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시지만 4번 척도가 반사회성을 측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아래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을 드렸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고요.
우리나라에서 4번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는 대개 부모-자녀 관계 문제 때문이지만 예외 경우가 있기 때문에 Pd1, Pd2 소척도를 연결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4번 척도가 유의미 상승하는 경우는 크게 3가지입니다.
1. Pd4, Pd5 소척도의 유의미 상승
2. Pd1 소척도의 유의미 상승
:
'MMPI-2/A Pd1, fam1(A-fam1) 소척도의 차이' 포스팅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Pd1 소척도의 상승은 원 가족 갈등, 그 중에서도 부모와 본인의 직접 갈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최소한 원 가족 내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있는 겁니다. 당연히 애착 외상을 의심할 정도의 상태라면 Pd1과 함께 Pd4, Pd5 소척도도 유의미 상승하게 됩니다. 왜 Pd2 소척도는 상승하지 않느냐면 애착 외상의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권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3. Pd2 소척도의 단독 유의미 상승
:
'MMPI-A만으로 품행장애 변별하는 법' 포스팅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Pd2 소척도의 단독 유의미 상승은 반사회성 기질 내지는 성격 문제를 시사합니다. 4번 척도가 보통 가정 불화 때문에 상승하는데 Pd2 소척도의 단독 유의미 상승만큼은 반사회성을 먼저 변별해야 합니다. Pd1 소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외부의 권위 대상과는 충돌하지만 반사회성 기질을 물려준 부모에게는 반항하지 않는 걸 의미합니다. 만약 반사회성 기질/성격이 맞고 Pd1, Pd2 소척도가 모두 유의미 상승했다면 그야말로 막장으로 갔다는 이야기(자신에게 기질을 물려준 부모도 몰라보고 들이받는다는 이야기)이니 다른 행동화 척도도 모두 상승하고 있을테고 여러 가지 문제가 동반될 겁니다.
최소한 4번 척도를 해석할 때는 이 세 가지 경우만큼은 꼭 알아두셔야 합니다. 현장에서 워낙 자주 보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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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회성 성격장애나 품행장애인지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TCI/JTCI를 함께 실시하는 것이 최선이기는 하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TCI 실시가 어려운 경우 MMPI-A만으로도 품행 장애인 것을 알아내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A-con2(반사회적 태도) 내용 소척도의 유의미한 상승인데 의외로 이 척도가 상승하는 품행장애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척도의 상승을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워낙 품행장애 청소년들이 L척도 같은 방어 관련 타당도 척도를 띄우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지적 제한이 동반되는 청소년들도 많아서 K척도보다는 L척도를 띄우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자신의 반사회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품행장애가 많지는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럼 품행장애 청소년들의 의식적인 자기검열망을 피하면서 평가자가 품행장애를 찾아낼 수 있는 척도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AGGR 척도의 유의미한 상승
:
'MMPI-2/A AGGR 성격 병리 척도의 해석'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AGGR 척도는 반사회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물론 자극추구기질의 '자유분방' 하위 차원과 관련지어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이 척도의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척도도 함께 상승할 때가 많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AGGR 성격병리 척도가 상승했다면 일단 품행장애 또는 이와 관련된 기질 상 취약성을 의심해 보는 게 좋습니다.
* Pd2 소척도의 유의미한 단독 상승
: 원래 Pd2(권위불화) 임상 소척도는 Pd1(가정 불화) 척도와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하면 Pd1 소척도가 측정하는 가정 불화는 수검자와 부모의 직접 갈등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Pd2 소척도가 측정하는 내용이 권위적인 대상에 대한 불화이기에 이 두 척도가 동시 상승하는 경우 원 가족 내에서 권위를 가진 대상(가부장제 사회인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아버지)과 일으킨 갈등을 반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Pd2 소척도만 유의미하게 상승할 때는 불화를 일으키는 권위 대상이 가족이 아닌 외부 사람이라는 이야기이고 이는 수검자가 반사회성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충돌을 일으킨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그 기질을 물려준 부모 중 한 명 또한 반사회성 기질일테니 감히 그 부모와 갈등을 일으킬 수가 없죠). 그래서 4번 척도 중 Pd2 소척도가 단독으로 상승하는 경우에는 품행장애 또는 이와 관련된 기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게 좋습니다.
* Ma1 소척도의 유의미한 단독 상승
: 원래 조증 또는 경조증 상태일 때는 Ma1, Ma2, Ma4 소척도가 동반 상승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Ma3 소척도는
1-3-3-3 code pattern에 속한 방어 척도이기도 하고 나머지 척도들과 역상관이니 Ma1, Ma2, Ma4 소척도가 일관되게 상승하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이 때 Ma1 소척도는 기분이 up된 상태에서 여러가지 일을 벌이다보니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착취하게 되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해석하지만 Ma1 소척도만 단독으로 상승했을 때는 기분 상승과 상관없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품행장애 또는 이와 관련된 기질일 가능성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당연히 위에 설명드린 척도들 중 유의미한 척도의 수가 많을수록 품행장애일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겁니다.
덧. 그 밖에 MMPI-A는 아니지만 JTCI의 위험회피기질 중 예기불안/낙천성 하위차원이 -1SD 이하로 낮을 때, 즉 낙천성이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는 경우에도 품행장애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위험회피기질이 낮은 유형 중에 HLL, MLL, HLM 유형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특히 insight가 부족한 품행장애들이 낙천성 하위차원에서 낮은 경우가 많으니 이 부분도 함께 살펴보시면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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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의 많은 척도 중 가장 많은 오해를 받고 지금까지도 곧잘 잘못 해석되는 척도를 꼽으라면 단연코 Pd(4번) 척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 MMPI를 사용할 때 4번 척도가 70T로 단독 상승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반사회성 성격(내지는 성격 장애까지)으로 formulation하던 무식한 시절도 있었죠. 지금도 4 spike code pattern을 반사회성 성격으로 생각하는 임상가가 계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병원의 응급 장면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기능 수준을 유지하는 반사회성 성격 장애라면 MMPI-2의 결과만으로 진단하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최소한 TCI 결과로 교차 검증하셔야 하고, 그래도
반사회성 성격 문제를 의심케 하는 척도를 하나만 추천하라면 저는 성격 병리 척도 중 AGGR을 꼽겠습니다(거기에 Pd3 소척도의 하강과 매우 낮은 수준의 R 보충 척도까지 나타난다면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NEGE, INTR 성격 병리 척도는 상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행동화 경향이 있다면 DISC 척도 정도는 동반 상승할 수 있지만요. 오히려
Pd 척도가 단독 상승했다면 성격 문제보다는 아래 경우와 같은 상황적 스트레스를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4번 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면 반드시 임상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하셔야 합니다.
상담 장면에서는 거의 대부분 Pd1(가정 불화) 척도가 압도적으로 상승하고 간혹 Pd2(권위 불화)가 동반 상승하는데 전자는 family problem이고 후자는 trouble maker가 아버지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간혹
Pd4(사회적 소외), Pd5(내적 소외) 두 척도가 4번 단독 상승 profile을 견인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애착 외상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Pd4는 광범위한 불신(Pa척도와 중복되는 문항이 많음), Pd5는 삶을 즐길 역량을 제한하는 죄책감을 측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D척도의 소척도 연결 분석 결과를 함께 보시는 게 좋습니다.
RC4 재구성 임상척도는 Pd(4) 척도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반사회성을 측정할 것(척도 이름이 반사회적 행동으로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실은 ASP2와 상관이 높음)처럼 보이지만 그건 이어서 설명할 ASP 척도가 함께 상승했을 때나 그렇고 ASP 척도가 정상 수준이라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냥 4번 척도의 소척도 연결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정도가 커진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4번 단독 상승인데 Pd1 척도만 70T 이상이고 RC4 척도도 70T 이상이라면 그냥 가정 불화나 부모-자녀 관계 문제로 해석하면 됩니다.
정작 반사회성 문제를 드러내는 건 ASP 내용 척도입니다. ASP 척도가 반사회성 구성 개념을 가장 잘 반영하거든요. 심하게 말하면 ASP 척도가 뜨지 않으면 반사회성 문제는 고려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AGGR 척도가 상승하거나 TCI에서 반사회성 기질이 관찰되는 경우는 예외). 이 때도 내용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해야 하는데
ASP1(반사회적 태도)가 ASP2(반사회적 행동)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 상담 현장에서 ASP 내용 척도가 상승할 때는 ASP2 때문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반사회적 태도나 가치관 등은 없지만 겉으로만 여러가지 문제 행동을 보이는 건데
이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가설은 '파괴적 관심 끌기'입니다. 특히 Hy2척도가 40T이하 또는 60T 이상이거나 HEA2가 70T 이상이라면 파괴적 관심 끌기일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자, 이제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 반사회성 성격 문제(장애)를 의심해야 하는 MMPI-2 profile
- Pd, RC4, ASP가 전혀 상승하지 않지만 TCI에서 반사회성 기질(내지는 성격 장애)로 평가
- AGGR 성격 병리 척도 단독 상승(DISC 상승, R 하강, Pd3 하강 조합일수록 행동화 위험 증가)
- ASP 내용 척도 상승(ASP1 소척도 상승 필수) : 드묾
* 반사회성 성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닌 MMPI-2 profile
- Pd(4) 척도 상승 + RC4 척도 상승 + ASP 척도 상승(ASP2 척도만 70T이상, ASP1 척도는 정상)
: 실제 문제의 원인은 Pd척도의 소척도 연결 분석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음. Pd1 단독 상승이면 가정 불화 문제이고 ASP2 소척도 상승이 동반되면 파괴적 관심 끌기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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