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MMPI-2/A의 Hy척도 단독 상승 시 연극성 성격이 아닌 이유' 포스팅에서 제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 내용은 아니지만 강박성 기질과 연극성 기질이 상극이면서도 서로 통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두 기질은 모두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연극성 기질은 애정 때문에, 강박성 기질은 안전 때문에 필요로 하고 안전이 애정보다 더 근본적인 동기이기 때문에 Hy척도가 상승했을 시 연극성보다는 강박성 기질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게 위 포스팅의 주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TCI 유형별 해석집의 구조 이해' 포스팅에서는 second order type과 third order type을 이해하기 위해 서로 상반되는 기질/성격 유형을 함께 살펴보면 쉽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했죠.
TCI에는 서로 상극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을 갖는 기질/성격의 쌍이 존재합니다. 이를 통해 복잡하게 느껴지는 기질/성격 유형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죠.
그래서 오늘은 자기애성(HMH) 기질과 Self-effacing(LML) 기질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Self-effacing 기질은 제가 흔히 뱀파이어 또는 은둔자 기질이라고 부르는데 완전히 반대 기질 유형인 자기애성 기질과 비교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자기애성 기질과 은둔자 기질은 서로 반대되는 기질 유형입니다. 뒤집으면 서로 반대의 모양이 되거든요.
HMH <--> LML
이 두 기질 유형의 공통점은 둘 다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겁니다. 자기애성 기질의 소유자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서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은둔자 기질의 소유자는 세상에 도통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결국 남는 것이 자신이 되는 겁니다.
남에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은 비슷해 보이지만 이유가 다른 것이죠. 자기애성(HMH) 기질은 연극성(HLH) 기질과 유사하기 때문에 자기애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높은 사회적민감성 기질을 필요로 하고 그래서 얼핏 보면 이기주의자처럼 보이죠. 이와 달리 은둔자 기질은 연극성 기질의 반대 기질 유형인 강박성(LHL) 기질 유형과 비슷해서 위험하지만 않으면 다른 사람의 관심이 필요 없고 오히려 귀찮아 합니다. 자신의 영역을 넘어오는 걸 싫어하죠. 그래서 개인주의자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자기애성 기질과 은둔자 기질의 공통점은 둘 다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자기애성 기질은 타인의 관심이, 은둔자 기질은 타인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물론 상반되는 유형과 비교하지 않고 비슷한 유형과 비교하는 방법도 있어서
'[TCI] HML, LML 기질 유형의 관계'에서는 자극추구기질만 반대인 HML 기질과 비교할 수도 있으니 어느 쪽이 이해하기 쉬운지는 비교해 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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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 LML은 '잘 드러나지 않는(Self-effacing)' 유형으로 불리는 기질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별로 없고 주로 사적인 활동을 추구하는 조용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혼자 있어도 별로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자기 나름의 편안함과 만족스러움을 찾아냅니다.
저는 LML 기질 유형을 '뱀파이어' 기질로 자주 비유하는데 뱀파이어의 특성 상 어둠 속 생활에 익숙하고 밝은 세상에 나오는 걸 극도로 꺼립니다. 혼자 있어도 불편함을 잘 모르죠.
그렇다면 왜 '뱀파이어' 기질 유형의 내담자가 상담을 받으러 오는 걸까요? 이는 불행하게도 가족, 지인 등 주변 사람들이 이 기질의 소유자들을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뱀파이어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 때문에 그냥 믿고 내버려 두면 별 문제 없이 자신의 길을 잘 걸어갈 청소년들이 상담실로 '끌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불행하게도 이 '뱀파이어'가 예,체능이나 기타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재능을 갖고 있다면 더더욱 그럴 확률이 높아지죠.
부모나 학교 당국이 보기에 능력자가 자기 방에 처박혀 재능을 썩히고 있으니 어떻게든 밖으로 끌어내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무하겠다며 압력을 가하는데 뱀파이어가 햇빛 찬란한 곳으로 끌려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이 때 뱀파이어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부모에게 크게 실망하고 마음의 문을 닫게 됩니다.
또 다른 경우는 뱀파이어의 특성을 살려준답시고 나름 배려하지만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는 애정은 주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입니다. 본인이 원하는대로 해 준다면 방해하지 않는 것은 좋은데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방임하면 이 역시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어 우울에 빠질 수 있습니다. 뱀파이어가 관계 욕구가 없기는 해도 사랑까지 필요없는 건 아니거든요.
가끔 언어적, 신체적 폭력만 학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기본적인 애정과 관심을 주지 않는 방임과 유기도 이에 못지 않은 학대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LML('뱀파이어') 유형은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를 갖고 태어난다는 기본적인 전제와 배치되는 기질이기 때문에 부모 뿐 아니라 상담자도 오해할 수 있으니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상담에서 실수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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