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짓겠다고 결심한 뒤 건축과 관련된 책은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읽은 책 중 하나로 패시브하우스의 개념을 잡게 해 주어 개인적으로는 고마운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지은이인 이대철 선생은 30년 전 용인에 전원주택을 지으면서 겪었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에너지 수요를 저감하는 주택 개발을 위해 15년 동안 자체 연구와 실험에 몰두했고 강원도 홍천의 살둔마을에 에너지 절약형 하우스를 지었습니다. 이 하우스로 2009년 강원도 에너지 대상과 2011년 국회의장 기후변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난방 없이 한겨울에도 영상 20도를 유지하는 집이라는 컨셉으로 내 집 짓기를 하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지금도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보급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 회사를 설립하고 아들이 대표 이사를 맡은 이후로 여기저기서 꽤나 잡음이 들리길래 개인적으로 고마운 것과는 별개로 좀 실망했습니다.
지금도 고민 중이기는 한데 이 책에서 소개한 SIP(OSB 합판을 양면에 놓고 스티로폼을 가운데 넣은 단열 패널)를 이용하는 걸 보았을 때 꽤나 신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조 주택을 짓는 경우 보통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 단열재를 충진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데 SIP 패널은 단열 성능도 우수하고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으며 사용되는 목재량도 적은 등 여러가지 장점이 많거든요. 하지만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업체가 독점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제대로 공사를 하는 업체가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강수량이 많고, 계절 간 기온차가 큰 우리나라의 특성 상 SIP 패널을 사용했을 때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곳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설계를 맡길 때 담당 건축가와 상의를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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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 에너지 하우스의 기본 개념
- 면적이 적고 단순한 형태
- 집의 긴 쪽이 동쪽을 향하고, 반드시 남향일 것
- 외피 전체는 R-50 이상의 단열, 높은 기밀성과 열교(cold bridge) 최소화
- 유리창의 크기 및 위치, 높은 품질의 시스템 창호
- 높은 효율의 전열교환 환기기 설치
- 보조 열원(난방)
* 독일에서 쓰이는 패시브하우스의 최소 요구 조건
- 연간 난방에너지 15kwh/제곱미터 (실내면적 1제곱미터 당 경유 1.5리터에 해당)
- 연간 난방 외 에너지 40kwh/제곱미터
- 주택의 기밀성 0.6회/h 이하(압력 50파스칼이 내부에 걸릴 때 들어오는 바람의 양이 시간 당 0.6회 이하)
* 과학자들은 실내의 전체 공기가 두 시간에 한 번씩 완전히 외부의 신선한 공기와 교환되어야만 건강한 삶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한국처럼 추운 겨울을 가진 모든 나라의 패시브하우스에서는 이러한 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회수 환기장치(Heat Recovery Ventilation System)'가 도입된다. 이 중 원형 교환기는 한국인이 발명하여 국제 특허를 얻은 것이다. 아직까지는 전 세계 어느 회사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전문가들은 열저장체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목조 주택의 경우, 바닥 면적 대비 7%의 크기로, 열저장체가 충분할 경우 최대 15% 크기로 창호를 설치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한다.
* 유리창의 창틀은 일반적으로 PVC 제품이 합리적이며 단열봉이 필수이다. 또한 짙은 색의 창호는 여름철 고온에 노출되면 흰색에 비해 더 높은 온도에 다다르기 때문에 열에 의한 변형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되도록 빛 반사율이 높은 흰색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르다.
* 출입문의 역할을 하는 유리창의 모기장은 롤업 형식으로 설치하고, 작은 크기의 일반 유리창의 모기장은 겨울철에 철거하여 따로 보관하는 것이 올바르다.
* 나는 아래와 같은 표준 유리창을 권고한다.
- PVC 창틀
- 삼중유리 로이코팅, 아르곤가스 주입, 단열봉
- 시스템 창호
* 유리창의 면적이 바닥 대비 상한선을 넘을 경우 절대로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없다.
* 콘크리트만으로 짓거나 흙집, 진흙벽돌집은 패시브하우스를 실현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재료이다.
* 방바닥의 단열은 어떤 재료로 하더라도 반드시 내부에 200mm의 아이소핑크(압출법단열재)와 열반사필름으로 시공해야 한다. 훗날 단열을 보강할 때 벽과 지붕은 상대적으로 쉽게 리모델링할 수 있지만 방바닥의 경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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