되면 엄청난 실망감과 함께 분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걸 감당하지 못해 멘붕에 빠지면 그걸 보다 못한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 의해 상담에 의뢰되곤 합니다.
당연히 예상 가능하겠지만 HHL, HHM, HHH 유형 같은 성숙한 성격 조합의 소유자들은 이런 와중에도 상담을 받으러 오지 않습니다. 자가 치유 능력이 있으니까요.
1번과 흔하게 조합되는 성격 유형은 LLL, LLM, LLH처럼 자율성이 낮아 내면 아이가 어린 사람들입니다. 현실의 불만족감과 낮은 자기애를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해소, 대리 충족하고 있었는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그런 수단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그야말로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2번과 조합되기 쉬운 성격 유형은 LHL, LHM, LHH 같은 의지 대상을 필요로 하는 유형입니다. 이러한 조합은 착취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습니다. 의지 대상을 찾는 사람들인데 하필 다른 사람을 돕는 걸 좋아하는 기질을 타고났다면 이용해 먹기 아주 좋으니까요.
아이러니컬하게도 MLH 기질 유형의 상담 point는 '이기주의자 되기'입니다. 정확하게는 '조금은 이기주의자가 되어도 괜찮아'입니다. 대부분 타인 돌봄과 자기 돌봄의 균형이 심하게 깨져서 오는 만큼 이기주의자가 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겨우 개인주의자가 되는 정도니까요. 당연히 MLH 기질에만 초점을 맞추시면 안 되고 어떤 성격 유형이냐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이기주의에 대해서는 다음의 관련 포스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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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담 관련 교재를 보더라도 내담자를 상담자에게 의존하게 해도 상관없다고 기술한 대목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중립성을 위반하는 행위니까요. 어디까지나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수평 관계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상담자는 이러한 수평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자의 의도나 노력과 상관없이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진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이러한 기울기를 알아차려야 하며 이에 따라 상담의 방향을 재빨리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는 아래와 같습니다.
TCI에는 LML, LHL, LHM, LHH 성격 유형이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낮은 자율성을 보완하기 위해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연대감을 과도하게 발달시켰다는 겁니다.
이 네 가지 중 하나의 성격 유형으로 발달한 내담자는 자율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의지할 대상이 필요하고 그런 대상이 있었다면 상담에 오지 않았을 거라서 당연히 상담자가 자신의 의지 대상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때 상담자가 중립을 고수하겠다고 내담자의 의존 욕구를 좌절시키면 상담 자체가 종결됩니다. 자율성이 너무 낮아 의존 욕구의 좌절을 견딜 수 있는 상태가 아니므로 곧바로 다른 의존 대상을 찾아 떠나버리니까요.
그래서 상담자는 초기에 이 성격 유형들 각각에 대해 모방, 의존, 복종, 숭배할 수 있는 대상의 역할을 일시적으로나마 수행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관계를 영속해서 끌고 나가는 건 아니고 라포가 형성되어 내담자가 안전 공간임을 느끼고 안정화되면 그 속에서 서서히 자율성을 증진시켜 상담자에게 '건강한 반항'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고무시켜야 합니다.
원래는 부모가 했었어야 할 역할을 상담자가 대리모, 대리부의 역할로 대행하여 진행하는 것이죠. 애착 외상을 입었든, 기질 수용적이지 못한 성장 환경에서 자랐든, 이유야 어쨌든 많은 내담자들이 자율성 발달이 멈춘 상태에서 상담을 받으러 오고 그런 이들은 재애착, 재양육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걸 무조건 터부시하는 치료적 관행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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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HHL 유형으로 분류되는 경계성 기질은 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이 유형이 이름 그대로 모든 기질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DSM의 성격 장애 category를 사용하여 증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B군입니다.
* HLL : 반사회성
* HLH : 연극성
* HMH : 자기애성
보시다시피 TCI에서 나타나는 B군의 공통 특징은 자극추구기질이 모두 high level이라는 겁니다. 위험회피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공통 부분은 없죠. 그럼 C군은 어떨까요?
* LHL : 강박성
* LHH : 의존성
* MHH : 회피성
TCI에서 나타나는 C군의 공통 특징은 위험회피기질이 모두 high level이라는 겁니다. 역시나 자극추구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공통 부분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A군을 보겠습니다.
* LLL : 분열성(기질)
* LLH : 분열형(성격)
* HLH : 편집성(성격)
A군의 경우 분열성은 기질 유형이고 분열형과 편집성은 성격 유형이기 때문에 공통점을 한 눈에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A군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분열성 기질을 보면 A군의 공통 특징이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low level이라는 걸 추정할 수 있습니다.
낮은 자극추구기질이 특징이라면 이는 C군(강박성, 의존성)과 겹치고 낮은 위험회피기질이 특징이라면 B군(반사회성, 연극성)과 겹치기 때문이죠. 따라서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은 것이 A군의 특징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실제로 A군은 사람을 포함한 외부 환경보다는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이나 내면의 세계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하니까요.
그럼 경계성 기질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H H L
보시는 것처럼 경계성 기질은 높은 자극추구기질을 B군과, 높은 위험회피기질을 C군과,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을 A군과 공유합니다. 그러니까 A, B, C군의 공통된 기질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경계성 기질은 세 군의 경계에 위치한 기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 차원의 점수에 따라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 자극추구기질 : 90%ile
* 위험회피기질 : 71%ile
* 사회적 민감성 기질 : 29%ile
첫 번째 예에서 위험회피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각각 high, low level에 속하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수준의 점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자극추구기질은 극단값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똑같은 HHL 유형이라고 해도 이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는 B군처럼 자극추구기질이 높은 모습을 보입니다. 자극추구기질의 하위차원을 확인해 보면 좀 더 detail하게 분석할 수 있겠죠. 그럼 다른 예를 보겠습니다.
* 자극추구기질 : 75%ile
* 위험회피기질 : 75%ile
* 사회적 민감성 기질 : 5%ile
이 경우도 HHL 기질 유형임에는 틀림없으나 자극추구, 위험회피기질은 극단값이 아닙니다. 사회적 민감성이 매우 낮은 것이 특징적이죠. 그래서 이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는 A군 기질처럼 세상에 관심이 별로 없는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례는 둘 다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이기는 해도 TCI 결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겉모습만 보면 같은 기질의 소유자라고 짐작하기 어려울 겁니다. B군과 A군의 차이만큼 벌어질테니까요. 따라서 HHL(경계성 기질) 기질은 A, B, C군 모두에 발을 걸친 말 그대로 경계성 기질이기 때문에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점수값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하위차원 값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기질이라는 걸 감안하셔야 합니다.
요약하면,
* HHL(경계성) 기질 유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orderline Trait이 아니다
* 오히려 A, B, C군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는 말 그대로 경계성 기질이다.
-> 높은 자극추구기질은 B군과, 높은 위험회피기질은 C군과,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A군과 겹친다
* HHL 기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각 기질 차원과 그 하위차원의 점수에 따라 면밀한 분석을 해야 어떤 유형에 가까운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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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JTCI의 LHH 성격은 감정적인(Moody) 또는 순환성(Cyclothymic)이라는 이름이 붙은 유형입니다. 제목만 보면 감정 기복이 엄청 클 것 같고 실제 유형에 대한 설명을 봐도 '기분 변화의 폭이 크고 잦은 편이어서 행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 '거절 당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공허감과 수치심을 느끼며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음'이라고 되어 있어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하기 쉬워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 방식대로 설명을 드려볼까 합니다.
제가 예전에
'TCI 유형별 해석집의 구조 이해' 포스팅에서 모든 기질/성격 유형을 외울 필요가 없고 서로 상극인 기질/성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유형인지 잘 모를 때에는 뒤집어서 살펴보면 이해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럼 LHH 성격 유형을 뒤집어보도록 하죠.
LHH(감정적인) <-----> HLL(독재적인)
LHH의 상극은 HLL로 독재적인 성격 유형입니다. 그러니까 LHH 유형은 독재적인 성격과 정반대의 특성을 보인다는 말이 됩니다. 독재적인 성격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고 안하무인이라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유형이죠. 그러니 LHH 유형은 거의 무조건적인 굴종과 복종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방면으로도 살펴보죠.
'TCI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 장해 기준의 예외' 포스팅에서 자율성이 낮을 때는 연대감이 아무리 높아도 건강한 성격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수치 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성격이 기질을 잘 조절하고 있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 LHL : 의존적인
* LHM : 복종적인
* LHH : 감정적인
보시는 것처럼 자율성이 낮을 때는 연대감이 아무리 높아도 건강한 성격 유형이 아닙니다. 그런데
'TCI 자율성, 연대감 성격이 높으면 무조건 좋은가' 포스팅을 보면 자기초월 차원이 하는 역할은 자율성 차원의 발현 방향을 결정(자기초월이 높을 때는 이상적, 형이상학적 방향으로 자기초월이 낮을 때는 현실적, 형이하학적 방향으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면,
* LHL : 의존적인 -> 의지할 만한 사람을 찾아 의존하나 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임
* LHM : 복종적인 -> 무조건 의지 대상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부당함도 감수함. 주인을 찾는 일종의 노예 상태
* LHH : 감정적인 -> 복종적인 성격 유형보다 의지할 대상을 더 강하게 갈구하는 사이비 교인 같은 상태
그러니까 굳이 비유를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LHL(의존적인) : 애인을 찾는 사람
LHM(복종적인) : 주인을 원하는 노예
LHH(감정적인) : 신을 갈구하는 광신도
보시는 것처럼 감정적인 성격은 의지 대상에게 맹목적인 복종을 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그 대상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싫어하거나 밀어내는 낌새를 채기만 해도 엄청난 감정적인 격변을 겪게 됩니다. 그야말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냥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이 아니라 그 감정 기복을 유발하는 일종의 신과 같은 존재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게 누군지 찾아야 하고 일종의 극단적인 관계 중독이나 융합된 상태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입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동일한 LHH 성격 유형이라고 해도 '창조적 자기 망각', '우주 만물과의 일체감', '영성 수용' 하위차원 점수에 따라 그 '신'이 무엇인지가 달라지겠지만요.
제 설명이 LHH 성격 유형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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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관련해서 서로 반대인 성향의 사람에게 끌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유사성의 원리(principle of similarity)에 의해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고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반대 성향의 사람에게 끌리고, 연애를 하다가 결혼까지 이르는 커플들이 실제로 많거든요. 대체 왜 반대 성향의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요? 그냥 자신과 너무 다른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이는 사실 반대처럼 보이는 성향 안에 공통점이 있고 그 공통점 때문에 끌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TCI의 기질 유형을 통해 이를 증명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예전에
'MMPI-2/A의 Hy 척도 상승 시 연극성 성격이 아닌 이유' 포스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는 했습니다만 그 때는 MMPI-2/A의 특정 척도가 상승했을 때 원래 그 척도가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반대의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면 오늘 이야기는 반대되는 기질은 서로에게 끌린다는 내용입니다.
위의 포스팅에서 예로 들었던 강박성-연극성 기질 조합의 예를 먼저 설명해보지요.
TCI에서는 기질과 성격 모두 spectrum의 측면에서 서로 반대되는 상극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조합이 생깁니다.
강박성(LHL) <-> 연극성(HLH)
강박성 기질의 상극은 연극성입니다. 이는 유형 코드를 뒤집으면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신기한 건 실제로 강박성 기질의 남자와 연극성 기질의 여자가 부부의 연을 맺거나 사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자신과 반대되는 기질에 끌리는거지요. 강박성은 C군이고 연극성은 B군이니 Cluster 자체가 다를 것 같지만 이 두 기질은 모두 '관심'이라는 핵심 공통 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연극성에게 관심은 '애정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강박성에게 관심은 '안전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만 어쨌든 '관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공통적입니다.
물론 이 상반되는 기질의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했을 때 둘 다 성격이 잘 발달되어 기질을 매끄럽게 조절한다면 관심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다르다고 해도 생활 속에서 어느 정도 공통 분모를 맞춰가면서 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성격 미발달로 인해 내면 아이가 미성숙할 때는 자신의 욕구만 중요하게 생각함으로써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밀월 단계가 끝나면 곧바로 전쟁이 시작되는거지요.
그럼 다음 조합도 살펴보겠습니다. 두 번째 조합은 반사회성-의존성 기질입니다.
반사회성(HLL) <-> 의존성(LHH)
보시다시피 반사회성과 의존성 기질도 서로 상극입니다. 반사회성 남성과 의존성 여성이 사귀거나 결혼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힘(power)'을 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사회성 기질에게 힘은 상대방을 착취하여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필요하지만 의존성 기질에게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힘이 필요합니다. 반사회성 기질은 자신이 힘을 갖고 싶어하지만 의존성 기질은 힘을 가진 사람에게 의존하고 싶어합니다. 반사회성 기질은 자신이 힘을 휘두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의존성 기질에게 매력을 느끼고 의존성 기질은 반사회성 기질이 그 힘을 자신을 보호하는데 사용할 거라고 생각(사실은 착각)하기 때문에 강한 반사회성 기질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물론 이 기질의 조합도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미성숙하다면 파국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데 의존성 기질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강압하는데 힘을 사용하는 반사회성 기질에게 속았다고 느끼게 되고 반사회성 기질은 자신에게 매달림으로써 자신이 힘을 마음대로 사용하는데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의존성 기질에게 금방 질리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조합을 더 보겠습니다. 자기애성-뱀파이어 기질입니다.
자기애성(HMH) <-> 뱀파이어(LML)
뱀파이어 기질은 제가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닉네임 같은 것으로 정식 명칭은 Self-effacing 기질입니다. 저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뱀파이어 하면 흡혈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은둔자' 기질이라고 이해하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 두 기질의 공통점은 'Self-centeredness'입니다. 이 두 기질의 소유자들은 자신과 자신의 행동에만 관심을 둡니다. 그래서 뱀파이어 남성과 자기애성 여성이 서로에게 잘 끌리는 편이죠. 뱀파이어 기질은 자꾸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기애성 기질이 자신의 'Self-centeredness'를 수용하는 걸 마음에 들어합니다. 자기애성 기질은 자신을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뱀파이어 기질이 자신의 'Self-centeredness'를 인정해 줬다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두 기질의 차이는 방향성에 있죠. 뱀파이어 기질의 'Self-centeredness'는 오로지 자신을 향한 겁니다. 자극추구,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기 때문에 다른 사람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조용히 혼자 할 수 있게 놔두는게 중요합니다. 이와 달리 자기애성 기질의 'Self-centeredness'는 다른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자극추구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높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추앙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러니 이들 중 미성숙한 성격의 소유자가 있다면 곧 이들은 자신들이 큰 착오를 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뱀파이어 기질은 끊임없이 자신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자기애성 기질에게 넌더리가 날테고 자기애성 기질은 맨날 자기 방에 처박혀 자신에게는 신경쓰지 않는 뱀파이어 기질 때문에 narcissistic injury를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상반된 기질 유형의 조합을 통해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통설을 증명해 봤는데 상극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핵심 개념이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지 않도록 조율하려면 결국은 두 사람 모두 성숙한 성격이어야 하므로 기질 상의 차이보다는 성격의 성숙함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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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심리검사는 성격이나 기질 중 하나만 알려줍니다. 기질과 성격을 동시에 알 수 있는 검사는 TCI가 유일하죠. 게다가 TCI의 가장 강력한 장점 중 하나는 기질과 성격의 상호작용을 통해 수검자의 역동을 좀 더 포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기질이나 성격만 알 때보다 둘 다 알 때 기질과 성격의 상호작용, 흔히 말하는 궁합을 통해 수검자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HLL(반사회성) 기질로 평가된 수검자가 있습니다. 반사회성 기질과 잘 어울리는 성격 유형은 무엇일까요?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반사회성이라면 자율성이 높고 연대감이 낮은 성격 유형, 이를테면 HLH(편집성), HLM(괴롭히는), HLL(독재적인) 성격 유형으로 나오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반사회성 기질로 태어났다면 이러한 성격 유형들로 발달하는 것이 통상적이라서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당연히 그렇게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HLL 기질의 소유자인데 LHM(복종적인) 성격 유형으로 나왔다고 해 보죠. 반사회성 기질로 태어났는데 복종적인 성격으로 발달했다면 최소한 반사회성 기질을 수용하는 환경에서 성장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기질은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이니 부모님 중 한 분이 반사회성 기질의 소유자이고 자녀를 아주 harsh하게 처벌 중심적으로 양육하다보니 복종적인 성격으로 발달했을 수 있는 것이죠.
반대로 LHL(의존적인), LHM(복종적인), LHH(감정적인) 성격 유형과 궁합이 맞는 기질은 무엇일까요? 이 세 성격 유형의 특징은 낮은 자율성을 보완하기 위해 연대감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린 겁니다. 그래서 보통은 위험회피가 높은 기질과 궁합이 맞습니다. 자율성이 낮다보니 스스로 위험회피를 할 수가 없고 그래서 다른 사람(LHL, LHM)이나 대상(LHH)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HMH(자기애성) 기질의 소유자가 LHL(의존적인) 성격으로 발달했다면 어떨까요?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자기애성 기질의 소유자가 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면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성격으로 발달할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자기애성 기질을 갖고 태어났지만 성장과정에서 반복적으로 narcissistic injury를 받아 손상된 자기애를 가지게 되었고 살아남기 위해 주변의 강자에게 의존하는 성격으로 발달했을 가능성이 있지요. 참으로 불행한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TCI를 통해 기질과 성격 유형을 살펴볼 때 각 유형의 특징을 잘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기질과 성격의 궁합이 잘 맞는지(잘 어울리는지), 아니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불일치가 발생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볼 때 수검자의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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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E 내용 척도는 '낮은 자존감(Low Self-Esteem)'이라는 척도 제목처럼 자신에 대한 부적절감이나 자기 폄하 성향을 측정합니다. 혹자는 LSE 척도에 반영되는 수검자의 자기 개념은 자아 동조적(ego-syntonic)이라서 수검자가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 걸 반영한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척도라는 말도 되겠지요.
오늘은 LSE2(A-lse2) 소척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이 소척도는 순종성(submissiveness) 척도로 불립니다. 그야말로 과도하게 복종하는 경향을 측정하는데요. 일반적으로 LSE(A-lse) 내용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할 때 이를 견인하는 척도는 LSE1(A-lse1) 소척도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LSE2(A-lse2) 소척도는 그렇게 중요하게 해석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고요.
하지만 LSE2(A-lse2) 소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게 되면 TCI/JTCI와 연결해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기질/성격 유형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기질
- LHH : 수동-의존성 기질
- MHH : 수동-회피적 기질
* 성격
- LML : 모방하는
- LHL : 의존적인
- LHM : 복종적인
이 기질 및 성격 유형은 조합을 이루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LHH 기질에 LHL 성격 유형처럼 소위 궁합이 맞는 경우), 특정 기질이나 성격 유형만 나타나기도 합니다.
LSE2(A-lse2) 내용 소척도는 성격 유형과 더 관련성이 크기 때문에 수동-의존성, 수동-회피적 기질인 경우보다는 LML, LHL, LHM 성격 유형일 가능성을 먼저 예상하셔야 합니다. 또한 성격 유형 중에서도 나타나는 확률은 LML < LHL < LHM 순입니다.
또 하나 주의하셔야 할 사항은 LHH, MHH 기질이거나 LML, LHL, LHM 성격 유형일 때 반드시 LSE2(A-lse2) 소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역방향 해석은 들어맞지 않으니 MMPI-2/A 결과에 따라 TCI/JTCI 기질/성격 유형을 맞춰볼 때에만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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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 결과 해석 시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기질의 취약성이 있는 수검자라면 최악의 경우 성격장애로 이환될 위험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여러가지 심리적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죠.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자율성과 연대감 차원의 적절한 발달 여부(각각 또는 합쳐서 백분위 기준 30% 이상)를 확인해보면 됩니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상당수가 자율성, 연대감 모두 또는 자율성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수검자의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짐작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간혹 해석하기 어려운 조합이 생기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설명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율성 : 백분위 4%
* 연대감 : 백분위 95%
* 자율성+연대감 : 37%
이 결과만으로는 조절 기능이 약화되어 있다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해석 기준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성격 차원이 자율성, 연대감이기는 하지만 굳이 중요도를 따져보자면 연대감보다는 자율성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바꿔 말하면 연대감은 건강한 자율성 기반 하에서만 의미를 갖습니다. 자율성이 매우 낮은 경우 높은 수준의 연대감은 낮은 자율성을 과잉보상하기 위해 (억지로) 상승된 것이지 진정한 의미의 연대감이 아닙니다. 그래서 하위차원 분석을 해 보면 자율성의 자기수용 차원이 매우 낮은데 연대감의 타인수용 차원은 매우 높은 아이러니컬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죠.
실제로 자율성이 낮고 연대감이 높은 유형은 LHL(의존적인), LHM(복종적인), LHH(감정적인)으로 건강한 연대감을 발휘한다기보다는 자율성이 낮은 걸 보상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의존을 발달시킨 유형들입니다.
따라서 자율성이 매우 낮고 이에 상응하여 연대감이 매우 높은 경우는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없으니 오해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고 오히려 지나치게 높은 연대감이 수검자의 대인 관계 양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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