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세상에는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자녀를 낳아 부모가 된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정확하게는 준비되지 않은 부모가 너무 많은거지요. 사실 그들을 비난만 할 수 없는 것이 그들도 자신과 동일한 부모 밑에서 양육되었거든요. 건강한 어른이 될 기회조차 없었던 불행한 사람들입니다.
아마 그들도 "나도 이런 부모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라며 강변하고 싶을 겁니다. 그런 부모를 위한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부모 역할 훈련'입니다.
1962년에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를 개발한 임상심리학자 토머스 고든에 의해 1970년에 출판된 이 책은 1975, 2000, 2019년에 세 차례 개정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2000년 개정판이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제가 소개하는 이 책은 2019년 개정판의 번역본입니다. 34개 언어로 번역되어 5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구요.
부모 효능감 훈련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지만 내용을 읽어보니 부모 역할 훈련이 더 잘 어울리네요. 저도 PET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정작 토머스 고든의 원저는 이번에 처음 읽어봅니다. 저와 비슷한 임상가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목차만 소개해도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1. 부모 역할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2. 부모도 감정을 지닌 사람이다
3. 어떻게 하면 아이가 입을 열까? - 수용 화법
4. 듣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 적극적 듣기
5. 말 못 하는 아기의 말은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6. 아이가 귀 기울이도록 말하는 법
7. 나-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보자
8. 환경을 바꾸어 문제를 해결하기
9. 부모와 아이 사이 피할 수 없는 갈등 - 누가 이겨야 하나?
10. 부모의 권위, 꼭 필요하고 정당한 것인가?
11. 갈등을 해결하는 무패 방법
12. 무패 방법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13. 무패 방법을 실행에 옮기기
14. 부모 취급을 못 받는 지경이 되지 않으려면
15. 부모가 변해야 한다.
16.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은 부모만이 아니다.
이미 2007년에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를 접한터라 나-메시지에 익숙해서인지 이 책의 내용이 그렇게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아서 별 4개로 평가했지만 임상가라면 한번은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이고 일반인 부모라면 무조건 읽어보셔야 하는 필독서입니다. 특히 자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부모들은 꼭 읽으세요.
부록에 '감정에 귀 기울이기 테스트', '효과적이지 못한 대화법 테스트', '나-메시지로 이야기하기 테스트', '권위를 사용하는 정도 테스트'가 특히 유용한데 보통 부록은 절대 읽지 않게 되는 쓸데없는 내용들을 모아놓은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아닙니다. 부록이 이 책의 핵심 정수를 담아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알찹니다. 읽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총정리하는 느낌이랄까요?
토머스 고든은 안타깝게도 2002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P.E.T.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부모 노릇을 힘들어 하는 많은 부모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이 책도 심리학 전문 출판사보다 양질의 심리학 서적을 더 잘 발굴해 내는 양철북 출판사의 책입니다. 양철북 출판사의 책 중에는 제가 극찬한 책들이 유달리 많죠.
닫기
* 나의 확신은 '청소년이 부모에게 반항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사용하는 잘못된 훈육 방법에 저항할 뿐이다.
* 부모가 신이 아니라 사람이기를 아이들이 바란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가 아닌 다른 무엇인 척하면서 연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 아이를 언제나 일관되게 대할 수는 없다
: 늘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하다 보면 진심으로 행동할 수가 없다. 부모는 어떤 상황에서든 아이를 일관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정설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고 부모도 저마다 다른 인간이고 상황도 시시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은 주장이다.
* 부모 양쪽이 아이에게 같은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다
: 그보다도 부모 한쪽이 '진실하지 못한' 태도를 보여야 할 때가 있어서 더 문제다.
* 나는 아이들이 가장 대하기 어려워하는 부모는, 다정하게 말하고 허용적이고 잔소리도 안 하고 뭐든 수용하는 듯 행동하면서 실제로는 수용하지 않는 감정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부모라고 생각한다.
* 아이들은 물론 부모가 자기를 받아 주기를 바라지만, 부모가 자기 감정을 솔직하고 뚜렷하게 전달하면 부모의 못마땅해하는 감정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그래야 아이는 상황에 쉽게 대응하고, 부모를 진짜 사람으로 생각하며, 솔직하고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은 상대로 인식한다.
* 누가 해결할 문제인지를 정하는 것은 PET 모델의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다. 정말 많은 부모가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북돋는 대신 자기가 아이의 문제를 떠맡는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 PET의 목표는 '문제없는' 이 영역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속마음 털어놓기'와 '듣기 기술'을 활용한다.
* 부모가 문제를 겪는다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데 좀 도와주겠니?" 그러니까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때 "너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구나. 도와줄까?"라고 묻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 PET란 이런 것이다
- 아이가 문제를 느끼는 영역 : 듣기 기술 사용
- 문제 없는 영역 : 속마음 털어놓기, 듣기 기술 사용
- 부모가 문제를 느끼는 영역 : 대면 기술 사용
- 양쪽 모두의 문제 영역 : 갈등 해결 기술 사용
* 아이가 무언가에 몰두해 있을 떄 내버려 두는 것은 비언어적으로 수용, 인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방해하고 끼어들고 간섭하고 확인하는 행동이 아이에게는 수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느껴질 때가 얼마나 많은지 부모들은 모른다.
* 아이가 무언가에 만족하지 못할 때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음을 기억하자. 아이의 행동이 부모의 욕구 충족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부모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문제는 아이에게 속한다. 적극적 듣기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때는 유용하지만, 문제가 부모한테 속할 때는 전혀 적합하지 않다.
* 아이가 칭얼대거나 조를 때 아이를 달래거나 윽박질러서 그만두게 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느끼는 감정으 받아들이려고 해야 한다. 아이는 자기 기분이 얼마나 안 좋은지를 부모가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 감정은 삶에서 필수적인 부분이지 병적이고 위험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감정은 대개 일시적이라 생겼다 해도 아이에게 영원한 상처를 입히지 않고 사라진다. 감정이 사라지게 하려면 부모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지한다는 사실을 (공감을 담은) 적극적 듣기로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이 최선이다.
*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되면 부모님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이 집을 당신 집처럼 생각하시게 하려고 갖은 애를 쓸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한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기 아이보다 손님을 오히려 더 존중하고 신경 쓰는 걸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그냥 알아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너무 많다.
* 부모들이 이 책에서 단 한 가지만을 배운다면, 이것이었으면 좋겠다. 힘과 권위를 이용해서 아이에게 무엇을 강요하면 자제력을 키우고 책임감을 배울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는 것이다.
* 무패 방법의 여섯 단계
- 1단계 : 갈등을 확인하고 정의한다
- 2단계 : 가능한 해결책을 여럿 생각해 낸다
- 3단계 : 각 해결책을 평가한다
- 4단계 : 가장 좋은 해결책을 결정한다
- 5단계 : 결정된 것을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한다
- 6단계 : 이후에 잘 실천되었는지 확인한다
* 방법 3을 실천하기 위한 환경 조성
: 아이의 참여를 유도하는 아주 중요한 단계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뚜렷하고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문제를 같이 해결해 보면 어떨까?", 또는 "이 문제를 한 번 같이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같은 자신없는 표현은 피한다.
* 아이들이 집에서 멀어지는 원인은 부모의 어떤 특정 행동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생각과 가치를 버리라고 부모가 강요할 때 마음이 멀어진다. 다시 말해 기본 인권을 무시당했을 때 부모를 버리는 것이다.
덧. 이 책은 소장하면서 틈틈이 참고할 예정이라 국민 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