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벨스카 시장에서 호텔로 돌아와 맡겨둔 짐을 찾고 Florenc 버스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Florenc 버스 터미널은 지하철 C선과 B선이 교차하는 Florenc 역에서 바로 연결됩니다. 구 시가 광장에 있는 어떤 역에서도 5 정거장이 안 걸립니다.
그런데 Florenc 역은 환승역이라서 상당히 넓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나갔다가 길을 찾느라고 애 먹었습니다. 그러니 버스 터미널로 나가는 출구를 잘 보고 나가야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길 건너편의 출구로 나와야 합니다. 다른 곳으로 나가면 헤매게 됩니다. 지상도 상당히 넓은데다 도로가 복잡하거든요. 그런데 저 출구로 나왔다고 버스 터미널이 찾기 쉽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오른 쪽에 있는 Bar의 간판이 더 알아보기 쉽습니다. -_-;;; Florenc 버스 터미널은 왼쪽에 있는 흰 간판이 걸려 있는 곳이에요. 우리나라 시골 변두리의 시외버스 터미널 수준 밖에 안 됩니다. 매표 창구도 하나 밖에 열어놓지 않았고요. 그나마 매표원이 영어를 좀 할 줄 알아서 다행이었습니다만.
하벨스카 시장에서 시간을 좀 지체하느라고 예상했던 시간 15분 전에 도착해서 살펴보니 2시 출발 버스는 고사하고 오늘 출발하는 버스 표 자체가 없답니다. ㅠ.ㅠ 정말 망연자실이네요.
되지도 않는 영어에 손짓 발짓 섞어가며 알아보니 다른 버스 터미널에서는 3시 25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고 합니다. Roztyly역 근처라고 하네요. Roztyly역은 Florenc역과 같은 C선으로 9 정거장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더군요. 대충 계산을 해 보니 시간은 충분할 것 같아서 일단 표를 끊었습니다(휴우~ 다행이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다시 지하철을 타고 Roztyly역으로 출발~
이것이 천신만고 끝(?)에 끊은 3시 25분 Roztyly발 체스키 크롬로프행 티켓~ 1인 당 버스 요금이 174K이니 1만 2천 원 정도인데 버스 요금은 다른 물가에 비해 꽤 싼 편이네요.
Roztyly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 중간에 지하철 안에서도 검표원이 표를 검사하더군요. 체코인 남자 한 명이 무임승차로 걸렸는데 바로 다음 역에서 함께 내리더군요. 벌금 꽤나 물었을 듯~ 한번 선례가 있으니 괜히 검표원만 보면 이제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제 발이 저립니다. ^^;;;
Roztyly 역은 지상으로 나가면 곧바로 버스 터미널과 연결되기 때문에 찾기가 쉽더군요. 표를 사려고 엄청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그새 좋단다~). Florenc 터미널에서 미리 표를 끊고 온 것이 전화위복이었습니다. 역시나 인생만사 새옹지마에요. ^^
Roztyly 역은 지하철과 곧바로 연결되어 편리하기는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있습니다. 정류장들이 상당히 황량한 벌판을 둘러싸며 전개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저희가 탈 버스를 기다릴 5번 정류장입니다. 하필 터미널 건물에서 가장 먼 곳에 있더군요. 그냥 칸막이가 있는 작은 booth 하나 달랑 있습니다.
저희가 앉은 곳에서 터미널 건물 쪽을 찍은 사진입니다. 그냥 허허벌판이에요. 게다가 구름도 낮게 드리운 것이 바람도 어찌나 휑하니 불던지...
아까는 시간이 부족해서 허겁지겁 달렸는데 막상 표를 끊고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시간이 30분 이상 남네요. 날씨는 차가운데... 정류장 앞에 보니 T-mobile 건물이 보입니다. 체코의 KT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IT업체인데 꽤 현대식 건물에 IT Geek같은 젊은이들이 쉴 새 없이 들락날락거리네요.
자세히 보니 1층에 커피 전문점이 있는 것 같아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기로 했습니다.
이름이 Coffee Heaven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커피 체인인 것 같더군요. 인터넷 주소가 .eu로 끝나는 것으로 볼 때 유럽 연합에 운영되는 체인점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프라하에서도 봤습니다.
라떼 2잔(medium 63K, large 73K)하고 ham & cheese 샌드위치를 하나(78K) 테이크 아웃으로 주문했습니다. T-mobile 직원이냐고 물어보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직원 할인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여기서 일하는 여직원이 정말 친절했는데 체코에 온 뒤로 이 날까지 호텔 직원 빼고 제게 이빨 보이며 웃어준 백인 여자는 이 아가씨가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알아서 샌드위치를 데워주겠다고 하기까지... 어흑~
'나 스클레다노우'라고 인사(안녕히 계세요 정도에 해당하는 체코어)를 하니 엄청 좋아합니다. 거의 전화 번호를 딸 수 있는 훈훈한 분위기였어요. 아님 영어 공부를 하는 친구인데 연습할 수 있는 기회라서 좋아했을지도. 혼자 망상 속에서 허우적댔습니다. -_-;;;
특이한 건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에는 어디에나 있는 메이플 시럽이 없고 대신 꿀이 있더군요!!! 특이하죠. 뭐 넣어서 먹어보니 그 맛이 그 맛이었지만~
10분 전에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뒤에 있던 체코 아가씨가 말을 걸면서 자꾸 먼저 앞으로 가라는거에요. 그러니까 줄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가라는 말... 그냥 서 있겠다고 했지만 등까지 밀면서 극구 앞으로 보내는거에요. 사람들은 웃기만 하고 항의도 없이 가만히 있고... 알고 보니 표를 먼저 끊은 사람이 우선이더군요. 기다리던 사람들은 미리 표를 끊지 않고 버스에 타려던 사람들이었죠.
체코 버스는 터미널에서 표를 미리 끊어도 되지만 현지인들은 대개 그냥 버스를 타면서 표를 즉석에서 끊습니다.
표를 확인하는데 짐이 몇 개냐고 해서 2개라고 했더니 각각 10K의 운송비를 지불하라고 합니다. 영수증은 확실하게 끊어주니 그래도 안심~
화장실 사용료, 짐 보관료 등 필요한 사람은 돈을 더 내는 것이 일견 합리적인 것 같기는 한데 그건 기본 요금이 저렴할 때의 이야기이고 체코의 경우는 왠지 징벌적 요금 같아서 묘하게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지하철만 해도 다양한 요금 제도가 있어서 편리한 것 같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더 없이 복잡하고 헷갈리는 시스템이거든요. 게다가 지하철 검표원이 여행자 특히 동양인만 세워서 검표하는 것도 아주 짜증이에요. 벌금으로 관광수입을 올리는 것 같아서 아주 기분이 나쁘거든요.
하여튼 버스는 그런대로 깨끗한데 우리나라처럼 좌석 번호가 짐칸 주변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좌석 팔걸이 밑에 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찾기에는 애 좀 먹겠습니다. 저도 찾느라 힘들었다는...
3시간 30분 정도 달려서 6시 50분에 체스키 크롬로프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명성에 전혀 걸맞지 않게 여기도 버스 터미널이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습니다. -_-;;;
이정표는 없지만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더군요. 비교적 쉽게 찾았습니다.
미리 예약한 Villa Conti Hotel은 찾기가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체스키 크롬로프도 갈라지는 작은 골목길이 많아서 헷갈리더군요. 목적지를 지나칠 찰나에 기타를 맨 멋쟁이 체코인이 제대로 가르쳐 줘서 다행히 호텔을 바로 찾았습니다.
Reception desk가 있는 건물이 따로 있고...
저희가 첫날 묵었던 건물은 호텔 바로 앞에 있는데 아마도 다른 Pension을 인수했나 봅니다.
이 건물 꼭대기의 다락방(약간 콘도 비슷한)에 원래 이런가보다 하고 그냥 묵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방이 없어서 임시 변통으로 준거더라는(아침에 와서 공사를 한다고 방을 바꿔 준다기에 뭔가 했더니만. -_-;;;). complaint하려고 별렀는데 두 번째 날 너무 좋은 방으로 바꿔 줘서 걍 참았습니다. ^^
일단 짐을 풀고 저녁도 먹고 거리도 둘러볼 겸 나섰습니다. 이 때 이미 해는 진 상태.
다리 근처에 있는 유명한 음식점 'Parkan'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가이드북마다 소개해 놓은 곳인데 역시나 이름값을 하네요. 직원이 기본적으로 친절한데다 유머 감각도 있고 음식을 많이 시키니 많아서 그렇게는 못 먹을거라고 조언까지 해 줍니다.
일단 추천 메뉴인 꼬르동 블루(180K)에 사이드 메뉴로 고로케(50K)를 시켰는데 고로케는 주문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음식이 너무 많아서 결국 남겼거든요. ㅠ.ㅠ
샐러드는 가격이 80K 밖에 안 되는데 엄청난 양, 풍성한 구성으로 식탁을 압도했습니다. 아주 신선하고 맛있더군요. 강추~
이건 스테이크, 햄 & 에그인데 300K나 되는 가격입니다. 맛은 있었지만 미디엄 웰로 구워더니 너무 익혀서 고기가 퍽퍽하더군요. 미디엄으로 익혀야 제 맛일 것 같습니다.
거기에 Kozel 흑맥주를 한 병 시켰습니다(35K). 역시 맥주는 빈 속에 먹어야 제 맛이죠. ^^b
Parkan은 다 좋은데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옥의 티였습니다. 현금으로 680K이나 내려니 후덜덜하더군요. 체스키 크롬로프에서는 어디서든 신용카드를 안 받는거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상상까지 잠시 들었더랬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밤 9시 밖에 안 되었는데도 이미 대부분의 shop이 문을 닫았네요. 여기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나 봅니다.
Parkan 옆의 다리에서 보면 강을 따라 체스키 크롬로프 성이 보입니다.
올려다 보면 성의 탑이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고요.
체스키 크롬로프의 광장 모습입니다. 운이 나쁘게도 저희가 갔을 때에 여기저기 공사중이라서 길도 막 헤집어 놓고 어수선하더군요.
가로등만이 어두운 밤거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체스키 크롬로프 시내로 들어가는 외곽 성벽에서 바라본 성의 모습입니다.
체스키 크롬로프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장작을 땐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저녁이 되니 마을 전체에 매캐하면서도 구수한 나무 타는 냄새가 자욱하니 깔리는군요.
프라하에서 버스 터미널이 바뀌어서 허겁지겁 뛰어다니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피곤해서 짐을 풀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만보계로 19,305보를 걸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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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요금 : 26K X 2 = 52K
* 장 본 것 : 305K
* make up room 비용 : 20K
* 구 시청사 전망탑 입장료 : 70K X 2 = 140K
* U Tri Bubnu 호텔 3일 숙박료 : 387E
* 하벨스카 시장 박스 과일 : 105K
* Florenc 역까지 지하철 요금 : 26K X 2 = 52K
* Roztyly 터미널에서 체스키 크롬로프까지 버스 요금 : 177K X 2 = 354K
- 짐 운송료 : 10K X 2 = 20K
* Roztyly 역까지 지하철 요금 : 26K X 2 = 52K
* Roztyly 정류장 앞 커피 전문점
- medium latte : 63K
- large latte : 73K
- ham & egg 샌드위치 : 78K
* Parkan 저녁 식사비
- 꼬르동 블루 + 사이드 고로케 : 180K + 50K
- 샐러드 : 80K
- 햄 & 에그 스테이크 : 300K
- Kozel 흑맥주 1병 : 35K
- 콜라 1병 : 35K
- tip : 68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