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애착 외상 관련 미니 강의'에서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를 의심할 수 있는 검사 sign으로 거론한 것 중 하나가 임상 소척도 중에 '소외'라는 명칭이 들어간 척도들의 유의미 상승입니다.
임상 소척도에는 '소외'라는 이름이 들어간 척도가 4번 척도에 2개, 8번 척도에 2개, 0번 척도에 1개, 총 5개가 있습니다.
각 소척도의 의미와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Pd4(사회적 소외: Social Alienation)
: 총 13개의 문항 중 6개를 6번 척도와 공유하고, 특히 Pa1과 전체 문항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편집증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타인이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간다고 여기는 전반적인 불신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속감에 대한 부재와 소외감을 느낍니다. Nichols(2011)는 아동기에 경험한 심한 박탈과 방치로 인해 타인이 애정, 지지, 격려 등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을 반영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착 외상을 입은 수검자에게서 Pd4 소척도가 상승하는 겁니다.
Pd4 소척도 점수가 낮은 사람은 자신이 이해받고, 잘 대우받는다고 느끼며 사회적 환경에서 소속감을 느낀다고 보고합니다.
* Pd5(내적 소외: Self-Alienation)
: 총 12개의 문항 중 DEP 내용 척도와 6개 문항이 중복되기 때문에 4번 척도와 어울리지 않는 구성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이 소척도에 속하는 문항들은 죄책감과 자책을 평가하는데 Pd5 소척도가 상승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불만족감의 이유를 자신으로부터 찾음으로써 소외감을 경험하며 이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자책의 강도는 자기 학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애착 외상을 입은 수검자에서 관찰되기 쉽습니다.
Si3 소척도와 유사한 명칭인데 둘 다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흥미가 저하된 기분 부전 상태를 나타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Si3가 통제감 상실이 원인인데 비해 Pd5는 원인이 죄책감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Pd5 소척도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삶에서 즐거움을 경험하며 외로워서 불행하다는 느낌을 보고하지 않습니다.
* Sc1(사회적 소외: Social Alienation)
: Pd4와 동일한 척도명을 갖고 있으며 총 21개의 문항 중 Pd4 척도와 3개의 문항을 공유합니다. Sc1 소척도가 타인과 애착을 맺는 것을 싫어하는 것에 가깝다면 Pd4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슬픔이 강조(믿지 못하기 때문)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문항의 내용이 주로 '모욕당하고 불공평하게 벌을 받음', '가족이나 남들이 음모를 꾸미거나 그들로부터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기 때문에 애착 외상, 그 중에서도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경험한 수검자에게서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Sc1 소척도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좋아하고 애착을 느끼며 자신이 이해와 존중을 받는다고 보고합니다.
* Sc2(정서적 소외: Emotional Alienation)
: 총 11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흥미나 관심, 열망의 부족을 평가하는데 이는 다른 사람들과 라포를 맺지 못하는 느낌과 자기 자신을 이방인으로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이 소척도가 상승하는 사람들은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인 방임을 경험함으로서 흥미를 일으키거나 긍정적인 기대를 주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삶 그 자체에 애착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Sc2 소척도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인생을 가치 있다고 느끼며, 우울감이나 절망감을 부인합니다.
* Si3(내적/외적 소외: Alienatioin-Self and Others)
: Si3 소척도는 Si1, Si2 소척도와 달리 사회적 내향성을 설명하지 않으며 이 척도의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고 활동에 흥미가 없으며 이는 자신이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소외감을 경험합니다. 통제감 상실을 경험할 정도의 외상을 경험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애착 외상 경험을 확인해야 합니다.
Si3 소척도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자신이 삶을 통제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정리해 보자면,
* Pd4(사회적 소외) : 박탈과 방치로 야기된 불신으로 소속감 부재와 소외감을 느낌
* Sc1(사회적 소외) : 신체적, 정신적 학대로 인해 애착을 증오함으로써 소외됨
* Pd5(내적 소외) : 기분 부전 상태를 경험하나 이는 자기 학대 수준에 가까운 죄책감과 자책에 기인
* Si3(내적/외적 소외) : 기분 부전 상태를 경험하나 통제감 상실을 야기할 정도의 외상에 기인
* Sc2(정서적 소외) : 지속적인 방임에 의해 기대감이 상실되어 삶 자체에 애착을 느끼지 못해 소외감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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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에는 한글로 번역했을 때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원어 이름을 보면 다른 뜻을 가진 척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원문 용어로 기억하는 게 더 유용하죠.
하지만 가끔은 원 이름도 비슷한 뜻인 것 같은데 서로 다른 카테고리에 속한 척도들도 꽤 많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Pd5와 Si3 소척도가 바로 그렇습니다.
Pd5는 임상 척도인 4번 척도에 속한 5개의 소척도 중 하나이고 Si3은 성격 척도인 0번 척도에 속한 3개의 소척도 중 하나입니다. 임상 척도와 성격 척도라는 어마어마한 차이 뿐 아니라 모척도의 구성 개념 또한 전혀 비슷할 것 같지 않은데 두 척도 모두 내적 소외라는 이름으로 번역되고 원문 이름도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꽤 헷갈립니다. 그래서 두 척도의 공통점과 차이가 무엇인지 정리해 봤습니다.
우선 두 소척도 각각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Pd5(내적 소외, Self-alienation) :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이나 보람을 찾지 못하며 과거의 행동에 대한 후회, 회한을 나타냄. 죄책감으로 인해 삶의 즐거움이 상실되었음을 의미함(Nichols & Greene, 1995).
* Si3(내적/외적 소외, Alienation-Self and Others) :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여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지 못할 것처럼 느끼며 일상 생활의 흥미 저하를 의미함(Sieber & Meyers, 1992)
보시는 것처럼 두 척도의 공통점은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흥미가 저하된 상태를 나타낸다는 겁니다. 그래서 DEP2(기분 부전) 내용 소척도가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이는 그러한 상태가 된 원인인데 Pd5는 그 원인이 죄책감인데 비해 Si3는 통제감 상실이 원인입니다. 재미있는 건 그 차이 역시 하나의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는 거지요. Delayed PTSD의 원인으로 애착 외상을 의심할 수 있는 수검자의 profile을 보면 임상 소척도 중 '소외'로 해석되는 5개의 소척도(Pd4, Pd5, Sc1, Sc2, Si3)가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내담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증상이 죄책감, 통제감 상실이라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래서 Pd5, Si3 소척도의 의미 차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두 척도가 동시에 상승했을 때 애착 외상을 의심하고 원 가족의 부모-자녀 관계 역동을 탐색해 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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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0)척도는 임상 척도는 아니지만 임상 척도군에 속해 있고 SOD1는 내용 소척도이며 INTR은 성격 병리 척도입니다. 셋 다 흔히 '내향성'으로 번역되는 척도들이죠.
이 세 척도가 동시에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 많은 임상가들이 수검자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쉽게 해석하고 넘어가곤 하는데 그렇게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세 척도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양상은 Si, SOD 척도가 모두 평범한 수준인데 INTR 척도만 65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겁니다. 이 때 수검자가 내향적인 성향이라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INTR은 내향성이 아니라 우울에 취약한 성격 병리를 드러내는 척도이기 때문에 TCI/JTCI로 측정되는 기질 상의 취약성과 결합하여 해석하거나 우울 장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MMPI-2/MMPI-A의 관련 척도들을 살펴봐야 합니다(이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Tellegen(1982, 1985)과 Watson(1997)은 이 척도의 핵심 개념이 내향성이 아니라 정서적인 성향이라고 강하게 주장한 바 있죠. 실제로 INTR 척도가 65T 이상 상승할 때의 의미 해석 내용을 살펴보면,
- 기쁨이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음
- 사회적으로 내향적임
- 성취에 대한 욕구가 낮음
- 슬프거나, 울적하고, 우울한 느낌을 보고함
- 신체적 증상을 보고함
- 걱정이 많고 불안을 자주 느낌
- 미래에 대해 비관적임
1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우울과 관련이 높아 보이는 내용들이죠. 그러니 INTR 척도는 내향성과 별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우울과 관련성이 크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 Si척도는 Social Introversion이라는 명칭 그대로 내향성을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되지만 정확하게는 임상 소척도 중 두 번째인 Si2 척도가 내향성을 드러내는 척도입니다. 이를 확인해 보면,
* Si1(수줍음/자의식) :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수줍음을 타고, 사회적 상황에 서툴며, 쉽게 당황함
* Si2(사회적 회피) : 집단 활동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 있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연락을 회피함
* Si3(내적/외적 소외) :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고 자기 비판적이며 두려움이 많음
측정 내용을 보면 아시겠지만 내향성을 드러내는 소척도는 Si2 소척도입니다. 그래서 Si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 Si1 소척도만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면 이 수검자는 내향적인 성향이 아니라 그냥 수줍음이 많은 걸로 해석해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보면 실제로는 외향적이지만 수줍음이 많아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일 수 있는거죠.
SOD 내용 척도도 마찬가지입니다. SOD 내용 척도는 사회적 불편감으로 해석되지만 소척도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죠.
* SOD1(A-sod1)(내향성) :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싫어하고 거리를 둠
* SOD2(A-sod2)(수줍음) : 새로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낌
Si척도와 마찬가지로 SOD(A-sod) 내용 척도가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을 때에도 SOD1 소척도가 이러한 상승을 견인해야지 SOD2(A-sod2) 소척도만 상승했다면 이 수검자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그냥 수줍음이 많은 shy한 사람으로 보셔야 합니다.
결론을 요약해 보면,
* INTR은 내향성과 별로 상관이 없으며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을 때 기질 상의 취약성이나 우울 상승 고려
* Si, SOD(A-sod)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섣불리 결론내서는 안 되며 반드시 Si2, SOD1(A-sod1) 소척도가 상승했는지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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