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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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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제가 '내면 아이 치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유에서였습니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의 MMPI-2/A 결과를 살펴보던 중 특정 profile을 보이는 분들이 대부분 성장 과정에서 애착 외상을 비롯해 신체적/정서적 학대와 방임, 잘못된 양육 방식 때문에 깊은 상처를 입은 걸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그 내용을
'우울을 호소하나 Delayed PTSD를 의심해야 하는 수검자의 MMPI-2/A 양상'이라는 포스팅으로 정리한 적도 있습니다.
이 책을 쓴 John Bradshaw는 가족 치료사이자 내면 아이 치유 전문가로 미국 PBS 방송에서 진행한 'Bradshaw on: The Family'라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강하여 1988년에 이 책의 초판을, 1996년에 개정판을 냈습니다. 이 책은 Bradshaw가 출판한 최초의 책으로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명단에 오르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이후 '수치심의 치유',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유'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죠.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는 것처럼 가족 내의 역기능적인 규칙과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 등이 어떻게 자녀에게 상처를 입히고 건강하지 못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만드는지를 보여 줍니다.
그 결과로 강박, 중독, 상호의존 등의 문제들이 나타나고 어떻게 피해자의 삶을 망가뜨리는지 다양한 예를 들어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고요.
후반부에는 망가진 의지를 회복하고 '잃어버린 나'를 찾고, 진짜 자기를 발견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앞부분의 내용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저자가 원래 신부가 되기 위해 사제 수업을 받은 적이 있고 토론토 대학교에서 심리학 뿐 아니라 신학, 영성 분야에서도 학위를 받은 적이 있는 만큼 치유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다분히 영적인 접근이 가미되어 있어서 저로서는 거부감이 좀 들었습니다. 저는 심리 치료/상담과 영성 치유를 섞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취향이니 참고만 하시고요.
사실 Bradshaw의 저작 중 정점은 이후에 출판한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유'인데 저는 이미 1984년에 내면적 유대감 치유 과정을 최초로 개발한 Margaret Paul 박사가 쓴
'내면 아이의 상처 치유하기(Inner Bonding, 1992)'라는 걸출한 책을 먼저 읽었고 이미 큰 도움을 받았기에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유'까지 읽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온라인 서평을 봐도 이 책에 대한 호평 일색이던데 저는 솔직히 이 책과 '내면 아이의 상처 치유하기' 중 하나만 고르라면 후자를 추천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내면 아이의 상처를 입히는 가족의 역동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 싶은 분들은 이 책도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겁니다.
이 책도 '내면 아이의 상처 치유하기'처럼 각 장의 주요 개념을 장이 끝나는 부분에 initial을 따서 정리하고 있는데 욕심을 내다보니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소한 단점이지만 신경이 거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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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책감은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수치심은 내게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양육 규칙들은 주로 여러 가지 형태로 자녀를 버림으로써 그들에게 수치심을 심어 준다.
* 일단 아이 내면의 자기가 수치심에 의해서 상처를 입게 되면 그런 자기의 경험은 고통스러운 것이 된다. 이를 메우기 위해서 아이는 생존을 위한 ‘거짓 자기’를 발달시키는 것이다.
* 수치심은 외로움과 심리적인 무감각 상태를 동반하게 되어 강박적 또는 중독적 형태의 삶을 살도록 불을 붙이게 된다.
* 버림받은 아이가 안전하게 생존하려면 자신의 부모를 이상화하고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함으로써 자신을 분열시켜야만 한다. 그리고 부모의 목소리를 내부로 투사하게 된다. 이 말은 아이가 원래 자신의 부모로부터 들었던 수치심을 심어 주던 대화를 자신의 내부에서 계속 해서 듣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는 자신이 부모에게 양육을 받은 대로 자신을 돌본다. 아이가 오랫동안 거짓 자기와 자신을 동일시하다 보면 자신의 진정한 감정, 필요, 욕구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즉, 수치심이 내면화되는 것이다.
* 유해한 교육에 의해서 희생당한 아이는 학대하는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고 부모의 양육 방식을 열렬히 고수하게 되어 자신의 자녀에게도 똑같은 학대를 되풀이하게 된다. 이를 학대자와 외상적 연합 및 동일시한다고 한다.
* 보웬 이론의 핵심 개념은 자기 분화(self-differentiation)다. 성숙한 사람은 모든 다른 사람들에게서 분화되어 있고 분명한 자아 경계선을 설정해 놓은 사람이다.
* 원래 수치심은 우리 영성의 원천이다. 이는 유해한 교육에 기인하는 신경증적 수치심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 우리는 귀하고 유일하고 독특하고 순수하다. 우리가 계속해서 자신이 귀하고 독특하다고 느낄 수 있으려면, 우리를 돌보는 사람의 눈에서 우리의 존귀함과 독특함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를 돌보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수록,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필요와 욕구를 받아들일수록, 아이들의 충동, 느낌, 필요 등 모든 것을 받아들여 주며 아이 곁에 있어 줄 수 있다.
* 나는 이 책에서 감정을 억제할수록 생각이 오염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자료들을 제시할 것이다. 유해한 교육은 감정을 억누르라고 말하는데, 그러면 높은 감성 지수를 발달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손상을 입게 된다.
* 기능적이고 건강한 가족에서 역설적인 것은 개별성이 증가할 때 연결성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불완전하고 채워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완전하게 만들어 줄 사람을 찾는다. 그들은 “난 당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홀로 됨과 분리를 대면하고 개별화된 사람은 혼자서도 잘해 나갈 수 있다. 그들은 사랑하고 싶기 때문에 파트너를 찾는다. 그들은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필요해요”라고 말한다.
* 만성적으로 역기능적인 가족에서는 개인이 체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 현대의 역기능 중 대부분은 강박이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 있다. 폭력, 성장애, 섭식장애, 감정중독, 종교 중독 등은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질병이다.
* 심리적인 무감각은 중독이 태어나는 토양이다. 중독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 죄책감은 개인적인 가치관을 위반했을 때 느끼는 후회의 감정이다. 그리고 수치심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적절감이다. 죄책감은 행동의 감독자이며, 수치심은 자기 존재의 감독자이다.
* 수치심은 다음의 세 가지 방법에 의해서 감정의 상태에서 존재 특성의 상태로 옮겨간다. 즉 1) 수치심에 기초한 본보기에 의해서, 2) 수치를 당함으로써(방치와 학대), 3) 감정과 충동을 수치스럽게 여기게 됨으로써 가능하다.
* 두 개의 반쪽이 모여서 완전한 결혼을 만든다는 개념은 매우 역기능적인 개념이다. 불완전한 두 사람은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건강한 관계를 맺으려면 온전한 두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기로 선택을 해야 하며, 서로가 상대방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 ‘사랑에 빠지는 것’ 자체가 곧 ‘사랑’은 아니다.
* 모든 중독의 뿌리는 상호의존증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견고한 자존감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상호의존적이 되었다.
* 강박적/중독적 수치심의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치심을 껴안는 것이다. 수치심을 껴안는다는 것은 수치심을 실제로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 우리의 수치심 방어기제들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실제로 그 고통을 겪는 것이다.
* 내가 술을 끊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끊은 상태로 머무를 수 없었던 것 뿐이었다.
* 애도만이 채워지지 않은 발달 과정의 의존 욕구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자기 파괴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마땅히 느껴야 할 고통을 껴안는 것이다. 당신은 느낄 수 있는 감정만 치유할 수 있다.
* 문제의 해결은 말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단지 어른으로서의 교정적인 체험이 아니라 어릴 적 두려움(슬픔, 분노...)을 다시 체험해야 한다.
* 우리 안의 아픈 곳을 건드리면 우리는 그것을 깊이 느낀다.
* 죄책감은 가족체계 역기능의 증상이다. 역기능적인 체계 안에서 죄책감은 상호의존증을 감추어 준다. 분화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모두가 똑같아야 하고 아무도 다를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율적이 되거나 가족과 달라지면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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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지은 Dennis Wholey는 미국 공영방송 PBS의 정치프로 진행자로 'The Courage to Change'를 비롯한 여러 권의 심리학 관련 자기계발서를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합니다. 한 때 알코올 중독자였던 자신의 강박적 습관을 되돌아보고 관련 전문가를 인터뷰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비전공자가 전문적인 책을 쓰는 것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 이상의 능력을 요합니다. 각 세부 영역의 전문 지식을 통합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지만 각 지식의 타당성도 검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문제가 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로토닌 전달을 맡고 있는 유전자가 잘 작동하는 사람이 자발성이 강하다는 어느 분자생물학자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싣고 있는데 이건 심리학자가 아니라고 해도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는 내용이죠(출처를 검증해보려고 해도 reference가 달려있지 않습니다). 이런 정보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하나만 나와도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도 신뢰성이 확 떨어지기 때문에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에서는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또한 저자가 프로이트의 'Repetition Compulsion' 개념의 틀 안에서 중독 뿐 아니라 분노, 태업, 자기 학대, 의존적 성격 등 모든 자기 파괴적 현상을 설명하려했던 시도 자체는 분명 유용한 면이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전개가 난삽해졌습니다. 차라리 알코올, 마약, 도박 같은 중독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제가 2005년에 소개한
'사랑이라는 이름의 중독'처럼 강박적 대인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집중도도 높아지고 독자의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을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다른 영향도 꼼꼼히 고려해야한다고 뒷수습을 하기는 했지만 초반에 모든 반복 강박의 원인을 가정 환경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서 상당히 거부감이 느껴졌습니다. 분명
'독이 되는 부모(Toxic Parents)'처럼 자식을 망가뜨리는 역기능적인 부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자기 파괴적인 습관에서 못 벗어나는 것은 몽땅 부모와 가정 환경의 탓이고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은 내가 잘나서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접근은 곤란하죠. 저는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명확히 가려내지 않고 무조건 외부로 귀인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엉뚱한 면죄부를 줌으로써 그 사람의 인생 발목을 붙잡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의 의도가 그다지 와닿지도 않고 거부감이 좀 느껴지더군요.
이 책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만 늘어놓았는데 출판사에서 심리학 관련 서적들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어 제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서 그랬나 봅니다.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제를 가진 많은 분들이 자신의 문제를 '반복 강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은 확실히 장점이고
'부모의 수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 역할의 질이라는 것(48p)'.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188p)', '반복 행동을 정말로 그만두고 싶다면 그 행동을 하는 이유를 짐작하는 것보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인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220p)'과 같은 내용은 충분히 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지식들입니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고치고 싶은 습관이나 부적응 행동 때문에 불편한 분들 중 '반복 강박'의 개념으로 자신의 문제를 한번 들여다보고 새로운 변화를 위한 출발점을 모색하려는 분들께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덧1. 출판사 측에서 제목에 대해 충분히 고민을 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복의 심리학'보다는 '강박의 심리학'이 더 적절한 제목인 것 같습니다. 팔리는데는 전자가 더 나을 것 같기는 하지만요. ^^덧2. 이 책은 흐름출판사의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겁니다. 리뷰를 정식으로 요청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하던대로 그냥 솔직하게 소개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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