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99년에 '장애적 사고와 로샤'를 내놓았던 Kleiger박사의 후속작에 해당합니다.
이 책에서 Kleiger 박사는 Psychosis의 현상학을 '와해', '비논리성', '언어와 사고의 빈곤', '병식의 결여'라는 네 개의 차원으로 구분하고 이를 로샤로 평가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Kleiger 박사의 전작을 읽어보지 않은 임상가라면 여기까지 읽고 제목을 봤을 때 '이 책을 읽으면 로샤 검사로 정신증을 어떻게 변별 진단하는지 알 수 있겠구나'하고 기대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그 기대를 충족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Rorschach와 Rapaport, Holt에 대한 이야기와 사고장애지표(TDI), 종합체계(CS), R-PAS에 대한 내용이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와해', '비논리성', '사고와 언어의 빈곤', '병식의 결여'에 대한 로샤 연구 결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대상은 현장에서 정신증 환자를 평가하는 임상가가 아니라 로샤 연구를 하는 학자나 연구자입니다. 물론 4부에서는 조현병 스펙트럼과 양극성 장애, 주요 우울증, 성격 장애, 꾀병, 아동 및 청소년 정신증을 로샤로 변별하는 이야기도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혼재된 연구 결과만 제시하기 때문에 읽을수록 실망할 겁니다. 따라서 저처럼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장의 로샤 지표에 대한 노하우를 기대하는 분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 없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전작을 읽었더라면 당연히 pass했을 책입니다.
이준득 선생님이 번역에 공을 많이 들이셨는지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만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어서 그런지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제시되는 참고문헌의 양 조차도 엄청납니다. 총 361페이지 분량의 책에서 72페이지가 참고문헌이니 전체 분량의 20%가 넘네요. 책 값이 아깝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로샤'를 사용하여 '정신증'을 연구할 연구자가 아니라면 굳이 읽을 필요 없습니다.
닫기
* 정신증은 현실검증의 상실, 즉 한 사람이 마음 '내부'에 있는 것과 '외부'에 있는 것을 변별하는 데 실패하는 것을 의미한다.
* Rorschach에서 작화증이 특정한 자극에 몰두되어 있음(stimulus-boundedness)을 반영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작화증적 수검자는 기이하고 왜곡된 방식이기는 해도 잉크반점을 단순하게 지각한 뒤 자신이 본 것을 보고한 반면, 상상력이 풍부한 수검자는 그것을 '해석'했다.
* Rorschach의 '오염된 전체 반응(contaminated whole response)'만이 조현병 환자군에서 유일하게 나왔기 때문에 이 반응은 조현병에서 최초의 질병특유적인 진단적 사인이 되었다.
* Rorschach는 조현병 환자들이 한 반응에서 작화증, 조합, 오염 반응이 혼재된 반응을 많이 한다고 결론지었다.
* Rapaport의 고유한 공헌은 잉크반점에서 거리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작화증 반응은 본질적으로 너무 멀리 간 우화적 반응으로 여겨진다.
* Rapaport는 작화증은 '가장 자폐적이고, 가장 분명한 조현병적 사고의 일부'라고 결론지었다.
* 전형적으로 수검자의 자폐적 추론은 수검자가 자신의 추론적 오류를 드러내기 때문에 단어 '왜냐하면(because)'이 앞에 붙는다.
* Rapaport는 특이한 언어가 발병 전 조현병 상태에서 빈번한 진단적 반응이고, 괴상한 언어는 조현병의 지표로 더 적합하다고 했다.
* 다수의 연구자들은 정신증 환자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TDI의 절단 점수를 확립하려고 했지만 절단 점수를 설정하려는 노력들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 TDI가 가진 잠재적인 개념적 약점 중 하나는 채점이 서로 다른 심각도 수준에 할당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그렇게 할당한 경험적 근거는 찾을 수 없고, 개념적으로 늘 명확한 것도 아니다.
* Exner는 수동 M- 반응은 '망상적 작용(delusional operations)'의 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 Exner는 FABCOM에 대해서도 아동과 조현병 환자, 성격장애 환자 기록에서 흔한 것이며 성인과 청소년에게서 2개 이상의 FABCOM1이 있거나 하나 이상의 FABCOM2가 있을 때에만 부정적인 징후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DR2, ALOG, CONTAM이 있다면 사고에서 보다 심각한 장해가 시사된다. 요약하면, Exner는 성인의 기록에서 적어도 5개 이상의 특수 점수가 있어야 하고, 어린 아동에게서는 연령 평균에 비해 1 표준편차 이상 많아야만 사고 장애가 시사된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정상 범위의 인지적 착오와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사고 병리를 구분하는 거친 절단점으로 WSUM6 9점을 제시했다.
* Exner의 연구는 4점의 SCZI는 상당한 위험성으로 해석되어야 하지만, 6점의 SCZI는 상당히 높은 조현병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했다.
* Mihura의 메타 분석 결과 중 하나는 M-가 더 이상 사고장애의 타당한 측정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CS에서 M-는 장해적 사고 지표 중 하나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연구들은 이러한 주장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M-는 사회적 자극들에 대한 오지각 및 오해석의 측정치로는 간주된다.
* Exner의 DR 범주는 circumstantiality는 설명하지만 '환상에의 침잠' 개념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 DV는 언어 생산과 의미론(semantics)에서의 문제를 포함한다. 우리가 DV를 부여할 때, 응답자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부적절하거나 부정확한 단어 혹은 구를 선택한다.
* DR은 초점화(focusing), 필터링(filtering), 자기-감찰(self-monitoring)의 장해를 반영하는 광범위한 반응 유형이다. DR은 실행 기능에서의 한정된 기능 결손을 나타낸다. 반응에서 수검자들은 잉크 반점에서 갑자기 이탈하거나 점진적으로 멀어진다. 혹은 그들은 잉크 반점의 부적절한 세부 정보에 귀인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 INCOM은 잉크 반점 이미지의 '지각적' 현실에는 기반하지만 이미니 내용의 '개념적' 현실에는 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ABCOM도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다. 잉크 반점의 지각적 특징들을 연결하고 분류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양립할 수 없는 잘못된 지각이 발생한다.
* DR-작화증 반응은 추상화 과정의 왜곡을 대표한다.
* Exner의 규준 자료에서 FABCOM과 INCOM이 어린 아동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Exner의 핵심 요점은 수준 2 채점만으로 심각한 사고 장애를 가정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으며, 이와 유사하게 FQ- 반응의 누적을 손상된 현실 검증으로 가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먼저 검사자는 그런 반응을 내놓은 사람의 사고방식을 가늠할 필요가 있다.
* 환자의 반응과 채점 뒤에 있는 사고 방식을 설명하는 것은 로샤에서 사고장애 지표를 평가하는 데 있어 지극히 중요하다. 환자가 자유연상 단계에서 자신의 혼란스러운 반응을 기술하거나 자발적으로 수정하는 방식, 혹은 스스로 무효화하려는 방식, 혹은 질문 단계에서 '수습 대책(damage control)'을 시행하는 방식은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자각하는 정도에 대한 단서가 된다.
* ALOG는 일반적인 수준의 망상적 사고보다는 심각한 정신증, 특히 조현병과 더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 우울증이 두드러지고(로샤 또는 다른 관찰 방식에서) 비교적 많은 수의 특수점수가 있을 때, 특히 현실 검증의 손상이 동반된다면 양극성 장애가 있다는 가설을 세워야 한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031
심리평가자들이 채점과 해석, 통합에 가장 애를 먹는 검사 중 하나가 로샤 검사입니다.
특히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성인보다 더 어려운데 아동이 어릴수록 지각 발달이 완료되지 않아 지각의 정확성이나 통합 정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으며 지각 경험 자체가 성인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지각 내용이 제한되어 해석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게임 중독이거나 공상 세계로 도피하는 경향이 있는 수검 아동의 경우에는 로샤의 반응 내용이 굉장히 dramatic할 수 있는데 이 때에는 일단 채점은 Exner 방식으로 엄격하게 채점을 하되 Rapaport 방식으로 story telling을 한 것과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ner 방식으로 채점해서 산출한 structural summary의 지수를 날 것 그대로 보고서에 옮기게 되면 심한 경우 게임 중독 아동이 정신분열병으로 탈바꿈되어 기술될 수도 있습니다.
로샤의 structural summary는 산출된 지수의 신뢰도가 충분한 반응 수와 평가자의 채점이 완벽하다는 전제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른 심리검사 결과와 교차 점검을 해야 하고 통합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가공이 어렵다면 과감히 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Exner 방식으로 채점한 결과가 지나치게 가혹하게 나올 수 있다고 해서 평가자 임의로 채점을 느슨하게 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평가자가 의외로 많더군요)
요약하자면
아동, 청소년의 심리평가 시 로샤 검사 결과는 Exner 방식으로 엄격하게 채점하고 다만 보고서에 기술할 때에는 반드시 다른 검사 결과와 교차 점검해서 통합이 되는 지 확인하여 기술하며 다른 결과와 통합되지 않을 경우에는 과감히 빼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675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책
이 책은 학생 뿐 아니라 현장의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정신분석쪽의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수준입니다.
원문을 충실하게 번역하다 보니 번역투가 상당히 딱딱하고 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만 이 책의 번역을 맡은 이우경, 이원혜 선생님의 번역 실력만을 탓하기에는 내용 자체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일단 Lerner이외에도 Rapaport, Mayman, Schachtel과 같은 학자들의 연구 내용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작정 달려들면 헤맬 수 밖에 없겠더군요. 무엇보다도 책장이 잘 안 넘어갑니다.
특히 2부인 '연구 적용'에서는 '방어', '해리', '발달적 대상 관계', '경계선 개념', '자기애'와 관련된 로샤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측정 척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논문 리뷰집과 같은 형태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관련 연구의 결과 나열에 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현장에서 평가, 치료에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적습니다.
간혹 각 로샤 카드의 내용 분석을 통해 측정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의 실마리를 남겨두고는 있지만 겨우 그것을 위해 소장하거나 일독할 필요성까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드 커버인데도 불구하고 마감이 엉성해서 일독을 했을 뿐인데 벌써 책이 너덜너덜거립니다. 쩝...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대가 커서 그런지 상당히 실망을 한 책입니다. 구입에 신중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