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TCI의 실시와 관련된 글을 계속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TCI를 활용하면 좋은 상황 : 상담자용' 은 상담 장면에서 TCI 실시를 고려해야 하는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
'선별심리평가 후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 은 MMPI-2의 일반적인 결과 해석 시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을 다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MMPI-2의 타당도 척도 양상을 통해 TCI의 추가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1. K. 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K, 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것은 자신의 심리적 불편감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다른 사람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는 경향을 노골적으로 표방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타당도 profile을 나타내는 수검자는 TCI를 실시할 때에도 어떤 문항이든 극단값을 피하고 중간으로 몰리는 응답 패턴을 보입니다. 그래서 TCI 결과에서도 기질, 성격 유형의 차원이 Medium level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극단적인 경우는 기질, 성격 모두 MMM 유형으로 채점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신뢰할 수 없는 결과이죠. 따라서
K, S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경우는 TCI를 추가 실시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2. F, F(B)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F, F(B)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했다는 건 수검자가 고통감을 적극적으로 호소한다는 걸 의미하며 무효 profile일 정도로 faking-bad 경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상 TCI 결과를 왜곡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TCI 각 문항에 대해 극단값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유형이 좀 더 분명하게 구분되고 이로 인해 결과 해석이 더 용이해집니다. 그러니
TCI를 실시하면 좀 더 풍부한 해석을 할 수 있으니 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3. K, S 척도가 바닥을 치는 경우
: K, S 척도가 바닥을 쳤다는 건 35T 이하로 가라앉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F, F(B) 척도가 어느 정도 상승했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이러한 상태는 고통이 만성화되었고 수검자가 어느 정도 이러한 상태에 익숙해졌음을 의미합니다. 달리 말하면 스트레스에 맞설 수 있는 심리적 자원이 고갈되었다는 것이죠. 이 때 TCI 결과는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MMPI-2의 임상, 내용 척도에서 상승한 것들만 해석해도 충분한 경우 수검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수검자가 정서적으로 소진된 상태이므로 TCI 검사지 하나를 추가로 작성하는 것만도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TCI 추가 실시를 좀 더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4. FBS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단독 상승한 경우
:
'선별심리평가 후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FBS 척도의 유의미한 단독 상승의 의미는 이차적 이득의 존재와 함께 성격 상의 문제 및 이로 인한 대인 관계 갈등 문제 동반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이 경우는
성격 장애 진단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TCI를 반드시 실시하는 편이 낫습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네 가지 경우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할 때 참고하시면 좋은 경험적인 기준 중 하나일 수 있어서 소개 드렸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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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종합심리평가에 포함된 6가지 검사 도구만으로는 성격장애를 진단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로샤와 TAT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함)하기에 대안 중 하나로 TCI를 추천하곤 합니다.
Cloninger가 애시당초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 차원의 조합을 통해 전통적인 성격장애 진단 가능성을 타진했죠. 이 중에는 DSM 체계에 속하는 성격 장애가 5개(
반사회성, 연극성, 경계선, 분열성, 강박성)나 포함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TCI와 MMPI-2의 조합으로 진단하고, 또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TCI에서
반사회성 성격장애 기질 유형은 HLL 유형입니다.
자극추구 : High
위험회피 : Low
사회적민감성: Low
물론 HLL 기질은 모험가 타입도 포함하기 때문에 각 기질의 점수가 극단적으로 높을 때에 한해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진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이면서 점수가 높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대개 극단적인 백분위값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극단값을 갖는 HLL 기질 유형은 모두 반사회성 성격장애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TCI 성격 유형은 다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유형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성격 차원도 자율성은 극단적으로 높고, 연대감은 극단적으로 낮은 것은 공통적이며 자기초월 차원의 차이에 따라 양상이 달리 나타납니다.
1. HLH 성격 유형 : 편집성(paranoid)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High
HLH 성격 유형은 얼핏 보면 편집성 성격장애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처음 볼 때는 살짝 헷갈립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이유도 대부분은 관계사고나 피해의식 때문이며 심한 경우는 박해망상의 수준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이 잘못되면 관계사고의 대상인 사람에게 모든 원인을 귀인하고 책임을 돌려 탓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민원 제기, 법적 소송 등으로 물의를 일으킵니다. 특정 인물들이 나름의 비밀 결사를 만들어서 자신을 의도적으로 박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이유는 자신이 너무 공정하고 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2. HLM 성격 유형 : 괴롭히는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Medium
자기초월 차원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있어 겉보기에는 별로 문제없는 듯 보이지만 자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아랫사람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식이기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면서도 일의 성공을 위해서라고 둘러대지만 정작 성공하고 나면 자신의 공헌만을 뻥튀기하고 다른 사람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승부욕이 매우 강해서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며 동료, 후배, 부하 직원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스타일입니다. 그래도 아래의 HLL 유형처럼 노골적으로 거만하지는 않습니다.
3. HLL 성격 유형 : 독재적인(Autocratic)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Low
말 그대로 독재자의 면모를 보이는 유형입니다. 자기초월 차원이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극히 속물적이며 자기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특성을 많이 보입니다. 목적 의식이 분명하고 목표 지향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일이 잘 돌아갈 때는 자신의 행동을 효율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굉장히 능력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관대함이나 참을성이 거의 없고 실수를 잘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혹독히 처벌하는(그러면서도 자신은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전형적인 화이트 컬러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바로 이런 사람이죠.
그래서 상담 장면에서 만날 수 있는 경우 중에서는
HLL 기질 유형과 HLL 성격 유형 조합이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MMPI-2에서는 어떨까요? 미안하지만 범죄자가 아닌 사회 적응이 어느 정도 가능한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경우 흔히 예상하듯이 Pd2(권위불화) 임상 소척도, ASP1(반사회적 태도), ASP2(반사회적 행동) 내용 소척도가 상승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척도들이 노골적으로 상승한 사람들은 이미 범죄 경력이 있거나 아예 교도소에 있거나 하겠죠. 당연히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을 겁니다.
오히려 예상 밖으로 상승하는 척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격병리척도 중 AGGR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고 특히 HLH 성격 유형인 경우 실제 행동화 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폭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신체적인 위협이나 협박을 흔히 사용합니다.
DISC 성격병리척도가 동반상승하면 더욱 위험.
HLL 성격 유형의 남성인 경우
GM, ES 보충척도가 동시 상승(70T 이상)한 경우 마초적 기질이 농후하고 굉장히 완고하며 고집 또한 세기 때문에 상담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겉으로는 순응적으로 보이지만(특히 S척도 상승 시), insight가 없기 때문에 상담 진행에 애로가 많습니다.
함께 살펴본 것처럼 MMPI-2만 갖고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진단하려고 한다면 굉장히 좌절스러운 결과를 맞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반사회성 관련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진단은 TCI의 반사회성 기질과 HLH, HLM, HLL 성격 유형 조합으로 하고 MMPI-2를 통해서는 일상 생활에서 이들이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일지에 초점을 맞추어 formulation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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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에서 과장된 자기제시 척도로 번역되는 S(Superlative Self-Presentation)척도는 1995년에 Butcher & Han이 개발했으니 사실은 이미 20년이 다 되어 가는 오래된 척도입니다.
이 척도를 개발할 때 극단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취업 응시자 집단(항공사 파일럿 응시자들)과 MMPI-2의 규준 집단 반응을 비교하여 반응율의 차이를 보이는 문항을 선별하여 예비 척도를 구성했더랬죠.
보통은 방어적인 응답 경향을 점검할 때 K척도를 많이 해석하지만
제 경험 상 진짜 방어 척도의 갑은 바로 이 S척도입니다. 왜냐하면 K척도의 문항들은 370번 문항 앞쪽에 포진되어 있지만 S척도의 경우는 검사 전반에 걸쳐 퍼져 있기 때문에 S척도가 상승했다는 건 문항에 응답하는 내내 시종일관 방어적인 태도를 견지했다는 말이거든요.
S척도가 70T에 근접하거나 over하는 경우(임상 장면에서 S척도가 70T를 넘어서면 무효 프로파일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70T에 근접하는 경우만 고려해도 충분합니다) 거의 모든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가 50T 아래로 주저 앉기 때문에 해석 불가능해집니다.
특히
임상 소척도에서 다음의 척도들이 65T 이상으로 상승할 때는 내용 소척도의 TRT1(낮은 동기), TRT2(낮은 자기 개방) 척도의 상승과 상관없이 심리치료/상담 장면에서 rapport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니 각오를 단단히 하시기 바랍니다.
* Hy1(사회적 불안의 부인)
* Pd3(사회적 침착성)
* Pa3(순진성) : 이건 항상 상승하지는 않으니 참고만 하세요.
* Ma3(냉정함)
마지막으로 상담을 하시는 분들께 tip을 하나 드리자면,
S척도가 70T에 근접할 만큼 상승한 남자 중에 보충 척도에서 ES, GM 척도가 70가 넘어서는 분들은 가부장적이고 완고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특성을 보이는데 정작 상담자 앞에서는 매우 협조적이고 예의바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지는 상담자가 많습니다. 이런 profile을 보이는 분을 상담할 때는 어줍잖은 설명, 해석, 직면, 교육 등은 전혀 효과가 없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다른 내담자들보다 더 한층 공감에 신경써야 하는 내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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