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성 성격이라는 건 TCI 기준으로 MHH 기질 유형인 사람을 말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성격 미발달 문제가 생기면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보통 회피성 성격 장애 상태라 부르고 기질 조절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담/심리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행히 성격이 잘 발달된 사람의 경우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회피성 기질이라는 말만 들으면 도망자 모드가 기본 장착된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사람들이 건강하게 산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요? 이들은 회피해야 할 만한 상황 자체를 아예 만들지 않습니다. 건강한 성격 유형 별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HHL 성격 유형 : 회피할 일을 아예 만들지 않기 위해 계약서를 꼼꼼히 쓰거나 루틴 등을 철저하게 만듭니다
* MHL 성격 유형 :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 곁에 두며 자신도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게끔 노력합니다
* HML 성격 유형 : 회피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논리적으로 철저히 준비합니다.
* MHH 성격 유형 : 상대방을 충분히 배려함으로써 회피하고 싶은 대인 관계 상황을 만들지 않습니다
* HHH 성격 유형 : 창의적인 방식으로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회피합니다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죠?
그렇다면 회피성 성격인 사람은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1단계, 회피성 성격인 사람은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이를 애써 부정한다고 해서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안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어떤 문제 상황에 직면하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2단계, 그렇다고 모든 상황을 회피할 수는 없으니 절대로 회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기 위해 자신만의 가치관과 태도, 신념을 정립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절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신뢰는 저버리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세웠다면 이것이 회피해서는 안 되는 나름의 마지노선이 됩니다.
3단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는 고민하지 말고 빨리 회피해 버려서 이 때 절약한 에너지를 앞에서 찾아낸 절대로 지켜야 하는 것들에 올인해야 합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의지의 힘은 총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에 재분배하는 것이죠.
물론 앞서 예시로 든 성격 유형들처럼 회피할 만한 일 자체를 평소에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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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제게 가져오는 supervision 사례 중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경우가 늘고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목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음과 같은 검사 sign들이 함께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FBS 척도의 유의미한(65T) 단독 상승 + MHH 기질 유형(LHL 성격 유형) + 신체화 증상
하필 TCI에서 MHH(회피성) 기질의 소유자라면 이차 이득이 존재할 확률이 극도로 높아지게 됩니다.
'TCI MHH 기질 - LHL 성격 유형의 이해 : 상담자용' 포스팅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내면 아이가 미성숙하니 자율성 발달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해 회피성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합니다. 의존성 성격이니 의존 대상이 주변에 존재한다면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라포가 형성될 때까지 상담자는 내담자의 의존 대상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 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차 이득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내담자가 증상을 호소함으로써 회피하고자 하는(정확하게는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기질에 충실하게) 이차 이득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증상 완화적 접근만 해서는 라포 형성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거기에 신체화 증상까지 있다면 더더욱 증상 완화적 접근을 해서는 안 되는 내담자입니다. 왜냐하면 이 때 신체화 증상은 1) 무언가를 회피하기 위한 핑계, 2)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신호, 3) 상담자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도구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이차 이득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상 완화적 접근을 해서도, 성급하게 소거해서도, 그렇다고 강화를 해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런 조합의 검사 sign을 보이는 내담자가 오면 1) 의존 대상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2) 증상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3) 이차 이득이 무엇인지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무의식적인 회피 동기를 정당화하면서 건강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에는 상담이라기보다는 코칭에 가까운 작업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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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MHH) - 의존성(LHL) 유형은 어찌보면 기질과 성격의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담자 본인에게 병리적이어서 문제가 되는거지요. 회피성 기질이 C군 기질이다보니 의존성 성격 뿐 아니라 복종적인(LHM), 감정적인(LHH) 성격 유형이나 모방하는(LML) 성격 유형으로 발달하는 일이 많습니다.
굳이 성격 장애 formulation이 필요하다면 회피성 성격 장애로 진단하면 될텐데 특별히 MHH-LHL 조합을 설명드리느냐 하면 성격 미발달 문제가 심각한 LLL, LLM 계열의 성격 유형과는 현장에서 나타나는 양상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C군 성격 유형인 LHL과 조합된 MHH 기질 내담자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주의할 점은 같은 C군 기질인 의존성(LHH) 기질과 회피성(MHH) 기질의 차이를 아는 것입니다. 자극추구-위험회피 기질이 반대 방향으로 갈리는 의존성 기질과 달리 회피성 기질은 HH? 기질처럼 접근-회피 갈등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따라서 자극추구 기질이 평균 보다 낮지 않다면(백분위 기준으로 50%ile 이하가 아니라면) 하위차원 분석을 꼼꼼히 해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 때 접근-회피 갈등에서 항상 회피가 이깁니다. 의존성 성격이니 의존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접근 경향이 이길 수도 있지 않냐 생각하실 수 있지만 원래 성격보다 기질이 더 강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극추구보다 위험회피기질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위험회피를 하고 싶지만 자율성이 낮으니 연대감을 억지로 끌어올려 생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존성 성격으로 발달한 것이니 만약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았다면 상담을 받으러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MHH-LHL 내담자를 보신다면 의존 대상이 없어서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가정하셔야 합니다. 최소한 부모-자녀 관계 문제는 기본으로 깔려 있는 내담자죠.
많은 경우 자해 등 문제 행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TCI/JTCI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의존성 성격임을 짐작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는 파괴적 관심 끌기 행동이거나 접근-회피 갈등 때문에 심적 압력이 증가하여 이를 환기(ventilation)하기 위한 행동이므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담자는 자극추구 기질이 높은 경우 접근-회피 갈등을 타당화 하고 지지적 상담을 통해 안전감을 느끼게 하면 대부분의 증상이 완화되며(상담자를 의존 대상으로 인식했을 때) 주의할 점은, 이 때 증상 완화를 한답시고 약물 치료 등을 성급하게 시도하면 안 됩니다. 의존 대상이 약물로 바뀔 수도 있고 회피성 기질의 내담자이므로 상담 도중 회피하고 싶은 문제에 직면하면 약물로 도망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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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HHL 유형으로 분류되는 경계성 기질은 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이 유형이 이름 그대로 모든 기질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DSM의 성격 장애 category를 사용하여 증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B군입니다.
* HLL : 반사회성
* HLH : 연극성
* HMH : 자기애성
보시다시피 TCI에서 나타나는 B군의 공통 특징은 자극추구기질이 모두 high level이라는 겁니다. 위험회피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공통 부분은 없죠. 그럼 C군은 어떨까요?
* LHL : 강박성
* LHH : 의존성
* MHH : 회피성
TCI에서 나타나는 C군의 공통 특징은 위험회피기질이 모두 high level이라는 겁니다. 역시나 자극추구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공통 부분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A군을 보겠습니다.
* LLL : 분열성(기질)
* LLH : 분열형(성격)
* HLH : 편집성(성격)
A군의 경우 분열성은 기질 유형이고 분열형과 편집성은 성격 유형이기 때문에 공통점을 한 눈에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A군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분열성 기질을 보면 A군의 공통 특징이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low level이라는 걸 추정할 수 있습니다.
낮은 자극추구기질이 특징이라면 이는 C군(강박성, 의존성)과 겹치고 낮은 위험회피기질이 특징이라면 B군(반사회성, 연극성)과 겹치기 때문이죠. 따라서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은 것이 A군의 특징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실제로 A군은 사람을 포함한 외부 환경보다는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이나 내면의 세계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하니까요.
그럼 경계성 기질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H H L
보시는 것처럼 경계성 기질은 높은 자극추구기질을 B군과, 높은 위험회피기질을 C군과,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을 A군과 공유합니다. 그러니까 A, B, C군의 공통된 기질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경계성 기질은 세 군의 경계에 위치한 기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 차원의 점수에 따라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 자극추구기질 : 90%ile
* 위험회피기질 : 71%ile
* 사회적 민감성 기질 : 29%ile
첫 번째 예에서 위험회피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각각 high, low level에 속하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수준의 점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자극추구기질은 극단값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똑같은 HHL 유형이라고 해도 이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는 B군처럼 자극추구기질이 높은 모습을 보입니다. 자극추구기질의 하위차원을 확인해 보면 좀 더 detail하게 분석할 수 있겠죠. 그럼 다른 예를 보겠습니다.
* 자극추구기질 : 75%ile
* 위험회피기질 : 75%ile
* 사회적 민감성 기질 : 5%ile
이 경우도 HHL 기질 유형임에는 틀림없으나 자극추구, 위험회피기질은 극단값이 아닙니다. 사회적 민감성이 매우 낮은 것이 특징적이죠. 그래서 이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는 A군 기질처럼 세상에 관심이 별로 없는 모습을 보이기 쉽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례는 둘 다 경계성 기질의 소유자이기는 해도 TCI 결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겉모습만 보면 같은 기질의 소유자라고 짐작하기 어려울 겁니다. B군과 A군의 차이만큼 벌어질테니까요. 따라서 HHL(경계성 기질) 기질은 A, B, C군 모두에 발을 걸친 말 그대로 경계성 기질이기 때문에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점수값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하위차원 값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기질이라는 걸 감안하셔야 합니다.
요약하면,
* HHL(경계성) 기질 유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Borderline Trait이 아니다
* 오히려 A, B, C군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는 말 그대로 경계성 기질이다.
-> 높은 자극추구기질은 B군과, 높은 위험회피기질은 C군과, 낮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은 A군과 겹친다
* HHL 기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각 기질 차원과 그 하위차원의 점수에 따라 면밀한 분석을 해야 어떤 유형에 가까운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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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E 내용 척도는 '낮은 자존감(Low Self-Esteem)'이라는 척도 제목처럼 자신에 대한 부적절감이나 자기 폄하 성향을 측정합니다. 혹자는 LSE 척도에 반영되는 수검자의 자기 개념은 자아 동조적(ego-syntonic)이라서 수검자가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 걸 반영한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척도라는 말도 되겠지요.
오늘은 LSE2(A-lse2) 소척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이 소척도는 순종성(submissiveness) 척도로 불립니다. 그야말로 과도하게 복종하는 경향을 측정하는데요. 일반적으로 LSE(A-lse) 내용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할 때 이를 견인하는 척도는 LSE1(A-lse1) 소척도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LSE2(A-lse2) 소척도는 그렇게 중요하게 해석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고요.
하지만 LSE2(A-lse2) 소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게 되면 TCI/JTCI와 연결해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기질/성격 유형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기질
- LHH : 수동-의존성 기질
- MHH : 수동-회피적 기질
* 성격
- LML : 모방하는
- LHL : 의존적인
- LHM : 복종적인
이 기질 및 성격 유형은 조합을 이루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LHH 기질에 LHL 성격 유형처럼 소위 궁합이 맞는 경우), 특정 기질이나 성격 유형만 나타나기도 합니다.
LSE2(A-lse2) 내용 소척도는 성격 유형과 더 관련성이 크기 때문에 수동-의존성, 수동-회피적 기질인 경우보다는 LML, LHL, LHM 성격 유형일 가능성을 먼저 예상하셔야 합니다. 또한 성격 유형 중에서도 나타나는 확률은 LML < LHL < LHM 순입니다.
또 하나 주의하셔야 할 사항은 LHH, MHH 기질이거나 LML, LHL, LHM 성격 유형일 때 반드시 LSE2(A-lse2) 소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역방향 해석은 들어맞지 않으니 MMPI-2/A 결과에 따라 TCI/JTCI 기질/성격 유형을 맞춰볼 때에만 사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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