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능하면 중학생 미만 수검자에게 로르샤하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편인데 정서 미분화, 지각 미발달 등 여러가지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해석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로르샤하 검사를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는데 그나마 부족한 구조화된 정서 검사를 대체할 KPRC, K-CBCL 검사를 실시할 수 없을 때나 아동의 보고 신뢰도를 믿을 수가 없을 때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이하 수검자에게 로르샤하 검사를 실시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봤습니다.
* 해석 시 반드시 맥락을 고려할 것
: 어른들에 비해 삶의 경험이 아직 많지 않고 제한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특성 상 환경 맥락의 영향을 당연히 많이 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은 게임 세계, 엘사에 빠진 아이들은 디즈니 세계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고 로르샤하 카드 지각과 반응 내용이 이러한 맥락의 영향을 받게 되죠. 그러니
로르샤하 검사를 실시할 당시 아이가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파악해 반응 해석 시 그 맥락을 고려해야 합니다. RPG 게임에 빠져 있는 아동의 반응을 채점한 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멀쩡한 아이를 SPR 환자처럼 해석할 수도 있거든요.
* 반응 수가 적을 때 구조적 요약을 고집하지 말 것
: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로르샤하 검사는 굉장히 낯설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짐작하기 어려운 새로운 과제입니다. 특히 로르샤하를 실시하는 아동들은 의식적인 수준에서 실시하는 검사 도구만으로는 해석이 쉽지 않기 때문에 로르샤하 검사를 추가 실시하는 경우 즉, 말수가 많지 않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거나 내향적인 아동들이 많기 때문에 구조적 요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반응 수가 적을 수 있습니다. 이 때
구조적 요약을 하기 위한 반응 수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반응을 하도록 고무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평가자의 그러한 요구를 뭔가 잘못 되었고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더 많은 반응을 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억지로 쥐어짜듯이 반응하게 되는데 응답의 quality가 낮아질 뿐 아니라 아동의 무의식이 아닌 검사 당시에 떠오른 상상 세계를 그대로 투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응답한 반응 내용과 달라집니다. 그러니 반응 수가 너무 적으면 구조적 요약을 포기하고 질적 해석을 하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 지적 제한의 영향을 반드시 고려할 것
: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심리평가를 의뢰하는 아동의 상당 수가 또래 관계 문제가 있고 그 이유 중 하나가 지적 능력의 부족과 그로 인한 사회적 기술 습득 미비일 수 있습니다. 또 발달 지연이 있어 부모가 학업의 어려움을 염려하거나 본인 스스로도 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현장에서 로르샤하 검사를 지능 검사 없이도 사용하기 때문에
반응 내용이 빈약하거나 반응 수가 지나치게 적을 경우 지적 능력 부족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오해석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 Inquiry 할 때 아동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
: 성인 로샤와 달리 소아 로샤는 평가자가 어른이라서 어른의 입장에서 자신의 지각에 따른 inquiry로 유도할 가능성이 크므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동이 로켓이라는 반응을 했다면 로켓처럼 생겼다고?와 같이 형태 지각을 유도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경우 로켓이나 전투기는 m반응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죠. 항상 아동의 눈높이에서 아이가 어떤 반응을 한 것인지 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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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5일 강동 Wee 센터 강의에서 사용한 PPT 자료입니다.
원래는 9월 12일과 19일 2주에 걸쳐 양천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진행한 강의안이 바탕이 된 자료인데 총 6시간 분량입니다만 부족한 부분과 사례 예시를 보강하고 내용도 조금은 매끄럽게 다듬었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로르샤하 검사의 개관
2. 로르샤하 검사의 역사
3. 로르샤하 검사의 실시
4. 로르샤하 검사의 채점
5. 로르샤하 검사의 해석
이 중 로르샤하 검사의 해석 부분은 시간 관계 상 card pull 해석을 다룬 슬라이드 1장 뿐입니다. 구조적 요약을 포함한 다양한 해석 방법에 대해서는 다른 강의안으로 정리해서 올려드릴 예정입니다. 이것이 완결되면 '로르샤하 검사의 이해' 6시간, '로르샤하 검사의 해석' 6시간으로 총 12시간짜리 강의안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강의안에 포함되어 있는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로르샤하 잉크반점 검사란
* Hermann Rorschach 소개
* Ink Blot Test의 History
* Rorschach 관련 서적 소개(Exner를 중심으로)
* 로르샤하 검사의 실시 절차 : 사전 준비
* 로르샤하 검사의 실시 절차 : 검사 지시와 수검자의 질문에 대한 응답
* 로르샤하 검사의 실시 절차 : 격려, 거부
* 로르샤하 검사의 실시 절차 : 짧은/긴 프로토콜, 반응의 기록 및 배열
* 로르샤하 검사의 질문 절차 : 기본적 질문, 핵심 단어에 근거한 질문, 질문의 결정 기준, 유의점, 한계 음미
* 로르샤하 검사의 채점 : 부호화, 반응 영역, 발달질, 결정인, 형태질, 내용, 평범 반응, 조직 활동, 특수 점수
* 로르샤하 검사의 해석 : Card Pull 해석
슬라이드 수는 125장 정도 되지만 그 중 대부분이 채점에 대한 내용입니다.
너무 핵심만 지나치게 압축해서 만든 강의안이기 때문에 관련 서적을 먼저 정독하고 그 다음에 내용 정리 차원에서 보시는게 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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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rschach,
결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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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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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덴 3를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이라면 이제쯤은 D.K. Academy의 명성을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재야 고수 임상심리전문가 두 분이 실전에 특화된 심리평가 워크샵을 운영하는 걸로 유명하죠.
지금까지 로샤와 관련해서는 '로샤 완전 정복 워크샵'과 '로샤, 실시부터 해석까지' 워크샵을 차례로 열었는데 이번에는 검사 실시에서부터 어려움을 느끼는 초심자를 위한 실전 워크샵을 엽니다.
10월 1일부터 4주간 매일 3시간씩(총 12시간) 로샤의 실시와 코딩부터 차근차근 다룬다고 합니다. 강의와 연습이 집약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4번 모두 꼭 참석할 수 있는 분만 신청을 받는다네요.
대상은 대학원에서 심리평가 수업을 듣기는 했으나 Rorschach 검사에 대해 실시부터 차근차근 배우기를 원하는 분이라고 하네요. 임상심리전문가나 수련 중인 레지던트 선생님일 필요는 없는 것 같으나 대학원이 등장하는 것을 보니 최소한 심리학 전공자로 임상이나 상담 분야에서 일하거나 수련 중인 분들이 들으면 좋은 기초 워크샵인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 파일을 참고하시고 신청은 아래의 링크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신청하실 분들만 클릭~
로샤의 완전 기초부터 다지실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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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맨날 로샤 검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도 정작 왜 로샤 워크샵을 열거나 강의를 하지 않느냐는 원성이 자자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충분히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래서 장담은 못 하지만 아마도 올해 중으로 기본적인 요약 강의 하나 정도는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때까지 손 놓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어서 워크샵 하나 추천 드리겠습니다.
예전에 추천드렸던 '로샤 완전 정복 워크샵'을 진행한 D.K. Academy의 두 선생님 중 한 분이 4월 중순부터 진행하는 로샤 워크샵입니다.
실시-채점-해석 3단계를 5주에 걸쳐 매주 2시간씩 살펴보는 워크샵으로 이전 워크샵과 동일하게 8명 정원의 소규모 워크샵으로 운영됩니다. 인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로샤 공부에 관심있는 분들은 조금 서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에 첨부한 안내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내용은 최소한 이전 워크샵 수준을 유지하고 있거나 업그레이드 되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즐겁게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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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항상 믿고 추천하는 D. K. Academy의 로샤 워크샵이 떴습니다~~~
얼마 전에 1년에 고작 1~2번에 불과한 금쪽같은 종합심리평가 워크샵이 성황리에 끝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또 한 번 유종의 미를 거두기라도 하듯 의욕이 활활 불타오르는 미니 워크샵 공지가 떴습니다.
D. K. Academy의 워크샵은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는 밀착토론형 supervision식 워크샵이라 항상 정원이 번개같이 마감되곤 합니다.
오죽 했으면 D. K. Academy의 워크샵 정보를 조금이라도 먼저 알아내려고 [월덴통신] 구독자로 가입하는 선생님이 계실 정도랍니다(이 참에
월덴통신도 묻어가는 소개~).
어쨌거나 4주 동안 실시와 채점, 특히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inquiry를 꼼꼼히 살펴본다고 하니 그동안 로샤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 분들이라면 얼렁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8명 내외로 선착순 마감된다고 하거든요;;;;
11월 8일부터 29일까지 4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워크샵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D. K. Academy의 로샤 미니 워크샵을 보시려면 클릭!~
제가 상담 분야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 할 때마다 매번 강조하는 게 로샤를 공부하시라는 거잖아요.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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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심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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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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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아카데미의 심리평가 워크샵 : 로샤 기초 워크샵을 엽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문의를 주셨는데 이제야 로샤 워크샵이 시작합니다. 올해 들어서는 D.K. 아카데미의 마지막 워크샵입니다. ..
제가 요새 상담을 전공하는 선생님들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MMPI-2/A, SCT의 screening battery 사용이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만만하게 보이는 HTP 대신 처음에는 좀 어렵더라도 로샤를 공략해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죠.
HTP도 유용한 심리검사 도구임에는 틀림없지만 오히려 HTP는 상담을 할 때 상담 도구로 활용 용도가 더 크기 때문에 굳이 투사법 검사를 추가하려고 한다면 강력한 도구로 공인받은 로샤를 적극 사용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임상심리학자들이야 수련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로샤를 실시하고 채점하고 해석할 수 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상담심리학자들은 그럴 기회가 많이 없죠. Full Battery를 실시할 정도의 내담자의 수도 그리 많지 않고 로샤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부족하니까요. 책으로만 익히기에는 Exner 방식은 채점 단계부터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경향이 있고요.
그런 분들을 위한 워크샵이 때마침 나왔네요.
예전에
'Full Battery 워크샵' 때도 소개드렸던 두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이 로샤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4주 과정의 워크샵을 개설하셨습니다.
1주에 3시간 씩 4주 과정이니 12시간에 로샤 검사의 기초를 끝내는 워크샵입니다. 8월 집중반이고 4주 모두 참석 가능해야 신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용은 20만 원이네요.
자세한 사항은 해당 블로그의
'[Rorschach의 기초] 워크샵 안내' 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워크샵을 진행하는 두 분은 제가 신뢰하는 분인데다 Full Battery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쌓인 노하우로 로샤 워크샵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으셨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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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법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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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피검자는 대개 종합심리평가를 받게 됩니다. 게다가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수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임상심리학자가 어떤 검사를 실시할 지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이 거의 없죠.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종합심리평가를 곧바로 실시해야 할 만큼 severe한 피검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개는 MMPI-2 + SCT 조합으로 된 선별 평가(screening evaluation)를 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그런데 MMPI-2와 SCT로 평가를 해 보니 뭔가 문제는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종합심리평가를 받으라고 정신건강의학과로 refer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게다가 평가를 받은 곳에서 곧바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기로 예정되어 있는 내담자라면 추가적인 투사법 검사를 실시해서 구조화된 자기 보고형 검사에서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럴 때 상담자들이 최근에 많이 추가하는 도구는 HTP입니다. 미술치료사와 함께 일하는 기관도 많은데다 검사 도구에 대한 정보, 사례집 등을 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경우 가능하면 HTP보다는 로샤를 실시하도록 권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HTP와 로샤 모두 무의식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검사 도구이기는 하지만 방어의 차원에서 보면 로샤보다는 HTP가 방어에 더 취약합니다. HTP가 대중 매체를 통해 더 많이 노출되기도 했고(대중 매체 노출의 부작용) 검사 자극 자체가 이미 익숙한 것(집, 나무, 사람 그리기)이기 때문입니다. 로샤의 경우는 피검자들이 보기에는 거의 무의미한 그림이기 때문에 방어하는 것이 훨씬 어렵죠. HTP는 평가자가 뭘 알고 싶어하는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또 inquiry하는 과정에서 로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자의 의도가 노출될 위험성이 더 큽니다.
둘째. 상담자들이 HTP에 비해 로샤를 기피하는 이유는 로샤 검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신역동적인 해석법도 익혀야 하고 무엇보다 Exner 방식으로 structural summary를 구성하여 해석하는 지표들을 익히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강점으로 작용하여 10장의 카드만 갖고 간단히 실시할 수 있으면서도 구조화된 방식의 해석과 정신역동적인 방식의 해석 둘 다 가능하기 때문에 피검자로부터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낼 수가 있지요.
게다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부가적으로 상담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받는 내담자의 경우 로샤를 실시하는 것보다 HTP를 실시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HTP는 상담을 하면서 상담 기법의 하나로 활용하고 심리평가에서는 HTP 대신 로샤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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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자들이 채점과 해석, 통합에 가장 애를 먹는 검사 중 하나가 로샤 검사입니다.
특히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성인보다 더 어려운데 아동이 어릴수록 지각 발달이 완료되지 않아 지각의 정확성이나 통합 정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으며 지각 경험 자체가 성인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지각 내용이 제한되어 해석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게임 중독이거나 공상 세계로 도피하는 경향이 있는 수검 아동의 경우에는 로샤의 반응 내용이 굉장히 dramatic할 수 있는데 이 때에는 일단 채점은 Exner 방식으로 엄격하게 채점을 하되 Rapaport 방식으로 story telling을 한 것과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ner 방식으로 채점해서 산출한 structural summary의 지수를 날 것 그대로 보고서에 옮기게 되면 심한 경우 게임 중독 아동이 정신분열병으로 탈바꿈되어 기술될 수도 있습니다.
로샤의 structural summary는 산출된 지수의 신뢰도가 충분한 반응 수와 평가자의 채점이 완벽하다는 전제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른 심리검사 결과와 교차 점검을 해야 하고 통합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가공이 어렵다면 과감히 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Exner 방식으로 채점한 결과가 지나치게 가혹하게 나올 수 있다고 해서 평가자 임의로 채점을 느슨하게 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평가자가 의외로 많더군요)
요약하자면
아동, 청소년의 심리평가 시 로샤 검사 결과는 Exner 방식으로 엄격하게 채점하고 다만 보고서에 기술할 때에는 반드시 다른 검사 결과와 교차 점검해서 통합이 되는 지 확인하여 기술하며 다른 결과와 통합되지 않을 경우에는 과감히 빼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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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기로 심리검사 실시순서에 대해서는 '이것이다!'하는 표준화된 실시 지침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그동안 심리검사를 실시하면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순서를 소개할테니 나름대로 변형해서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 순서로 심리검사를 실시합니다.
흔히 Full Battery라고도 불리는 성인 종합심리평가를 하는데 사용되는 6개의 검사를 활용해 제가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BGT -> 지능 검사 -> Rorschach -> HTP
MMPI-2, SCT는 미리 작성을 해 오도록 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빠졌습니다. MMPI-2, SCT의 경우에도 보통 정신과에서는 간호사나 coordinator가 초진을 마친 뒤 수납하면서 주고 집에서 작성해 오라고 하는데 평가자가 심리평가에 대한 간단한 orientation을 제공하면서 주는 것이 검사 라포를 형성하는데에도 훨씬 좋습니다.
제가 위와 같은 순서로
실시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검자가 쉽다고 지각하는 검사에서 어렵다고 지각하는 검사 순으로
2) 의식 수준의 검사 자극을 다루는 검사에서 무의식 수준까지 건드리는 검사 순으로3) 구조화된 검사에서 비구조화된 검사 순으로
이 세 가지 기준을 조합해서 BGT, 지능 검사, Rorschach, HTP 순으로 실시하게 된 겁니다.
제 경험 상 Rorschach 검사는 피검자들이 생전 처음 하는 검사일 수 있어 심리검사에 대한 거부감이 증가할 수 있고 HTP는 Roschach만큼 어려워하지는 않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하는 피검자가 많고(특히 남성), 그림 그리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면 전체 검사 시간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HTP보다 Rorschach를 먼저 실시하는 것이 낫더군요(이건 편법이라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만 맨 나중에 HTP를 실시하면 검사자가 그 동안에 지능 검사를 채점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도 있습니다).
또한 HTP나 Rorschach 검사를 초반에 실시하게 되면 열이면 아홉은 검사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피검자가 피로를 호소하게 되어 검사를 나눠 실시하게 되는 일까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피검자에게 익숙한 패턴인 지능 검사를 초반에 실시하는 것이 시간 운용 차원에서도 낫습니다.
BGT를 지능검사보다 먼저 실시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지능 검사에서 맨 처음에 실시하는 검사가 기본 지식이나 상식인데 피검자가 이를 일종의 시험처럼 받아들여 평가 불안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BGT의 경우는 카드를 보고 그대로 베껴 그리면 되는 간단한 과제이기 때문에 피검자의 수행 부담이 줄어드는 잇점이 있습니다. 제 경우는 BGT copy를 수행한 뒤 간단한 delay 과제로 K-WAIS의 생년월일을 물어 본 다음에 이어서 Recall 과제를 수행토록 합니다. 이 때 간혹 이름, 직업 등의 신상정보를 피검자가 직접 쓰도록 하는 평가자가 있는데 BGT는 시각적인 정보, 신상정보는 언어적인 정보라서 서로 간섭하지 않지만 둘 다 시운동 협응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생년월일을 물어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BGT, 지능 검사까지 마치고 나면 피검자가 시험을 본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게 되면서도 어느 정도 검사에 익숙해진 상태이므로 국면 전환을 하는 차원에서 Rorschach를 실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HTP는 자칫하면 시간이 Rorschach검사보다 더 걸릴 수 있기 때문에 Rorschach 검사를 먼저 실시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또한 검사자에게도 HTP를 실시하고 Rorschach를 거부당하는 것보다는 Rorschach 검사를 실시하고 HTP를 거부당하는 것이 정보 획득의 차원에서 유리하지요. 다만 이 때 유의할 점은 지능 검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면 피검자의 피로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지능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한 시간을 단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소에 재빠르게 검사 자극을 배분, 회수하는 연습을 하고 검사지에 피검자의 반응을 적을 때에도 최대한 빨리 적어야 합니다.
검사 실시는 여러가지 조합이 가능하겠지만 검사에 걸리는 시간, 피검자의 피로도, 검사 라포, 평가 불안 등을 고려해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순서를 정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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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가 사용하는 심리검사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막강한 도구임에는 틀림없지만 인간이 만든 것이니만큼 완전무결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임상심리학계에는 심리검사도구를 지나치게 이상화하는 입장과 그 반대로 심리검사도구의 무용론을 지지하는 패배주의적 입장, 두 극단적인 입장이 모두 존재합니다.
둘 다 문제가 있지만 오늘은 심리검사도구를 지나치게 이상화하는 입장의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입장을 따르는 사람들은 심리검사도구가 인간의 심리 현상을 모두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걔중에는 그 중에서도 MMPI가, 또는 Rorschach가 최고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따로 논하기로 하고...
그렇다면 제목에 적은 것처럼 심리평가를 통해 성격이나 애착 문제를 얼마나 파악할 수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성격과 애착 문제는 한 개인을 이해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죠.
개인적으로 저는 심리검사 도구만으로는 한 개인의 애착이나 성격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측정 시점과 시간적인 거리가 먼 심리적 속성일수록 측정하기가 더 어렵고 정확도도 더 떨어진다고 봅니다. 로샤 검사의 예를 들어본다면 성인 피검자의 현재 정서 상태는 비교적 정확하게 보여주지만 어린 시절에 형성되는 애착 유형을 파악하거나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형성되어온 성격 패턴을 파악하는 것은 많은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심리검사도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누락될 수 있는 정보들을 상담을 통해 충분히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분들은 애착이나 성격 문제를 심리검사도구만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시지만 다른 해석 가능성은 고려해 보지도 않고 본인이 그렇게 보고자 마음먹었기 때문에 그런 해석을 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제 추측이 맞다면 그런 분들은 특정 검사 sign을 항상 동일한 패턴으로만 해석하고 있을 겁니다. 제 경험 상 성격 문제를 이야기할 때 B군의 성격 문제 진단을 남발하는 경향이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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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화 활동(Organizational activity)이라는 것은 자극 영역의 요소들간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Z점수라는 값으로 매기는데 개별적인 Z점수는 해석적인 가치가 없고 빈도(Zf)와 총합(Zsum)을 갖고 피검자가 자극 영역을 조직화하려는 경향과 효율성에 대한 정보를 해석하게 됩니다.
로샤 검사에서의 조직화 활동은 형태를 포함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형태가 사용되지 않은 반응에서는 Z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로샤 검사에서 Z점수를 부여할 수 없는 경우는 아래의 3가지에 한합니다.
1) 반응 전체에 형태가 전혀 없는 경우. 즉 발달질이 V로만 채점되는 경우2) S가 포함된 반응 중 반점의 다른 영역을 포함(유기적인 관계가 없는)하지 않는 경우3) CONFAB 특수점수
따라서
CONFAB 특수 점수를 제외한 다른 특수 점수는 Z점수와 함께 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로르샤하 워크북(한글책의 경우 354p) 제 4부 부록 '조직화 활동 결정도'에 정리되어 있으니 필요한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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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300'의 잭 슈나이더 감독이 내놓은 2009년 신작입니다.
'Watchmen'은 그래픽 노블의 거장 앨런 무어의 고전으로 영화화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죠. 많은 감독들이 영화화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잭 슈나이더 감독이 2009년에 와서야 영화화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을 통해 로맨틱 훈남으로 급 부상중인 제프리 딘 모건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스타가 없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 나오는 진정한 히어로는 '닥터 맨해튼'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코미디언', '나이트 아울', '오지맨디아스', '실크 스펙터' 등은 무공이 좀 뛰어나거나 과학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능력을 보이는 인물들이죠.
300을 연출한 감독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CG는 훌륭합니다만 배우의 연기와 어우러지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라서 들인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임상 심리학자에게 친숙한 이름인 'Rorschach'도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등장합니다만 존재감과 연기력이 훌륭한 것에 비해 심리학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ink blot pattern도 기존의 검사 도구에 나오는 것과 전혀 다르고요. ^^
이 영화 역시 대상을 분명히 하고 만들지 않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상당히 잔인한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다 베드씬도 꽤 노골적이어서 아마도 그래픽 노블의 광팬을 위해 만든 영화로 보입니다.
잭 슈나이더 감독의 신작이라고 기대하고 보시는 분들은 꽤 실망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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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vision을 하다 보면 수련 기관에 따라, 수련 감독자의 supervision 스타일에 따라, 혹은 대학원의 교육 과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된 보고서를 만나게 됩니다.
종합병원급의 대형 병원 보고서가 대체로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진단 위주로 적은 분량의 텍스트로만 씌여지는 것에 비해 local NP의 보고서, 그 중에서도 소아 정신과의 보고서는 설명을 듣는 대상자가 부모님들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온갖 칼라풀한 그래프에, 분량만으로도 질려버리는 엄청난 양인데다 내용에도 각종 검사 지표를 빼곡하니 채운 것이 많습니다. 생존을 위해 심리평가 보고서도 이렇게 진화해야 하는가 보다 싶으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형태야 그렇다 치더라도 가끔 아래와 같은 형태로 작성한 보고서를 볼 때가 있습니다.
1. 개인 정보
2. 의뢰 사유
3. 행동 관찰 <- 뭐 요기까지는 괜찮습니다만...
4. BGT : 어쩌고 저쩌고 해서 기질적 이상 없음.
5. MMPI : 척도가 어쩌고, code type이 어쩌고, 상승되어 있어 어쩌고 그래서 우울함.
6. K-WAIS : 지능이 얼마고, 각 영역의 소검사는 뭐가 올라가고, 뭐가 내려가고 그래서 문제가 있음.
7. 로샤 : 형태질이 어떻고, 지각의 정확성이 어떻고, 저쩌고 해서 내면에 내재된 우울감이 있음.
8. HTP : 집 그림의 지붕이 어떻고, 사람의 팔 다리가 가늘고 어쩌고 저쩌고 해서 우울함.
이건 심리평가보고서가 아닙니다. 뭐라고 해야 좋을 지 모르겠지만 억지로 이름을 붙이자면 검사 요약지에요.
심리평가 보고서는 각 검사의 결과를 통합해서 피검자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그려내는 과정입니다. 이 검사 따로, 저 검사 따로 떼어서 각각 기술하는 것(그나마도 각 검사 메뉴얼과 관련 책자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쓰는)은 염소 머리를 코끼리 몸통에 붙이고 사자 앞발에 기린 뒷발을 붙인 뒤에 코뿔소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검사들마다 실컷 우울하다고 적어 놓고는 진단 부분에
R/O Adjustment Disorder
R/O Anxiety Disorder, NOS
R/O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라고 하면 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게다가 R/O으로 도배를 할 거면 심리평가는 뭐하러 한답니까? 그냥 의사가 진단하고 말 지...
이런 형태의 보고서를 써 버릇하면 Summary & Recommendation 부분에 쓸 말이 없기 때문에 앞에서 했던 내용을 다시 번호 붙여 줄여쓰게 됩니다. 왜냐하면 피검자의 모습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니 진단에도 확신이 없고 이런저런 가능한 진단을 몽땅 끌어다 붙이게 되는 것이죠.
심리검사 워크샵 몇 개 듣고 그걸 조합해서 현장에서 맨땅에 헤딩하면서 일하는 분들이 주로 이런 형태의 보고서를 많이 쓰는데 제대로 수련받는 전문가 레지던트들까지 이런 보고서를 써서는 안 되겠습니다.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할 뿐만 아니라 psychometry라는 말로 폄하당해도 싼 행동입니다.
어려운 길이라고 하더라도 피검자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 정확한 모습을 그려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심리평가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다. 자부심을 가지세요. 그리고 그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세요.
항상 이야기하지만 임상 심리학 전공이 아닌 저도 심리평가 잘(은 아닌 것 같지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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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책
이 책은 학생 뿐 아니라 현장의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정신분석쪽의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수준입니다.
원문을 충실하게 번역하다 보니 번역투가 상당히 딱딱하고 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만 이 책의 번역을 맡은 이우경, 이원혜 선생님의 번역 실력만을 탓하기에는 내용 자체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일단 Lerner이외에도 Rapaport, Mayman, Schachtel과 같은 학자들의 연구 내용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작정 달려들면 헤맬 수 밖에 없겠더군요. 무엇보다도 책장이 잘 안 넘어갑니다.
특히 2부인 '연구 적용'에서는 '방어', '해리', '발달적 대상 관계', '경계선 개념', '자기애'와 관련된 로샤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측정 척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논문 리뷰집과 같은 형태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관련 연구의 결과 나열에 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현장에서 평가, 치료에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적습니다.
간혹 각 로샤 카드의 내용 분석을 통해 측정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의 실마리를 남겨두고는 있지만 겨우 그것을 위해 소장하거나 일독할 필요성까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드 커버인데도 불구하고 마감이 엉성해서 일독을 했을 뿐인데 벌써 책이 너덜너덜거립니다. 쩝...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대가 커서 그런지 상당히 실망을 한 책입니다. 구입에 신중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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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샤(Rorschach) 검사는 투사법 검사 뿐 아니라 모든 심리 검사를 통틀어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검사입니다.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사람 뿐 아니라 전문가가 되어 현장에서 활동할 때에도 여전히 손에서 놓기 어려운, 매혹적인 검사지요.
로샤 검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은 크게 Exner 방식과 Lerner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저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 철저히 Exner 방식으로 배웠습니다.
즉, 반응영역, 발달질, 결정인, 형태질, 반응내용, 조직화활동, 특수점수를 채점해 구조적 요약(structural summary)을 작성하고 Exner(1991)가 제시한 '종합체계 탐색전략'에 따라 '군집화'와 '계열적 탐색전략'을 이용하여 피검자의 검사 결과를 해석하도록 배웠습니다.
그런데 전문가가 되고 현장에 나와 4년 동안 매년 150~200 케이스의 심리평가를 수행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Exner 방식의 해석을 따르지 않게 되었습니다(물론 Exner방식이 피검자의 결정적인 측면을 설명할 것으로 판단되면 여전히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현재 저는 카드 속성(card pull)에 기초한 해석과 정신분석적 접근을 따르는 Lerner식 해석을 주로 사용하고 필요할 때만 선별적으로 structural summary를 사용합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Exner 방식을 따르기 위해서는 structural summary를 구성해야 하는데 채점이 매우 어렵고, 채점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structural summary의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전문가가 된 지금도 로샤 검사 결과의 채점에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재검사를 요청받았을 때, 이전 검사 결과를 요청해서 검토해 보면 저 뿐만 아니라 상당 수 전문가의 채점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더 더욱 structural summary를 믿지 못하겠더군요. 게다가 아무리 능숙한 채점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심리검사에 비해 채점 시간이 많이 걸려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수백 건의 심리평가를 진행하면서 Lerner 방식의 해석과 카드 속성을 이용한 해석이 case formulation을 풍부하게 만들고 때로는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피검자의 모습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였습니다.
수련을 받는 기관의 특성에 따라 Exner나 Lerner의 해석 방식 중 하나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은데(실제로 많은 기관에서 Exner 방식만 가르칩니다), 이는 유용한 해석 tool 하나를 놓치는 거라고 봅니다.
덧.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데 이 포스팅은 Exner 방식의 해석이 쓸모없다는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임상심리 전문가는 Exner 방식과 Lerner 방식을 모두 철저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Lerner의 해석 방식을 더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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