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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당사자의 소중한 목숨과 미래를 앗아가는 치명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남은 사람들(가족, 지인들)과 이들을 만났던 정신건강분야 관련자들에게도 큰 충격과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깁니다.
분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평생 임상/상담 분야에 몸을 담는다면 환자/내담자를 자살로 잃는 경험을 피하기는 쉽지 않고 그래서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드렸던 것이고요.
오늘 소개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 자살'과 2011년에 소개드렸던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모두 자살 예방 분야의 최고수인 Paul G. Quinnett이 썼습니다.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가 임상가를 위한 전문적인 서적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실제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씌여졌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 돌이킬 수 없는 결정, 자살 ->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당사자용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 임상가용
단순히 자살을 하면 안 된다며 무턱대고 말리는 내용이 아니라 자살의 여러가지 측면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그 고민을 통해 소중한 시간을 벌 수 있도록(자살 충동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간과하기 쉬운 내용까지 꼼꼼히 챙겨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자살 시도에 실패한 사람들, 자살에 성공하면 남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 자살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자살 숙고자/시도자들을 만나 그들의 목숨을 구하는데 일생을 바쳐온 전문가의 노하우와 진심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시기 상으로는 이 책이 먼저 나왔고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가 나중에 나왔는데 대상자가 읽어야 하는 책을 먼저 쓰고 나중에 임상가용으로 다시 정리한 것 같습니다. 제가 '왜 우리는 도박에 빠지는 걸까'를 먼저 쓴 것과 같은 이유죠. 앞으로 도박 중독 치료자를 위한 책을 쓰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요.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도 좋은 책이지만 이 책은 당사자를 위해 쓴 책이라서 그런지 더욱 잘 썼습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곳이 없는 책이에요.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분께 딱 한 권의 책만 권할 수 있다면 이 책을 드리고 싶습니다.
닫기*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그들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합니다. 자살하려는 사람 대부분이 우울하고 명확하게 사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알 것은 다 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살은 영원한 해결책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실을 고려한 다음에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내 말은 모든 요인을 다 고려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결국 자살을 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에게 배운 것 중 하나는 이들이 일단 결심을 하고 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 자살을 하고 싶은 분들은 지금 당장 1분만 시간을 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언제부터 나는 자살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자살로 죽은 사람이 있는가?” 이 질문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자살로 죽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누군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웠다는 사실입니다.
* 당신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당신이 아는 누군가와 비교하여 그가 자살을 할 만했다면 나도 할 만하다고 마음먹지는 않았습니까? 만일 당신의 대답이 ‘그렇다’라면 나는 당신에게 간단한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당신의 인생, 당신의 문제, 당신의 고통이 정말로 그들의 것과 똑같습니까? 당신이 그 사람과 똑같은 위기를 겪고 있고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입니까?“
*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가 할 일은 당신에게 다른 대안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당신이 정말 죽기를 원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살을 고려했던 대부분의 사람이, 기분이 차츰 나아지고 위기가 지나가면서 조만간 살고 싶어 할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이 도움을 거부하더라도 시간을 좀 주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 우리 중 누구도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죽음(우리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 되는 것보다 삶(우리가 아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 되기가 더 쉽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죽음을 직면했을 때에야 비로소 죽음이 더 이상 그럴듯한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 혼자인 것과 외로운 것 사이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당신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 주변의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그들과 어떻게 말하는가, 그들이 당신의 말을 어떻게 듣는가, 그리고 그들이 당신에 대해서 무엇을 아는가 하는 것입니다. 요점은 혼자라는 것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 혼자인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적이라는 겁니다. 우리 모두는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고 그것에서 배워 성장하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입니다.
* 한번은 아주 우울한 젊은이에게 뭔가 불안하냐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아니요, 너무 우울해서 불안할 수도 없어요”
덧. 이 책은 저도 소장하면서 가끔 참고해야 하기 때문에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덧2. 디자인이 구리기로 유명한 학지사에서 나왔기 때문에 역시나 디자인은 눈을 돌리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이 좋은 책이라는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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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한 애꿎은 어린 생명들이 너무나 많이 희생되었습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 악몽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고요.
총체적으로 무능한 대한민국은 세월호와 함께 동반 침몰 중입니다. 이런 나라에 과연 희망이 남아있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신상 변화도 있었고 세월호 침몰 사건이 너무나 마음 아파 거의 한 달 가까이 블로그를 방치했더랬습니다. 일반 언론은 더 말할 것도 없고 SNS도 가능하면 접하지 않으려고 했죠. 그렇게나 애써 피해다녔는데도 많이 힘들더군요.
그래서 지난 주에 임상심리학회에서 세월호 피해자 및 가족들을 지원하는 심리치료인력 모집을 한다기에 지원했습니다. 원래 제가 일하는 직장에서 먼저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존자들이 입원해 있는 안산시 인근 병원에 직접 제안을 했습니다만 거절 당한 터에 임상심리학회에서 나서길래 지원했죠.
학회에서 지침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저도 그렇고 PTSD를 만나는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가 아닌 분들은 이 엄청난 심리적 재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지 난감하실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참고가 될 만한 책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순서는 제가 생각하는 중요도 순입니다.
* 트라우마의 치유(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3150)
: Jon G. Allen 박사가 쓴 책으로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책 중 가장 comprehensive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한 권 만큼은 꼭 읽으세요.
* 트라우마(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2713)
: Judith Herman이 쓴 트라우마 관련 명저입니다. 성폭력 피해와 관련된 PTSD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만 역시나 읽어두시면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트라우마의 치유와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 상실 수업(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2130)
: 죽음 연구의 대가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자 유고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읽은 유족과 관련자들을 상담하실 때 필요한 책입니다. 2000년에 나온
'인생 수업'(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1184)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2508)
: 자살 관련 분야의 최고수 중 한 명인 Paul G. Quinnett이 쓴 책입니다. 생존자와 유가족 중 자살 충동을 느끼는 분들을 돕기 위해 필요한 책입니다.
*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2560)
: 언뜻 보면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책은 생존 심리학 서적입니다.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생존자들의 심리나 재난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팁을 많이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합니다.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생존하신 분들과 유가족의 빠른 치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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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G. Quinnett은 제가 2009년 3월에 혹평했던
'인간은 왜 낚시를 하는가?(Pavlov's Trout, 1998)'라는 책을 쓴 임상심리학자입니다. 못말리는 낚시광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 분은 자살 관련 분야의 최고수 중 한 명입니다.
보통 자살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연예인 자살이나 생활고에 시달려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떠올리곤 하는데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에게는 훨씬 더 자주 접하는 문제입니다.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아니더라도 자살로 귀결되거나 자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매우 많거든요. 속된 말로 임상 현장에 있으면서 환자나 내담자를 자살로 잃어 본 경험이 없는 임상가는 초보이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봐도 됩니다. 그리고 환자나 내담자를 잃을 때마다 경험하게 되는 정신적 타격은 임상가를 burn-out시킬 수 있습니다. 저만 해도 2009년에 도박 중독이었던 내담자, 2010년에 우울 증세가 동반된 적응 장애 피검자를 각각 자살로 잃었습니다. 1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해 썼던 글이 바로
'임상심리학자들이 피검자/내담자를 자살로 잃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였습니다.
제가 일하는 도박 중독 분야에서는 다행히 자살 시도를 하는 빈도가 적은 편이지만 자살 사고를 경험하지 않은 도박자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흔한 문제이고 도박 중독자들은 충동성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언제든 불행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도 전문가 자격을 갖추고 현장에 투입되는 임상가 중 자살 위험성이 있는 환자/내담자를 다루는 법을 제대로 배운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제 나름대로 대비를 하는 차원에서 고른 책인데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되었습니다. 30년 이상 현장에서 자살 환자를 치료한 전문가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이런 책은 실제 현장에서 일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쓸 수 없습니다. 저도 이런 책을 꼭 한 번 쓰고 싶군요. ㅠ.ㅠ
이 책에 담긴 몇 가지 중요한 내용들은 정리해서 포스팅도 할 생각이지만 현장에서 자살 위험성이 있는 환자/내담자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임상가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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