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에 다시 모이기로 해서 저희는 그동안 잠시 호텔로 돌아와 화장실도 이용하고 카메라 장비도 다시 챙겼습니다.
Preciados 호텔 로비는 자그마한데도 뭔가 럭셔리한 느낌입니다. 가운데 기둥이 발광하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네요.
계단 입구에 놓인 장식품들도 깔끔한 느낌입니다.
엘리베이터의 내부 조작 버튼인데 특이하게도 문을 닫는 버튼이 없습니다. 늦게 타는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줄 수는 있지만 얌체처럼 혼자 먼저 올라가거나 내려가려고 닫힘 버튼을 누를 수는 없겠네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느림의 미학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opera역 주변에는 차량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조금 걸어서 전용 차량에 올랐습니다. 마드리드에서 톨레도까지는 70km 정도 되는데 차로 50분 정도 걸립니다.
톨레도로 가는 길에 투우장(Plaza de Toros)에 들렀습니다.
Las Ventas 투우장입니다. 1931년에 건설된 스페인에서 가장 큰 투우장으로 스페인의 3대 투우장 중 하나입니다.
경기 일람표입니다. 지금은 투우 시즌이 아니라서 관광객들만 눈에 띄고 약간 을씨년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 투우를 싫어해서 그리 유쾌한 방문은 아니었습니다.
투우장 앞에 있는 동상인데 이 동상의 유래에 대해 가이드님이 한 설명을 어설픈 기억으로 되살려 보자면 투우는 투우장에 나가기 전에 오랫동안 어두운 곳에 두어 일부러 시력을 약화시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투우장에 나간 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시력을 회복하게 되고 후반부에 나오는 투우사일수록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탁월한 기술을 가진 투우사가 나중에 나오게 된다고 하네요. 동상에 등장하는 이 투우사는 투우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퍼포먼스로 유명세를 탔는데 관중들의 환호성에 도취된 나머지 그만 투우의 시력이 돌아오는 타이밍을 놓쳐서 마지막 퍼포먼스를 하다가 투우에 받혀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투우사를 아꼈던 사람들이 그를 기려 동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고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설명을 들으면서 마음 속으로 별로 동정심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인과응보가 아닐까 싶더군요(아 이놈의 시니컬;;;;).
Las Ventas 투우장의 외벽에는 소를 몰고 가는 목동의 부조가 있습니다. 저는 투우장보다 이 부조가 더 마음에 들더군요.
수박 겉핥기로 투우장을 둘러본 뒤 톨레도로 향했습니다.
가을이라도 낮에는 기온이 꽤 올라가는데 에어컨이 안 나와서 자다가 더위에 깼습니다. 가이드님이 스페인 지사와 전화 통화를 하고 한동안 법석을 떨더니 결국 운전기사가 어떻게 고쳤는지 나중에는 그런대로 시원하게 갔습니다. 뭐 그래봤자 50분 정도 밖에 안 되니까요. 톨레도는 당일 코스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가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스페인은 1984년부터 지금까지 39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등록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톨레도는 1986년에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양식의 건물들로 유명하죠.
스페인에는 전망이 좋은 곳마다 여지없이 파라도르가 있습니다. 톨레도에도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 파라도르(Parador de Toledo)가 있죠.
1928년에 파라도르로 꾸며진 것 같군요.
내부는 여느 파라도르 못지않게 고풍스럽고 장중합니다.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정원에서 전망을 즐기는 것 정도는 허용됩니다(너그러우셔라~).
톨레도의 파라도르는 타호 강을 사이에 두고 '황제의 언덕'으로 부르는 언덕 위에 서 있습니다. 톨레도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군요.
멀리 알카사르가 보입니다. 11세기에 알폰소 6세가 이슬람 세력을 막으려고 구축한 뒤 500년 동안 군사 요새로 쓰였는데 스페인 내전으로 붕괴되었고 재건된 이후에는 군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네요.
톨레도 구석구석을 둘러보기 전에 일단 점심부터 먹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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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마드리드에서 이틀을 묵었던 Preciados Hotel 전경입니다. 저희는 원래 객실 수가 많은 호텔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규격화되어 있어 매력이 없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편리해도 힐튼처럼 대형 체인 호텔은 가능한 한 피하는 편이죠. 그런데 Preciados Hotel은 아담하면서도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서비스가 훌륭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추천드립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호텔 위치가 정말 환상적이더군요. 워낙 조용해서 구석에 처박힌 곳인줄 알았는데 한 블럭만 나가면 바로 대로와 연결됩니다.
호텔을 나서니 새벽에 마드리드에 도착했을 때보다 체감 온도는 오히려 더 낮은 듯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지도로 확인을 하니 오늘 세고프라도(세고비아 + 프라도) 투어의 집합 장소인 Opera 역까지는 겨우 걸어서 2분 거리였습니다. 호텔 예약을 먼저 하고 나중에 투어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는데 운이 정말 좋았네요(이후로도 이런 운은 쭈~욱 계속됩니다. ^^ ).
Preciados 호텔에서 Opera 역까지 워낙 가깝다 보니 집합 시간인 9시보다 20분이나 일찍 도착했습니다. Opera 역 주변은 작은 광장이라서 사람들이 만남의 장소로 많이 이용하더군요. 각종 투어의 집합 장소로도 사용되고요. 보시는 것은 오페라 하우스(맞나?)입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날씨가 워낙 추운지라 몸도 녹일 겸 역 광장 근처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습니다.
Cafe del Real은 작은 카페인데 저녁에는 바르(Bar)로 바뀌는 것 같더군요.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음악도 훌륭하고요. 이층에도 좌석이 있던데 저녁에 들러서 맥주 한 잔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 기회는 잡지 못했습니다.
오른 쪽에 보이는 분이 주인장이신데 영어는 잘 통하지 않았지만 아주 친절하시더군요.
3.1 유로짜리 아침 세트에는 커피나 차, 그리고 토스트나 크로와상 중 하나를 골라 먹을 수 있고 3.2 유로짜리 지중해식 아침 세트는 토마토를 갈아서 올리브 오일을 뿌린 소스까지 포함됩니다. 토스트에 얹어 먹으면 별미입니다. 골고루 맛보려고 두 가지 세트를 다 주문했습니다. 커피도 맛있고 빵도 맛있네요.
크로와상이 너무 바삭하고 맛있기에 따로 사려고 했더니 한 개에 2.2 유로나 하네요. 비싸다~ 그래도 투어 중에 먹으려고 2개만 포장했습니다(결국 먹을 기회가 없어 호텔로 그대로 들고 왔습니다만;;;;)
15분 만에 아침을 후딱 먹고 나와 집합 2분 전에 모임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모임 장소가 Cafe del Real 바로 앞이에요. 오늘은 신혼 부부 한 쌍과 저희들만 있어서 가이드까지 다섯 명이 오붓하게 투어를 하게 되었습니다.
유로 자전거 나라의 세고프라도 투어는 1인 당 예약금 2만 원에 현지에서 30 유로를 지불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프라도 미술관 입장권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2011 론플에서 본 입장료 가격이 8 유로였는데 그 새 10 유로로 올랐습니다. 가이드도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휙휙 오르는데 이 놈의 스페인은 경제 위기를 관광객 호주머니 털어서 극복하려는지 원....
마드리드의 지하철은 우리나라와 흡사합니다만 열차의 폭이 좁아서 좀 답답해 보이더군요.
프라도 미술관이 있는 Banco de Espana 역은 Opera 역에서 세 정거장만 가면 됩니다. 지하철 요금도 single ticket 기준으로 1 유로에서 무려 50%나 올라서 1.5 유로가 되었습니다.
Salida는 Exit을 의미하는 스페인어입니다. 이정표의 Museo del Prado 방향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프라도 미술관까지는 이정표만 보고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입니다. 대신 소매치기가 많기 때문에 가방을 주의해야 하고 특히 건널목을 건널 때 주의하라고 합니다. 가방을 뒤로 매고 있으면 현지인이 앞으로 매라고 일러줄 정도로 소매치기가 많습니다. 그냥 장난삼아 관광객의 가방 지퍼를 여는 젊은 놈들도 많고요. 대개는 솜씨가 아주 어설퍼서 눈치가 빠른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매치기를 당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지만 워낙 숫자가 많으니 조심하는게 좋죠. 게다가 훔치다가 걸려도 그냥 빙글빙글 웃으면서 가버리기 때문에 더 짜증난다고 하네요. 나한테 걸리면 주거쓰~
Banco de Espana입니다. 얘네는 은행 하나도 아주 웅장하고 고풍스럽네요.
가운데에 있는 첨탑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관광객들을 위해 개방되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입장료는 내야 하지만요;;;;
프라도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라서 기분이 상쾌합니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호흡하면서 프라도 미술관으로 그림을 보러 가다니 상팔자입니다. ^^;;;
프라도 미술관의 티켓 오피스가 보입니다. 아침 일찍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지만 금방 꽉 찹니다.
티켓 오피스 건너편에는 고야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사람들이 여기에서 기념 촬영을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프라도 미술관 내부 전 구역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거든요.
프라도 미술관 입구입니다. 카메라 소지는 금지되지 않으나 어차피 촬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휴대품 보관소(Cloakroom)에 그냥 맡기는 것이 낫습니다. 괜히 들고다니다가 소매치기 당하면 그야말로 얼척 없잖아요.
재미있는 것은 뒤로 매는 배낭은 무조건 맡겨야 하는데 크로스백은 크기와 상관없이 X-ray 투과기를 거쳐 갖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날 저는 옆으로 매는 Nikon 카메라 가방을 들고 갔는데 갖고 들어가도 되더군요. 물론 들고 다니기 불편해서 저도 맡겼습니다만...
프라도 미술관은 대략 8,000 점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약탈품이 한 점도 없는 것이 자랑이랍니다. 소장하고 있는 그림의 양이 워낙 방대하여 1,500여 점만 상설 전시하고 그나마도 그림이 계속 바뀝니다. 어제 걸린 위치 다르고 오늘 걸린 위치가 또 달라져서 가이드들을 애먹인다고 하네요. 제가 갔을 때에도 이틀 전까지만 해도 걸려 있던 '옷을 입은 마야'가 일본 전시때문에 일본으로 건너가는 바람에 못 봤습니다. 그래도 '옷을 벗은 마야'는 봤다는;;; 두 개를 한 자리에서 비교해봐야 더 좋은데.. 쩝...
한국말 가이드 투어는 이번 여행이 처음이었는데 박물관이나 미술관 투어는 해 볼만하더군요. 두 시간 동안 놓치면 아까운 그림만 골라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효과적으로 돌아다녔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그냥 저희끼리 갔으면 길을 잃었거나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아까운 시간을 많이 낭비했겠더라고요. 추천합니다.
주로 Velazquez와 Goya의 작품을 위주로 봤고 거기에 루벤스와 렘브란트의 그림도 몇 점 봤습니다.
1층 로비에는 잠시 앉아서 아픈 발을 쉴 수 있는 휴게 공간도 있습니다. 두 시간이 지나니 그야말로 인산인해네요.
1층 로비 근처에는 기념품점이 있는데 종류는 많지만 딱히 살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도록이 많아서 미술을 전공하는 분들이라면 좋겠지만 저같은 일반 여행자에게는 메리트가 없죠. 도록은 워낙 무거워서 들고다니기 정말 불편하거든요. 함께 투어를 했던 신혼 부부는 그림을 한 장 사더군요. 지관에 넣어서 갖고 다니는 불편함도 감수하더라는(좋을 때구나~).....
기념품점 옆에는 커피가 맛있다고 소문난 카페도 있었습니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습니다.
오전 내내 프라도 미술관에서 눈이 즐거웠고 다음 목적지인 세고비아로 부지런히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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