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사용할 때 제게 가장 필요한 기능은 두 개였습니다. 하나는 예약 기능(일정 시간이 지난 후 꺼지는 기능 말고 켜고 끄는 것이 모두 가능하고 반복 일정도 가능한 예약 기능)이었고 다른 하나는 원격 제어 기능이었습니다.
열대야 기능을 사용하면 잠이 들 때까지는 시원하지만 새벽에 온도가 다시 올라가면 뒤척이면서 깨고 다시 에어컨을 켜야 하는 귀찮음이 있었죠. 그래서 새벽 4시나 5시쯤에 저절로 켜져 30분 정도 작동한 뒤 다시 꺼지는 예약 기능이 절실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기능은 원격 제어 기능인데 여름철에 해외 여행을 가게 되면(아무래도 휴가철이기 때문에 여름철에 여행가는 일이 가장 많습니다) 집에 있는 네 마리 고양이가 더울까 염려되어 현지에서도 굉장히 신경이 쓰였거든요. 하루에 한번씩 탁묘인이 오기는 하지만 탁묘인은 아침 일찍이나 저녁에 오기 때문에(사람도 낮에 움직이면 덥잖아요. ㅠ.ㅠ) 정작 기온이 치솟는 낮 시간에는 고양이들을 위해 에어컨을 켜 줄 사람이 없는거죠. 그래서 이 기능이 절실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품이 이미 나와 있더군요. Indigogo에서 펀딩했던 제품 중에 상용화된 것이 있어서 구매해서 얼마전에 받았습니다.
Sensibo사에서 나온 와이파이 컨트롤러입니다. 처음에 제품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95불이나 하는데(shipping fee는 별도) 너무나 가벼운 플라스틱 기기와 전원 케이블만 달랑 들어있었거든요. 솔직히 속았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외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능이 중요한거니까요.
이 제품은 에어컨 뿐 아니라 IR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히터 등의 전자기기도 여러 대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실정에는 좀 맞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에어컨을 원격 제어하는 장치로 가장 많이 사용할 것 같습니다만...
충전식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전원에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전원 케이블은 1.2m 길이입니다. 뒷면에 보이는 파란색 테이프는 벽면에 붙일 수 있는 접착식 테이프입니다. 접착식 테이프의 힘만으로 벽에 붙이려면 아무래도 제품이 가벼워야겠지요. 저는 그냥 에어컨 옆의 책장에 올려놓고 사용합니다만....
딱 보기에도 허접스럽지 않습니까? 기기 자체는 정말 볼품없습니다. 하지만,
기능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시는 것은 기기를 작동할 수 있는 Sensibo 앱(아이폰, 안드로이드 모두 가능)입니다. 저는 거실에 있는 스탠드형 에어컨을 등록해서 사용 중인데
기기 내부에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실시간 온도와 습도를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면 상으로는 섭씨 24.7도, 습도는 고양이에게 적합한 51.8% 정도네요.
이 앱으로 와이파이 공유기를 통해
전원을 켜고, 온도를 조절하는 것 뿐 아니라 냉풍/송풍/건조 기능을 선택할 수 있고 풍속과 바람의 방향까지 제어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예약 기능도 탑재하고 있지요.
이건 설정 화면인데 필터 교체 시기를 알려주는 reminder를 활성화 할 수도 있고,
앱을 설치한 가족과 기능을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여러 대의 기기를 등록해서 하나의 앱에서 관리할 수 있고 무엇보다 반복 일정 등록이 가능(상단의 아이콘 중 오른쪽에서 두 번째 아이콘 사용)합니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 아이콘은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의 GPS 신호를 읽어서 사용자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자동으로 에어컨을 켜고 집을 떠나 500m 이상 멀어지면(거리는 더 멀게 할 수 있음) 자동으로 에어컨을 끄는 기능인데 아직은 베타 버전이라서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기에 저는 일단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가장 더운 낮 시간에 거실 온도를 확인해서 지나치게 올라가면 고양이들을 위해 에어컨을 켜서 온도를 낮추거나 집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에어컨을 켜서 집을 시원하게 만드는 기능을 주로 사용하는데 8월에 페루 여행을 갔을 때 진가를 발휘할 것 같습니다.
Indigogo의 회원인 경우 Indigogo 사이트에서 guaranteed shipping 옵션을 적용해 구매하실 수 있고 Sensibo.com 홈페이지에서도 구매 가능합니다.
사실 앞서 소개드린
스마트 조명 제어기 '스위처'를 만든 'I/O'사가 현재 텀블벅에서 와이파이 뿐 아니라 블루투스 기기까지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제어기를 펀딩받고 있기 때문에 에어컨 하나만 제어하자고 이 비싼(제 기준으로) 기기를 해외 구매하라고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저만 해도 'I/O'사에서 개발 중인 이 제어기를 후원했거든요. 나중에 제품을 받게 되면 스위처 조명과 거실 에어컨을 연결해서 관리하고 이 기기는 침실에 있는 벽걸이형 에어컨과 연결해서 따로 운용할 예정입니다(거실의 스탠드형 에어컨과 침실의 벽걸이형 에어컨이 1+1 타입이라서 리모컨의 IR 신호가 같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등록되거든요).
'I/O'사의 제품은 10월 배송 예정인데 당장은 스위처만 외부 조작이 가능하지만 12월에는 에어컨, 그 이후로도 점차 와이파이, 블루투스를 이용하는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확대할 예정이라고 하니 저처럼 당장 에어컨을 외부 제어해야 하는 분이 아니면 그 제품의 출시를 기다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래도 저는 요즘처럼 한창 더운 때에 밖에 나갈 때마다 고양이들이 더위에 지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귀가할 때마다 시원한 집에 들어가니 충분히 만족합니다.
* 장점- 밖에서 언제든 기기가 설치된 위치의 온도와 습도를 확인해서 에어컨을 원격 조작할 수 있음
- 전원, 온도, 풍속, 풍향, 운전 기능 선택을 디테일하게 조절할 수 있음
- scheduling 기능이 있어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따라 원하는대로 달리 작동시킬 수 있음
* 단점
- 외견 상으로는 만 원도 안 하게 생긴 허접스러운 외관의 기기가 무려 95불(배송비 별도) 충격!
- 동일한 IR 신호 리모컨을 사용하는 기기는 한 대만 등록 가능 : 같은 회사 에어컨은 한 대만 등록
- 현재 공기청정 기능 등 에어컨 기종마다 고유한 기능은 앱에서 작동시킬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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