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담자의 TCI 성격 유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LML 성격 유형은 LLL, LLM 유형과 달리 연대감이 그래도 medium level이기에 HHH 기질 유형처럼 궁합이 좋지 않은 조합을 이룬 것이 아니라면 상담자와 어느 정도 rapport를 형성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상담자가 본격적인 개입을 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상호 의존 문제라든가 전이-역전이 분석이 필요한 내담자가 많기 때문에 마냥 쉬운 내담자 유형은 아닙니다.
LML 성격 유형과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성격 유형으로는 LHL과 LHM이 있죠. 이 세 성격 유형의 차이는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 살펴보도록 하고 오늘은 상담이 잘 진행되면 LML 유형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하는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LML -> MLL -> MML -> HHL
LML(모방하는) 유형을 저는 보통 '카멜레온' 유형이라고 부르는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카멜레온은 보호색을 만들기 위해 배경이 필요하고 배경이 될 만한 사람을 모방합니다. 이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는 시점은 대개 그동안 배경 역할을 해 주던 어떤 대상과 결별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연인과 헤어지거나 의지하던 선배가 유학을 떠나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모방 대상을 찾아 상담자를 찾아오게 되고 상담자가 모방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상담이 시작되게 됩니다. 상담자를 모방하기 위한 사전 과정은 다음의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상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자율성이 증진될테고 그렇게 되면 L -> M이 됩니다. 하지만 연대감은 낮은 자율성을 보상하기 위해 억지로 끌어올린 것이기 때문에 자율성의 향상과 반대 방향으로 낮아져서 반대로 M -> L이 됩니다. 그래서 LML이 MLL로 바뀌는 겁니다. 이것만 해도 상당한 진전으로 볼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을 모방하기 바쁜 사람이 남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성격으로 바뀐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지만요.
상담이 조금 더 진행되면 연대감도 자율성을 따라 L -> M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MLL -> MML이 되어 자율성과 연대감이 medium level이 되고 자기 초월만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데 이 정도만 되어도 상담을 종결해도 됩니다. 자기 초월은 자율성을 발휘하는 방향을 결정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MML 유형은 자율성과 연대감이 적정선으로 발달한 상태이고 자기 초월만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이 됩니다.
상담에 탄력이 붙어서 더 좋아지게 되면 자율성과 연대감이 함께 동반 상승하게 되어 MM -> HH가 되고 결국 HHL(조직화된) 성격 유형이 됩니다. 높은 자율성과 연대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질을 현실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HHH 성격 유형으로는 발달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는데 이론적으로야 가능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 초월 차원은 자율성의 발휘 방향을 결정하는데 기질에 의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받기때문에 끌어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형이하학적으로 행동하던 사람이 갑자기 형이상학적으로 행동하기는 쉽지 않은거지요. 일종의 관성 때문에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상담의 최종 결과는 HHL 유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상 이런 순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성에 대해 감은 잡으셨을 겁니다. 장기 상담을 진행하면서 중간중간에 TCI를 실시하여 상담 효과를 측정하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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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의 기질, 성격 유형은 각각 27개입니다. TCI를 실시한 심리평가 사례를 많이 접하면 자주 보는 유형은 자연스레 익히게 되겠지만 현장에서 보기 힘든 유형은 눈에 잘 익지 않죠. 물론 그 때마다 해석집을 찾아보면 되겠지만 매번 뒤적이는 것도 은근히 귀찮은 일입니다.
TCI의 기질/성격 유형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규칙만 아시면 됩니다.
1. 모든 기질/성격 유형의 세 차원 중 두 개가 MM일 때는 나머지 차원에 high/low만 붙이면 됨.
예를 들어, HMM 성격 유형이라면 자율성 차원만 high이고 연대감, 자기 초월은 medium이기 때문에 그냥 자율성 차원에만 high를 붙이면 'high self-directedness' 유형이 됩니다. 자율성이 높은 특징이 핵심인 성격 유형이 되는거죠.
MMM, HMM, LMM, MHM, MLM, MMH, MML로 모두 M으로 구성된 MMM까지 합하면, 기질/성격 각각 7개 씩 총 14개의 유형은 이 공식을 적용하면 유형을 금방 구분할 수 있습니다.
2. 1번 규칙 예외의 기질/성격 유형은 극과 극이 통함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기질이든 성격이든 극과 극이 통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잘 모르는 유형이 나왔을 때는 반대로 뒤집어서 보면 뜻을 이해하기 쉽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HHM 기질은 흔히 '불쾌한' 기질로 불립니다. 그럼 LLM 기질은 뭐라고 불릴까요? 상담 장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기질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HHM을 반대로 뒤집으면 LLM이 됩니다(M은 뒤집어도 M이 되니). LLM은 '유쾌한' 기질입니다. HHM-LLM(불쾌한-유쾌한)으로 서로 반대되는 뜻입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번엔 성격 유형을 보죠.
HMH 성격 유형은 뭘까요? 역시 흔히 보기 어려운 성격 유형이기 때문에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겁니다. 그럼 한번 뒤집어 보겠습니다. HMH를 뒤집으면 LML이 됩니다. LML은 상담 장면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성격 유형이죠. 바로 '모방하는' 성격 유형으로 제가 흔히 '카멜레온'으로 부르는 유형입니다. 그러니까 HMH는 '모방'과 반대의 뜻을 가지는 '독창적' 성격 유형입니다. HMH-LML(독창적인-모방하는) 쌍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어때요 쉽죠? 하나 더 해 볼까요?
상담 장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기질은 LHL 기질 유형입니다. 바로 '강박성' 기질이죠. 이제 이를 뒤집어 보겠습니다. HLH이 됩니다. HLH 기질 유형은 '연극성' 기질이죠. 네, '강박성'과 '연극성' 기질은 양 극단에서 서로 통하는 기질입니다. MMPI-2/A에서 3번 임상 척도가 단독 상승할 때 보통 임상에서는 연극성 성격을 의심합니다. 하지만 3번 임상 척도가 단독 상승하는 수검자의 TCI/JTCI 결과를 보면 연극성보다는 강박성 기질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왜냐하면 강박성 기질의 소유자는 위험회피기질이 높기 때문에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언행 동기이고 MMPI-2/A 3번 임상 척도가 상승하는 이유는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연극성과 강박성이 서로 통하기 때문이고요.
이런 식으로 기질/성격 유형들이 양 극단에서 서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유형 구분을 쉽게 하는 것 뿐 아니라 기질/성격 역동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TCI의 기질/성격 유형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구조화되었으면서도 직관적으로 naming되었는지 아시겠지요? 놀랍지 않습니까? 제가 이래서 TCI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 매력적인 검사 도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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