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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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도박 중독자의 치유가 그렇게 힘든 걸로 알려져 있는데 상담을 하다 보면 느닷없이(?) 통찰이 일어나 갑자기 좋아지는 도박자를 반복해서 경험하다보니 단일회기치료로도 그런 통찰에 이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도박 중독의 특성 상 1회기만 상담을 하고 중도 탈락하는 도박자 또한 만만치 않게 많은데 그런 내담자에게도 단일회기치료를 통해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TIP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우선 단일회기치료가 그렇게 효과적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온전히 동감하지 못하겠는데 요구 특성(demand characteristics)를 줄이기 위해 치료자가 아닌 다른 연구자가 추적 조사했다고는 하지만 전화가 일단 연결된 상태에서 자신의 치료자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거나 치료가 효과가 없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담자의 수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치료에 대한 자기 정당화 기제가 작동 못하게 하려면 최소한 치료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지각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추적 조사를 해야할텐데 저는 개인적으로 요구 특성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너무나 자신있게 단일회기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건 좀 오버라고 봅니다.
저자가 미국 심리학자이거나 미국에서 훈련을 받은 심리학자가 쓴 책은 비용 대비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anaged care system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임상 현장의 분위기 하에 쓰여졌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이 책이 1990년에 발간된 책이고(무려 20년이 지나 국내에 소개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사용된 치료 사례가 1980년대 후반의 사례라는 점도 읽을 때 감안해야 합니다. 1980년 대 임상 현장을 고려하고 읽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현행 임상 장면의 속성 상 50분에서 최대 1시간 30분 안에 회기를 끝내야 하는데 3시간, 4시간 동안 진행하는 단일회기치료를 과연 단일 회기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단일회기치료라는 구조적인 접근에만 목을 매지 않고 1회기에 그칠 수 있는 모든 치료적 접근에서 임상가가 신경써야 할 부분을 꼼꼼히 짚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저자가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1회기로 종결되는 경우 임상가는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하거나 내담자의 반치료적 특성을 비난하기 쉽지만 그 무엇도 상담자와 내담자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단일회기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치료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꼼꼼히 모색해 보겠다는 저자가 노력한 결과는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 출판사에서 붙힌 것으로 보인 '첫 번째 치료 만남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라는 부제가 단일회기치료라는 주 제목보다 오히려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지만 단일회기치료가 효과적이려면 단일 회기가 아닌, pre-session이나 follow-up이 오히려 단일회기치료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pre-session입니다. 이 책에서는 pre-session이라고 명명했지만 제가 볼 때에는 이것도 거의 하나의 회기로 봐야 할 듯 합니다.
제가 볼 때 단일회기치료가 효과적이려면 무엇보다도 내담자의 준비성(readiness)이 중요한 것 같고 전에
'모든 문제의 해답은 내담자에게 있다. 하지만...'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문제와 해결책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으며 전문가를 통해 확인받고자 하는 내담자에게 특별히 효과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회기 내에서 여러가지 기법을 쓸 수 있다고는 했지만 coaching이나 direct guidance가 효과적인 내담자에게 특히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고요.
내담자의 중도 탈락 비율이 높은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와 조기 종결하는 것이 내 문제가 아닐까 맨날 자책하는 임상가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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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잘못된) managed care system을 충분한 고민 없이 도입한 결과로 요새 우리나라에서도 단기상담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자가 문제해결중심으로 상담을 이끌어야 하며 그마저도 10회기 혹은 12회기 만에 종결해야 합니다.
상담을 통해 다루고자 하는 문제가 증상 중심인 경우, 즉 공황 장애 환자의 공황발작 빈도 감소라든가 하는 뚜렷한 문제인 경우는 그나마 specified된 접근법에 의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문제는 핵심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거나 복잡한 역동이 얽혀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치료적 접근법의 종류와 상관 없이 대개 단기상담만으로는 어렵습니다.
특히 내담자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잘못된) 사명감에 불타는 초보 상담자는 불안 수준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시간에 쫓긴 나머지 구조화된 프로그램식 접근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상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프로그램의 진행과 결과 평가만 남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시간 상 단기 상담만으로는 핵심 문제를 건드리기 어려운데다 상담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두 가지 목표만을 설정합니다.
첫째, 내담자가 이번 상담을 통해 심리적인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불식하고 상담에 대해 편안함을 느껴 향후 다른 상담자와 손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심리적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둘째, 내담자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핵심 개념이나 가치관을 찾아내고 이를 씨앗처럼 내담자의 마음에 심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내담자가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에 때를 만나면 그 씨앗이 발아해서 싹을 틔우게 되고 통찰 경험을 통해 재크와 콩나무의 마법 콩처럼 단기간에 엄청난 심리적 성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기상담에서 이 두 가지 목표를 제대로 이루었다면(이것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만) 그 상담은 그런대로 성공한 상담이었다고 자평해도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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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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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신건강과 관련된 현장의 실태는 이렇습니다.
정신과 의사들 이외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심리치료를 허락하지 않는 현행 의료법에 발목이 묶여 있는 동안 정작 의사들은 약물 치료에만 의존함으로써 오히려 심리치료 및 상담 영역은 퇴보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작금의 실태에 대한 정신의학계 원로들의 개탄과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로 인해 변화의 낌새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회의적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정작 중요한 내담자의 권리와 사생활 보호, 상담자의 윤리관, 가치관 문제 등이 소홀하게 취급될 수 밖에 없습니다. 5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임상 심리학회만 하더라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session이 한번도 없었으며 최근에서야 겨우 치료자의 직접 윤리에 대해 routine한 교육 과정을 개설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윤리 문제가 적절히 다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임상가들은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필요한 지침서를 읽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척박한 우리나라 임상 윤리 분야의 황무지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사실 제대로 된 윤리 관련 서적이 전무합니다).
심리치료 분야에 발 좀 담궜다는 분이라면 한번쯤은 접했을, 그 유명한 Corey 부부가 쓴 이 책은 2007년에 발행된 7판입니다. 그걸 서경현, 정성진 두 분이 번역을 했고요.
그래도 2년 밖에(?) 지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간이기 때문에 최근에 쟁점이 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윤리적 문제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종류의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이와 역전이 문제 뿐 아니라 상담자의 가치관, 종교관 문제, 다문화적 관점과 다양성의 문제, 비밀 보장 및 사생활 보호 문제, 다중관계 문제, 치료자의 자격과 수련 문제, supervision 문제, 연구와 관련된 윤리적 쟁점, 부부 및 가족 치료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 집단 상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 문제 등 현장에서 심리치료와 상담을 하는 임상가가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윤리 문제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개 방식이 참 마음에 드는데 우선 각 장의 맨 처음에 Likert 형 척도를 이용한 자기 점검 문항이 제시됩니다. 이 문항에 나름대로 답을 하면서 앞으로 소개될 내용의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일종의 예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주 유용합니다. 또한 중간 중간에 윤리적 딜레마를 이해하기 쉽도록 사례를 배치하고 있는데 이 사례 제시가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무릎을 칠 정도로 안성맞춤입니다. 그리고 말미에는 각 장의 내용 요약과 함께 role playing을 통해 그 장에서 다룬 내용을 실습할 수 있도록 '추천 활동'을 소개해 놓아서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윤리 문제에 대한 맥을 잡을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의료관리체계(managed care system)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공개 문제와 다문화적 관점을 다룬 부분은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와 닿지는 않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숙지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는데 극복해야 하는 문제는 60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과 25,000 원이라는, 학생들은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책값 뿐입니다.
소장까지는 권장하지 않지만 현장에서 심리치료나 상담을 담당하는 전문가라면 반드시 최소한 한 번은 읽어보셔야 하는 책입니다. 빌려서라도 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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