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못잔 것 같지만 아침 7시 30분이 되니 저절로 눈이 떠지더군요. 서울과 시차가 2시간 30분 차이가 나니 서울은 오전 10시가 되었다는 말이니까요. 시차 적응이 안 되었으니 이 시간에 깨는 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숙면을 취했는지 피로가 다 풀렸습니다.
샤워하고 난 뒤 일단 환전을 위해 리셉션으로 내려갔습니다. 간헐적 단식 중이었기 때문(이 호텔에서는 조식을 신청 안 하기도 했지만)에 아침은 건너 뛸 생각이었고 현지 화폐가 없으니 살짝 불안하기도 해서 말이죠.
그런데 호텔에서는 환전이 안 된답니다. 근처에 있는 사설 환전소를 가르쳐줘서 가 봤는데 오늘 공식 환율이 1불 당 1,540 짯인데도 제가 가져간 미화는 1,490 짯 밖에 안 쳐준답니다. 최대한 새 돈을 가져가라는 말을 이미 검색해서 알고 간 지라 신권을 내밀었지만 발행한 지 오래된 돈은 아무리 상태가 좋아도 구권 취급이라 환율을 달리 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하네요. 제가 가져간 미화가 2016년에 바꿔둔 것이었거든요. 1,000 불을 환전하면 거의 3~4만 원을 손해봐야 하니 너무 아깝더군요. 그래서 일단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묵었던 Loft Hotel 근처 거리 풍경입니다. 도로가 넓지는 않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보도가 잘 포장되어 있지 않고 먼지가 많아서 조금 돌아다니면 신발에 먼지가 뽀얗게 쌓입니다. 계속 도시 개발이 진행되는 중이라 굉장히 오래된 건물과 신축 건물이 묘하게 뒤섞여 있습니다.
2박 3일 동안 묵었던 Loft Hotel은 새로 리뉴얼한 건물 같습니다. 1층에는 예쁜 카페 겸 베이커리가 있습니다.
이 호텔은 다 좋은데 문이 좀 무거워서 드나들 때마다 힘이 좀 드는 게 유일한 흠입니다;;;
오늘은 론플에서 추천한 워킹 투어를 하면서 양곤 시내를 가볍게 둘러볼 예정이기 때문에 시작점인 슐레 파고다가 있는 시내 중심가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리셉션 근처에는 원색 색감의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어 여행에 지친 몸을 잠시 쉴 수 있습니다.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어 따뜻한 느낌입니다. 저는 대리석보다 나무로 된 바닥을 더 좋아라합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카페 겸 베이커리가 위에서 말씀드린 Alex's Deli입니다. 나중에 보니 아마 호텔과 연결되어 있는 가게인 듯 싶더군요.
리셉션 뒤로 연결된 문으로 나가면 작은 뒷뜰로 연결됩니다. 버마를 상징하는 커다란 종이 양산을 파라솔처럼 펼쳐 놓아서 예쁘네요. 앉아서 쉬거나 흡연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뒷뜰로 연결되는 문 앞에는 댕댕이 한 마리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밀어서 여는 문이라서 댕댕이를 방해하지 않고 다시 들어갈 수 있었죠.
Loft Hotel에서 양곤 시내까지 나가려면 철길이 보이는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사람들이 철길을 따라 걷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안전때문에 기차가 오지 않더라도 철길을 걷는 것이 불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버마는 아직 아닌가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버마라고 하면 불교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앤틱한 분위기를 상상하기 쉬운데 양곤 시내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 몽골 울란바토르를 방문했을 때처럼 굉장히 활발히 개발되는 곳이기도 하고 어떤 지역은 보시는 것처럼 이미 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이런 고층빌딩 가운데 하나에서 은행을 발견하여 환전을 했습니다. 아까 사설 환전소의 환율이 1,490이었는데 오히려 은행에서는 1,499라고 하네요. 아무래도 더 좋은 환율은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환전했습니다. 거의 대부분 10,000짯 짜리 지폐로 바꿔주네요.
슐레 파고다는 양곤 시내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데 근처에 굉장히 큰 육교가 있습니다. 차도를 가로지르는 다리 형태가 아니라 사거리의 어느 방향으로든 건널 수 있도록 보시는 것처럼 ㅁ자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여기가 슐레 파고다가 잘 보이는 뷰 포인트라서 여행자들이 많이 찾습니다. 지금은 낮 시간이라서 덥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지만 일몰 시간이 되면 북적북적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차로에 건널목이 없기 때문에 보행자는 모두 이 육교를 이용해 원하는 곳으로 건너가야 합니다. 물론 보시는 것처럼 그냥 건너는 무단횡단자가 더 많더군요.
육교 위에서 보면 왕복 6차로의 가운데에 슐레 파고다가 떡 버티고 있는 형국입니다. 일출이나 일몰이 되면 햇살때문에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게 장관이라는데 이따 일몰 때 확인해 볼 예정입니다.
교통량이 정말 많아서 정신이 없는데도 사람들이 차 사이로 잘도 건너 다닙니다. 양곤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버마에는 일방 통행로가 많습니다. 이 길도 오는 방향으로만 통행합니다. 가는 차로가 없죠. 일방 5차로네요.
슐레 파고다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만난 소방서 건물입니다. 영국 식민지 시대에 건축된 건물인지 느낌이 살짝 영국풍이네요.
점심 때도 되었기에 보족 시장에 있는 채식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구글맵으로 찍어 보니 슐레 파고다에서 1.5km 정도 떨어져 있네요. 조금 덥기는 하지만 걸어갈 만 해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보족 시장은 정말 넓고 복잡하고 정신이 없습니다. 면적만 따지면 남대문 시장의 몇 배는 족히 될 것 같더군요.
보족 시장에서 대로변에 면한 상점 중에는 금은방이 가장 많습니다. 정말 많더군요. 이게 다 장사가 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간단한 주전부리나 연잎밥을 파는 상인도 많고요.
보족 시장 안 골목에 자리잡은 채식 레스토랑 'Soe Pyi Swar Vegetarian Center'입니다. 처음에 봤을 때는 충격적인 입구 비주얼에 충격을 받았죠. 식당 맞나 싶었습니다. 물어보니 맞다고 하네요. ㅡ.ㅡ
들어가보니 허름하기는 하지만 밖에서 볼 때와는 달리 제법 식당 느낌이 납니다. 여행자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로컬 레스토랑입니다. 그래도 보기보다 청결하고 사장님과 직원들이 모두 친절합니다. 중국인 사장님이 영어를 좀 하셔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됩니다.
모든 메뉴가 채식이라 분위기보다는 채식을 해야 하는 분들께만 추천합니다. 보족 시장을 방문하실 때 들르면 될 것 같습니다.
음식 종류가 굉장히 많고 인기 메뉴는 번호와 함께 따로 간판에 사진으로 붙어 있어서 주문하기 편합니다.
Fried Rice Noodle(2,000 짯)입니다. 담백한 맛이고 밥을 비벼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Bean Curd Molling(2,000 짯)입니다. 살짝 매콤한 것이 밥도둑인데 양이 좀 적은 것이 흠입니다. 이것도 반찬처럼 먹는 것보다는 밥을 비벼 먹어야 제맛입니다.
밥 2인 분을 따로 주문했는데 아예 양푼으로 나왔습니다;;;; 밥 1인 분에 800 짯. 쌀은 안남미인데 부슬부슬하지 않고 우리가 먹는 밥처럼 찰기가 있습니다.
음료로는 콜라캔 1개(900 짯), Pokka라는 상표명의 싱가포르에서 수입된 오렌지 주스(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쌕쌕 오렌지와 비슷한 맛) 1캔(900 짯)을 주문했습니다.
총 7,400 짯을 냈으니 우리 돈으로 6,500 원 정도에 둘이서 배부르게 잘 먹었습니다. 로컬 레스토랑의 물가는 정말 마음에 드네요.
대로변에서 한 골목만 들어가면 빽빽하게 들어찬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으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인파를 만나게 됩니다. 저는 돌아다니면서 홍콩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최근에 버마에서 한드가 워낙 유명세를 탔다고는 해도 떡볶이와 어묵까지 수입되었을 줄은 몰랐네요;;;;;
일종의 주상복합건물인데 고층의 거주공간은 낡은채로 그대로 두고 아래층의 상업 구역만 리뉴얼을 해서 보시는 것처럼 기묘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참 특이하네요.
확실히 독실한 불교 국가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크고 작은 사원이 쉽게 눈에 띕니다.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도시 개발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라서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굉장히 낡은 건물이 신축 건물 사이에 끼어 있는 모습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겉에서 보면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가 풍기지만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주 불편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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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를 마치고 워킹 투어를 진행하던 중에 프렌차이즈 아이스크림 체인으로 유명한 New Life 아이스크림에 들렀습니다. 어느 지점을 가도 괜찮다지만 보족 시장에 위치한 가게가 가장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들렀습니다. 역시나 겉에서 보면 좀 허름해 보이네요.
왼쪽이 초컬릿 아이스크림, 오른쪽이 코코넛 아이스크림입니다. 각각 1,000 짯인데 양이 좀 적은 편이라서 입가심용 디저트 정도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2016년 가이드 북에는 600 짯으로 나와 있으니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올랐네요.
그래도 맛있습니다. 일부러 찾아와서 들를 가치가 있습니다. 초컬릿 아이스크림에는 초코칩이 박혀 있는데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입니다.
초컬릿 아이스크림이 우리가 익히 알던 맛이라면 코코넛 아이스크림은 샤베트 풍으로 담백한 맛입니다. 초컬릿보다 이게 더 맛있네요.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챙겨먹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오른쪽에 보시는 건 꼭 변압기처럼 생겼지만 아닙니다. 이 철로 만든 상자 안에는 발전기가 들어있어서 정전이 되면 가게 주인이 나와서 이 발전기를 돌려서 전력을 생산합니다. 버마는 아직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서 낮에도 자주 정전이 되는데 그러면 시내 전역이 갑자기 발전기를 돌리는 소음과 휘발유 냄새로 가득찹니다. 몇 번 경험했지만 익숙해지기 어려운 풍경이더군요.
시내에 있는 영화관입니다. 보자마자 예전 어릴 때 다녔던 '도원극장'이 떠올랐습니다. 버마에서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일단 슐레 파고다로 이동해서 거기에서 론플 워킹 투어 코스대로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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