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2탄 격으로 '연대감'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감이 낮을 때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 봐야 합니다.
1. 자율성도 낮은 경우 : LLL, LLM, LLH 유형
2. 자율성은 높은 경우 : HLL, HLM, HLH 유형
1번 경우는 낮은 자율성을 내버려둔 채 연대감만 향상시킬 수 없기 때문에 자율성 증진이 우선입니다. 자율성이 안정권으로 향상된 이후에 연대감 발달을 고민해야 합니다. 자율성 미발달 상태를 그대로 둔 채 연대감만 상승하는 경우 LHL, LHM, LHH 계열로 발달해 의존성만 강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번 경우처럼 자율성은 충분히 발달했는데 연대감 발달이 지연된 경우여야 비로소 연대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자율성 증진이 먼저, 그 다음이 연대감입니다.
자율성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한 경우만 말씀드렸지만 medium 수준으로 발달한 MLL, MLM, MLH 유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대감이 low level로 낮은 수준이라면 역시나 건강한 성격이 아니어서 결국은 연대감을 발달시켜야 합니다. 자율성, 연대감은 모두 최소 medium level(백분위 30% 이상)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발달 지연된 하위차원이 무엇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공감(역지사지 능력) 수준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roly playing을 통해 끊임없이 상대방 입장 생각하기를 연습하는 게 중요합니다. 왜 공감 하위차원이 핵심이냐 하면 의도적인 노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상대적으로 가장 손쉬운 영역이고 공감이 어려우면 다른 하위차원을 변화시키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타성이 낮은 경우에는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사정의 이해와 함께 의도적인 이타적 행동 시도하기 등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는 HLL, HLM, MLL 계열의 내담자에게 효과적인데 일단 이타적 행동을 시도하고 나면 이기적인 성격과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미 저지른 행동은 취소할 수 없으므로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을 조작함으로써 자신을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서서히 믿게 됩니다. 물론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필요하죠. 저는 상담할 때 이타성이 낮은 내담자에게 가벼운 부탁과 고마움을 끊임없이 표현해서 계속 인지 부조화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타인수용, 관대함, 공평 발달 지연은 보통 욕구 좌절, 특히 원 가족 내 애착 외상, 차별 대우, sibling rivalry 등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충분한 타당화와 이해, 수용이 우선입니다. 타당화 없이 섣불리 향상시키려고 하면 역효과가 나게 됩니다. 특히 자율성이 낮으면서 타인수용, 관대함, 공평까지 낮은 수준일 때는 타당화가 생각보다 더 긴 시간동안 진행되어야 합니다.
각 하위차원에 대한 설명만 드렸지만 연대감 하위차원도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나는데다 기질, 성격 유형도 고려해서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감을 잡기 위해 참고만 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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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 기준으로 강박성 성격 장애라 함은 미발달된 성격으로 인해 LHL 기질이 제대로 조절되지 못하는 상태를 진단화한 것을 말합니다.
강박성 성격 장애 내담자를 상담할 때 조기 종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힘들다고 호소하는 선생님들이 많은데요. 그 이유와 제 나름의 해결 방안을 정리해 봤습니다.
우선 가장 큰 원인은 내방하는 내담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기질 유형이 LHL이기 때문입니다. 케이스가 많은 상담자라면 금방 아실텐데요. 상담 센터를 방문하는 내담자 중 가장 많은 기질 유형이 바로 LHL, MHL입니다. 수가 많으니 조기 종결되는 비율도 그만큼 높은 게 당연한거지요.
다른 이유로는 기질 상의 특징 때문인데, 강박성 기질은 위험회피 기질은 높고, 동시에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낮습니다. 위험회피 기질이 높은 수준이니 불안, 우울 등 신경증 증상을 경험하기 쉽고, 겁이 많으며, 체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상담을 하던 도중에도 조금만 아니다 싶으면 꽁무니를 빼려고 합니다. 게다가 사회적 민감성 기질도 낮은 수준이라 내향적이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서툰데다 무엇보다 정서적 감수성이 낮아 상담자와 상호 작용하는 것이 어려운 편(상담자가 감정 접촉이 잘 안 된다고 답답하게 느끼는 대표적인 내담자가 강박성 성격 장애 내담자죠)이죠. 그러니 위험회피 기질만 높거나 사회적 민감성만 낮은 기질 유형에 비해 강박성 기질 내담자가 상담을 이어 나가는 게 더 어렵습니다.
또한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격 장애라 함은 성격이 미발달되어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의미인데 LLL, LLM과 같은 미성숙한 성격 유형은 내면 아이가 어리니 말할 것도 없고 자율성이 낮은 문제를 연대감을 과도하게 끌어올려서 보완하려는 LHL, LHM, LHH 계열 성격의 내담자들은 상담자가 자신이 의존, 복종, 숭배함으로써 위험을 피하게 도와줄거라는 확신이 안 생기면 다른 대안을 찾아서 금방 떠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강박성 기질의 특성과 이러한 강박성 기질과 결합되기 쉬운 LLL, LLM, LHL, LHM, LHH 성격 유형의 특성 조합으로 인해 강박성 성격 장애 내담자들의 조기 종결 확률이 높은 겁니다.
그러면 조기 종결 확률을 낮추기 위해 상담자가 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은 어떤 게 있냐 하면,
높은 위험회피 기질과 관련해서는 내담자가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상담 환경을 구조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내담자가 신체적,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의자 및 탁자의 배치, 앉는 곳의 선택, 배경 음악, 쿠션, 조명, 향기, 차를 마시면서 상담하기 등도 고려합니다. 강박성 내담자와 상담할 때는 상당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과 관련해서는 정서적 감수성이 낮은 만큼 상담 장면에서 발생하는 전이, 역전이, 감정의 변화를 내담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회기 중에 최대한 쉬운 용어로 설명해주고 정서적 개방성이 낮은 내담자는 감정 표현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도록 충분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방어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감정 표현을 격려하는 건 자칫 push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에 자제해야 합니다. 또한 내향적인 내담자가 많기 때문에 가능하면 대면 상담을 할 때도 충분한 거리를 두고, 앞에 다탁을 두는 등 내담자의 personal space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극도의 내향적인 내담자라면 화상 상담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LLL, LLM 성격 유형의 내담자는 제가 흔히 말하는 '어린 미어캣'이기 때문에 최대한 공감적이면서 따뜻하게 대하고 상담자를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라포 형성에 주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상담자도 내담자와 일상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수준으로 최대한 자기 개방을 많이 해야 합니다.
LHL, LHM, LHH 성격 유형의 내담자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의존, 복종, 숭배할 대상을 찾기 때문에 가장 피해야 하는 게 상담자가 따뜻하기만 하고 능력 없게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상담자는 절대로 내담자에게 자신 없는 모습을 노출하면 안 됩니다. 몰라도 아는 척 해야 하고(나중에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하면 되니까요), 무조건 내담자에게 전문가다운, 유능하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합니다.
현장에서 강박성 성격 장애 내담자를 만나지 않는 상담자는 없기 때문에 상담자라면 이 문제에 충분한 대비를 해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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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상담 관련 교재들이 상담자의 중립 의무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많이 발생하죠. 오늘의 주제에서 조금은 벗어난 이야기지만 저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원칙을 지키려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역동과 전이-역전이 문제를 놓치는 게 오히려 더 문제라고 보는 편입니다.
상담자가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대표적인 경우가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의존하려 할 때입니다. 그런데 상담자에게 의존하는 이유가 내담자마다 다르고 그 이유에 따라 상담자가 취해야 할 접근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TCI 성격 유형에 따라 내담자의 상담자 의존을 다룰 때 차이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상담자에게 의존하려는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 LHL, LHM, LHH 유형
: 자율성이 미발달되어 홀로 서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억지로 연대감을 끌어올려서 누군가에게 의존, 복종, 숭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거나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성격 유형입니다. 이 유형의 내담자에게는 '당신 주변의 사람들이 흔히 하듯이 당신을 업어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당신 곁에서 당신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는 stance를 취하는 게 중요합니다. '나는 당신이 의지할 수 있을 정도로 듬직한 사람이지만 당신을 무작정 업고 가지는 않겠다'는 자세죠.
* LLL, LLM 유형
: 이 유형의 내담자는 연대감을 끌어올려서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능력조차도 없는 그야말로 전쟁통에 부모를 잃은 전쟁 고아와 같은 심리 상태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상담자가 의존 대상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재양육이 필요한 내담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계를 세우기 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개방하고 안전을 보장함으로써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둘 다 자율성이 낮으니 내면 아이가 미성숙한 상태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전자는 연대감을 끌어올려서 살아남을 정도의 기술 정도는 습득한 상태라는 점에서 연대감까지 미성숙한 LLL, LLM 유형에 비해 그나마 나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에게 의존을 허용하는 정도도 조금은 달리 해야 합니다.
LLL, LLM 유형은 내면 아이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감이라도 느끼도록 해야 조기 탈락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LHL, LHM, LHH 유형에 비해 의존을 더 많이 허용하는 거구요.
요새는 TCI를 상담 초기에 실시하는 경우가 많으니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에 따라 상담자가 의존 정도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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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무수히 많은 문헌과 선구자들이 있습니다. 방법의 가짓수가 그만큼 많다는 건 왕도가 없다는 말일테니 저도 제가 아는 한 가지 방법을 더하고자 합니다.
행복한 사람이라면 상담이나 심리평가 서비스를 이용할 리가 없으니 반대로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토대로 역추론하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발견한 불행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기질대로 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기질대로 살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주 양육자가 아닌 부모의 기질을 물려받아 이러한 기질이 마음에 들지 않은 주 양육자가 기질 수용적인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주 양육자와 똑같은 기질을 물려받았으나 주 양육자가 자신의 기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역시나 자녀의 기질을 수용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본인의 기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나 사회가 강요한 기질이 자신의 것이라고 믿고 따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질은 혈액형처럼 노력에 의해 바꿀 수가 없는 것입니다. 기질은 깨닫고, 수용하고, 그에 맞춰 살아야 합니다. 기질대로 살지 않는 삶은 옷에 몸을 맞춰 사는 삶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멋지다고 칭찬해도 잘 생각해보면 얼마나 불편한 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질에 맞지 않는 삶을 살게 되면 반드시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아래에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TCI의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이 있습니다.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는 건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본능이 강하다는 말과 비슷합니다. 당연히 신체적, 심리적 안전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모든 행동 동기의 저변에 안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은 아버지가 성격을 개조한답시고 억지로 무술을 배우게 하고, 군 복무는 해병대에 지원하도록 강요하고,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으라고 외국에 MBA 유학을 보내 경영자 수업을 시킵니다. 이 아들은 과연 아버지가 원하는 모습이 되었을까요? 다른 예를 하나 더 들겠습니다.
TCI의 기회주의적-자유주의적 기질 유형(HML)인 딸이 있습니다. 자신과 똑닮았지만 말괄량이에 자유분방한 딸이 불안불안한 어머니가 딸을 조신하게 만든답시고 엄격한 기숙 고등학교에 집어 넣고, 여대 사범대에 진학시켜 여중 선생님을 만들고, 신부 수업을 받게 합니다. 이 딸은 과연 어머니가 원하는 모습이 되었을까요?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기질은 분열성(LLL)입니다. 분열성 기질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에게 통 관심이 없는 겁니다. 건강한 분열성 기질은 혼자 있어도 전혀 외로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기준에 맞지 않는 대표적인 기질이 분열성이죠. 하지만 세상은 분열성 기질에게 은둔형 외톨이니, 사회 부적응자니 하는 딱지를 제멋대로 붙이고 그렇게 살지 말라며 억압합니다. 밖에 나가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라도 하라고 집 밖으로 내쫓고, 연애라도 하라고 기질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과 소개팅을 주선하고, 인맥을 관리해야 한다고 동호회에 가입시켜봤자 분열성 기질에게 고통만 주는 겁니다.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은 안전을 추구하는 행동을 마음껏 하면서 살 수 있을 때, 기회주의적-자유주의적 기질 유형인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 분열성 기질 유형인 사람은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고 살 수 있을 때 행복합니다. 기질대로 살아야 행복합니다. 기질대로 사는 건 자신의 몸에 딱 맞는 맞춤 옷을 입었을 때의 편안함을 평생 느끼며 사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제가 분열성 기질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 저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고 분열성 기질을 수용하고 난 이후 세상의 부당한 비난을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게 되었습니다(그런 평가에 일체 신경쓰지 않는 것도 분열성 기질에 맞는 모습이죠). 그래서 지금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요.
그렇다면 기질에 맞지 않는 삶을 살면 도저히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무수히 많은 심리평가 사례와 내담자를 만나서 내린 결론은 불가능하다였습니다. 무엇보다 기질대로 살지 않으면 반드시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게 경제적 비용이든, 시간이든, 심리적 자원이든 간에 행복해지기 위해 활용되어야 할 것들이니 얼마나 헛된 낭비입니까.
저는 지금도 생각합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더 어렸을 때 제 기질을 알았다면, 기질을 수용하고 세상의 부당한 억압에 맞서 제 자신을 더 잘 보호했더라면 지금보다도 얼마나 더 행복했을까, 지금보다도 얼마나 더 멋진 삶을 살았을까하고요.
그래서 기질에 맞지 않는 거짓 삶을 억지로 살라는 세상의 강요에 절대로 굴복할 수 없다는 각오를 더욱 더 다지게 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자신의 기질을 빨리 찾아서 그 기질에 걸맞는 삶을 살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듯이 여러분도 자신의 기질에 부합하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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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는 임상/상담 통틀어 현장에서 사용하는 심리검사 도구 중 기질/성격 역동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검사로 제가 반드시 익히라고 권장하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강력하고 유용한 검사 도구임에도 정작 관련된 참고 서적과 문헌이 전무하다시피 하여 TCI를 익히려는 임상가들의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사실 상 매뉴얼을 제외하면 자료가 없다시피 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실전 해석 관련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포스팅하는 겁니다.
TCI 매뉴얼은 2007년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무려 14년이 지난 2021년 4월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변함이 없지만 달라진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1. 온라인 검사 실시와 관련된 추가 내용
: 기존 매뉴얼은 지필 검사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비대면 검사 시장이 확대되면서 발송된 접속 코드를 이용해 온라인 검사 실시 사이트(mtest.kr)에서 검사를 실시하는 인증 코드 방식과 수검자가 PC를 이용해 곧바로 검사를 실시하는 PC앱(Mscore) 방식에 대한 설명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거라서 추가로 설명드릴 내용은 없습니다.
2. 규준과 관련된 추가 내용
: 원래 TCI는 수검자의 학령 규준에 따라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JTCI 3~6 버젼은 미취학, JTCI 7~11 버젼은 초등학생, JTCI 12~18 버젼은 중/고등학생에게 실시하면 되고 TCI-RS 버전은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대학생에게는 대학생 규준을, 그 밖의 성인에게는 일반 성인 규준을 적용하면 되는데 몇 가지 추가된 설명이 있습니다.
* 수검자가 만 18세라도 대학생이라면 TCI-RS를 실시하는 것이 적합하다
* 수검 아동이 만 6세지만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경우 JTCI 7~11 버젼을 실시하는 것이 적합하다
=> 연령 규준과 학령 규준이 충돌하면 학력 규준을 따르라는 지침입니다.
* 20대 초중반의 젊은 성인이라면 현재 재학 중이 아니더라도 대학생 규준을 선택하는 것이 적합하다
=> 얼핏 보면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20대 초중반의 성인이라면 일반 성인 규준이 아닌 대학생 규준을 적용하라는 말처럼 보이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 '현재 재학 중이 아니더라도'에 방점이 찍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군 입대 중이거나 휴학 중인 대학생의 경우에는 여전히 대학생 규준을 적용하라는 말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해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20대 초중반이라면 당연히 일반 성인 규준을 사용해야죠.
3. 기질 유형의 명칭 변경
: 기질 유형 중에서 수검자에게 해석 상담 했을 때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거나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명칭을 좀 더 완곡한 용어로 다듬었습니다. 변경된 유형은 아래와 같습니다.
* HLM : 충동-공격적 -> 외향적-충동적인(O)
* LHM : 경직된-참을성 있는 -> 내향적인-경직된(O)
* HHM : 불쾌한 -> 신경증적인(O)
* LMH : 양심적-권위주의적 -> 전통적인-신뢰할 만한(X) : 틀과 기준의 고수가 중요한 건데 너무 미화한 듯
* HML : 기회주의적-자유주의적 -> 독립적인-자유주의적인(O)
* HMH : 자기도취적 -> 관심을 끌기 원하는(X) : 연극성이냐?
* LML : 잘 드러나지 않는 -> 사생활을 추구하는(O)
* MHH : 수동-회피적 -> 회피적인-의존적인(X) : 회피면 회피고 의존이면 의존이지 회피-의존은 뭐임?
* MLH : 잘 속는-영웅적 -> 친화적인-사교적인(X) : 오지라퍼인 홍반장 느낌이 전혀 살지 않음
* MHL : 고립된-겁많은 -> 냉담한-거리를 두는(X) : 낮은 사회적 민감성만 너무 강조한 듯
* HHH : 수동-공격적 -> 자기애성(X) : 자기도취적 기질을 연극성으로 바꾸니 이런 어거지가 나오는 듯
* LHH : 수동-의존적 -> 회피성(X) : 회피성을 의존성으로 바꾸니 의존성을 회피성으로 바꿀 수 밖에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는 명칭 변경도 있고(O로 표시), 이건 뭐지 싶은 명칭 변경도 있습니다(X로 표시). 저는 그냥 수검자에게 해석 상담을 할 때는 늘상 하듯이 뱀파이어, 카멜레온, 히어로, 미어캣과 같은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개인적으로는 익숙한 기존 명칭을 사용할 것 같습니다.
4. 전통적인 성격장애 범주의 명칭 변경
: 두 가지 명칭이 크게 바뀌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HHH : 수동-공격성 -> 자기애성(?)
* LHH : 의존성 -> 회피성(?)
기존의 수동-공격성(HHH) 성격 유형과 자기애성(HMH) 성격 유형은 위험회피기질의 수준 차이가 조금 나는 걸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하고 서구의 경우는 수동-공격성 성격 장애를 Covert Narcissist로 분류해서 자기애성 성격 장애의 아형(subtype)처럼 보기도 하니까 별로 바뀐 게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상담 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TCI 기질 유형 : HHH 기질' 포스팅에서 HHH 기질 유형이 수동-공격성이 아닌 경계성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경계성과 자기애성은 같은 B군이기는 하지만 전혀 다르죠.
게다가
'TCI 유형별 해석집의 구조 이해' 포스팅을 보면 TCI는 기질과 성격 모두 뒤집으면 서로 반대되는 유형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LLM(미성숙한) 유형을 뒤집어 보면 HHM 유형으로 성숙한 성격이 되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HHH 기질 유형을 뒤집으면 LLL 기질 유형이 되는데 이는 분열성(schizoid) 기질이죠. 그런데 기존에 자기애성 기질이었던 HMH 기질 유형을 뒤집으면 LML 유형이 됩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HHH <----------> LLL
HMH <----------> LML
HHH 기질 유형은 모든 차원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접근-회피 갈등이 매우 심하지만 LLL 기질 유형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죠. HHH 기질을 자기애성 기질이라고 명명하면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걸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자기애성 기질의 소유자들은 수동-공격성 기질보다 겁이 없기 때문(?)에 HHH 기질처럼 양가 갈등이 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HMH 기질이 자기애성의 특성을 더 잘 보여주며 이는 LML 기질과 비교를 통해서도 그렇습니다. 이는
'TCI/JTCI HMH, LML 기질의 비교 이해' 포스팅에 상세히 설명해 두었으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나마 LLL, LML 기질은 모두 A군에 속하고 속성도 비슷하기 때문에 HHH 기질 유형을 자기애성으로 명명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지만 LHH 기질 유형을 의존성이 아닌 회피성으로 명명하는 건 이야기가 전혀 다릅니다.
LHH를 뒤집어 보면, HLL인데 이는 반사회성 기질입니다. 보시는 것처럼요.
LHH <-----------> HLL
반사회성 기질은 말 그대로 반사회성이기 때문에 사회적이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사람을 얼마든지 이용하거나 착취할 수 있는 기질이지만 그 반대인 의존성은 반사회성과는 반대로 지나치게 익사회적이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말이 되죠.
그런데 이걸 회피성이라고 명명하면 설명이 안 됩니다. 만약 반사회성의 반대가 회피성이라면 반사회성 기질은 모든 일에 도전하는 기질 유형이라고 역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하거든요. 오히려 기존의 회피성 기질인 MHH 유형을 뒤집은 LLM 유형을 살펴보면 유쾌한 기질 유형이라 모든 것에 거리낌없이 도전하고 낙관하는 유형이죠. 이게 더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저는 왜 명칭이 이렇게 바뀌었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논리적 근거에 의해 명칭이 개정되었는지 설명이 없어서 더욱 의구심이 드네요.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보면 HHH 기질은 수동-공격성의 모습을, LHH 기질은 의존성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개정판에서 바뀐 명칭이 아닌 기존 기질 유형의 명명 방식을 따를겁니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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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의 6번 척도는 흔히 편집증을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6번 척도의 상승이 편집성 조현병, 편집성 성격 장애를 드러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는 Ward, Kersh & Waxmonsky(1998)가 일찌기 주장했듯이 6번 소척도 중 Pa1 소척도만이 편집증과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6번 임상 척도가 상승했을 때는 반드시 소척도 연결 분석을 통해서 어떤 소척도가 모척도의 상승을 견인하는지 찾아야 합니다.
특히 Pa3는 총 9개 문항 중 8개 문항이 '아니다' 방향으로 채점되기 때문에 Pa1, Pa2 소척도와 역방향으로 움직이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Pa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할 때 Pa1, Pa2, Pa3 소척도가 일제히 상승하는 걸 보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Pa3 소척도는
'MMPI-2/A 1-3-3-3 패턴이란'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방어적 경향'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때 Pa3는 '방어적 낙천성', 쉽게 말해 '근거 없는 낙관적 사고'를 의미합니다.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잘 될거라고 믿는 낙관주의를 반영하는거죠.
하지만 이는 Pa 척도 자체가 유의미하지 않거나 Pa1, Pa2 소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은 상태에서 Pa3 소척도만 상승할 때 해석하는 방법인데 Pa3는 또 다른 해석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이분법적 사고' 내지는 '흑백 논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분법적 사고나 흑백 논리로 해석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음과 같은 조건 하에서 그렇게 해석하는 걸 고려해보세요.
1. 6번(Pa) 임상 척도가 유의미하면서 Pa3 소척도가 동반 상승하는 경우
: 앞에서 '근거없는 낙관적 사고'로 해석할 때 Pa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으면서 Pa3 소척도가 상승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때는 Pa3 소척도의 상승이 편집성과 상관없는 방어적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6번 모척도와 Pa3 소척도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분법적 사고로 해석할 때는 모척도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는 편집성이 강한 사람들은 세상을 흑백 논리로, 즉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어 보기 때문입니다.
2. TCI/JTCI에서 LLL, LLM 성격 유형으로 평가되는 경우
: LLL, LLM 성격 유형이라는 건 성격 미발달 상태가 심각한, 그러니까 내면 아이 성숙도가 매우 낮은 사람이라는 건데 이분법적 사고가 아이들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사고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장난감을 선뜻 빌려주는 사람을 친구, 장난감을 안 빌려주는 사람을 나쁜 XX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죠. 이처럼 수검자의 내면 아이 성숙도가 낮은 경우에 상승한 Pa3는 이러한 흑백 논리를 반영할 수 있습니다.
3. SCT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 문항의 답변이 질문의 반영인 경우
: 문장완성검사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문항이 있는데 이 문항의 답변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응답하는 내용을 보면 Pa3 소척도의 상승을 이분법적 사고로 해석하는 걸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는 2번에서 관찰되는 사고 패턴과 동일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응답 경향입니다.
당연히 겹치는 조건이 많을수록 이분법적 사고와 흑백 논리로 해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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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MHH) - 의존성(LHL) 유형은 어찌보면 기질과 성격의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담자 본인에게 병리적이어서 문제가 되는거지요. 회피성 기질이 C군 기질이다보니 의존성 성격 뿐 아니라 복종적인(LHM), 감정적인(LHH) 성격 유형이나 모방하는(LML) 성격 유형으로 발달하는 일이 많습니다.
굳이 성격 장애 formulation이 필요하다면 회피성 성격 장애로 진단하면 될텐데 특별히 MHH-LHL 조합을 설명드리느냐 하면 성격 미발달 문제가 심각한 LLL, LLM 계열의 성격 유형과는 현장에서 나타나는 양상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C군 성격 유형인 LHL과 조합된 MHH 기질 내담자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주의할 점은 같은 C군 기질인 의존성(LHH) 기질과 회피성(MHH) 기질의 차이를 아는 것입니다. 자극추구-위험회피 기질이 반대 방향으로 갈리는 의존성 기질과 달리 회피성 기질은 HH? 기질처럼 접근-회피 갈등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따라서 자극추구 기질이 평균 보다 낮지 않다면(백분위 기준으로 50%ile 이하가 아니라면) 하위차원 분석을 꼼꼼히 해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 때 접근-회피 갈등에서 항상 회피가 이깁니다. 의존성 성격이니 의존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접근 경향이 이길 수도 있지 않냐 생각하실 수 있지만 원래 성격보다 기질이 더 강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극추구보다 위험회피기질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위험회피를 하고 싶지만 자율성이 낮으니 연대감을 억지로 끌어올려 생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존성 성격으로 발달한 것이니 만약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았다면 상담을 받으러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MHH-LHL 내담자를 보신다면 의존 대상이 없어서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가정하셔야 합니다. 최소한 부모-자녀 관계 문제는 기본으로 깔려 있는 내담자죠.
많은 경우 자해 등 문제 행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TCI/JTCI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의존성 성격임을 짐작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는 파괴적 관심 끌기 행동이거나 접근-회피 갈등 때문에 심적 압력이 증가하여 이를 환기(ventilation)하기 위한 행동이므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담자는 자극추구 기질이 높은 경우 접근-회피 갈등을 타당화 하고 지지적 상담을 통해 안전감을 느끼게 하면 대부분의 증상이 완화되며(상담자를 의존 대상으로 인식했을 때) 주의할 점은, 이 때 증상 완화를 한답시고 약물 치료 등을 성급하게 시도하면 안 됩니다. 의존 대상이 약물로 바뀔 수도 있고 회피성 기질의 내담자이므로 상담 도중 회피하고 싶은 문제에 직면하면 약물로 도망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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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의 MLH는 잘 속는-영웅적(Gullible-Heroic) 기질 유형이라고 불립니다. 말 그대로 순박한 영웅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이죠. MLH와 반대되는 기질이 MHL(고립된-겁많은) 유형이라는 걸 알면 어떤 유형의 기질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MLH 기질은 잘 승화하면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소방관, 경찰관, 구급대원 같은 직군의 일에 종사하여 많은 사람들을 돕게 되지만 불행하게도 잘못된 길로 빠지면 오지라퍼가 되거나 가족은 나몰라라 하면서 남에게 퍼주는 '홍반장'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제대로 된 길로 가든, 잘못된 길로 빠지든 MLH 기질의 소유자들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에는 상담을 받으러 올 일이 좀처럼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LH 기질 유형이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1. 구원할 대상이 사라져서 자신의 가치에 대한 회의감으로 우울해져서
: MLH 기질에게는 항상 도와줄 대상이 필요합니다. 그 대상이 사라진다면 갑자기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더 이상 외계인의 침공이 없는 평화로운 지구에서 '수퍼맨'이 느끼는 상실감을 생각해보세요. 문제 없는 세상은 MLH 기질이 원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2. 구원해 준 대상이 사실은 착취자였다는 걸 알게되어 분노를 이기지 못해
: MLH 기질은 뭔가 보답을 바라고 도와주는 게 아니어서 자신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고마워하기를 기대하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내가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 이기적인 목적으로 그동안 자신을 착취했다는 걸 알게 되면 엄청난 실망감과 함께 분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걸 감당하지 못해 멘붕에 빠지면 그걸 보다 못한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 의해 상담에 의뢰되곤 합니다.
당연히 예상 가능하겠지만 HHL, HHM, HHH 유형 같은 성숙한 성격 조합의 소유자들은 이런 와중에도 상담을 받으러 오지 않습니다. 자가 치유 능력이 있으니까요.
1번과 흔하게 조합되는 성격 유형은 LLL, LLM, LLH처럼 자율성이 낮아 내면 아이가 어린 사람들입니다. 현실의 불만족감과 낮은 자기애를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해소, 대리 충족하고 있었는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그런 수단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그야말로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2번과 조합되기 쉬운 성격 유형은 LHL, LHM, LHH 같은 의지 대상을 필요로 하는 유형입니다. 이러한 조합은 착취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습니다. 의지 대상을 찾는 사람들인데 하필 다른 사람을 돕는 걸 좋아하는 기질을 타고났다면 이용해 먹기 아주 좋으니까요.
아이러니컬하게도 MLH 기질 유형의 상담 point는 '이기주의자 되기'입니다. 정확하게는 '조금은 이기주의자가 되어도 괜찮아'입니다. 대부분 타인 돌봄과 자기 돌봄의 균형이 심하게 깨져서 오는 만큼 이기주의자가 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겨우 개인주의자가 되는 정도니까요. 당연히 MLH 기질에만 초점을 맞추시면 안 되고 어떤 성격 유형이냐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이기주의에 대해서는 다음의 관련 포스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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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L, LML, LHL 성격 유형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이 세 유형은 연대감 수준만 다르다는 걸 먼저 눈치채셔야 합니다. 세 유형 모두 자율성과 자기초월 차원이 일관되게 low level이니까요.
세 유형은 각각 다음과 같은 이름으로 명명됩니다.
* LLL : 침울한
* LML : 모방하는
* LHL : 의존적인
세 유형 모두 자율성이 낮으니 내면 아이 성숙도가 낮은 미발달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초월은 자율성이 발휘되는 방향을 결정하는데 세 유형 모두 낮은 수준이니 현실적인 방향으로 낮은 자율성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TCI의 하위 차원 분석 : 자기 초월 성격' 포스팅 참조).
그러니까 이 세 유형은 성격 미발달로 인해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를 현실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죠. 그럼 이제 연대감의 수준 차이에 따라 어떤 모습을 보이는 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LLL(침울한) 유형
: 자율성, 자기초월 뿐 아니라 연대감도 낮기 때문에 이 유형은 사실 상 답이 없습니다. 연대감의 하위 차원을 살펴봐야겠지만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가 아주 낮다면 대부분의 하위차원 점수도 낮을테고 낮은 자율성을 보완할 연대감도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런 대책이 없는 무기력한 어린 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스스로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상태이기 때문에 지지적 접근을 통한 재애착이 우선되어야 하는 성격 유형입니다. 의외로 이 성격 유형의 내담자가 굉장히 많죠.
* LML(모방하는) 유형
: LLL 유형보다는 연대감이 살짝 높은 moderate level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발달된 연대감을 바탕으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원, 기술을 갖고 있는 주변 사람을 (은근히) 따라하게 됩니다. 물론 여전히 자율성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모방 대상을 선별한 능력이 부족하여 자칫하면 착취자나 학대자를 만나 고생하게 되기도 합니다. 모방 대상이 안전한 사람이라면 일정 기간 동안은 안정화되지만 그런 내담자는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겠죠. 모방 대상의 부재로 인해 상담을 받으러 오고 상담자를 모방 대상으로 생각하나(
'TCI LML 성격 유형의 라포 형성 : 상담자용' 포스팅 참조) 상담 중간에 모방 대상이 나타나면 조기 종결될 위험성이 큰 성격 유형이기도 합니다.
* LHL(의존적인) 유형
: LML 유형보다 연대감 수준이 더 높은데 자율성이 높다면 연대감이 함께 높은 건 장점이겠지만 자율성이 낮은 상태에서 연대감만 높은 건 긍정적인 성격 발달 양상이 아닙니다. 자율성이 낮은 걸 어떻게든 보상해서 살아남고자 연대감을 억지로 끌어올린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기초월 차원이 낮기 때문에
'TCI/JTCI LHH 성격 유형의 이해 : LHL, LHM, LHH 유형의 비교를 통해' 포스팅의 LHH 유형처럼 신을 갈구하는 광신도 마냥 누군가에게 매달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도록 의존할 누군가를 간절히 찾고, 그런 대상을 찾으면 자신의 모든 것을 의지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상담 장면에서도 대상 관계적 접근을 하기에 용이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담자가 부담을 많이 느끼는 내담자 유형이기도 합니다. 역전이 분석을 잘 해야 하죠.
자율성, 자기초월이 둘 다 낮을 때 연대감 수준이 달라지면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 지에 대해 신경쓰면서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세 성격 유형의 차이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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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MMPI-2/A 실전 해석' 미니 강의에서는 다른 임상 척도와 달리 7번 척도가 단독 상승한 경우(특히 RC7 척도도 함께 상승했을 때)에도 강박성 성격 장애를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있죠.
여기까지 보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3번 척도가 단독 상승해도 강박성 성격 장애를 의심해야 하고 7번 척도가 단독 상승해도 강박성 성격 장애를 의심해야 한다면 대체 두 경우의 차이는 무엇일까....
3번 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와 7번 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 모두 강박성 기질 또는 강박성 성격 장애를 의심해야 하지만 두 강박성 기질(또는 강박성 성격 장애)은 특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3번 척도와 7번 척도의 속성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바로 다음처럼 말이죠.
3번 척도 : 관심을 요구함
7번 척도 : 타고난 불안
다음으로 TCI에서 강박성 기질은 LHL 유형입니다. 대부분의 강박성 기질군이 그렇듯이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것이 특징적이죠.
3번 척도의 상승에 반응하는 강박성 기질은 관심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심을 받는다는 건 누군가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지지자를 확보했다면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사회적 민감성이 낮기 때문에 안전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관심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를 위해 관심을 받는데 유리한 성격 유형, 예를 들어 LHL(의존성), LHM(복종적인), LML(모방하는) 유형으로 발달하는 경우가 많고 만약 이마저도 실패하여 LLL(침울한), LLM(미성숙한) 유형에 머무르는 경우는 다양한 관심 끌기 전략을 발달시키기 때문에 신체화 관련 척도(1, RC1, HEA, A-hea 등)들이 상승하지 않는 지 확인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이와 달리 7번 척도의 상승에 반응하는 강박성 기질은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무엇이냐는 위험회피기질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 등의 하위차원을 살펴봐야겠죠. 상담이나 심리평가를 받으러 오는 시점은 이러한 불안 야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으므로 ANX(A-anx), A 등 상태 불안 척도들이 함께 상승하여 불안 척도군이 모두 유의미한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정리해보자면,
3번 척도 상승의 강박성 기질은 관심을 받아서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고 이를 위해 유리한 성격 유형으로 발달하거나 신체화 기제 등을 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음.
7번 척도 상승의 강박성 기질은 특히 불안 수준이 높은 것이 특징적이므로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을 탐색하고 상태 불안이 높다면 이를 낮추는 방향(환경 재구성 또는 완화 전략)으로 초기 개입을 하는 것이 유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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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LML 성격 유형은 LLL, LLM 유형과 달리 연대감이 그래도 medium level이기에 HHH 기질 유형처럼 궁합이 좋지 않은 조합을 이룬 것이 아니라면 상담자와 어느 정도 rapport를 형성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상담자가 본격적인 개입을 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상호 의존 문제라든가 전이-역전이 분석이 필요한 내담자가 많기 때문에 마냥 쉬운 내담자 유형은 아닙니다.
LML 성격 유형과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성격 유형으로는 LHL과 LHM이 있죠. 이 세 성격 유형의 차이는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 살펴보도록 하고 오늘은 상담이 잘 진행되면 LML 유형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하는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LML -> MLL -> MML -> HHL
LML(모방하는) 유형을 저는 보통 '카멜레온' 유형이라고 부르는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카멜레온은 보호색을 만들기 위해 배경이 필요하고 배경이 될 만한 사람을 모방합니다. 이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는 시점은 대개 그동안 배경 역할을 해 주던 어떤 대상과 결별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연인과 헤어지거나 의지하던 선배가 유학을 떠나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모방 대상을 찾아 상담자를 찾아오게 되고 상담자가 모방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상담이 시작되게 됩니다. 상담자를 모방하기 위한 사전 과정은 다음의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상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자율성이 증진될테고 그렇게 되면 L -> M이 됩니다. 하지만 연대감은 낮은 자율성을 보상하기 위해 억지로 끌어올린 것이기 때문에 자율성의 향상과 반대 방향으로 낮아져서 반대로 M -> L이 됩니다. 그래서 LML이 MLL로 바뀌는 겁니다. 이것만 해도 상당한 진전으로 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을 모방하기 바쁜 사람이 남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성격으로 바뀐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지만요.
상담이 조금 더 진행되면 연대감도 자율성을 따라 L -> M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MLL -> MML이 되어 자율성과 연대감이 medium level이 되고 자기 초월만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데 이 정도만 되어도 상담을 종결해도 됩니다. 자기 초월은 자율성을 발휘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MML 유형은 자율성과 연대감이 적정선으로 발달한 상태이고 자기 초월만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이 됩니다.
상담에 탄력이 붙어서 더 좋아지게 되면 자율성과 연대감이 함께 동반 상승하게 되어 MM -> HH가 되고 결국 HHL(조직화된) 성격 유형이 됩니다. 높은 자율성과 연대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질을 현실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HHH 성격 유형으로는 발달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는데 이론적으로야 가능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 초월 차원은 자율성의 발휘 방향을 결정하는데 기질에 의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받기때문에 끌어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형이하학적으로 행동하던 사람이 갑자기 형이상학적으로 행동하기는 쉽지 않은거지요. 일종의 관성 때문에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상담의 최종 결과는 HHL 유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이런 순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성에 대해 감은 잡으셨을 겁니다. 장기 상담을 진행하면서 중간중간에 TCI를 실시하여 상담 효과를 측정하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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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에는 타당도 척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보통 MMPI-2/A의 타당도 척도를 먼저 살펴보곤 합니다. 대개 문제가 되는 상황은 L, K(MMPI-2의 경우 S까지) 척도가 상승하여 방어적인 경향을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럴 경우 보통은 성격, 심하게는 기질 유형까지 지나치게 양호한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방어적인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TCI/JTCI를 해석하는데는 무리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평가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하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수검자가 자신의 문제를 과장해서 호소하는 방향으로 응답했다면, 즉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F, F(B), F1, F2 척도가 과도하게 상승했다면 TCI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해석 지침에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이 각각 경조증, 신경증 증상이 심할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걸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안해서 낮춰 해석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수검자가 증상을 과장하는 경향이 지나치다면 몇 개의 특정 기질/성격 유형으로 몰려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 자칫하면 잘못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faking-bad 경향이 심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기질/성격 유형은 아래와 같습니다.
HHL - L - LLL
그러니까 경계선 기질 + 낮은 인내력 + 침울한 성격 조합이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물론 LLL 만큼이나 LLM, LLH도 흔하기는 하지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성격 유형은 역시 LLL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기질/성격 조합이 가장 많이 나타날까요? 그다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Cloninger가 성격 발달에 가장 유리하다고 이야기한 기질 조합 기억나십니까? 바로 LLH - H입니다. 안정적(staid) 기질에 높은 수준의 인내력 기질을 갖고 태어나는 겁니다.
그 다음에 가장 잘 발달된 성격 유형은 어떻습니까? 바로 HHH(창의적) 성격입니다.
'TCI/JTCI LLL 성격 유형의 이해'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HHH 성격 유형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완전히 발달된 상태에 '창의성'이라는 +@가 더 있는 것이죠.
결국 가장 안정적이고 잘 발달된 기질/성격 조합은 LLH - H - HHH가 됩니다. 그럼 이를 뒤집으면 어떻게 될까요? 예상하시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HHL - L - LLL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는 엉망진창의 기질을 갖고 태어났고 게으르고 끈기라고는 하나도 없으며 아무것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의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과장해서 주장하면 TCI/JTCI에서 HHL - L - LLL조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수검자가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증상을 심하게 과장하는 경향을 보였다면 TCI/JTCI에서 경계선 성격 장애로 진단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자칫하면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formulation할 위험성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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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상담을 받으러 오는 성인/청소년 내담자의 상당수가 TCI 결과에서 LLL 성격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문제는 LLL 성격 유형의 이름이 '침울한(Melancholic)'으로 되어 있어 우울한 성격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MMPI-2/A 결과에서 우울 sign을 찾지 못하면 당황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물론 LLL 성격 유형인 수검자가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LLL 성격 유형은 사실 우울하고는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과연 그런지 실증적인 해석을 해 보겠습니다.
우선 LLL 성격 유형만큼 자주 볼 수 있는 LLM 성격 유형을 보도록 하죠. LLM 성격 유형의 이름은 '미성숙한'입니다. TCI는 기질이든 성격이든 양쪽 극단이 댓구를 이루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LLM을 뒤집으면 LLM 유형의 반대 의미를 갖는 성격 유형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한번 해보죠.
LLM <---> HHM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시겠지만 HHM 성격 유형의 이름은 '성숙한'입니다. 이처럼 어떤 기질/성격 유형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뒤집어서 살펴보면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오늘의 주제인 LLL 성격 유형으로 돌아가보죠.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뒤집어 보겠습니다.
LLL <---> HHH
HHH 성격 유형의 이름은 '창의적인'입니다. 창의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발된 상태에 창의성이라는 +@가 더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와 정반대인 LLL 유형은 어떤 의미일까요? 창의성은 커녕 자신의 역량을 전혀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미개발된 상태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LLM(미성숙한) 유형보다 더 미성숙한 것이죠. 내면 아이의 성숙도로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나이에 비해 어리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 발달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정도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만큼 갈 길이 먼 것이고 상담자와 할 일이 많은 겁니다. 단순히 우울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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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에게 TCI가 얼마나 유용한 검사인지에 대해서는 앞서 포스팅을 통해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특히 TCI는 MMPI-2/A와 함께 사용할 때 더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는 검사이죠.
MMPI-2/A로는 알 수 없는 기질, 성격 상의 어려움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때로는 MMPI-2/A에 나타난 양상의 원인을 짐작하게 도와줌으로써 어떤 방향으로 상담 목표를 잡아야 할 지 지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TCI를 통해 살펴보았을 때 상담 현장에서 많이 나타나는 기질 유형은 무엇일까요? 통계 분석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제 경험 상으로는 HHH 기질이 매우 많았습니다. HHH 기질 유형은 수동-공격성 기질로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차원이 모두 56T 이상일 때 분류됩니다.
상담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HHH 기질을 소유한 내담자가 보이는 문제 행동과 갈등 양상이 DSM 체계에서 말하는 경계선 성격 장애 환자가 보이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TCI의 Borderline Trait은 HHL 유형으로 사회적 민감성이 반대 방향으로 극단적이라는 걸 제외하면 수동-공격성 기질과 유사합니다. 일종의 샴 쌍둥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병원 장면이나 TCI를 활용하지 않는 임상가들이 경계선 성격 장애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상당 수의 내담자가 사실은 수동-공격성 기질의 소유자일거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HHH 기질의 특징은 하위 차원의 조합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강렬한 대인 관계 갈등, 충동적이고 무절제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자기 파괴적 행동(과소비, 중독, 섭식 문제, 자해 등), 굉장히 심한 감정의 격동이고 거기에
그동안 반복된 대인 관계 문제로 인해 야기된 기본적인 신뢰의 결여와 피해 의식, 의심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로 인해 부모에게 이러한 기질이 온전히 수용되기가 어려워 성격도 건강하게 발달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서 대체로 LLL, LLM, LMM, LMH 성격 유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자율성 차원이 낮다는 것이고요.
LMM은 흔히 'Low Self-Directedness'로 불리는 유형으로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지 못하고 막연히 다른 사람의 삶을 꿈꾸고 동경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문제가 생기면 남 탓을 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그나마 연대감, 자기초월 차원이 Medium level로 걔 중 건강한 유형에 속하는 편입니다.
LLL은 'Melancholic' 유형으로 세 차원 모두가 낮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MMPI-2/A의 결과를 보면 우울, 불안 등 신경증적 증상이 두드러지며 기질, 성격 문제보다는 이러한 증상때문에 상담이나 평가를 받으러 온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 소개할 LLM 유형과 함께 HHH 기질을 보이는 내담자가 가장 많이 드러내는 성격 유형입니다.
LLM은 'Immature' 유형으로 그야말로 미성숙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못할 뿐 아니라 삶의 목표가 없거나 불확실하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질 준비도, 의지도 없기 때문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의존적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타인에게도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위축된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LMH는 '비논리적인' 유형으로 빈도만 떼놓고 보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사고가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에 심취하거나, 도박 또는 게임과 같은 행위 중독에 빠지거나, 자신만의 공상 세계에 심취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현실 부적응자가 될 수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파괴력이 앞서 소개한 유형에 비해 더 큰 편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HHH 기질은 이 밖에도 많은 성격 문제 유형과 조합을 이룰 수 있지만 상담 현장에서 임상가들이 특히 자주 만날 수 있는 성격 유형을 알고 계실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리해 봤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TCI를 사용하는 임상가 선생님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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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종합심리평가로는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TCI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
'과연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가' 참조)
TCI라고 해서 성격 장애를 무조건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아닌 게
1) 기질 상의 취약성 존재, 2)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 약화 라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성격 장애 진단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TCI를 갖고도 성격 장애 진단은 쉽지 않은 겁니다.
기질의 취약성이야 타고 나는 것이고 일부 유전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 약화는 상담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CI 성격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LLL 유형 : 침울한
주관적인 고통감도 심하고 객관적인 심리평가 결과도 이를 지지하는 성격 유형입니다. 내담자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고, 우울 장애나 기타 신경증적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성적인 무기력, 자신감 부족, 에너지 저하 등의 증상이 공통적이고 매사에 성공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를 뿐 아니라 상담이 도움이 될거라는 기대조차도 부족해서 예후가 그리 좋지 않은 편입니다. 어떤 공존 장애를 고려하든 만성화된 상태에서 방문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색하는 게 좋습니다.
* LLM 유형 : 미성숙한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정신적으로 덜 자란 느낌을 주는 내담자로 순진한 것과는 다른 미숙함이 특징적입니다. 기질 상의 취약성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기질이 온전히 수용되지 못함으로써 자기 회의, 자기 비하 성향이 강해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볼 때 그다지 성취라고 할 만한 걸 이룬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LLM 유형으로 분류되는 내담자는 성장 과정에서 방임이나 학대 등의 애착 외상을 입은 적이 있는지,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통제 지향적 부모에게서 양육된 것은 아닌지 부모-자녀 관계 문제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LML 유형 : 모방하는
성인의 경우 이 유형으로 분류되는 내담자가 꽤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남 따라하기 유형인데 목적 의식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삶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고자 살아온 게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이 유형의 내담자도 LLM 유형처럼 지나치게 통제적인 가정 환경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큰데 진정한 어른이 되는데 꼭 필요한 선택과 책임 중 어느 것도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결과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에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비난할 대상(주로 부모 등 significant others)을 찾아 외부 귀인하면서 자신의 약한 멘탈을 지키려고 합니다. HHH기질 유형(수동-공격적 유형)과의 조합이 가장 예후가 좋지 않으며 이럴 경우 조기 종결 가능성도 큽니다.
말씀드린 세 유형의 공통점은 자율성 차원이 매우 낮다는 겁니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특징 중 하나는 자율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죠. 거기에 연대감까지 낮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LLL, LLM 유형이 대표적인 경우이죠. 자율성이 낮아도 연대감 수준이 어느 정도 높다면(Meduim level 이상이라면) 상담자와 rapport를 형성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성격 유형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성격 유형으로 LLH(비조직화된), LHM(복종적인), LHL(의존적인) 유형도 있습니다. 이 유형들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 두시는 게 좋은데 이들 유형은 LLH 유형을 제외하고는 그나마 연대감 수준이 높은 장점이 있어서 상담자가 본격적인 개입을 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상호 의존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전이-역전이 분석이 필요한 내담자가 많습니다.
유형에 대한 숙지 이외에도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1.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은 대부분 TCI의 자율성 차원이 낮기 때문에 자율성의 하위 차원 분석을 통해 어떻게 자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함.
2. 연대감 차원까지 낮다면 조기 종결 가능성이 커지며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심각도도 비례해서 올라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각오를 단단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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