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외상 치료를 해야 하는 임상가들이 읽어도 좋지만 상담을 받아야 하는 내담자들이 워밍업 차원에서 읽어도 좋을 정도로 어렵지 않게 쓴 좋은 책이었죠.
그 책이 출판된 것이 2015년인데 4년 후인 2019년에 후속편인 이 책이 나왔습니다. 전작이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부모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나온 이론서에 가깝다면 이 책은 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실전 서적에 가깝습니다. 'Practical Tools to Establish Boundaries & Reclaim Your Emotional Autonomy'라는 부제만 봐도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짐작이 가능하죠.
그래도 전작을 읽지 않고 이 책만 읽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1부에서는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부모란 어떤 사람들인지, 왜 그러한 부모에 대한 갈망이 생기는지,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부모가 사용하는 정서적 장악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는지, 그러한 강압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부모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경계를 설정하는지, 자신과 건강한 관계 맺는 법, 마음을 정리하는 기술, 자신의 자아 개념을 갱신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실전서이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연습을 위한 section이 마련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현장 임상가들은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으시는 게 가장 좋지만 이 책만 읽어도 충분히 좋은 책입니다. 실제 치유 과정을 다루는 책이라서 내담자에게는 이 책이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이 책만큼은 꼭 읽도록 권유하면 좋겠습니다.
애착 외상 치유에 관심있는 분들은 Lindsay C. Gibson의 번역서 두 권은 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소장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예정이라 북 크로싱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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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만나는 내담자마다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없는 경우를 보기 어렵습니다. 너무 드물어서 그런 내담자를 보면 신기하기까지 할 정도지요.
그래서 저는 아동/청소년 내담자 뿐 아니라 성인 내담자를 만나는 상담자들에게도 애착 외상이나 최소한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절대로 없다는 확신이 생기지 않는 이상 항상 가능성을 상정하고 살펴보라고 조언합니다.
가족 중심주의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애착 외상이나 부모-자녀 관계 문제는 그냥 내담자에게 default로 있는 문제에 가까우니까요.
그렇다면 내담자가 경험하는 고통은 오로지 부모 때문일까요? 부모가 악의 축이라서 그럴까요? 막상 부모를 만나서 심리평가를 해 보면 그들도 학대와 방임의 피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애착 외상의 대물림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런 대물림을 끊는 본인과 이를 돕는 상담자의 역할이 중요한 겁니다.
이 책은 그러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애착 외상을 대물림하는 부모를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부모'라고 부르는데 수잔 포워드의
'독이 되는 부모'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1장에서는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부모에게서 양육받은 사람들이 왜 고통, 그 중에서도 외로움과 소외감을 겪게 되는지 설명합니다. 2장과 3장에서는 미성숙한 부모의 특성을 설명하고 그들의 미성숙 정도를 파악하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합니다. 4장에서는 미성숙 부모의 4가지 유형을 설명하고 5장에서는 미성숙한 부모 밑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달시키는 무의식적인 환상을 배우고 내부 발산자와 외부 발산자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6장에서는 그 중에서 내부 발산자의 성격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데 이들이 외부 발산자보다 더 많은 고통을 겪기 때문입니다. 7장에서는 자신의 문제를 깨닫게 되는 계기에 대해 알아보고, 8장에서는 정서적 성숙 정도에 따라 사람들을 달리 대하는 방법에 대해 배웁니다. 9장에서는 이러한 방법에 익숙해짐으로써 새로운 자유를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10장에서는 정서적으로 성숙하고 신뢰로운 사람들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배웁니다.
이 책은 임상심리학자인 Lindsay C. Gibson 박사가 썼는데 정서적으로 미숙한 부모의 성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개인 심리 치료가 전문입니다. 저는 교수가 쓴 책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데 이론적으로는 탄탄할 지 몰라도 현장 경험이 없으면 결국에는 현실과 유리된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끝나는 경험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실력있는 현장 전문가가 쓴 책이라서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 제가 그동안 경험한 내용과도 일치하고요.
제가 별 5개로 평가한 책은 둘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상상도 못했던 새롭고 놀라운 지적 경험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미심쩍은 내용이 거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하는 전형적인 케이스였습니다.
애착 외상을 입었거나 부모-자녀 관계 갈등으로 고통받았거나 받고 있는 분, 이러한 문제로 상담을 앞둔 내담자는 워밍업 차원에서 꼭 이 책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애착 외상 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상담자라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일독하시면 좋습니다. 영양가가 아주 풍부한 책이니까요. 제목 그대로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분들과 이를 돕는 분들은 꼭 읽으세요.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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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에게 필요한 걸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 맹세와 약속은 관계를 지속시키는 연료가 아니다. 관계는 정서적 친밀감이 안겨주는 즐거움, 즉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여러분의 경험을 귀담아 듣고 이해할 만큼 관심을 가져준다는 느낌에 의해 지속된다. 그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관계는 잘 될 수가 없다. 상호간의 정서적 반응성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 외부 발산자들은 그들의 행동이 문제라는 말을 듣는 반면, 내부 발산자들은 그들의 본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 감정을 두려워하고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사람들만이 공감과 이해를 원하는 것이 나약함의 징후라고 여긴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 때문에 북 크로싱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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