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짓고 싶은 집은 1층은 목공방, 2층은 살림집으로 꾸밀 예정인데 경사지를 이용해 하나의 건물이면서 각기 독립된 구조가 연결된 형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월간 전원속의 내집(무주 오연재)
이 집은 무주에 있는 오연재인데 제가 생각하는 집의 구성과 가장 비슷합니다. 물론 평지붕, 1층을 땅에 묻는 것 등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 차이는 좀 있지만요. 건물은 붙어 있지만 1층 목공방과 2층 살림집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2층의 살림집은 패시브 하우스로 지을 예정입니다.
현재 고려하고 있는 집의 크기는 목공방 30평, 살림집은 주차장 포함 35평인데 설계를 하면서 변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시공을 맡기고 싶은 시공사가 종합건설 면허가 없는 업체이기 때문에 60평을 초과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건축 면적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살림집의 구조를 고민할 때 이거다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든 집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 콜로라도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Renee del Gaudio의 'Big Cabin / Little Cabin'이었습니다. 두 동으로 구성된 건물인데 Big Cabin의 구조가 제가 원하는 딱 그거였습니다.
이 분이 Renee del Gaudio입니다.
Big Cabin의 평면도입니다.
1. Living
2. Dining
3. Kitchen
4. Pantry
5. GYM
6. Guest Bath
7. Master Bath
8. Master Bedroom
9. Porch
5번과 6번을 합쳐 드레스룸으로 만들고 7번 위쪽으로 제 사무실 공간을 붙여서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꿀 생각인데 그걸 빼면 제가 평소에 생각해 오던 구조와 거의 일치합니다.
Big Cabin의 Dining table에서 거실 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저희 집은 동쪽이 되겠지요. 제가 지을 집은 오른쪽이 남쪽이라서 Big Cabin과 통창의 방향이 반대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패시브 하우스를 지을 것이기 때문에 벽난로는 놓지 않을 예정이고 쇼파와 대형 TV도 없으니 최대한 큰 창과 윈도우 시트를 배치해서 거실을 최대한 넓게 사용할 예정입니다. 한 쪽 창에는 고양이들을 위한 대형 캣타워와 캣워크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북쪽이 벽으로 막히고 동쪽과 남쪽은 최대한 큰 창으로 햇빛을 받아들이도록 구성할 예정입니다.
Big Cabin은 콜로라도의 건조한 사막 지역에 건설되었기에 통창을 이렇게 열 수 있지만 패시브 하우스는 그렇게 안 하는 게 좋습니다. 통창이기는 하지만 픽스창으로 할 예정입니다. 지붕은 당연히 경사 지붕이고요. 우리나라에서 평지붕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방수 문제도 있고 적설량도 많기 때문에 하자가 많이 발생하니까요.
거실에서 다이닝 섹션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천장에 실링팬을 달 예정이지만 다락방은 만들지 않을 예정입니다. 공간 욕심을 내 봤자 창고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나이 들어서 사다리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힘들기도 하고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Big Cabin의 키친은 거의 펜션 수준의 심플한 스타일인데 저는 벽면을 모두 막아서 냉장고, 김치냉장고와 수납 공간을 만들 예정입니다.
가운데에 대형 아일랜드 식탁이 자리잡고 있어서 부엌일을 하면서 거실 전경과 동쪽의 통창을 통해 확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양쪽으로 복도가 팬트리, 침실, 사무실을 연결합니다. 모든 공간은 단차 없이 만들어 로봇 청소기로만 청소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문의 숫자는 최소화하고 만들더라도 모두 미닫이 문으로만 달아서 평소에는 모두 열어두어 통풍이 잘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Big Cabin은 키친을 중심으로 양쪽에 복도가 있는데 저는 한 쪽을 막고 한 쪽 복도를 넓혀서 갤러리처럼 구성할 생각도 있습니다.
침실은 최대한 작고 조용하게 꾸미려고 합니다. Big Cabin은 통창으로 바깥과 거의 연결되다시피 하지만 제가 지으려는 집의 침실은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통창을 내면 여름철에 너무 덥습니다. 그래서 창은 작게 내고 대신 바깥에 데크를 만들어서 휴식 공간을 따로 꾸미고 침실은 그야말로 수면을 위한 공간으로만 활용할 생각입니다.
Big Cabin의 화장실은 침실과 하나로 붙어 있습니다. 일종의 리조트 스타일이죠. 하지만 저는 욕실과 화장실은 좀 더 크게 별도의 공간으로 분리해서 만들겁니다. 조적 욕조를 만들어서 샤워 부스와 통합하고 나머지 공간은 건식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욕실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둘 거라서 옷을 벗어서 세탁기에 넣고 샤워를 한 뒤 연결된 드레스룸에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동선을 짤 예정입니다.
Renee del Gaoudio의 Big Cabin은 간결한 디자인에 나무를 많이 사용한 점, 턱 없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한 점, 문이 거의 없는 점, 다이닝과 키친, 거실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한 점 등 아이디어를 많이 주었습니다. 물론 실제 설계가 들어가면 우리나라 환경과 상황에 맞게 많은 것이 바뀌겠지만 처음 Big Cabin을 봤을 때는 그대로 모방해서 설계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네요.
아파트 구조도 싫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와 같은 전원주택 구조는 미안하지만 정말 질색이었거든요. 앞으로 좀 더 다듬어야겠지만 최대한 지금 생각하고 있는 구조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도록 설계를 부탁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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