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의 기질, 성격 유형은 각각 27개입니다. TCI를 실시한 심리평가 사례를 많이 접하면 자주 보는 유형은 자연스레 익히게 되겠지만 현장에서 보기 힘든 유형은 눈에 잘 익지 않죠. 물론 그 때마다 해석집을 찾아보면 되겠지만 매번 뒤적이는 것도 은근히 귀찮은 일입니다.
TCI의 기질/성격 유형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규칙만 아시면 됩니다.
1. 모든 기질/성격 유형의 세 차원 중 두 개가 MM일 때는 나머지 차원에 high/low만 붙이면 됨.
예를 들어, HMM 성격 유형이라면 자율성 차원만 high이고 연대감, 자기 초월은 medium이기 때문에 그냥 자율성 차원에만 high를 붙이면 'high self-directedness' 유형이 됩니다. 자율성이 높은 특징이 핵심인 성격 유형이 되는거죠.
MMM, HMM, LMM, MHM, MLM, MMH, MML로 모두 M으로 구성된 MMM까지 합하면, 기질/성격 각각 7개 씩 총 14개의 유형은 이 공식을 적용하면 유형을 금방 구분할 수 있습니다.
2. 1번 규칙 예외의 기질/성격 유형은 극과 극이 통함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기질이든 성격이든 극과 극이 통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잘 모르는 유형이 나왔을 때는 반대로 뒤집어서 보면 뜻을 이해하기 쉽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HHM 기질은 흔히 '불쾌한' 기질로 불립니다. 그럼 LLM 기질은 뭐라고 불릴까요? 상담 장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기질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HHM을 반대로 뒤집으면 LLM이 됩니다(M은 뒤집어도 M이 되니). LLM은 '유쾌한' 기질입니다. HHM-LLM(불쾌한-유쾌한)으로 서로 반대되는 뜻입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번엔 성격 유형을 보죠.
HMH 성격 유형은 뭘까요? 역시 흔히 보기 어려운 성격 유형이기 때문에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겁니다. 그럼 한번 뒤집어 보겠습니다. HMH를 뒤집으면 LML이 됩니다. LML은 상담 장면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성격 유형이죠. 바로 '모방하는' 성격 유형으로 제가 흔히 '카멜레온'으로 부르는 유형입니다. 그러니까 HMH는 '모방'과 반대의 뜻을 가지는 '독창적' 성격 유형입니다. HMH-LML(독창적인-모방하는) 쌍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어때요 쉽죠? 하나 더 해 볼까요?
상담 장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기질은 LHL 기질 유형입니다. 바로 '강박성' 기질이죠. 이제 이를 뒤집어 보겠습니다. HLH이 됩니다. HLH 기질 유형은 '연극성' 기질이죠. 네, '강박성'과 '연극성' 기질은 양 극단에서 서로 통하는 기질입니다. MMPI-2/A에서 3번 임상 척도가 단독 상승할 때 보통 임상에서는 연극성 성격을 의심합니다. 하지만 3번 임상 척도가 단독 상승하는 수검자의 TCI/JTCI 결과를 보면 연극성보다는 강박성 기질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왜냐하면 강박성 기질의 소유자는 위험회피기질이 높기 때문에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언행 동기이고 MMPI-2/A 3번 임상 척도가 상승하는 이유는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연극성과 강박성이 서로 통하기 때문이고요.
이런 식으로 기질/성격 유형들이 양 극단에서 서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유형 구분을 쉽게 하는 것 뿐 아니라 기질/성격 역동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TCI의 기질/성격 유형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구조화되었으면서도 직관적으로 naming되었는지 아시겠지요? 놀랍지 않습니까? 제가 이래서 TCI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 매력적인 검사 도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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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에게 TCI가 얼마나 유용한 검사인지에 대해서는 앞서 포스팅을 통해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특히 TCI는 MMPI-2/A와 함께 사용할 때 더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는 검사이죠.
MMPI-2/A로는 알 수 없는 기질, 성격 상의 어려움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때로는 MMPI-2/A에 나타난 양상의 원인을 짐작하게 도와줌으로써 어떤 방향으로 상담 목표를 잡아야 할 지 지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TCI를 통해 살펴보았을 때 상담 현장에서 많이 나타나는 기질 유형은 무엇일까요? 통계 분석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제 경험 상으로는 HHH 기질이 매우 많았습니다. HHH 기질 유형은 수동-공격성 기질로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차원이 모두 56T 이상일 때 분류됩니다.
상담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HHH 기질을 소유한 내담자가 보이는 문제 행동과 갈등 양상이 DSM 체계에서 말하는 경계선 성격 장애 환자가 보이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TCI의 Borderline Trait은 HHL 유형으로 사회적 민감성이 반대 방향으로 극단적이라는 걸 제외하면 수동-공격성 기질과 유사합니다. 일종의 샴 쌍둥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병원 장면이나 TCI를 활용하지 않는 임상가들이 경계선 성격 장애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상당 수의 내담자가 사실은 수동-공격성 기질의 소유자일거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HHH 기질의 특징은 하위 차원의 조합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강렬한 대인 관계 갈등, 충동적이고 무절제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자기 파괴적 행동(과소비, 중독, 섭식 문제, 자해 등), 굉장히 심한 감정의 격동이고 거기에
그동안 반복된 대인 관계 문제로 인해 야기된 기본적인 신뢰의 결여와 피해 의식, 의심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로 인해 부모에게 이러한 기질이 온전히 수용되기가 어려워 성격도 건강하게 발달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서 대체로 LLL, LLM, LMM, LMH 성격 유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자율성 차원이 낮다는 것이고요.
LMM은 흔히 'Low Self-Directedness'로 불리는 유형으로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지 못하고 막연히 다른 사람의 삶을 꿈꾸고 동경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문제가 생기면 남 탓을 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그나마 연대감, 자기초월 차원이 Medium level로 걔 중 건강한 유형에 속하는 편입니다.
LLL은 'Melancholic' 유형으로 세 차원 모두가 낮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MMPI-2/A의 결과를 보면 우울, 불안 등 신경증적 증상이 두드러지며 기질, 성격 문제보다는 이러한 증상때문에 상담이나 평가를 받으러 온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 소개할 LLM 유형과 함께 HHH 기질을 보이는 내담자가 가장 많이 드러내는 성격 유형입니다.
LLM은 'Immature' 유형으로 그야말로 미성숙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못할 뿐 아니라 삶의 목표가 없거나 불확실하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질 준비도, 의지도 없기 때문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의존적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타인에게도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위축된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LMH는 '비논리적인' 유형으로 빈도만 떼놓고 보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사고가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에 심취하거나, 도박 또는 게임과 같은 행위 중독에 빠지거나, 자신만의 공상 세계에 심취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현실 부적응자가 될 수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파괴력이 앞서 소개한 유형에 비해 더 큰 편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HHH 기질은 이 밖에도 많은 성격 문제 유형과 조합을 이룰 수 있지만 상담 현장에서 임상가들이 특히 자주 만날 수 있는 성격 유형을 알고 계실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리해 봤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TCI를 사용하는 임상가 선생님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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