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 주요우울장애 진단을 위해 MMPI 결과에서 주로 확인하는 건 2-7-0 code pattern의 유무입니다.
사실 2-7-0 또는 2-7 code pattern이 우울 장애인 경우보다는 PTSD(그 중에서도 Delayed PTSD)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저는 2-7-0, 2-7 code pattern이 의심되면 PTSD를 먼저 변별하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실제로
'우울을 호소하나 Delayed PTSD를 의심해야 하는 수검자의 MMPI-2/A 양상' 포스팅에서처럼 알고 봤더니 Delayed PTSD로 진단해야 하는 사례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단할 수 있는 전형적인 MMPI-2 검사 sign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MMPI-2로 국한해 설명하는 이유는 MMPI-A를 적용해야 하는 건 17세 이하 청소년인데 청소년을 주요우울장애로 진단하는 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 상 약물 치료가 동반되어야 하는 주요우울장애의 전형적인 검사 sign은 다음과 같습니다.
* 타당도 척도 : 정상 수준
: F 척도군도 전혀 상승하지 않는, 그야말로 normal profile이 나옵니다. F, F(B)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건 수검자가 적극적으로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한다는 의미인데 주요우울장애에 속하는 수검자들은 그런 호소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 때가 많습니다.
* 임상 척도 : 2번 척도 단독 상승(Spike 2)
: 0번 척도가 함께 상승해서 2-0 code pattern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0번 척도의 상승은 기질/성격 때문인 경우가 많고 이는 대부분 TCI 결과로 설명이 됩니다. 또한 2번 척도의 상승폭만큼 9번 척도의 하강폭도 중요합니다. 주요우울장애의 경우 9번 척도가 낮을수록, 정확하게는 2번 척도와 9번 척도의 차이가 클수록 우울 정도가 심한 것이고 9번 척도가 30T에 근접할수록 약물 치료를 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재구성 임상 척도 : RC2 척도 단독 상승
: 2, 9 임상 척도의 관계처럼 RC9 척도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또한 간혹 RC2 척도는 유의미하지 않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2번 척도가 depressed mood(-요인의 상승)를 측정하는 것에 비해 RC2는 low positive emotion(+요인의 하강)을 측정하기 때문에 항상 2번 척도와 함께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성격 병리 척도 : INTR 척도 단독 상승
: 2, 9 임상 척도의 차이처럼 AGGR 척도 점수가 30T에 근접하고 INTR척도와 차이가 커질수록 증상이 심한 겁니다.
'INTR, SOD(A-sod), Si 척도를 통한 내향성 이해'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INTR 성격 병리 척도는 우울 취약성을 드러내는 성격 병리 척도이기 때문에 INTR 척도가 상승하면 우울 장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내용 척도 : 신경증 척도군에서 ANX, DEP 척도만 상승
: 이 경우에도 ANX 척도보다 DEP 척도 점수가 더 높습니다. 신경증 관련 내용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 대개는 ANX 점수가 가장 높기 때문에 DEP 척도가 더 높은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후반부의 척도 중에서는 LSE 척도가 매우 높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우울 정도가 심해집니다. LSE 내용 척도가 인지 삼제(cognitive triad)에 해당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그렇죠. 나머지 내용 척도는 유의미한 척도가 드뭅니다.
* 보충 척도 : R 척도의 상승
* 임상 소척도 : D1, D2, D3 척도 조합의 상승
: D4, D5 소척도까지 모두 65T 이상으로 상승했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도 쉽게 구분이 될 정도로 D1, D2, D3 점수가 D4, D5 점수보다 높은 양상을 보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임상 소척도는 대부분 유의미하지 않은 경향을 보입니다.
* 내용 소척도 : DEP 척도 내 소척도들의 상승
: 특히 DEP1(동기 결여), DEP2(기분 부전) 소척도의 상승이 두드러집니다. 임상 척도에서 0번 척도가 동반 상승한 경우는 SOD 척도 내 소척도들도 함께 상승합니다. LSE 척도에서는 LSE1(자기 회의) 소척도가 유의미합니다. 나머지 내용 소척도들은 대부분 유의미하지 않은 경향을 보입니다.
노파심에서 당부드리자면 위에 소개한 조합은 주요우울장애로 의심할 만한 지극히 전형적인 검사 sign들을 제시한 것이니 이 조합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주요우울장애가 절대로 아닌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조건들을 모두 만족한다면 주요우울장애가 아닐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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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M-5가 출시된 것이 2013년 5월이니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DSM-IV(TR아님)가 1994년에 나왔으니 거의 20년 만에 개정되는거라서 정신의학 뿐 아니라 임상심리학 분야에서도 난리가 났었죠. 벌써 열기가 좀 시들해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병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DSM-5의 진단 기준을 도입한 곳을 아직까지는 찾기도 쉽지 않고요. 그래도 대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도 틈틈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NIMH가 보이코트했다고 해서 DSM-5가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니 결국 바꾸실 수 밖에 없을테고요.
물론 학지사에서 한글 번역판이 나오면 그 때 가서야 열공들 하시겠지만(웃음~).
이 책은 DSM-III-R과 DSM-IV에서 각각 TF팀의 위원과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정신의학적 진단 분야의 석학인 Allen Frances 박사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Allen Frances 박사는 DSM-5를 비판하는 세력의 최전선에 선 사람 중 하나입니다. DSM-5가 발간되기 수년 전부터 개정 방향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요. 그러니 이 책은 DSM-5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재미있는 건 6명의 정신과 의사들이 공동으로 번역을 했는데 대표역자인 박원명 선생님의 역자 서문을 보면 Allen Frances의 견해에 반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살짜기 느껴더군요. 일부를 그대로 한번 옮겨보죠.
"아직까지 국내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볼 때 정신과적 진단을 내린다는 것은 그 당사자에게 사회적 낙인을 주는 것과 다름 없다는 점에서는 엄격하고 제한적인 진단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증상 초기 시점에 엄격한 진단 기준을 충족시키지는 않지만 다양한 근거들과 임상의사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증상 악화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이 될 때에도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 것은 결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략..."
저는 DSM-IV의 범주적 다축 체계가 차원적 체계로 바뀐 것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고 field에서 일하는 상담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DSM-IV에 비해 임상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과잉 진단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Allen Frances 박사의 견해에 전적으로 찬동합니다.
그래서 DSM-5의 장점과는 별개로 DSM-5의 단점과 함께 DSM-5가 가져올 임상 현장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기 위해서 임상가라면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드리기는 어려운 것이 참 재미없게 쓰여졌어요. 내용이야 당연히 딱딱할 수 밖에 없지만 편집도 재미없고, 스타일도 재미없고, 문체까지 재미없더군요. 그래서 한약을 먹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응?). DSM-5를 공부하기에 앞서 몸 만들기의 차원에서 읽으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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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SM-5의 문제점
1. 정상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세 가지 새로운 질환 도입
-> 폭식장애, 경도신경인지장애, 파탄성기분조절장애
2. 현존하는 질환의 진단 기준 역치를 더 낮춤
-> 애도 반응이 심할 경우 MDD로 진단 가능
-> 성인 ADHD 진단 기준이 느슨해져 정상 범주의 산만함과 쉽게 혼동될 수 있음
-> 약물 남용의 초기 단계와 마지막 단계인 약물 의존 단계를 하나의 범주로 통합
* 아주 확실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첫 방문에서는 심각한 질환으로 진단하지 않거나 아예 진단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즉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진단을 덜 내리는 것이 안전하고 보다 더 정확하다.
* 히포크라테스의 오래된 격언을 항상 기억하자.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약 2/3의 ADHD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증상이 지속되는데 보통 주의력 결핍 우세형에서 그러하다.
* DSM-5에서 ADHD의 발병 연령을 12세까지 늦춘 것은 실수이다. ADHD와 다른 과잉활동, 충동성, 주의 산만함을 일으킬 수 있는 정신장애가 혼동스럽게 될 것이다.
* 품행장애의 진단적 특징 중 하나는 아이가 문제의 원인을 언제나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 상당히 곤란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정신의학용어인 품행장애를 부여하기 전에 신중을 기하라. 의문이 생긴다면, 품행장애가 아닌 적응장애로 진단하라.
* 적대적 반항장애와 품행장애를 구분해 주는 명백한 경계선은 없다. 진단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 진단을 의심하는 기회를 갖고 덜 심각한 진단인 적대적 반항장애로 보아라. 특히 아이가 스트레스 많고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더욱 그러하다.
* 달리 분류되지 않는 진단을 이용하는 것이 근거가 부족한 추론에 의한 특정한 진단보다 낫다. 예를 들어, 지적발달장애를 가진 이가 환청과 망상을 가지게 되었을 때 조현병의 진단보다는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정신병적장애가 더욱 정확한 진단일 수 있다.
* 기분과 일치하는 정신병적 양상
: 우울증에서 보이는 집착은 망상적 확신으로 변하기도 한다. 환청도 생길 수 있는데 대개는 가혹할 만큼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 정신병적 주요우울증과 분열정동장애를 구분하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임상 실제에서는 그렇지 않다.
* 주요우울장애의 경우 첫 삽화가 발생한 후 또 삽화가 일어날 확률은 50%이다. 두 번째 삽화 이후에 세 번째 삽화가 생길 확률은 70%로 높아진다. 한 삽화에서 1/3은 완전히 회복되고, 1/3은 호전되지만 잔류증상이 남아 있으며, 1/3은 첫 번째 치료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아 다른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
* 신체 증상 뿐 아니라 뚜렷한 심리적 증상이 있고 이로 인해 심각한 고통이나 장애가 야기될 때만 월경전불쾌감장애로 진단해야 한다. 지속성 차원에서는 불쾌감이 최소 1년 동안 대부분의 월경 주기에서 나타날 때만 진단해야 한다.
* 50세 이후에 우울증이 처음 발병했다면 신체 질환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강력히 암시한다.
* DSM-5에서는 빈번하게 분노발작(temper tantrum)을 보이는 소아를 기술하기 위해서 DMDD라는 진단을 만들었다. 이 진단은 최소한의 연구에 바탕을 둔 것으로 소아 양극성장애의 과잉 진단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에 의해서만 정당화될 뿐이다.
* 제 1형 양극성장애의 첫 번째 삽화는 일반적으로 35세 이전에 시작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동안 많은 삽화를 경험한다.
* 단지 조증삽화만을 경험하고 우울삽화를 경험하지 않는 제 1형 양극성장애 환자는 지극히 적다. 이들은 주로 남성인 경우가 많고, 대부분 이후에 주요우울삽화를 겪게 된다.
* 제 2형 양극성장애의 진단을 간과하는 것(그리고 항우울제만으로 치료하여, 경조증으로의 전환, 초조, 급속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과 제 2형 양극성장애로 잘못 진단하는 것(불필요한 기분조절제를 투여하여 당뇨병이나 심장 질환의 위험성을 높이는 체중 증가의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안 좋을지에 대하여 항상 위험과 효과를 개인별로 분석해야 한다.
* 제 1형 양극성장애보다 제 2형 양극성장애가 경한 형태라고 추측하지 말아야 한다. 제 2형 양극성장애에 명확한 조증삽화는 없을지라도, 우울삽화가 극심하고 자살 위험도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광장공포증은 반복되는 공황발작의 결과로 인해 생기는 2차적 후유증이다.
* 나는 범불안장애 진단이 환자의 걱정이 너무 지나치고, 오래 지속되고, 평범하지 않을 정도이고, 생활에 지장을 주고, 오래 가고(최소 6개월 또는 그 이상), 다른 진단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에만 붙여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 범불안장애는 다른 모든 것들이 배제되고 난 다음에야 사용할 수 있는 잔류형 진단으로, 검토할 사항에서 맨 마지막에 있어야 한다.
* 강박행위는 강박사고에 비해 노출기법에 의하여 치료되기 쉽다.
* 저장강박증은 전에는 강박장애의 한 종류로 생각되었지만 현재는 다른 뇌의 작동방식과 치료방식들에 의해 강박장애와는 분리되었다.
* ADHD의 치료제로 사용하는 정신자극제들이 틱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 DSM-5는 직접적인 노출은 없었지만 단지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가 경험했던 폭력적인 외상 사건에 대해 알게 된 사람에서 PTSD 진단을 허용함으로써 이런 역치를 상당 수준 낮췄다. 법의학적 소송 절차에서는 개인이 외상적 스트레스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에만 이 진단을 내리기를 권장한다.
* 지연성(with delayed onset) PTSD는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한 후 6개월을 넘겨서 증상이 시작된 경우에 적용한다.
* 다른 형태의 환각(환시, 환촉, 환미, 환후)은 조현병에서 있을 수 있지만 물질 사용이나 신경과 질환에서 더 특이적이다.
* 와해된 언어는 흉내내기 어려운 조현병만의 증상이며 꾀병을 감별하는 방법이다.
* 신체망상과 강력한 건강염려증은 구별하기 어렵다.
* 일시적인 정신병적 증상은 약물에 중독된 상태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고, 금단 상태에서는 보다 적게 나타난다.
* 젊은 환자에서의 제 1형 양극성장애
: 조현병에도 긴장형이 있지만, 젊은 환자에서는 긴장증이 조증삽화의 증상으로 더 자주 나타난다.
* 약화 정신병 증후군(Attenuated Psychosis Syndrome)은 DSM-5의 3절에 추가 연구가 필요한 제안 진단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정신병적장애로 간주하면 안 된다.
-> 높은 수준의 false positive error
* DSM-5는 기존에 다른 카테고리에 속해 있던 물질남용과 물질의존을 하나로 분류해 물질사용장애로 묶는다. 물질의존과 물질남용을 한 테두리로 묶는 것에는 뚜렷한 이득이 없고 세 가지 뚜렷한 손해가 있다.
: 낙인, 정보 분실, 잘못된 메시지
* 섬망 환자들은 왜곡된 지각을 느끼며(특히 착시나 환시), 수면-각성 주기는 보통 뒤바뀐다. 낮 동안은 호전되나 밤에는 악화된다.
* 약물 상호반응이나 과다복용은 노인 환자에서 섬망의 주요 원인이며, 가장 먼저 의심해 보아야 한다.
* DSM-5에는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주요신경인지장애(치매)가 진단될 수 있는, 경도신경인지장애라는 새로운 진단 범주가 추가되었다.
: 높은 위양성률,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준
* 성격장애 환자들은 대개 나이가 들면서 온화해지는데 특히 경계성 성격장애와 반사회성 성격장애에서 나타난다.
* 나는 간헐성 폭발장애가 하나의 정신장애로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하며, DSM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반드시 모든 다른 설명을 충분히 고려하고 배제한 후에야 비로소 이 진단을 내려야 한다.
* 신경성식욕부진증의 발병은 보통 사춘기나 초기 성인기에 이루어진다. 만약 발병이 그 이후라면 진단을 내리기 전 기타 다른 의학적 원인이 없는지 면멸히 살펴보아야 한다.
* 폭식장애는 DSM-5에 새로 들어온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진단명 중 하나이고 나는 이 진단의 사용을 반대한다.
* 일주기리듬수면-각성장애는 가장 흔히는 밤 근무를 해야 하는 사람이나 일정한 수면 양상이 확립되지 못하는 교대 근무자에게서 발생한다. 뇌가 적응할 수 있는 일보다 더 빠르게 표준시간대를 통과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일주기 수면 문제로 힘들어한다.
* 소아성애장애자는 적어도 16세 이상이어야 하며 대상이 되는 어린이보다 5세 이상 나이가 많아야 한다. 이들은 희생자가 취약하거나, 혹은 성인인 성적 대상이 마땅치 않거나, 물질의 탈억제 효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아를 우연히 성적 대상으로 삼은 단순 범죄자와 구별되어야 한다.
* 신체증상장애는 암, 당뇨, 심장병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진단이 필요하다면 적응 장애를 적용하면 된다.
* 물질중독은 독보적으로 가장 많은 이인장애와 비현실감을 야기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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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현대인의 감기로 불릴 정도로 이제는 꽤 흔하게 볼 수 있는 정신 장애이고 예전에 비해 "나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 받고 있어"라고 드러내도 주변 사람들이 백안시하는 정도가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심리평가를 할 때 우울하다고 호소하는 수검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들이 우울하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별다른 고민없이 자동적으로 Depressive Disorder(그 중에서도 MDD)를 떠올린다는 것입니다.
우선
'우울하다'라는 말이 수검사/내담자와 임상가에게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서로 같은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우울하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보고 우울하다고 말하는 것인지 추가 질문(probing question)을 통해 확인해 봐야 합니다.
'우울하다'는 말이 수검자와 임상가 모두에게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도
다음으로 그것이 우울 사고의 문제인지, 우울 정서의 문제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많은 임상가들이 우울하다고 하면 무조건 우울 정서를 떠올리는데 의외로 우울 정서가 아닌 우울 사고의 문제로 힘들어 하는 수검자도 많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이런 임상가는 우울하다는 주 호소만 보고 MMPI-2를 봤는데 우울 관련 척도가 하나도 상승하지 않으면 당황하게 되고 그래도 거기에서 그치고 다른 검사 sign과 교차 검증하면 되는데 의뢰자의 임상적 인상을 믿고 그냥 우울 장애로 진단을 내린 심리평가보고서를 쓰게 됩니다. 물론 로샤 검사의 DEPI 지표 하나쯤은 달아서 쓰겠지요. 하지만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서도 영 찝찝하고 개운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울 정서의 문제가 아니고 우울 사고의 문제인 것을 우울 장애로 진단을 내려 수검자에게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우울 사고의 문제가 있는 수검자는 MMPI-2에서 우울 관련 척도가 기대만큼 상승하지 않으며(오히려 RC2 척도가 상승), 로샤를 봐도 MOR, C' 등으로 채점할 수 있는 반응이 별로 없습니다. 내면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황량하고 건조한 경우가 많아요. 이럴 때는 Dysthymic Disorder를 의심해 봐야 하는 상황이죠.
물론 Dysthymic Disorder도 우울 장애군에 속하니 우울 장애 진단이 맞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치료적인 접근에서 차이가 납니다. 주요 우울 장애로 우울 정서에 의한 고통감이 심하면 필요에 따라 항우울제를 비롯한 약물 치료가 병행되어야겠지만 우울 사고가 주가 되는 경우 약물 치료보다는 긍정적인 정서를 고갈시키는 우울 사고의 핵심 기제를 찾는 작업이 주가 되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으니 그냥 Depressive Disorder로 애매하게 진단하고 마는데(그것도 R/O 붙여서) 그래서는 안 되죠. 그건 평가자의 직무 유기입니다.
또한
우울하다고 해서 그 이유를 들어보면 온통 신체화 증상만 보고하는 수검자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somatic complaint가 수반된 우울 장애와 신체화 자체가 수검자의 문제 영역 혹은 관심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어 기제인 경우를 구분해야 합니다.
전자는 당연히 내면의 우울 정서와 신체화 증상을 모두 지지하는 검사 sign이 발견될테고 후자는 오히려 대인 관계 영역의 문제를 드러내는 검사 sign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니 수검자가 우울하다 호소한다고 해서 다 같은 우울 장애가 아니라는 걸 알고 꼼꼼히 점검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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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나 정신보건임상심리사 레지던트 선생님들은 대부분 대학병원 급의 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싶어합니다. 적절한 금전적 보상과 복리 혜택이 주어지는 유급 수련 과정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양한 유형의 환자를 경험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물론 종합병원에는 다양한 환자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종합병원이라는 수련 현장의 장점은 다양성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업무량에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종합병원이 다양한 환자를 볼 수 있다고 해도 어차피 희귀한(?) 장애는 별로 못 봅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병원에서 Sleep Walking Disorder, Fugue,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환자 등을 평가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애는 몸에 밸 정도로 많이 봅니다.
제가 수련받은 병원의 경우 1년차 레지던트는 1/4분기 동안 지적 장애 판정에 투입되는데 다양한 심각도의 Mental Retardation 환자를 지겹도록 평가합니다. 그 다음에는 발달 장애 클리닉에 투입되어 몇 달동안 Communication Disorder, MR, PDD NOS, Autistic Disorder를 변별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받게 됩니다. 다음에는 보호 병동에서 SPR, MDD 환자를 실컷 평가하고, 다시 외래에서 ADHD, Anxiety Disorder 아동을 평가하게 되지요. 이런 식으로 특정 장애를 일정 기간동안 집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데 이 때 쌓이는 노하우와 지식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특정 장애에 대한 검사 sign과 case formulation의 감을 잡을 수가 있고 유사한 증상을 공유하는 다른 장애와 변별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하나의 장애에 대한 감도 제대로 못 잡으면서 무조건 다양하고 특이한 환자를 본다고 전문성이 저절로 배양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얄팍한 잔수만 늘게 됩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앞으로는 특정 장애에 대한 전문성이 관건이 되기 때문에 심리평가 부문에서도 최종적으로는 특정 장애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통증 클리닉의 집중 훈련 과정을 통해 Pain Disorder 환자에 대한 대가가 되든지, 재활 병원에서 뇌손상 환자의 손상 부위를 아주 detail하게 잡아내는 전문가가 되든지, 섭식 장애 센터에서 Eating Disorder 환자를 평가, 치료, 예방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든지 말이죠.
다양한 유형의 환자를 평가하고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집중'적인 훈련과 전문성의 배양입니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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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는 심리검사 결과를 토대로 검사 시 관찰된 행동 양상과 면담 내용까지 종합해서 작성하게 됩니다. 심리검사 결과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행동 관찰(behavioral observation)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취급되지만 의외로 피검자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ADHD가 의심되는 아동이 왔을 때에는 검사 시 과잉 행동 등 주의력 문제가 의심되는 양상이 나타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고 만성 정신분열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왔을 때에는 hygiene care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많은 선생님들이 정작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는 아무런 기준 없이 검사 또는 면담에서 눈에 띄었던 특징적인 피검자의 모습만을 나열하는데 그치곤 합니다. 그래서 정리해봤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behavioral observation 영역을 기술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무엇보다도 의뢰 사유와 관련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해야 합니다. 위에서 예로 든 ADHD 의심 아동이라면 꼼지락 거리는 행동이라든가, 충동적인 반응 양상을 확인해서 기술해야지 무슨 안경을 쓰고 있었는지, 얼굴이 하얀 지 등은 별로 중요한 정보가 아닙니다. MDD가 의심되는 환자라면 면담 시 눈물을 흘린다든지, 의욕이 없어 반응 속도가 느리다든지, 얼굴 표정이 어둡다든지, 잠을 잘 수 없어서 눈이 충혈되었다든지 하는 정보가 중요하겠지요.
둘째, 의뢰 사유와 관련있는 내용이 두드러지지 않을 경우에는 다음의 순서로 기술하되 피검자가 검사실에 들어와서 검사와 면담을 마치고 나가는 시간 순서를 따릅니다.
1) 피검자의 외양(appearances)을 기술합니다. 이 때, 피검자의 특징적인 모습만 강조하지 말고 가능한 한 피검자의 문제를 드러내는 측면에 집중합니다.
2) 평가자와 상호 작용(interaction) 양상을 기술합니다. 눈 맞춤을 잘 하는지, 평가자의 검사 지시는 잘 이해하는지, 자발적인 언어 표현은 있는지, 평가자를 향한 positive affect는 드러나는지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3) 피검자의 검사 수행 양상을 기술합니다. 반응 속도가 빠른지, 충동적인 모습은 없는지, 수행 동기는 충분한 지, 그리기 과제 수행 시 필압은 적절한지 등을 기술합니다.
각 영역을 들여쓰기해서 단락을 나누어 기술하면 보기에도 좋고 behavioral observation만 읽어도 피검자의 모습이 대충은 그려지게 됩니다.
제가 제안하는 방법이 정답은 아니지만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behavioral observation 영역에 무엇을 써야 할 지 고민이 되는 선생님들에게 대안 제시는 될 것 같아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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