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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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이 책의 부제로 달려 있는 '다이론적 통합적 접근'이라는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도박 중독은 절충/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을 다는 전문가가 거의 없습니다. 조금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제가 인지행동치료에만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는 치료자라면 도박 중독을 완.벽.히. 치료해 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인지행동치료적 접근도 도박 중독 치료에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다이론적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기에 많은 치료 모델들을 하나의 큰 틀로 아우르는 접근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읽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꽤 괜찮은 책입니다. 일단 중급 이상의 상담자에게 추천합니다. 초보 상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Rogers의 인간 중심 상담, Perls의 게슈탈트 상담, Freud의 정신분석적 상담, Ellis의 인지 치료적 상담, Williamson의 특성-요인 상담, Skinner의 행동주의 상담, Warnick의 단기치료적 상담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과 이해가 바탕이 되어있는, 상담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상담을 해 온 내용을 통합적인 틀에서 살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어 본 절충/통합적 접근의 텍스트 중에서 관점이 가장 온건하고 시야가 넓은 책입니다.
이 책의 핵심을 이루는 상담 과정의 통합적 모델은 사실 간단합니다.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1단계는 초기 의사소통과 상담관계 형성, 2단계는 심층탐색, 3단계는 목표 설정 및 행동 수행입니다. 이 3단계 통합적 모델 속에 앞서 소개한 상담 이론들을 핵심 기제에 맞춰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Rogers의 인간 중심 상담은 1단계에, Ellis의 인지 치료적 상담은 2단계에, Skinner의 행동주의 상담은 3단계에 적용하는 겁니다. 아마 경험있는 상담자라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미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 상담 과정의 원리에서는 효과적인 상담을 위한 기본적인 원리, 과정으로서의 상담에 대한 이해를 통해 3단계 통합적 모델을 설명하고 있고 2부. 상담의 전략과 기술에서는 상담에서 평가와 진단, 질문 기법들 소개, 그리고 다양한 상담 이론을 어떻게 3단계 모델에 통합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3부. 특별한 집단에 대한 상담 과정의 적용에서는 위기 개입 상담, 다양한(성, 문화 등) 상담, 아동 및 부모와의 상담, 노인 상담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1, 2부로도 충분히 이 책의 내용을 구성할 수 있지만 3부도 현장에서 상담자가 알고 있어야 하는 다양한 상담 장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공부 차원에서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각 장은 말미에 사례와 토의를 위한 추가 질문을 배치하고 있어 혼자 공부하기에도 좋고 스터디를 하기에도 좋습니다. 소장하고 틈틈히 참고할 책은 아닙니다만 일독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덧. 11월 새 책 북 크로싱 대상으로 할까 고민 중입니다. 그런데 너무 비싸네요. 23,000원이나 하다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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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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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현장에서 환자를 심리치료하거나 또는 내담자를 상담하는 임상가라면 한 번쯤은
'한 명의 client를 서로 다른 심리치료기법으로 치료한다면 과연 어떨까?'하고 생각해 봤을 겁니다.
바로 그 생각을 현실로 옮긴 책입니다.
이 책에는 회사에 상습적으로 지각하며 대인 관계 문제를 갖고 있는 도널드 그린이라는 가상의 내담자가 등장합니다. 이 내담자를 아들러식 심리치료, 로저스의 인간중심치료, 앨리스의 합리적정서적치료, 행동 치료, 절충적 치료의 5가지 접근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각각 중견급의 치료자가 치료 과정을 기술하고 각 접근법의 대가가 말미에 comment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1991년에 출판되었고 국내에 소개된 것이 1997년이니 이미 10년이나 지났는데도 비슷한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제가 들은 적이 없는 것을 보면 참 쉽지 않은 시도라는 생각은 듭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현장의 임상가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각 치료적 접근법에 대한 설명이 매우 부족합니다. 따라서 각 접근법에 대한 상당한 식견과 경험이 없는 이상 축어록을 따라가는 것만 갖고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축어록 중간중간에 이론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친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다섯가지 심리치료가 같은 내담자를 어떻게 다르게 접근하는지 맛만 보려는 사람에게는 상관없을 수 있겠지만 저처럼 그 미묘한 차이를 비교 분석하고 싶은 임상가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책입니다.
게다가 역자인 이혜성 선생님이 '옮긴이의 말'에서도 고백하고 있듯이 가상의 내담자라서 그런지 저항, 전이, 역전이, 투사 등의 문제가 전혀 없이 접근법마다 너무나 빨리 좋아지더군요. 무슨 마술같이요. 쓴웃음만 나오더군요. 너무 비현실적이에요. 현실에서도 그렇게 치료가 잘 된다면 임상가들이 무슨 고민이 있겠습니까?
절충적 접근법을 따르는 저로서는 마지막에 소개된 절충적 치료에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절충적 치료라기보다는 그냥 적당히 알아서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체계도 없어 보이고 어떻게 치료를 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 특히 실망했습니다.
이혜성 선생님의 번역 실력에 대해서는 2008년에 출판된
'보다 냉정하게 보다 용기있게'에서 이미 지적을 한 바 있지만 예상대로 이 책도 번역이 매끄럽지 않고 자꾸 눈에 걸려서 책장이 잘 안 넘어갑니다.
또 하나 사소한 문제로는 대부분의 대학교부속출판부가 그렇지만 지나치게 딱딱한 편집과 디자인, 글씨체로 인해 독서 욕구가 급전직하합니다.
모든 대가의 책이 다 훌륭한 것은 아니듯이 Corsini의 이름만 보고 구입하지 마시고 꼭 내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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