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albard는 'sharp mountain'이라는 뜻을 가진 노르웨이 최북단의 섬입니다. 북극으로부터 1,338km 밖에 안 떨어져 있죠(북극으로부터 Longyearbyen까지). 대체로 어느 정도 위치냐 하면,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이슬란드보다는 당연히 위에 있고 얼핏 보면 노르웨이 영토라기보다는 그린란드에 속한 땅처럼 보일 정도로 북극에 가까운 지역입니다. 그래서 수도인 오슬로에서도 3시간이나 비행을 해서 올라가야 하는거지요.
그래서 그런지 여기 Svalbard에 세계 종자 보관소가 있습니다. 인류가 핵전쟁 등 생존을 위협할 대재앙을 경험하게 되면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전 세계 다양한 종자를 상시 영하 18도로 유지되는 영구동토층 아래 보관할 목적으로 지하에 건설된 장소입니다.
Longyearbyen 공항이 스발바르로 들어가는 유일한 관문이기는 해도 그리 큰 공항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비행기가 활주로에 멈춘 뒤 탑승객들이 내려서 공항 청사로 들어가는 시스템입니다.
Longyearbyen은 스발바르의 유일한 마을이고 공항도 당연히 하나 밖에 없습니다.
활주로 바로 옆으로 눈이 쌓인 산이 보이니 참 낯설더군요.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반바지 반팔을 입고 부채질하며 다녔던 터라 더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현재 시각이 자정을 향해 가는 밤 11시 50분인데도 스발바르는 백야라서 전혀 한밤중 같지 않습니다. 멀리 보면 구름 속에 해가 떠 있는 게 보일 정도니 한밤중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참고로
백야는 4월 19일부터 8월 23일까지 진행되는데 이 기간 중에는 해가 지평선 너머로 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10월 28일부터 2월 14일까지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가 지속된다고 하네요.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반팔 차림으로 앉아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일제히 점퍼를 꺼내 입고 털모자를 쓰기에 대체 왜 이러나 싶었는데 짐을 챙겨 내리면서 비행기 문을 통과하자마자 그야말로 헉소리가 날 정도로 한기가 엄습합니다. 저도 부랴부랴 짐에서 윈드 재킷을 꺼내 입었죠.
청사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Baggage Claim이 나오는데 똿~ 북극곰 박제(아마도)가 탑승객을 맞이하네요.
박제인지 모형인지 모르겠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거대합니다. 북극곰은 노르웨이 특히 스발바르를 대표하는 야생동물이죠. 노르웨이에서 북극곰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가 스발바르니까요.
스발바르에서 볼 수 있는 야생 동물로는 북극곰 이외에 북극 여우, 순록, 고래, 물개, 바다코끼리 등이 있는데 전부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은 아닙니다. 특히 여름에는요. 아주 운이 좋아야겠지요(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도 이번에는 별로 운이 없었습니다. ㅠ.ㅠ).
집을 챙겨 나온 시간이 밤 12시 30분. 미리 예약해 둔 호텔 측에 교통편을 문의했을 때 셔틀 버스가 끊길 시간이니 택시(대략 100~150크로네 정도)를 타고 들어오라는데 정작 있어야 할 택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없다던 셔틀 버스가 떡 하니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운행하는 것 같은데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니 Longyearbyen에 있는 주요 호텔을 정류장으로 다 들르더군요.
론플에는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셔틀 버스 이용 요금이 60크로네에 현금만 된다고 되어 있지만 75크로네로 올랐고 신용카드도 됩니다. 셔틀 버스는 나가자마자 왼쪽에 보면 정류장 표지판 옆에 정차하고 있고요.
일단 짐을 싣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기사가 돌아다니면서 행선지를 물어보고 요금을 일러줍니다. 요금을 내면 휴대용 단말기에 입력하고는 영수증을 출력해서 거스름돈과 함께 주네요.
Longyearbyen 공항은 시내로부터 약 6.2km 정도 떨어져 있어 차로 8분 정도 밖에 안 걸리지만 막상 걸어 가기에는 애매한 거리죠. 게다가 아무리 백야라고는 해도 한밤중이니까요.
시내로 들어가면서 보니 스발바르는 정말 풍광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빙하에서 녹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모습도 멋지고요. 물론 이것도 케냐에서 누우가 흔하디 흔한 동물인 것처럼 나중에는 노르웨이의 흔한 폭포 중 하나가 되고 말았지만요;;;
셔틀 버스는 정류장에 도착할 때마다 기사가 일일이 알려서 내릴 수 있게 해 줍니다.
드디어 노르웨이 여행의 첫 숙박지인 Basecamp Hotel에 도착했습니다. 노르웨이 여행 중에 묵은 10군데의 숙박 업소 중 가장 비싼 곳(그렇더라도 노르웨이의 물가를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곳은 아니었습니다)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만큼의 가치가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도 부동의 1위를 하는 곳이고 론플에서도 강추하는 곳이어서 은근 기대를 했는데 딱 제 취향이었죠. 독특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드릴 수 있겠습니다.
겉에서 볼 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아 보입니다만 이 호텔의 컨셉은 옛날 스발바르 광산에서 일했던 광부들의 숙소를 재현한 거거든요. 충분히 독특합니다.
입구에 있는 소품마저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 썰매인데 겨울철에는 개와 연결하는 개썰매입니다. 왼쪽의 벤치로 사용되는 건 광산에서 사용하는 화물 트레일러입니다. 표지판에 KROA라고 써 있는 게 보이실텐데 Basecamp Hotel과 연결되어 있고 론플에서도 추천하는 Kroa라는 레스토랑입니다. 나중에 여기에서도 한번 밥을 먹게 됩니다.
호텔의 입구입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트립어드바이저 마크가 보이네요. 이 호텔의 특징 중 하나는 우리나라처럼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건데요. 광부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갱도에서 일하느라 더럽혀진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가면 집안이 오염되므로 밖에 벗어두고 들어갔던 전통이 이어져오는거라고 하네요.
사진에 보이는 여행자도 신발을 신고 있지만 리셉션이 위치한 로비에서는 신발을 신어도 됩니다. 하지만 숙소가 위치한 2층에 올라갈 때는 신발을 벗어서 신발장에 넣고 올라가야 합니다. 호텔이니 신발을 도둑맞을 염려는 안 해도 되겠습니다. :)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왼쪽에는 이 호텔에 묵으면서 이용할 수 있는 각종 투어 소개와 버스 시간표가 게시판에 붙어 있고 아래에는 신발장이 놓여 있습니다. 여기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입구에도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를 비치해 놓았습니다.
입구에서 정면으로 들어가면 숙소로 올라가는 계단과 식당이 나오고, 오른쪽이 reception입니다. 광부들의 숙소를 개조했다고는 해도 채광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분위기가 우중충하지 않고 산뜻합니다.
도착한 시간이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정문이 닫혀 있길래 벨을 눌렀더니 야간 담당 직원(이 또한 여성입니다. 밤이라고 남자 직원이 하고 그런거 없습니다. 여기는 노르웨이니까요~~)이 문을 열어줍니다. 노르웨이에 와서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노르웨이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쁩니다. 나중에 보니 이 호텔의 모든 직원들이 다 예쁘고 친절합니다. 노르웨이 여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 엘프급입니다. 어흑~
reception 안쪽으로 로비가 있습니다.
오른쪽에 보시면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이건 스발바르 뿐 아니라 노르웨이 전역의 호텔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호텔 로비에 차와 커피, 때로는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는 24시간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객실에 커피 포트가 있는 경우가 없습니다. 있을 필요가 없는거지요.
로비 한 켠에는 북극 여우의 실감나는 박제가 놓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것도 실제인 듯. ㅠ.ㅠ
로비에 앉아서 reception 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일반적인 호텔 reception과 달리 basecamp hotel에서는 reception에서 음료와 술 등도 팝니다. 물론 물가가 비싼 노르웨이라는 걸 감안했을때에도 더 비쌉니다만;;;;
reception 한켠에는 기념품 코너도 있습니다. Basecamp Explorer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뿐 아니라 케냐의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도 basecamp hotel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사이족이 생산한 제품을 노르웨이에서 판해합니다. 케냐 여행을 가기 전에 알았다면 거기서도 Basecamp Explorer를 이용했을지 모르겠네요.
지역이 지역인만큼 추위를 막을 수 있는 outdoor wear 들이 많습니다. 양말도 있고, 바람막이도 있고, 버프도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후덜덜하게 비쌉니다. 대략 가벼운 점퍼 하나에 15만 원쯤 하는 것 같아요. ㅠ.ㅠ
나중에 오슬로로 돌아갈 때 가격도 적당하고 기념도 되는데다 무엇보다 이중벽으로 만들어져 있어 실용적인 컵이 있길래 사왔습니다. 6개들이로 사면 할인폭이 크던데 6개나 필요할까 싶어서 그냥 2개만 집어 왔더니 돌아와서 6개 사올 걸하고 후회했습니다.
reception을 지나 식당으로 들어가는 통로에도 눈에 띄는 소품 등이 많습니다. 저쪽 벽에 걸린 건 아무래도 고래 등뼈인 듯 싶은데요.
옛날 노르웨이인들이 신었음직한 방한부츠인데요. 암만 봐도 물개 가죽인 듯 싶어요.
온도계 같은 측정 장치들도 장식품처럼 한쪽 벽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2층 객실로 올라가기 전 1층 구석에 식당이 자리잡고 있는데 여기도 분위기가 범상치 않습니다. 온통 나무로 둘러쌓여 있어요.
10명 넘는 group이 와도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대형 테이블도 있고요.
식당을 장식한 소품들도 앤틱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반대쪽 벽에는 북극곰을 비롯한 각종 동물의 가죽과 뿔이 걸려 있고,
그 당시 광부들이 사용하던 각종 장비도 벽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온통 나무로 뒤덮힌 자리인데 그냥 가벼운 판자가 아닙니다. 모두 원목이라서 엄청 무겁고 단단해요.
입구 반대편이 뷔페를 차려놓는 곳입니다.
치즈와 팬케잌을 두는 곳인데요. 이어지는 계단으로 2층 숙소와 연결됩니다. 아침 먹으러 내려올 때는 이쪽 통로를 사용했죠.
어김없이 벽에도 라이플이 걸려 있습니다. 아마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듯해요. 왜냐하면 나중에 스발바르를 돌아다니면서 총을 메고 다니는 현지인들을 왕왕 목격할 수 있었거든요. 그냥 장식용 라이플은 아닌 듯.
식탁 분위기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저도 언젠가는 집에 이런 식탁을 두고 싶네요. 만드는데 꽤 비용이 들겠지요? ㅠ.ㅠ
밤이라서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마음껏 사진을 찍었습니다~~
객실로 이어지는 복도는 이런 모습입니다.
광부들이 묵던 숙소의 모습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재현해 놓았습니다.
제가 묵었던 객실입니다. 일반적인 객실의 구조와 완전히 다릅니다. 테이블이 놓인 곳의 단이 더 높아요. 테이블은 돌이고 의자는 모두 가죽을 씌웠습니다.
다른 방도 더블 베드가 없는지 모르겠으나 제가 묵은 방은 보시는 것처럼 싱글 2층 침대였습니다. 굉장히 좁고 답답한 듯 보이지만 굉장히 안락하고 편안합니다. 첫날부터 푹 잘 잤죠. 제가 2층에서 잤는데 일어나다 천정에 머리를 박는 사고도 다행히 없었습니다. ^^
욕실의 모습입니다. 객실 자체가 좁기 때문에 욕조는 없고 샤워 부스만 있는데 비치되어 있는 샴푸, 린스 등이 모두 친환경 오가닉 제품이에요~~
보시는 것은 휴게실로 활용하는 호텔 다락방입니다. 상당히 안락해요.
소장품 전시실처럼 활용하기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쿠션, 무릎 담요를 이용해서 편하게 누워 있을 수도 있고 TV를 봐도 됩니다. 투숙객들도 잘 이용하지 않는 곳이라서 둘째 날 밤에 혼자서 독차지하고 감자칩에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재미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속도가 우리나라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노르웨이의 모든 숙박 시설에서는 와이파이가 무료이기 때문에 가져간 노트북으로 서핑이나 SNS도 무난하게 했죠.
내일도 오전부터 워킹 투어를 할 예정이라 억지로라도 자야 해서 씻고 암막 커튼을 내린 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서둘러서 누웠는데도 새벽 1시가 넘었네요;;;
닫기
* 헬싱키 공항에서 마신 음료
- 생수 1병 : 3.4유로
- 아메리카노 1잔 : 3.7유로
= 7.1유로
* 오슬로 공항에서 먹은 저녁값
- 베지 피자 3조각 : 38 X 3 = 144NOK
- 마가리타 피자 1조각 : 48NOK
- 콜라(리필) : 33NOK
= 225NOK
* 오슬로 공항에서 산 간식
- 바나나 3개 : 10 X 3 = 30NOK
- 사과 2알 : 10 X 2 = 20NOK
- 트윅스 초코바 1개 : 27NOK
= 77NOK
* 스발바르 셔틀 버스 이용료 : 75 X 2 = 150NOK
크로아티아 여행 때
'싱가포르 여행 때는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해서 새벽부터 서둘렀는데 이번 여행은 오후 2시 50분 출발 비행기라서 한결 여유가 있다'고 입방정을 떨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노르웨이 여행도 10시 2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라서 새벽에 일어날 수 밖에 없었거든요. 혹시 몰라서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과일 한 쪽 먹고 바로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지난 크로아티아 여행 때는 도림군이 데려가 달라고 시위를 하더니 이번에는 모찌군이 바톤을 넘겨 받았습니다.
똘똘군도 질세라 합류하네요. ^^
짐을 싸느라 새벽 1시 30분에야 잠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미리 짐을 싸 놓으니 아침에 부랴부랴 나오는 일은 없네요.
최근의 여행에서는
공항버스 리무진을 이용(90분 소요)하거나 택시를 이용(50분 소요)했습니다만 이번 노르웨이 여행 때는 공항 철도를 이용(70분 소요)해 인천 공항으로 갔습니다.
공항 철도는 공항버스 리무진보다 빠르고 쾌적하기는 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기 때문에 홍대입구역에서 갈아탈 때 시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 저도 7시 29분차를 놓치는 바람에 10분 뒤에 오는 열차를 탈 수 밖에 없었죠.
8시 30분 쯤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버스 리무진의 경우에는 내려서 청사 안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체크인 카운터로 연결되지만 공항 철도는 내려서 한 층 위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이번 여행처럼 짐이 많거나 캐리어가 크면 조금 불편합니다. 참고하시고요.
아직 휴가 기간 전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붐비지는 않네요.
일찍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핀 에어가 만석이라 좌석을 붙여서 발권하지 못하고 대각선으로 떨어진 자리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다른 승객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부담이... 아무리 바빠도 온라인으로 발권하는 게 마음이 편하죠.
가져간 큰 캐리어 1개와 작은 캐리어 1개는 수화물로 부치고 카메라 장비가 든 가방만 챙겼습니다. 사실 카메라 장비 가방 무게만 10kg이 넘기 때문에 항공사 측에서 무게를 재 보자고 했으면 걸렸을텐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더군요.
체크인을 하자마자 들어갔는데도 보안 검색대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했습니다. 인천 공항도 검색 절차가 조금 철저해진 것 같기도 하네요.
어르신들 선물로 미리 사 둔 면세품을 찾으려고 하니 126번 탑승동이라며 이동한 뒤 거기에서 찾으라고 합니다.
외곽 탑승동 면세품 인도장은 121과 122 탑승동 사이에 있습니다. 면세품을 찾고 나니 정작 아침을 먹을 시간이 부족하네요. 10시 20분 출발인데 핀 에어는 9시 30분부터 탑승을 시작합니다. 결국 아무것도 못 먹고 비행기에 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행기에 올라 보니 맨 뒷 좌석으로 배정했더군요. AY0042편은 제가 선호하는 2-4-2 배열 비행기로 오른쪽 뒤의 두 자리 중 통로 쪽에 앉은 젊은 여성분(헬싱키에 사는 교포 2세인 듯 했습니다)에게 어렵게 부탁했는데(정 안 되면 창가쪽으로 들어가 주시면 고맙겠다고까지 부탁하려고 했는데), 흔쾌히 바꿔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 사실 한국말을 잘 못하시는 분이었는데 제 어눌한 영어에도 두 말 않고 바꿔주셔서 좀 놀랐습니다.
덕분에 창가 두 자리에 앉아서 편하게 올 수 있었죠. 알고 보니 좌석을 바꿔 주신 분도 비건이더군요. 아무래도 서빙을 편하게 하기 위해 비건들을 맨 뒷자리로 몰아 넣은 듯;;;
핀 에어는 전반적으로 좌석 간격이 조금 좁은 듯 느껴지지만 맨 오른쪽 뒷 좌석이라 시트가 뒤로 많이 제껴지기 때문에 큰 불편없이 갔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교적 깨끗한 신형 항공기 같았습니다. 정면에 개인 터치 스크린도 있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USB 충전 단자는 없었습니다.
이륙 후 한 시간 정도 비행한 후에 스넥과 음료가 서빙되었습니다. 짭짤한 맛과 달달한 맛이 섞인 스넥을 안주로
핀란드 Karhu 맥주를 마셨습니다. 예전에 쿠바 여행 때 마리아 라 고르다 해변에서 마신 맥주와 비슷한 디자인인 듯 한데.... 어쨌거나 5.3% 도수의 맥주로 목넘김도 깔끔하고 향도 좋은 편이네요.
기내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로 추천합니다. 핀 에어를 이용하는 분들은 드셔보세요.
스넥과 음료가 서빙된 후 곧바로 점심 식사가 나왔습니다. 받아보니 비건식이 아니더군요.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힌두식은 비건식인데 핀 에어는 예외입니다. 힌두식으로 요리된 고기가 들어가네요. 치킨도 그렇고 커리에 양고기도 들어간 듯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 걸 그랬네요. 결국 한 숟가락도 못 먹고 샐러드와 빵, 과일만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이 실패를 거울 삼아 돌아오는 항공편의 기내식은 비건식으로 변경해서 제대로 먹었죠.
아침도 제대로 못 먹은 빈 속을 맥주로 채운데다 점심도 부실하게 먹어서 그런지 갑자기 두통이 시작되더군요. 상비약을 챙겨오기는 했지만 수화물로 부친 짐에 있기 때문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현지인 승무원에게 기내 상비약을 부탁하니 없다고 합니다(응? 기내에 상비약이 없다고?). 결국 자기가 먹는 두통약을 가져다 주네요.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아쉬운 김에 받아서 감사히 먹었습니다.
착륙 1시간 전 쯤에 저녁 식사가 나왔습니다. 이번에도 한쪽에는 새우가 들어있어서 못 먹었지만 다른 쪽 커리에는 브로컬리만 들어 있어서 점심 기내식보다는 조금 더 먹을 수 있었죠. 우리나라 국적기처럼 기내식이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구성이 단순한 편입니다. 맛은 괜찮아요.
사진만 보면 순조롭게 비행하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종사가 상당히 조종을 험하게 하는지라 급선회, 급하강이 꽤 많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저는 약간 어지럽기까지 하더군요. 핀 에어가 원래 이렇게 비행을 험하게 하는지 이 노선만 이런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운이 없게도 기내식이 나올 때마다 난기류를 통과하는 바람에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려서 뭘 먹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전 10시 20분에 이륙해서 핀란드 헬싱키 국제공항에 오후 2시에 정확하게 착륙했습니다. 비행 시간이 대략 9시간 20분 정도 되는데 제 생각에 딱 좋은 정도의 체공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저는 10시간이 넘으면 그 때부터 힘들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핀 에어에 대한 개인적으로 평가해본다면 기내식 선택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신형 비행기라 깨끗하고 서비스도 효율적이었습니다. 난기류 통과가 많아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현지 여승무원들이 모두 나이가 지긋한 노련한 베테랑들이어서 믿음이 가더군요. 게다가 무엇보다 시간 절약에 좋네요. 다른 노선도 다시 이용할 생각이 있습니다.
transfer를 위해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 내렸습니다. 유럽의 허브 공항 중 하나답게 꽤 넓습니다.
보안 검색은 그리 까다롭지 않은데 출국 심사가 의외로 까다롭더군요. 복사가 잘 안 된다면서 여권 커버를 벗겨서 달라고 하지를 않나, 여행지, 여행 기간, 어디어디를 들르는지 꼬치꼬치 물어봤습니다. 제가 불법 입국이라도 하게 생긴건지;;;;
노르웨이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24번 게이트에서 타기로 되어 있어 이동했습니다.
헬싱키 공항의 단점은 게이트 앞이 너무 좁아서 좌석도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겁니다. 승객이 많아지니 북새통이 따로 없네요. 게다가 모든 좌석을 카페테리아처럼 만들어놔서
그냥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별로 없습니다. 헬싱키 공항을 이용할 분들은 미리미리 해당 게이트로 이동해서 자리를 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헬싱키 공항에서 2시간 5분 정도 대기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은데다 헬싱키 공항에서도 무료로 와이파이를 쓸 수 있기에 이메일도 확인하고 온라인 게임도 한 판하려고 전력선을 찾았는데...
심봤다~ 바로 옆 23번 게이트에 어댑터 뿐 아니라 USB 충전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더군요. 보시는 것처럼 스마트폰도 충전하고 노트북도 연결해서 잘 썼습니다.
4시 5분 출발 비행기이고 3시 35분부터 탑승이 시작되기에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차가운 커피나 한 잔 마시려고 게이트 앞에 있는 간이 매점에 들렀는데 아이스 커피가 안 된다고 합니다. 이 날씨에 뜨거운 커피를 마셔야 하다니... ㅠ.ㅠ
500ml 생수 한 병(3.4유로)하고 아메리카노 1잔(3.7유로)을 주문했습니다. 유로화가 없어서 처음으로 유니온 페이 체크 카드로 결제를 시도했는데 안 되더군요. 어쩔 수 없이 비자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다행히 미화로 결제되네요.
4시 15분쯤 이륙했습니다. 오슬로로 들어가는 비행기는 3-3 에어버스였는데 좌석 간 간격이 길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보잉 기종보다 에어버스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좌석 간 길이가 더 길어서 쾌적하거든요. 대신 개인용 모니터는 없네요. 단거리 노선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서 노르웨이 오슬로 공항까지 비행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됩니다. 이 노선의 승무원들도 역시 나이가 지긋한 분들입니다. 저는 젊고 예쁜 승무원보다 나이 지긋한 베테랑들을 더 좋아합니다. 부담이 없어서 그런가 아님 서비스가 더 노련해서 그런가 몰라도 마음이 더 편해지거든요.
중간에 음료 서비스가 한번 있는데
핀 에어의 이 노선을 이용하실 분들은 블루베리 주스를 드셔보세요. 보기보다 맛있습니다. 추천~ 음료를 제외한 과자 등의 스넥은 모두 유료라서 결제 후 드셔야 합니다;;;
구름 속을 통과할 때는 비도 많이 오고 해서 오슬로 날씨가 걱정되었는데,
구름만 벗어나면 해가 쨍쨍 비치는 걸 보면 날씨가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구름이 양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게 참 예쁘네요.
비행기에서 바라본 노르웨이는 첫 인상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높은 건물이 없고 녹음이 우거진데다가 물도 많이 보이네요(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물이 많아도 너무 많아요;;;). 보고만 있어도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오후 4시 35분에 오슬로 국제공항에 내렸습니다. 4시 5분에 출발했고 비행 시간이 1시간 30분인데 왜 오후 4시 35분이냐 하면
노르웨이가 여름철에 서머타임을 적용하는 나라라서 그렇습니다.
공항에 내려 짐을 찾으러 가면서 보니 공항 바닥이 온통 오크 원목입니다. 헐~ 이 비싼 오크 원목으로 바닥을 깔다니.... 나무가 많은 나라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바닥 뿐 아니라 계단 난간도 모두 오크 원목입니다.
짐을 찾으려고 기다리는 동안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baggage claim이 10분 정도 멈추더군요. 그동안 심심해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보시는 건 baggage claim 바로 앞에 있는 면세점인데요. 꼭 마트 계산대처럼 생겼죠. 신기해서 알아보니
노르웨이가 주류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핀란드, 스웨덴 등 인접국가를 비행기로 다녀오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꼭 면세점에 들러 와인 등 술을 사 간답니다. 우리처럼 그냥 선물로 한 병, 두 병 사는 게 아니라 가족 수 최대 한도까지 맞춰서 바리바리 싸 들고 나갑니다. 자기가 마실 걸 사가는거죠.
그러는 동안 멈추었던 기계가 작동을 시작해 짐을 찾은 뒤 일단 공항 대합실로 나왔습니다.
헬싱키를 거쳐오면서 출국 심사를 엄격하게 받아서 그런지 별도의 입국심사는 없었습니다.
오슬로로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스발바르로 올라갈 예정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 SAS 항공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했습니다. Self로 체크인하는 키오스크를 이용할까 하다가 사람도 별로 없고 한가해 보이기에 비즈니스 체크인 카운터에 물어보니 그냥 여기에서 하라고 하더군요. 럭키~
방금 찾은 짐을 다시 부치고 면세구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슬로 공항도 헬싱키 공항만큼은 아니지만 꽤 큽니다. 특징적인 것은 스넥바나 레스토랑이 한 구역에 모여있지 않고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네요. 덕분에 뭘 좀 먹으려고 공항을 샅샅이 뒤지며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ㅡㅡ;;;
결국 제가 먹을 수 있는 곳을 발견하지 못하여 피자헛에서 베지 피자 3조각(144크로네), 마가리타 피자 1조각(48크로네), 콜라 한 잔(33크로네)으로 저녁 겸 먹었습니다. 도우가 얇아서 한 조각으로는 도저히 요기가 안 되더군요. 총 225크로네니까 우리 돈으로 3만 2천 원 정도 하네요;;; 드디어 초고물가 경험이 시작되었습니다. ㅠ.ㅠ
오슬로 공항도 그렇고 노르웨이의 공항에서는 특이하게도 공항 내 마트에서 바나나, 사과 등의 과일과 생화(응?)도 팝니다. 스발바르로 올라가는 비행 도중에 먹으려고 바나나 3개(10 X 3 = 30크로네), 사과 2개(10 X 2 = 20크로네), 트윅스 초코바(27크로네)를 샀습니다. 총 77크로네(11,000 원).
공항 내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있습니다. 다치지 않게 바닥을 우레탄으로 깔고 미끄럼틀을 비행기 모양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이 때는 몰랐지만 노르웨이는 복지국가답게 아이들을 마음껏(?) 낳고 그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도 곳곳에 많더군요.
8시 35분 쯤에 SAS항공(스칸디나비아 항공)의 탑승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슬로 공항에서 2시간 20분 정도 대기했는데 사실 저는 그 때 한국에서 끝마치지 못한 일을 들고 온터라 와이파이 연결해서 파일 다운받고 작업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 앞으로는 절대 안 하리라~~
근데 SAS는 보딩부터 좀 어설픕니다. 두 줄로 진행하는데도 손이 너무 느려서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해서 보니 화장실에 재떨이가 달려있는 구형 기종이고 시트가 비닐이라서 오래 앉아 있으니 땀이 찰 지경이더군요. 무엇보다 에어컨이 엉망이라 푹푹 찝니다. 추워서 담요를 덮고 있어야 하는 요새 비행기들과 전혀 다르네요. 게다가 뜨거운 티백차를 제외하고는 주스 한 잔까지 모두 유료입니다. 제가 왜 이렇게 불평불만을 늘어놓냐 하면
오슬로 발 스발바르행 항공료가 무려 1인 당 64만 원이나 하거든요. 비행 시간이 3시간 가까이 된다는 걸 감안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죠.
3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밤 11시 50분 쯤 스발바르의 롱이어바이언(Longyearbyen) 공항에 착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