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상담을 받으러 오는 성인/청소년 내담자의 상당수가 TCI 결과에서 LLL 성격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문제는 LLL 성격 유형의 이름이 '침울한(Melancholic)'으로 되어 있어 우울한 성격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MMPI-2/A 결과에서 우울 sign을 찾지 못하면 당황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물론 LLL 성격 유형인 수검자가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LLL 성격 유형은 사실 우울하고는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과연 그런지 실증적인 해석을 해 보겠습니다.
우선 LLL 성격 유형만큼 자주 볼 수 있는 LLM 성격 유형을 보도록 하죠. LLM 성격 유형의 이름은 '미성숙한'입니다. TCI는 기질이든 성격이든 양쪽 극단이 댓구를 이루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LLM을 뒤집으면 LLM 유형의 반대 의미를 갖는 성격 유형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한번 해보죠.
LLM <---> HHM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시겠지만 HHM 성격 유형의 이름은 '성숙한'입니다. 이처럼 어떤 기질/성격 유형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뒤집어서 살펴보면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오늘의 주제인 LLL 성격 유형으로 돌아가보죠.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뒤집어 보겠습니다.
LLL <---> HHH
HHH 성격 유형의 이름은 '창의적인'입니다. 창의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발된 상태에 창의성이라는 +@가 더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와 정반대인 LLL 유형은 어떤 의미일까요? 창의성은 커녕 자신의 역량을 전혀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미개발된 상태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LLM(미성숙한) 유형보다 더 미성숙한 것이죠. 내면 아이의 성숙도로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나이에 비해 어리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 발달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정도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만큼 갈 길이 먼 것이고 상담자와 할 일이 많은 겁니다. 단순히 우울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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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에게 TCI가 얼마나 유용한 검사인지에 대해서는 앞서 포스팅을 통해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특히 TCI는 MMPI-2/A와 함께 사용할 때 더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는 검사이죠.
MMPI-2/A로는 알 수 없는 기질, 성격 상의 어려움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때로는 MMPI-2/A에 나타난 양상의 원인을 짐작하게 도와줌으로써 어떤 방향으로 상담 목표를 잡아야 할 지 지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TCI를 통해 살펴보았을 때 상담 현장에서 많이 나타나는 기질 유형은 무엇일까요? 통계 분석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제 경험 상으로는 HHH 기질이 매우 많았습니다. HHH 기질 유형은 수동-공격성 기질로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차원이 모두 56T 이상일 때 분류됩니다.
상담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HHH 기질을 소유한 내담자가 보이는 문제 행동과 갈등 양상이 DSM 체계에서 말하는 경계선 성격 장애 환자가 보이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TCI의 Borderline Trait은 HHL 유형으로 사회적 민감성이 반대 방향으로 극단적이라는 걸 제외하면 수동-공격성 기질과 유사합니다. 일종의 샴 쌍둥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병원 장면이나 TCI를 활용하지 않는 임상가들이 경계선 성격 장애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상당 수의 내담자가 사실은 수동-공격성 기질의 소유자일거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HHH 기질의 특징은 하위 차원의 조합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강렬한 대인 관계 갈등, 충동적이고 무절제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자기 파괴적 행동(과소비, 중독, 섭식 문제, 자해 등), 굉장히 심한 감정의 격동이고 거기에
그동안 반복된 대인 관계 문제로 인해 야기된 기본적인 신뢰의 결여와 피해 의식, 의심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로 인해 부모에게 이러한 기질이 온전히 수용되기가 어려워 성격도 건강하게 발달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서 대체로 LLL, LLM, LMM, LMH 성격 유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자율성 차원이 낮다는 것이고요.
LMM은 흔히 'Low Self-Directedness'로 불리는 유형으로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지 못하고 막연히 다른 사람의 삶을 꿈꾸고 동경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문제가 생기면 남 탓을 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그나마 연대감, 자기초월 차원이 Medium level로 걔 중 건강한 유형에 속하는 편입니다.
LLL은 'Melancholic' 유형으로 세 차원 모두가 낮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MMPI-2/A의 결과를 보면 우울, 불안 등 신경증적 증상이 두드러지며 기질, 성격 문제보다는 이러한 증상때문에 상담이나 평가를 받으러 온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 소개할 LLM 유형과 함께 HHH 기질을 보이는 내담자가 가장 많이 드러내는 성격 유형입니다.
LLM은 'Immature' 유형으로 그야말로 미성숙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못할 뿐 아니라 삶의 목표가 없거나 불확실하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질 준비도, 의지도 없기 때문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의존적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타인에게도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위축된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LMH는 '비논리적인' 유형으로 빈도만 떼놓고 보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사고가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이비 종교에 심취하거나, 도박 또는 게임과 같은 행위 중독에 빠지거나, 자신만의 공상 세계에 심취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현실 부적응자가 될 수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파괴력이 앞서 소개한 유형에 비해 더 큰 편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HHH 기질은 이 밖에도 많은 성격 문제 유형과 조합을 이룰 수 있지만 상담 현장에서 임상가들이 특히 자주 만날 수 있는 성격 유형을 알고 계실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리해 봤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TCI를 사용하는 임상가 선생님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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