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일을 한 지 2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최근까지도 저는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은 특정 대상을 타겟으로 한 특수치료의 한 형태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애착 외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성인 내담자의 내면 아이 치유를 위해 미술치료나 놀이치료 기법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공부에서 이런 선입견이 와장창 부서지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놀이치료자인 Garry Landreth가 쓴 이 책도 그러한 경험에 일조를 했습니다.
일반 상담을 하다 보면, 지나치게 언어적 기법에만 초점을 맞추고, 내담자를 온전히 수용하기보다는 상담자의 접근법에 따라 내담자를 끌고 가려고 하며, 치료적 성과와 목표라는 게 상담자가 가진 전능 환상을 반영하기 쉽다는 걸 잊어버리기 쉬운데 이를 통절하게 반성하게 만드는 훌륭한 책입니다.
놀이치료에 전혀 관심이 없고 아동을 만날 일이 없는 임상가라고 해도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입니다.
* 차례
1. Garry Landreth : 나에 대해서
2. 놀이의 의미
3. 놀이치료의 역사와 발전
4. 아동에 대한 관점
5. 아동중심 놀이치료
6. 놀이치료자
7. 놀이방과 놀이도구
8. 놀이치료 과정에서의 부모 참여
9. 관계의 시작 : 아동의 시간
10. 촉진적 반응의 특징
11. 치료적 제한 설정
12. 놀이방에서의 문제
13. 놀이치료의 이슈
14. 집중적 단기놀이치료
15. 놀이치료 받는 아동
16. 치료 과정의 종결과 종료
17. 부모- 자녀 관계 증진 치료 : 놀이치료 기술을 이용한 부모-자녀 관계 훈련
누가 온라인 서평에 '놀이치료의 바이블'이라고 적어놨던데 동의합니다. 놀이치료를 공부하실 분들은 이 책부터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차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놀이의 의미나 놀이치료의 역사 같은 이론적인 배경 뿐 아니라 놀이방과 놀이도구를 구성하는 법, 치료적 제한을 설정하는 방법, 놀이방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처하는 법 등 실질적인 노하우와 팁도 빠짐없이 소개하는 책입니다. 구성이 알차서 책 값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430페이지 분량의 양장 하드커버인데 17장으로 나뉘어 있어 각 장의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 손에 잡히는대로 한 장씩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독서 클럽이나 스터디를 하기에도 좋습니다.
놀이치료 전공자(대부분의 놀이치료 선생님들은 이미 보셨겠지만)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상담을 하는 임상가에게도 강추하는 책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처럼 눈이 열리는 경험을 하실 수도 있고, 최소한 매너리즘이 깨지는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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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표현이 불가능하다. 인생은 경험을 하고서 평가받을 수 있을 뿐이다. 표현은 항상 평가될 수 있지만 인생은 그럴 수 없다. 인생은 그런 거다. 인생은 전개되어 있고, 그 순간은 그것이 전부다. 그 이상도 없고 그 이하도 없다. 우리는 사람을 보고 판단하지도 않고 한 사람이 너무 많거나 적게 가지고 있다고 그 인생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내가 발견한 것 중에서 중요한 것은 어린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삶을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거의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을 서로 어울려 놀고 다른 사람을 충분히 받아들인다.
* 어린이와의 관계를 위한 원리
-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다. 따라서 나는 모든 것을 알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다.
- 나는 사랑을 받아야만 한다. 따라서 나는 언제나 아동을 사랑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 나는 내 안에 있는 아이의 모습을 받아들이길 바란다. 따라서 나는 경외심을 갖고 아이들이 나의 세계를 밝혀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나는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가장 잘 배우며, 그 노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이 노력하는 과정에 함께 할 것이다.
- 나는 때때로 은신처가 필요하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할 것이다.
- 나는 한 인간으로서 완전히 인정받을 때가 좋다. 따라서 나는 아이를 한 인간으로 대하고 평가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 나는 실수를 한다. 내가 한 실수들은 내가 인간이며, 실수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의 인간다움에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다.
- 나는 감정적으로 현실세계를 내면화하고 표현한다. 따라서 나는 현실적인 것과 내가 어렸을 때 겪은 세계를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 대답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기분이 좋다. 따라서 나는 나에게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얼심히 노력할 것이다.
- 나는 안전하다고 느낄 때 보다 완전한 내가 된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과 상호작용에 있어 일관성을 보일 것이다.
- 나는 내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 희망과 살고자 하는 의지는 내 안에서 나온다. 따라서 나는 아이의 의지와 자아를 인정하고 지지할 것이다.
- 나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무서워하지 않게, 좌절하지 않게, 실망하지 않게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나는 그러한 것들을 경감시킬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 나는 상처받기 쉬울 때 두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나는 상처받기 쉬운 아동들의 내면 세계를 친절하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어루만져 줄 것이다.
* 놀이치료는 극단적으로 심한 자폐증과 현실감을 잃은 정신분열병을 제외한 모든 진단 범주의 아동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아동을 놀이치료할 때 피해야 할 금기는 몇 가지 밖에 없다.
* 대부분 아동의 행동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개념과 일치한다. 자기-개념과 일치하지 않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 심리적인 자유와 적응은 아동의 모든 경험이 자기-개념과 일치할 때 이루어진다. 만약 그렇지 않을 때에는 긴장과 부적응을 경험하게 된다. 자기-개념과 일치하지 않는 경험은 두려움으로 지각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아동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기-개념을 보호하기 위해 경직된 행동을 하게 된다.
* 기본 규칙
- 치료자가 아동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는 치료자가 아동에 관해 무엇을 아는가보다 중요하다.
- 자기 자신의 약점을 수용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약점도 수용하지 못한다.
- 제한이 필요하기 전에는 제한할 필요가 없다.
- 이미 알고 있는 것에 관해서는 질문하지 마라.
* 숙련도와 기술은 유용한 도구지만, 치료자 자신의 성격이 가장 큰 재산이다. 놀이치료자가 되기 위해서는 훈련과 기술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치료자는 아동의 지각적, 경험적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아동과 함께 있는 것을 기뻐하고 아동의 세계를 흥미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어야 한다.
* 아동중심 놀이치료자는 아동이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아동과의 치료적 관계의 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 대기실에서 치료자가 부모에게 인사를 하면 부모는 아동의 문제를 바로 쏟아놓기 시작한다. 이 때 치료자는 적극적인 경청을 하거나 인내심을 보여서는 안 된다. 치료자는 부모에게 정중한 어조로 지금 그러한 점을 논의할 시기가 아님을 알려야 한다. 치료자는 첫 만남에서 그 즉시 몸을 숙이고 아동에게 인사하도록 한다. 치료자는 부모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 이 시간은 아동의 시간이기 때문에 치료자는 앉아서 아동이 이끄는 대로 따르며, 아동이 자발적으로 의사소통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마루는 아동의 공간이고, 상담자는 아동이 먼저 초대하기 전까지는 이것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상담자의 의자가 놀이방에서 유일하게 중립적인 공간이 된다.
*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
- 치료자의 코와 발끝의 방향이 일치해야 한다.
- 물어보지 않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마라.
* 아동이 놀이방 한가운데 서서 불안해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아동이 아무 말 없이 놀이방에 앉아 있을 때 치료자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치료자가 실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아동은 모든 시간 내내 자신에 대해 그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있다. 그러므로 항상 치료자의 반응이 있어야 한다.
* 치료자는 언어로 반응하는 참여자이어야 한다. 아동이 관찰되고 있다고 느끼면 관계는 나빠진다. '왜 나를 보세요?'라는 아동의 질문은 치료자가 언어적으로 충분히 반응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동에게 반응하지 않고 앉아서 관찰만 하는 것은 아동이 관찰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아동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 아동의 행동에 대해 이유를 묻는 것은 일반적으로 탐색을 촉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아동이 인지적 통찰을 언어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것은 아동에게 놀이치료를 행하는 이유와 모순되는 행위다. 만약 아동이 언어적 수단을 통해 자신을 충분히 표현할 능력이 있다면, 아동이 놀이치료를 받아야 할 이유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 놀이방의 장난감은 아동이 직접 그 물건에 대해 언어적으로 구체화하기 전에 먼저 표시하거나 확인시켜서는 안 된다. 장난감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아동을 현실에 고정시키고 그의 창의성과 환상을 깨는 것이다. 먼저 상담자가 트럭이라고 부르면 그것은 절대로 스쿨버스나 응급차가 될 수 없는 것이다.
* 놀이치료의 목표는 아동이 자신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인정하는 것이다. 아동들은 국어나 수학 교사인 치료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항상 치료자의 생각대로 되어야 하는가?
* 아동이 질문하는 것보다는 아동이 말하려고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아동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관해 긴 설명이나 장황한 대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관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관계에서 아동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 조건적인 제한 설정보다 전체적인 제한 설정이 더 바람직하다. 전체적 제한 설정은 아동에게 혼동을 덜 주고 안전함을 느끼게 한다. 전제 제한을 하려면 '너는 나를 꼬집을 수는 있지만 아프게 할 수는 없어'가 아니라 '나를 꼬집어서는 안 돼'라고 말해야 한다. '문을 세게 차서는 안 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조건적 제한은 언쟁의 여지를 남긴다.
* 제한 설정이 필요해서, 치료자가 단계를 밟아나갈 때 다음의 ACT를 기억해야 한다.
A : 아동의 감정, 바람, 원망을 인정하라.
C : 제한을 전달하라.
T : 수용 가능한 대안을 목표로 제시하라.
* 일반적으로 놀이방에 필요한 것만을 허용하는 것이 규칙이다. 원격 조정장치가 달린 장난감, 고도로 기계화된 장난감, 태엽을 감는 게임 등은 아동과의 상호 작용이나 자기 표현을 촉진하지 못하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아동이 좋아하는 책도 놀이방에서 허용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방어적이고 수줍어 하는 아동, 또는 위축된 아동이 책으로 도피하여 새로운 환경 또는 치료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피하기 때문이다. 책은 거의 놀이방에서 아동과의 관계 형성을 촉진하지 못한다.
* 치료자가 정말로 아동을 좋아하고 가치 있게 여긴다면 '좋아한다', 또는 '사랑한다'는 말은 의미 없이 나부끼는 색종이 조각 같은 것이며, 치료자는 '너는 내게 매우 특별하고 지금은 우리가 함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나를 사랑하세요?'라는 질문에도 같은 대답을 해 주는 것이 적절하다.
* 치료자가 아동 놀이에 참여하려고 한다면 다음 사항을 지켜야 한다.
- 아동이 언제나 주도권을 갖도록 할 것
- 아동의 관점을 유지할 것
- 성인-치료자 역할을 유지할 것(치료자는 아동의 놀이 상대가 아니다)
- 제한 설정을 통해 경계를 유지할 것
* 놀이치료는 회기 수보다는 빈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회기와 회기 사이의 일주일은 아동에게 있어 매우 긴 시간일 수 있다. 특히, 성폭력, 이혼으로 인한 충격을 경험한 아동이나 퇴화 위기에 있는 아동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루어지던 전통적 방식은 아동의 정서적 욕구보다는 치료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것이다.
* 아동의 놀이방에서 보이는 행동이 구체적으로 뚜렷한 변화가 부족할 때, 치료자는 치료자로서 자신을 의심하고, 치료 과정에 대한 믿음을 잃으며, 좀 더 직접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결심한다. 치료자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그러한 생각이 치료자로서 적절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치료자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것이며, 아동의 욕구를 진정으로 만족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덧. 이 책은 소장하면서 계속 참고할 예정이므로 북 크로싱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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