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0번 척도와 SOD(A-sod) 내용 척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0번 척도는 임상 척도 영역에 속한 성격 척도이고 SOD(A-sod) 척도는 내용 척도인데, 단선적으로만 보면,
Si1(수줍음/자의식) = SOD2(A-sod2)(수줍음)
Si2(사회적 회피) = SOD1(A-sod1)(내향성)
위와 같이 1:1 matching을 통해 0번 척도와 SOD(A-sod) 척도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SOD 내용 척도는 0번 척도와 75%의 문항을 공유(25문항 중 18문항)합니다. 18개의 공유 문항 중 10문항이 Si1 척도와, 8문항이 Si2 척도와 중복되죠. 그래서 SOD 내용 척도도 0번 척도처럼 양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겁니다.
그럼 Si1 척도와 SOD2(A-sod2) 척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 두 척도는 상관이 .94로 매우 높습니다. 둘 다 수줍음으로 해석되지만 Si1 척도는 타고난 기질적인 수줍음을 반영하는 것에 비해 SOD2(A-sod2) 소척도는 수검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수줍음을 측정합니다. 따라서 보통은 두 척도가 동시에 상승/하강하지만 만약 수검자가 스스로 자신이 수줍음이 많다고 느끼지만 이것이 타고난 기질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러니까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여긴다면 SOD2(A-sod2) 척도는 상승하지만 Si1 척도는 유의미하지 않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Si2 척도와 SOD1(A-sod1) 척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 두 척도 또한 상관이 .92에 달할 정도로 매우 유사한 척도입니다. 하지만 SOD1 소척도가 Si2 척도보다 행동 경향성을 더 잘 측정합니다. 즉 Si2는 기질 상의 내향성이라고 할 수 있고 SOD1 소척도는 내향성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보통은 두 척도가 함께 상승/하강하지만 둘 중의 하나만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Si2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은데 SOD1(A-sod1) 척도가 유의미하다면 내향적인 기질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행동 방략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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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0)척도는 임상 척도는 아니지만 임상 척도군에 속해 있고 SOD1는 내용 소척도이며 INTR은 성격 병리 척도입니다. 셋 다 흔히 '내향성'으로 번역되는 척도들이죠.
이 세 척도가 동시에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 많은 임상가들이 수검자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쉽게 해석하고 넘어가곤 하는데 그렇게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세 척도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양상은 Si, SOD 척도가 모두 평범한 수준인데 INTR 척도만 65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겁니다. 이 때 수검자가 내향적인 성향이라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INTR은 내향성이 아니라 우울에 취약한 성격 병리를 드러내는 척도이기 때문에 TCI/JTCI로 측정되는 기질 상의 취약성과 결합하여 해석하거나 우울 장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MMPI-2/MMPI-A의 관련 척도들을 살펴봐야 합니다(이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Tellegen(1982, 1985)과 Watson(1997)은 이 척도의 핵심 개념이 내향성이 아니라 정서적인 성향이라고 강하게 주장한 바 있죠. 실제로 INTR 척도가 65T 이상 상승할 때의 의미 해석 내용을 살펴보면,
- 기쁨이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음
- 사회적으로 내향적임
- 성취에 대한 욕구가 낮음
- 슬프거나, 울적하고, 우울한 느낌을 보고함
- 신체적 증상을 보고함
- 걱정이 많고 불안을 자주 느낌
- 미래에 대해 비관적임
1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우울과 관련이 높아 보이는 내용들이죠. 그러니 INTR 척도는 내향성과 별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우울과 관련성이 크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 Si척도는 Social Introversion이라는 명칭 그대로 내향성을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되지만 정확하게는 임상 소척도 중 두 번째인 Si2 척도가 내향성을 드러내는 척도입니다. 이를 확인해 보면,
* Si1(수줍음/자의식) :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수줍음을 타고, 사회적 상황에 서툴며, 쉽게 당황함
* Si2(사회적 회피) : 집단 활동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 있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연락을 회피함
* Si3(내적/외적 소외) :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고 자기 비판적이며 두려움이 많음
측정 내용을 보면 아시겠지만 내향성을 드러내는 소척도는 Si2 소척도입니다. 그래서 Si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 Si1 소척도만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면 이 수검자는 내향적인 성향이 아니라 그냥 수줍음이 많은 걸로 해석해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보면 실제로는 외향적이지만 수줍음이 많아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일 수 있는거죠.
SOD 내용 척도도 마찬가지입니다. SOD 내용 척도는 사회적 불편감으로 해석되지만 소척도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죠.
* SOD1(A-sod1)(내향성) :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싫어하고 거리를 둠
* SOD2(A-sod2)(수줍음) : 새로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낌
Si척도와 마찬가지로 SOD(A-sod) 내용 척도가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을 때에도 SOD1 소척도가 이러한 상승을 견인해야지 SOD2(A-sod2) 소척도만 상승했다면 이 수검자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그냥 수줍음이 많은 shy한 사람으로 보셔야 합니다.
결론을 요약해 보면,
* INTR은 내향성과 별로 상관이 없으며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을 때 기질 상의 취약성이나 우울 상승 고려
* Si, SOD(A-sod)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섣불리 결론내서는 안 되며 반드시 Si2, SOD1(A-sod1) 소척도가 상승했는지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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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MMPI를 사용하던 임상가들은 code type 분석에 주로 의존했습니다. 그래서 김중술 선생님의 '다면적 인성검사'의 two code type을 열심히 공부하기도 하고 좀 더 욕심을 부려서 Friedman의 three code type profile을 뒤지기도 했지요.
그런데 MMPI-2가 출시되면서 사정이 확 바뀌었습니다.
임상 척도를 근간으로 하는 code type 분석의 한계가 재구성 임상 척도의 등장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MMPI 임상 척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른 문제는 타당성이 의심스러운 모호 문항이 적잖게 포함되어 있다는 것)는 임상 척도 간 상관이 매우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구성 임상 척도가 개발되었는데 임상 척도와 재구성 임상 척도를 비교해 보니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예를 들어 흔히 MDD profile이라고 말하는 2-7-0 type도 재구성 임상 척도를 보면 우울하거나 불안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더군요.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MMPI 만으로 얼마나 많은 오진이 내려졌을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오싹합니다.
어쨌거나 이런 실정이다 보니 임상 척도에만 의존해서 code type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해석집을 뒤적여 formulation하는 것은 정확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MMPI-2를 해석할 때 더 이상 code type에 매달리지 말고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사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1. 재구성 임상 척도(RC척도) 대응 분석
2. 소척도 연결 분석
임상 척도와 비교해 볼 때 재구성 임상 척도는 5번, 0번에 해당하는 척도가 없고 RC2, RC3 척도의 해석이 다르기는 하지만 나머지 척도는 임상 척도와 일대일 대응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임상 척도 7번이 상승하였다면 RC7 척도도 상승하였는지, 8번 척도가 상승하였다면 RC8 척도도 상승하였는지, 상승폭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반드시 비교 분석해 봐야 합니다. 임상 척도에서 4-6 code type인데 재구성 임상 척도에서 RC4-RC6이 아니라면 code type 분석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상 척도의 code type이 재구성 임상 척도와 그것과 전혀 달라 profile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에는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MMPI-2에는 임상 척도와 내용 척도 두 가지에 대해 소척도가 제공됩니다. 따라서 4번 척도가 상승하였다고 해서 단순히 반사회적 성향이 높다고 결론내리는 것이 아니라 다섯 개의 소척도 중 어떤 것이 상승했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4번 척도 상승과 관련하여 많이 하는 해석 실수는 반사회적 성향으로 봤는데 소척도 연결 분석을 했더니 Pd4(사회적 소외), Pd5(내적 소외)만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승한 경우입니다.
조금 곁가지로 빠진 이야기지만 내용 척도 중 SOD(사회적 불편감)도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해 보면 SOD2(수줍음)만 상승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피검자가 사회적으로 불편감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naive하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서 사회적 상황에서 불편감을 느낄 수 있겠구나 라고 봐야 좀 더 매끄럽게 해석이 되는 것이죠.
다시 요약해 봅니다.
1. MMPI 임상 척도를 해석할 땐 먼저 재구성 임상 척도(RC척도)와 대응 분석을 해서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으면 code type 분석에 연연하지 말 것
2. code type 분석을 신뢰할 수 없는 profile인 경우는 반드시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해서 어떤 소척도 때문에 해당 임상 척도가 상승하였는지 밝힐 것
그래도 재구성 임상 척도는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분들이 많은데 의외로 소척도 연결 분석을 안 하는 임상가들이 많길래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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